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08
2월 9일 오전. 독일 베를린.
한국은 이른 오후인 시각, 베를린은 아침이었다. 이미 영화제 측은 공식 일정 전, 6일에 공식적으로 초대된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 컨퍼런스(기자회견)를 통해, 6인의 심사위원과 계획을 설명한 뒤였다.
그리고 공식적인 영화제 일정은 지금부터.
9일부터 약 10일간 진행되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매년 30개국이 참여하고 관계자나 초청인은 약 2만 명이 넘어가는 대형 영화제.
이래서인지, 9일 오프닝으로 진행된 레드카펫은 북새통이라 말하기도 아쉬울 정도.
“ 헤이!! 나탈리!! 나탈리!!! ”
“ 틸다 나탈리!!! ”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 극장인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주변으로 설치된 레드카펫은 한국의 레드카펫과는 차원이 다르게 어마한 규모였고,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분위기도 달랐다.
오프닝 행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감독, 배우 그리고 관계자들은 격식보단 자유로웠고, 그들은 2차선 도로 크기의 레드카펫을 마치 공원을 산책하듯 거닐었다.
“ 스윈튼!!! 스윈튼! ”
“ 에릭!!! 헤이! 에릭!! ”
“ 애니~!! 애니! ”
그런 그들을 세계 각국, 언어가 다른 기자들은 그저 이름으로 불러댔다.
너무 북새통이라 그런지 유명 헐리웃 감독이나 이름만 대면 알법한 헐리웃 스타들이 무슨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듯한 느낌으로 편하게 움직였고, 레드카펫으로 나와 사진을 찍기도 하는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물론, 몰린 관객들의 함성도 차원이 달랐다.
합치면 거의 50m에 가까운 레드카펫 주변 수백 어쩌면 천 명에 가까운 관객들의 외침과 함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 우와······이게 무슨. ”
“ 저 죄송한데, 토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
“ 하- 나 갑자기 오줌마려운데. ”
이런 미친 광경에 방금 오프닝 행사에 도착한 강주혁 사단들 다리는 벌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저 멀리 커다란 건물에 베를린날레 팔라스트라는 노란색 글자 위,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마스코트인 빨간색 곰이 서 있는 곳까지 적어도 수백 어쩌면 수천의 사람들을 헤쳐 걸어가야 했으니까.
그것뿐인가?
“ 저기 관객이랑 사진 찍고 있는 남자······라이언 아닌가? ”
“ 맞는 것 같은데. 와- 무슨 컴퓨터 그래픽같이 생겼네. ”
“ 레이첼 로렌스? 저 금발 레이첼이잖아!! ”
독립영화팀의 영화제 출연을 수발들러 온 백번 촬영팀이 소리친 것처럼 수많은 헐리웃 스타들이 즐비했다.
헐리웃 스타들을 진열해놓은 마트에 온 듯.
한마디로 강주혁 사단은 지금, 저런 대형 헐리웃 스타들과 동일 선상에 서 있다는 뜻이었고.
“ 슬슬 움직이죠. 공식 심사위원장이 영화제 시작 선언하기 전에 중앙까진 도착해야 되니까. ”
벌벌 떠는 모두를 턱시도 입은 주혁은 꽤 여유롭게 지휘했다. 당연했다. 이미 그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경험해보기도 했고, 이런 자리가 익숙했기 때문.
어쨌든 강주혁 사단은 메인 무대방향으로 움직였다.
가는 도중 한국인 관객이나 기자들도 만나면서, 어색하게나마 손을 흔드는 최철수, 류성원 감독들이었고, 얼추 커다란 광고 스크린이 세워진 메인 극장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입구에 다다랐을 때.
어디선가 큰 외침이 들렸다.
“ 제7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시작합니다! ”
10일간의 축제가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다음 날 아침. 베를린.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공식적으로 시작을 알린 다음 날. 메인 극장이며 오프닝과 시상식이 벌어지는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건물 주변으로 여러 섹션을 나눠 초청된 영화가 상영되는 중이었다.
영화제의 섹션은 여러 가지.
최철수, 류성원 감독이 초청받은 경쟁부문, 단편, 파노라마, 포럼 등등. 각 섹션에 걸리는 영화 종류도 다양하며 초청받은 관객들이나 관계자, 기자, 배우 등등은 10일 동안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영화관 포함, 여러 건물에서 수많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고.
“ 황실장님. 이번엔 이 영화를 봐보죠. ”
“ ······바로 말입니까? ”
“ 예. 이번엔 우리 독립영화팀 경쟁작인 일본 쪽 작품 같습니다. 이건 경쟁부문이네요. 베를린날레 팔라스트 쪽으로 움직이죠. ”
지금 강주혁은 황실장을 이끌고, 봇물 터지듯 그간 못 봤던 영화를 미친 듯이 관람하는 중이었다.
“ 5분만 쉬었다가···아닙니다. ”
추운 날씨 탓에 회색니트에 두꺼운 싱글코트를 걸친 주혁은 신나 있었지만, 정장을 입었던 전날과 달리 경량 패딩을 입은 황실장은 꽤 죽을 맛인지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
“ 황실장님. 이쪽으로. ”
물론, 현재 주혁과 황실장은 독립영화팀 최철수, 류성원감독은 초청 감독으로서 따로 스케쥴이 있었고, 그들을 수발하는 백번 촬영팀과도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쨌든 움직이면서도 주혁은 신나게 떠들었다.
“ 황실장님. 이게 제가 좋아서 보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다 이유가 있어요. 일단, 경쟁부문에 초청된 19개의 영화를 전부 봐야, 우리 독립영화팀이 뽑은 그림 퀄리티 비교가 가능합니다. ”
“ 19개 저, 전부 말입니까? ”
“ 물론이죠. 거기다 영화제라는 게 년마다 유행이라는 게 있어서, 매년 초청받는 작품이 대략 어떤 것인지, 이슈와 니즈를 더불어 사회를 넘어 국제적 문제점들이 포함됐는지 등을 파악해두면 내년 영화제에······ ”
한 손에 팸플릿과 안내문을 든 주혁은 거의 랩을 하는 듯이 황실장에게 말을 던져댔다. 10일간 모든 영화를 섭렵할 듯한 텐션.
반면, 황실장은.
“ 아- 예. 네. 그렇습니까? 네. ”
신난 강주혁의 말에 그저 대답을 뱉을 뿐이었다. 마치, 대답하는 기계마냥. 그러다 황실장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인도 중앙으로 철 펜스가 쳐진 거리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황실장이 질문하나를 추가했다.
“ 철 펜스 중심으로 안쪽은 배우나 관계자들 밖으론 관객들이 있는 겁니까? ”
-스윽.
덕분에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던 주혁의 시선이 황실장을 따랐다.
“ 아- ”
철 펜스 밖으로 사람들이 덕지덕지 붙어 핸드폰이나 팸플릿을 들고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고, 중간중간 헐리웃 배우들이 사진을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꽤 자유로운 풍경에 주혁이 픽 웃었다.
“ 철 펜스 밖으로는 아마 시민이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맞춰 방문한 관광객일 겁니다. ”
“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네요. ”
“ 꽤 격식이 없죠? 저 헐리웃 배우들도 10일간 휴가 겸 왔을 테니, 편하게 돌아다니는 거죠. 영화제 내내 거리를 돌아다니면 헐리웃 배우들을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
이 구역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이런 형태였다. 그야말로 축제. 더군다나 이곳에선 강주혁을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아, 주혁은 더욱 신나 있었다.
이어 10분 뒤.
“ 여기네요. ”
섹션 중 경쟁부문 영화를 상영해주는 거대한 건물 앞에 선 주혁이 미소 지었고.
“ 아······예. ”
황실장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건물 입구 문을 열었다. 건물 로비에는 이미 기자들이나 관계자들로 인산인해였다.
“ 사람이 많네요. ”
황실장의 말대로 움직이는 공간 여기저기서 초청 영화감독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잡혀 인터뷰 중이었다.
“ 영화제 첫날이니 당연하죠. 황실장님 이쪽입니다. ”
어쨌든 상영관 앞에 선 주혁이 팸플릿에 적힌 작품 제목을 읊었다.
“ 보자. 작품 제목이······‘도쿄 가족’이라. 확실히 이번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휴머니즘이 강세인 것 같. ”
바로 그때.
“ 강주혁씨. 강주혁씨가 맞나? ”
강주혁과 황실장 뒤쪽으로 일본어인 늙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덕분에 주혁과 황실장의 몸이 돌아갔고,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작은 체구의 늙은 남자가 서 있었다.
빼빼 마른 체형에 주름이 자글하고, 와중에 광대가 툭 튀어나온 백발의 늙은 남자. 대체로 정장 입은 산신령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늙은 남자가 눈가에 주름진 얼굴로 웃으며 강주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 긴가민가했는데, 맞구만. 나 F레이블 프로덕션에 토우타 나오무네라고 혹시 알려나? ”
토우타 나오무네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황실장의 표정이 짐짓 진지하게 변했다.
당연했다.
“ 아. ”
앞에선 늙은 남자는 이강수가 모시는 회장이며 일본 쪽 대가리인 토우타 나오무네였으니까. 이어 주혁은 산신령 같은 토우타 나오무네의 손을 맞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가까운 곳에서 일본인 감독이 인터뷰 중이었다.
즉, 산신령 같은 토우타 나오무네 역시 이번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참가했다는 뜻이었고.
“ 네. 일본의 F레이블 프로덕션. 워낙 유명하니까요. 반갑습니다. 강주혁입니다. ”
토우타 나오무네의 손을 흔들던 주혁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토우타 나오무네가 허허 웃었다.
“ 다 알지요. 일본에서 강주혁씨 유명해요. ”
“ 제가 뭐, 일본까지 알려질 정도로 한 건 없는데요. ”
모든 일의 근원이라면 근원이랄지. 이강수 사장 포함 악의 주측의 대가리인 토우타 나오무네가 앞에 있었지만, 주혁이 대뜸 뺨을 후려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강주혁은 침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 여기서 이 늙은이가 튀어나올 줄이야······어쨌거나 이 노친네와 길게 얘기하는 건 안 좋아. ’
강주혁이 짜놓은 판으로서 보자면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토우타 나오무네와 얘기를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주혁은 이 토우타 나오무네를 만날 생각조차 없었다.
어쨌든 토우타 나오무네가 강주혁의 손을 놓으며 말을 이었고.
“ 허허. 그런가? 그나저나 한국에서도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렸더군. 이런 먼 곳에서 난데없이 한일전이 펼쳐지겠어. ”
주혁이 픽 웃으며 대화를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제가 질 것 같진 않네요. 그럼 시상식 때 뵙겠습니다. ”
곧, 강주혁이 상영관 안으로 자취를 감췄는데도 토우타 나오무네는 여전히 그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눈빛도 서늘하게 바뀌었다.
그런 그가 인중을 씰룩거리며 말을 뱉었고.
“ 왜 저 자식이 아직도 버젓이 움직이고 있어? ”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곧 토우타 나오무네의 핸드폰에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네. 회장님. ”
같은 시각, 한국 GM엔터테인먼트.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방금 전화를 끊은 이강수 사장이 거칠게 핸드폰을 책상에 던졌다.
“ 시발 노친네······베를린에서 강주혁과 마주칠 줄이야. ”
이어 이강수 사장이 방금 통화한, 자신이 모시는 회장의 목소리를 떠올렸고.
‘ 내가 보내준 걸로 여론 조작 좀 하다가, 한국 쪽 구매자 살생부에 강주혁 추가시켜서 터트려. 2주 안에 정리해. ’
어금니를 빠득 문 이강수 사장이 살기서린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노려봤다. 노트북 화면에는 기사 초안. 즉, 기사 가안 하나가 보였다.
『스타작가 ‘홍혜숙’, 과거 작품 중 일본 드라마 표절한 것 있다?』
가만히 기사 가안을 노려보던 이강수 사장이 보던 기사 가안을 메일로 어디론가 전송했고, 정확히 10초 후에 이강수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따라서 이강수 사장이 전화를 받았다.
“ 네. 김기자님. ”
“ 사장님. 일전에 말씀하신 건이 이겁니까? ”
“ 예. 그겁니다. ”
“ 알겠습니다. 재밌겠네요. ”
-뚝.
이것으로 강주혁이 부재중임을 틈타, 이강수 사장이 공격을 시작했다. 이어 정장 재킷을 벗고, 정장 조끼만 입은 이강수 사장이 읊조렸다.
“ 자리에 없을 때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별수 없네요. 주혁씨. ”
하지만 이강수 사장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강수 사장에게 기사 가안을 받은 김기자라는 인간이 움직일 때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언론사.
“ 좋았으! 이정도 건이면 충분히 재밌는 시나리오지. 또 특종만 보면 침을 흘려대는 우리 멧돼지 편집장이 좋아하겠네. 크크. ”
방금 이강수 사장과 전화를 끊은, 갈색패딩을 입은 기자가 메일로 받은 기사 가안을 뽑자마자, 연예부 편집장실로 신나게 달렸다.
“ 편집장님!! 특종 하나 건졌습니다! ”
갈색패딩을 입은 기자의 외침이 연예부 편집장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런데 어째선지 편집장의 반응은 영 미적지근했다.
“ 특종? 뭔데. 줘봐. ”
그러거나 말거나 갈색패딩을 입은 기자는 뽑아온 특종을, 언뜻 멧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옆으로 비대한 편집장에게 기세등등하게 내밀었다.
곧, 받은 기사 가안을 읽은 편집장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 야!! 김기자. 너 정신 나갔냐?!! 이런 미친 새끼가 전부 뒤지자는 거야 뭐야! ”
“ ······예? ”
“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딴 찌라시를 돌려!! 이거 출처 어디냐? 정확히 밝힐 수 있냐?!! ”
“ 아- 출처는 밝히기 곤란. ”
“ 이런 시발새끼가!! ”
-팍!
멧돼지 편집장은 결국, 들고 있던 기사 가안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 펴, 편집장님. 이 정도면 특종이. ”
평소 특종이라면 목을 매던 편집장이었기에, 김기자의 두 눈에는 영락없는 당황함이 서렸다. 하지만 편집장의 입에서는 불호령이 뱉어질 뿐.
“ 시끄러! 이딴 찌라시 들고 기자질 할 거면 꺼져 이 새끼야!! 출처도 없는 찌라시로 보이스프로덕션을 건드려? 이런 병신이! ”
그러던 중 비대한 편집장의 책상 위, 다이어리에 적힌 글귀가 슬쩍 보였다.
[최명훈 감독 차기작은 헐리웃 도전? 그런데 재벌이 껴 있다? 투자? 아니면 시나리오 자체? 어쨌든 큰 건.]이강수 사장이 몰랐던 한가지는.
[출처 보이스프로덕션 홍보팀]이미 어느 곳이든 강주혁의 자석이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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