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15
15. 넣어두게. 목숨이 아깝다면.2014.12.24.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돌아갔다.
덩달아 장 가주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소장주의 시선도 돌아갔다.
광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팔짱을 낀 사내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마찬가지로 옆에 있던 두 사내의 눈동자도 이마에 닿을 듯 치솟았다.
특히 장련이 제일 놀랐다.
단순히 시간을 끄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내 말이 틀렸나 목가경? 아니, 목진경(睦振景)이라고 불러야 하나?”
“……!”
팔짱을 끼고 있던, 목가경이라 말했던 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광휘는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왜,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나? 그럼 내가 조금 도와줄까?”
광휘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시 한 발짝 나섰다.
그러고는 비대한 체격을 가진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이름은 공승치가 아닌 공야치(公冶治). 십 년 전 궁호권(宮虎拳)이란 권법을 익히다 몸이 비대해졌고, 어느 날 한 사내에게 패배한 이후로 사라졌었지. 활동지역은 강북이 아닌 광동이고.”
광휘는 뒤쪽에 쓰러진 능자진을 보며 말했다.
“우리 쪽 호위무사가 쓰러진 상황을 보니 이번에도 내력대결을 한 모양이군. 하긴, 항상 그랬지. 검사처럼 보이고선 자신의 장기인 내력대결로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방법. 궁호권이란 권법은 그런 것에 특화된 무공이니까.”
“……!”
광휘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좀 전부터 낄낄대는 마른 녀석은 산운벽(珊運碧). 호철각(虎鐵脚)이라는 패도적인 각법(脚法)을 익혔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강호행 중 패배를 겪고 사라진 녀석이지. 활동지역은 산서 지방이 아닌 강남 이남. 마찬가지로 검사는 아니다. 그리고…….”
광휘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석가장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내였다.
“대장노릇을 하는 저자의 이름은 목가경. 앞서 말한 두 녀석을 쓰러뜨린 자가 그이고, 둘을 수하로 삼은 자지. 주된 일은 하오문 무리 사이에 숨어 십여 개의 흑도문파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일을 했었는데…… 오 년 동안 꽤 명성을 쌓았는가 보군. 무령살유(武靈殺儒)가 철검삼협으로 불리는 걸 보니.”
“무령살유!”
근처에 있는 몇몇 장로가 그 이름을 알아듣고 크게 외쳤다.
사파에 불명귀(不明鬼)란 자들이 있다.
음지에 숨어서 활동하기에 중원에서 존재를 파악할 수 없어 귀신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중에 무령살유가 있었다.
음지의 사자.
정체가 가려진 신비의 고수들로 불리는 그들이 아니던가.
일순 장내에 긴 침묵이 찾아왔다.
광휘의 설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호위무사들이 너무나 쉽게 쓰러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석가장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대체…….”
장원태는 소장주의 일행과 광휘를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석가장 석도명 역시 입을 쩌억 벌린 채 자신의 일행들과 광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어느 순간, 느긋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목가경이 입을 열었다.
“누구냐…… 대체 넌?”
그의 얼굴은 이미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광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장씨세가 호위무사.”
목가경의 매서운 시선이 광휘에게 쏘아졌다.
그를 바라보던 목가경의 눈빛은 강렬한 불꽃이 분출될 만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허나, 광휘는 덤덤하게 그의 시선을 받았다.
빠득.
이를 꽉 깨문 채 목가경은 소장주를 쳐다보았다.
소장주는 그런 목가경의 시선을 느꼈는지 직접 그를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허락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선 직접적인 실력 행사가 가장 발 빠른 대처였다.
목가경은 검자루를 잡았다. 그러고는 주위를 한번 슥 둘러보더니 미간을 찡그림과 동시에 외쳤다.
“쳐라!”
*
공야치와 산운벽이 자리를 박차고 도약했을 때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절검단과 두 명의 호위무사가 달려들었다.
산운벽 쪽에는 절검단이, 공야치에게는 곡전풍이 막아선 것이다.
목가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에도 그가 나설 일은 없었다. 그의 역할은 단지 소장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의 옆을 호위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세가에 가장 중요한 두 명의 인물.
장 가주와, 이공자만 제압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니까.
채채챙.
산운벽은 자신을 막아서는 절검단의 검을 쳐내며 앞으로 질주했다. 옆에서 보기엔 검을 일일이 막아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아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각법을 연마했던 자다.
그러기에 뛰어난 신법을 이용해 절검단의 검에 맞서는 대신 그 안을 파고들었다.
그것이 주효했다.
산운벽이 절검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다시 도약했을 땐 그와 장원태 간의 거리는 불과 한 장이었다.
“죽어…….”
삽시간에 검을 빼 든 산운벽은 장 가주 앞에서 성공을 확신했다.
검만 크게 뻗으면 목이 날아갈 거리까지 다가갔는데도 그에게 접근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산운벽이 검을 뻗으려는 순간, 그는 장 가주 앞에서 심각한 갈등을 느꼈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코끝을 간지럽히자 자신의 의지대로 손을 뻗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강한 경고였다.
그가 오랜 경험 끝에 얻은 감각이 그의 생명이 위험함을 알리고 있었다.
“허억!”
그는 본능에 따라 옆을 보았다. 거대한 대도(大刀)가 그의 지척까지 날아온 상태였다.
그는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대체 언제 이런 것이 다가왔는지 궁금증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
까강.
도와 부딪치는 순간, 육중한 무게가 그의 두 손을 타고 온몸으로 강렬하게 퍼졌다.
그는 생에 몇 번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압력을 두 손으로 버티다 옆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근처 벽에 부딪치며 바닥에 뒹구는 추태까지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산운벽은 자신이 바닥에 처박힌 것도 잊은 채 저 멀리 떨어져 나간 대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을 밀어낸 힘도 그랬지만 그 힘이 실린 도의 생김새는 기이할 정도였다.
칠 척의 장신도 다 가려질 만한 크기와 더불어 좌우로 비틀어진 도신.
거기다 칼자루 받침대는 아예 보이지 않았고, 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도신 옆 부분은 잘려나간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었다.
산운벽은 강호 이십여 년의 세월 동안 많은 병기를 보았지만 이처럼 특이한 도는 단연코 그로서도 처음 본 것이었다.
절검단이 그를 포위하는 사이, 산운벽이 도를 날린 상대를 찾으려할 때였다.
퍼퍽.
공야치가 바닥을 뒹굴었다. 일개 호위무사의 검에 넘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즈음에 산운벽은 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낯선 사내가 목가경의 어깨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
공야치와 산운벽이 도약하는 순간 광휘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 광휘를 보았다면 그가 그들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라 판단했겠지만 그것은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시야(視野)와 시각(視角)은 다르다.
인간은 실상 양쪽을 다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의 모든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시각은 없다.
하여 대개의 사람들은 광휘처럼 행동하지 않고 시선을 돌린다.
허나, 광휘는 지독한 수련과 실전을 겪은 몸이었다.
그는 두 방향으로 뛰어가는 공야치와 산운벽의 의도를 너무나 손쉽게 알아차렸다.
광휘는 등 뒤에 있는 도를 집어던지며 공야치를 주시했다. 그러고서 그를 제압하기 위해 나서려던 순간, 그는 멀리서 비호같은 움직임으로 날아오는 사내를 보았다.
‘묵객……?’
예상대로 그가 나타났다.
광휘는 즉각 공야치를 향해 달려 나가던 곡전풍의 등 뒤로 붙었다.
궁호권이란 무공의 특성 중 하나는 거리를 재는 공격이다.
하여 검법보다 도법에 약점을 보인다.
광휘는 곡전풍이 어떤 무공을 쓰는지 알진 못했지만, 그가 검을 쓰는 것으로 볼 때 광휘로선 그 부분을 보안해줘야겠다 느낀 것이다.
“다 죽여주마!”
죽일 기세로 달려가던 공야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장씨세가의 곡전풍은 좌우 방향으로 초식을 전개하려 손을 뻗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팔꿈치를 강하게 때렸다.
그로 인해 곡전풍은 생각해 놓은 초식을 하지 못한 채 단순히 정면으로 검을 쭉 뻗어버렸다.
“헉!”
검이 시선에서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던 공야치가 기겁을 했다.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상대가 온몸을 던져가며 검을 뻗어오자 망쳐버린 것이다.
그는 뒷걸음치다 발이 꼬여버렸고 졸지에 바닥을 뒹굴고 말았다.
“아!”
공야치가 넘어지자 이공자와 장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곡전풍이란 자가 그를 막아선 것이다.
아니, 단순히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일검에 상대를 바닥에 주저앉히기까지 했다.
‘저 녀석…….’
허나, 곡전풍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곧바로 합세하려고 일어난 능자진이 놀란 눈으로 광휘에게 시선을 돌린 것이다.
분명 보았다.
곡전풍의 거리가 조금 짧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야치의 움직임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장면을.
광휘가 곡전풍의 팔꿈치를 밀어냄으로써 공야치를 단번에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그와 동시였다.
“넣어 두게. 목숨이 아깝다면.”
앞쪽에서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
좌우로 분산된 시선이 다시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목가경의 어깨를 잡고 있는 낯선 사내에게로 집중된 것이다.
지나치리만치 밝은 미소.
그는 남성미가 넘치는, 보기 드문 미공자였다.
‘언제…….’
목가경의 낯빛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낯선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만큼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마음만 먹었다면 그가 목가경을 죽일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상상도 못 할 고수…….’
충격을 받은 목가경이 멍한 눈으로 사내의 움직임을 뒤따라갈 때였다.
그는 어느새 장원태 앞에 당도해 있었다.
“진즉에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하는 건데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누구십니까?”
포권하는 사내를 보며 장원태는 말했다.
중요한 순간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당당한 그의 행동이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승룡이라 합니다.”
사내는 더없이 정중한 자세로 답했다.
“승룡?”
장원태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낯익은 이름이었다. 듣는 순간 곧바로 한 인물이 생각난 것이다.
“명호가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풍운도귀라 합니다.”
“풍운도귀…….”
장원태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이내 헛웃음을 내뱉었다.
“험험. 재밌구려. 풍문으로만 알고 있는 명호와 같은 사람이 있다니.”
“그 사람이 맞을 겁니다.”
“…….”
“제가 칠객 중 한 명인 묵객이니까요.”
영내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시선들이 웅성거림과 함께 그를 향하고 있었다.
장원태는 눈을 몇 번이고 껌뻑이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검을 잡는 순간부터 듣게 되는 칠객의 이름, 그중 하나인 묵객. 그가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맞아요. 그가 묵객이에요. 그의 등 뒤에 있는 것이 단월도예요.”
그때 장련이 한 곳을 가리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의 등 뒤로 쏠렸다.
초승달처럼 굽은 칼.
한쪽으로 예리하게 제련된 칼날.
다시금 장원태의 시선이 늠름한 자세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내에게로 향했다.
그는 밝은 미소로 웃고 있었다.
“배, 배, 백대고수?”
장원태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 붙여준 것일 뿐입니다.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워낙 많으니 백대고수란 말도 신빙성이 없지요.”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 것이다.
“묵객!”
“정녕 묵객인가!”
“묵객이 어떻게 장씨세가를!”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충격이 장내를 휘감았다.
모두 흥분한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백대고수.
이 한 단어만으로도 그가 어떠한 자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자가 이곳에 방문했다는 것과 장씨세가를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뒤쪽에서 조용히 도(刀)를 회수하는 광휘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심지어 도에 맞은 산운벽조차 묵객의 등장으로 인해 광휘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허나, 한 사람만은 달랐다.
광휘가 곡전풍의 팔꿈치를 가격한 순간부터 그를 주시하던 능자진이란 사내였다.
*
“장 가주님.”
석도명이 일어서며 외치자 장내의 시선이 하나둘 그에게로 이동했다.
묵객에게 집중된 관심이 그제야 옮겨진 것이다.
“저희는 할 말을 다 전한 것 같으니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손님도 오신 것 같기도 하고…….”
석도명은 다급한 듯 급히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슬금슬금 걸어가 목가경 옆에 선 공야치와 산운벽과 함께 대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네 이놈! 어딜 그냥 가려고 하느냐!”
그때 장우 노인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절검단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묵객의 가세로 인해 이전과 달리 기세등등해진 그였다.
“숙부님. 그냥 보내주시오.”
그 순간, 뜻밖에도 가주 장원태가 그들을 저지했다.
“가주! 저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보내주자는 것입니다.”
“장 가주.”
장우가 반발했지만 장원태의 표정은 확고했다.
“저 역시 지금 저들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허나, 그리하게 되면 오늘부터 석가장은 사신으로 온 소장주를 처단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고, 그들에게 전면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명분도 주게 됩니다.”
“…….”
“다들 아시겠지만 석가장은 우리보다 월등한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명분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저들에게 먹이를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면전은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이 하나 없습니다. 더구나 저자가 석가장주도 아니지 않습니까.”
장우는 반박하지 못했다.
이제껏 장씨세가가 석가장과 긴 싸움을 끌어올 수 있었던 까닭은, 사실 자신들이 잘 싸워왔다기보다 상대가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쓴 탓이 더 컸다.
그간 석가장은 야비한 수를 쓴다고 해도 눈에 드러나지 않게 했고, 잔혹한 술수 역시 쓰긴 하되 크게 알려지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기에는 명분이나 대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헌데 여기서 이들을 죽이게 되면 장씨세가가 유일하게 선점하던 명분을 포기하고, 석가장에 오히려 이를 얹어주는 것이 된다. 소장주의 복수라고 하는 절대적인 명분이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보내줘라.”
안타까운 결단이긴 하지만 장원태는 도망치는 그들의 행동을 용인해주었다.
승리를 얻는 것은 좋으나,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
철컥! 차라락!
무장한 절검단이 곧 그들의 앞을 비켜섰고 소장주와 그 일행은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다.
“귀하가 정말 묵객이시오?”
소장주 일행이 시야에서 사라진 모습을 확인한 장원태는 물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거듭 말했다.
“이리 뵙게 되어 정말 반갑소.”
그 말을 끝으로 소장주가 나가자마자 장내 사람들은 묵객에게 몰려들었다. 사람들에겐 그의 존재가 놀라움을 넘어 신비하게 다가온 듯했다.
“장 소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던 묵객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장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금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일전에 그녀의 소개로 왔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응?’
손을 흔들던 그는 문득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있어야 할 사내, 조금 전까지 있었던 사내가 묵객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계속 장련 쪽을 신경 쓰고 있었던 그다.
소장주가 나간 뒤에도 분명 그 사내는 장련의 옆에 있었다.
헌데 그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묵객은 보지 못했다.
이렇게 계속 그가 주시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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