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48
48. 허나, 이제는 알게 될 것이다.2015.04.17.
군영 안에서는 식사가 한창이었다.
사람들 얼굴엔 근심이 사라져 있었고 웃음꽃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장씨세가 사람들 사이에 지부 대인의 보좌관인 정6품 통판(通判)도 함께 앉으며 자리를 빛냈다.
통판은 지부 대인의 보좌관 중 한 명으로 지방의 현령보다 한 단계 높은 지위를 누리는 자였다.
“장씨세가는 요즘 어떻소? 석가장과 마찰이 있다는 소문이 자주 들려오던데 말이오.”
통판, 정유승(正柳昇)의 말에 일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것 때문에 요즘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이 무력으로 자주 도발을 해와서요.”
“어허. 그러면 쓰나. 대명천지에 엄연히 국법이 살아 있거늘 어찌 무력으로 도발을 한단 말이오.”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여나 그들이 규율을 어긴 행위를 할 시에 관에서도 조금 부탁드립니다.”
“뭐. 정해진 법도를 어긴다면 언제든 개입을 할 생각이오. 예컨대, 화기(火器)라든가. 큰 규모의 소란이라던가 하는 경우에는. 허나 소소한 일에는 관이 나서기가 어렵소이다. 무림인들 또한 그건 원치 않는 일 아니오?”
“그건 그렇습니다. 허허.”
일 장로는 맞장구를 치며 음식을 먹었다.
통판의 말처럼, 강호인의 입장에서는 관이 지금처럼 나서주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 장씨세가는 관이든 고양이든 누구의 손이든 빌리고 싶은 처지였다.
한편, 상좌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담대경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저…… 어르신.”
그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장련과 장웅이 다가와 있었다.
“오…… 식사는 하셨소?”
“과한 대접을 해 주셔서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군영의 음식이라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리 말해주시니 고맙소. 헌데, 내게 무슨 볼일이 있소?”
“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오.”
“듣는 귀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장련이 눈을 가늘게 뜨자 그는 의도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음. 안으로 듭시다.”
담대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 벽이 두꺼운 방으로 장웅과 장련을 안내했다.
“그래, 무슨 일이요?”
담대경은 술잔을 든 여유로운 자세로 물었다.
“대인. 외람되지만 혹시 관병들을 차우객잔에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군병을? 왜?”
담대경의 눈에 의문의 빛이 맺혔다.
“오는 중에 조금 이상한 얘길 들어서 말입니다. 석가장이 우리 본가를 압박하기 위해 이 근처를 배회한다는 소문을요.”
장련의 말은 거짓이었다.
혹시나 모를 차우객잔의 안위를 위해 모험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석가장이 본대를 움직여 장씨세가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담대경이 눈살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장웅이 입을 열었다.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담 공자님이 거기 계시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석가장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리 있겠소?”
담대경은 회의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장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석가장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본가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습니다. 우리가 지부 대인에 의탁하러 온 것도 사실 그들이 본가를 향해 지극히 위험한 짓을 할 것 같다는 첩보가 있어서입니다.”
“위험한 짓? 어떤 짓 말이오?”
“이를 테면…… 본가가 뒤를 봐주고 있는 차우객잔 같은 곳을 무력으로 강탈할 수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장웅은 다소 과감하게 부풀려 말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대비는 필요했다.
나중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질책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깎인 체면을 적당히 보상하면 된다.
지금은 지부 대인의 군병을 지원받는 것이 급했다.
장련과 장웅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릴 때였다.
담대경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련 소저와 장 공자가 그리 말한다면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그리해 봅시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장련과 장웅이 허리를 숙였다.
담대경은 그런 그들을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봤다.
“여봐라.”
담대경이 누군가를 부르려 방문을 나갈 때였다.
저 멀리서 갑주로 온몸을 두른 병사 한 명이 그를 향해 다급히 달려왔다.
장웅과 장련이 그곳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무어냐?”
담대경이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병사는 장웅과 장련을 한 번 슥 쳐다보다가 담대경의 귓가로 뭔가 속삭였다.
얘기를 듣던 담대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 병사가 물러섰을 때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
“영내에 머물러 있는 대장(大長) 둘을 불러 당장 파견해라.”
“옙.”
그 말에 병사가 군례를 하고 물러났다.
“송구하지만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다급히 돌아가는 상황에 장련이 조심히 물었다.
빠드득!
담대경이 격분한 얼굴로 이를 갈며 수염을 떨었다.
“소저와 공자의 말이 맞았던 것 같소.”
“예?”
“차우객잔에…….”
담대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극히 흉악한 적도들이 출몰했다 하오.”
“……!”
*
“너 이 새끼? 너 누구야?”
꼽실한 머리를 한 사내가 경계의 빛을 띠며 광휘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절강 같은 외지에서나 볼 수 있는 외검(外劍) 한 자루가 쥐여 있었다.
그는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상대를 처리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최대한 잔인하게.’
그를 지켜보던 광휘의 생각이었다.
적들의 숫자가 많다.
거기다 한곳이 아닌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는 어설프게 나서면 더 위험하다.
자칫 잘못 행동할 시, 사람들이 모두 인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휘는 이런 상황을 수없이 겪어왔다.
그리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바로 잔인하게 죽이는 것.
모든 눈과 귀를 잡아끄는 잔인함이야말로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이 새끼가 어르신이 말씀하시면!”
패애액!
방심을 유도할 요량이었는지 말을 끌던 사내가 광휘를 향해 곧바로 검을 찔러댔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다들 광휘가 죽을 거라 봤다.
그의 검이 광휘의 목 지척에 다가가기까지 어떠한 반응도 없었기 때문이다.
쏴악.
허나, 곧 그 생각은 산산이 깨졌다.
상대의 검이 거의 목에 닿은 지점에서 시작한 광휘의 검은 그보다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촤악!
“아아악!”
그가 남은 손목이 잘려나가자 괴성을 질러댔다.
허나, 소리는 극히 짧았다.
광휘가 그의 목젖을 빠르게 조여 버린 것이다.
“소리 지르지 마라.”
“읍…… 읍!”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촤악.
광휘는 괴구검을 위로 세웠다.
그러자 기형검은 갈고리처럼 사내의 가슴을 겨냥하는 형태로 변했다.
광휘는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콱! 콱! 콱! 콱! 콱!
“읍읍읍!! 으으으그읍!”
바람 꺼지는 소리와 함께 칼이 지나간 곳마다 피가 터져 나왔다.
무려 스무 번이나 찌른 광휘는 그의 목이 아닌 머리채를 잡아 들고는 다시금 칼을 사용했다.
콱! 콱! 콱! 콱! 콱!
“아아아악-!”
목이 자유로워진 사내가 괴성을 질러댔다.
그럼에도 광휘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상대의 심장만을 피해 끊임없이, 매섭게 찍어댔다.
뚝뚝뚝.
잠시 뒤 거의 흰자위만 보이고 사내의 몸은 축 늘어졌다.
그제야 광휘가 동작을 멈췄다.
“이…… 이제…… 그만…….”
흐느끼는 목소리가 섬뜩하게 객잔 안에 울렸다.
거의 애원하는 정도의 목소리였다.
광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그래?”
“…….”
“난 이제 시작인데?”
쿠욱. 콱!
이번엔 심장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시커먼 피가 줄줄 흘러 나왔다.
축축해진 바지와 함께 그의 몸에 있던 모든 힘이 빠졌다.
그 순간.
촤악! 촤악! 촤악!
광휘가 칼을 네 방향으로 그었다.
그러자 떠 있던 두 다리와 버둥거리던 두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사지가 분시(分屍)된 채 광휘의 손에 머리와 몸뚱이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촤악!
마지막으로 광휘가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종국에 그는 모든 신체를 잃어버렸다.
난자당한 시체.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손속.
그가 지켜보던 사내들의 얼굴이 시꺼멓게 변해버렸다.
“퉷.”
광휘는 피로 범벅된 눈가를 슥 닦은 뒤 침을 뱉고는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덤벼.”
“…….”
“한 명은 시시하잖아?”
“쳐!”
엽살혼이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파파파파팟.
그의 외침과 함께 중앙에 있던 사내들이 일거에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광휘의 눈가엔 객잔 안의 정보가 빠르게 투영되어갔다.
객잔 길이 삼십 장
좌우 폭 십삼 장.
이층 높이까지 사 장.
천장 도리까지 십 장.
직선 방향의 적의 숫자 여섯.
사선 방향, 다섯.
가늠할 수 없는 동선의 숫자 열.
그러곤 뒤이어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일격필살.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첫 상대만큼은 한 번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의 주도권을 자신 쪽으로 가져올 수 없다.”
가장 앞선 사내의 거리가 일 장 내로 좁혀지는 순간 광휘가 움직였다.
빗살처럼 파고든 광휘는 눈앞의 사내의 목을 삽시간에 날려버렸다.
꽉.
연이어 광휘는 목을 베어낸 시체의 옷깃을 잡았다.
그런 다음 주위를 훑으며 사방으로 달려오는 적의 숫자를 가늠했다.
“적을 이용해라.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더라도 열 명이 넘는 숫자를 동시에 상대하긴 힘들다. 그럴 경우 적을 이용해 적들을 교란시켜라.”
그들이 지척까지 당도한 순간.
광휘는 목이 날아간 자의 어깨를 잡고는 재빠르게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슈슈슈슉.
적들의 칼이 광휘의 신형을 놓치며 주검으로 변한 동료의 몸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그 찰나, 광휘가 손을 놓으며 앞의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체의 몸속에 박힌 칼을 회수할 때 주춤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 호흡보다 더 짧은 사이.
광휘는 눈앞에 있는 적 두 명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냈다.
바박. 바바박.
그제야 시체에서 검을 빼낸 사내들이 뒤쪽에서 검을 치켜들었고 뒤늦게 합류한 사내들과 광휘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위치 선점이다. 눈앞의 적보다는 등 뒤에 있는 적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적의 동선에 따라 위치를 바꿔 싸움의 유리함을 가져올 수 있다.”
땅을 다시 밟은 광휘는 몸을 횡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뒤쪽에서 광휘를 향해 뛰어오던 사내들의 움직임도 함께 변화했다.
쇅! 쇅! 쇅!
방향을 꺾던 광휘가 다시 사내들 품속으로 뛰어가 삽시간에 세 명을 다시 베어 냈다.
휘릭! 피릭. 패액!
그 후, 다시 종으로 움직였고 재차 광휘의 신형을 쫓던 사내들의 목도 섬광을 뿜어내며 베어졌다.
“지형지물을 이용해라. 눈에 보이는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무기다. 여기까지 체득한다면 적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알겠나! 살수 암살단 조장들!”
촤악.
눈앞에 달려든 사내를 또다시 벤 뒤 광휘는 도약하며 이층 난간을 밟고 재차 도약했다.
그러고는 서까래를 받치고 있는 도리 세 개를 베어냈다.
투투투퉁.
이등분된 도리가 일렬로 떨어졌다.
광휘를 따라 올라오던 사내들이 좌우로 피했다.
그사이 밑으로 내려간 광휘가 네 명의 목을 삽시간에 베어냈다.
촤악. 섹 쇄액 촤악.
열넷.
삽시간에 사라진 적들의 숫자였다.
조금 전까지 이 안을 공포로 물들이던 사내들 대부분이 광휘의 칼에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
담경은 입을 벌린 채 낯선 사내의 움직임을 보며 한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눈부시다.
거침없이 파고드는 검술.
때에 따른 정확한 방향 전환.
물 흐르듯 전개되는 싸움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신기에 가까웠다.
민첩함과 결단력, 상상을 초월하는 반응속도는 생애 처음 경험해 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대체…… 저자는…….”
담경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우리 호위무사님이에요.”
“뭐?”
담경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조금 전 사내들 손에 잡혀갔던 소년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위무사?”
그의 물음에 소년의 부인이 답했다.
“네. 공자님. 본가의 호위무사랍니다.”
“호위무사가 왜 여길…….”
담경은 의문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저런 자가 어떻게 호위무사밖에 되지 않느냐는 그런 의미였다.
“호위무사는 말이에요. 사람을 지켜주는 사람들이에요. 존재를 감추지만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 때 나타나는 사람이요.”
그때 다시 자양이 대답했다.
소년은 담경이 호위무사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담경은 고개를 돌렸다.
광휘는 접근하는 적들 거의 대부분을 베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저게 호위무사라고……?”
그는 읊조렸다.
눈앞에 각인된 그는 어떤 누구보다 대단하고 커 보였다.
*
“잠시 있어보게.”
적우자가 어깨를 움직이려 하자 엽살혼이 잡았다.
그는 고개를 젓고는 턱짓으로 광휘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광휘가 잠시 손을 멈출 때였다.
그를 향해 이번엔 세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구씨 형제.
살업으로 명성을 쌓은 흑도의 인물.
강호에 악업으로 이름을 떨치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증명할 수 있었다.
스윽.
광휘는 맨바닥을 보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의도를 포착한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 장.
오 척.
삼 척.
점점 좁혀 들어오던 그들이 발을 멈췄다.
그리고 호흡만 들릴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해지던 때였다.
타탓.
광휘가 공중으로 도약을 했다.
그 순간 구씨 형제는 기다렸다는 듯 광휘와 같이 도약했다.
쇄애애액.
광휘가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괴구검을 횡으로 그었다.
캉!
첫 수는 구자가 막았다.
캉!
이어진 검은 구귀가 막았다.
캉!
마지막 회전을 실은 검도 구귀가 막아냈다.
그러던 그때.
번쩍.
그들이 반격을 하기 위해 재차 검을 세우던 순간에 광휘는 다시 한 번 회전했다.
그러곤 이제껏 비교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검을 휘둘렀다.
창졸간 빛이 어른거림과 함께 근처에 있던 두 명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구괴는 가까스로 검을 막았지만 재차 이어진 광휘의 검에 신형이 흔들렸다.
캉! 캉! 푹.
구괴는 다리로 찔러 들어오는 검을 막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타탓.
지면을 밟은 광휘가 그를 향해 즉각 짓쳐들어왔다.
어느새 갈고리처럼 검을 세운 광휘는 그의 가슴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콱! 콱! 콱! 콱! 콱!
가슴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구괴는 웅얼거리며 계속 밀려났다.
콱! 콱! 콱! 콱! 콱!
미친 듯이 찔리던 그는 어느새 벽에 붙어 있었다.
광휘가 고개를 들었다.
“고통스럽나?”
“개…… 개…… 개…….”
“다행이군. 내가 원한 게 그거니까.”
패애애액.
광휘는 그의 목을 사선으로 그었다.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잘려나간 목 위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피가 광휘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저 씹새가! 당장 죽여버려……”
“흥분하지 마! 살혼!”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어?”
“아직도 모르겠어? 저자는!”
흥분하는 엽살혼을 붙잡고 적우자가 외쳤다.
“묵객보다 더 강하다!”
“아…… 제기랄!”
적우자의 외침에 엽살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도 분명히 보았다.
조금 전 싸움이 결코 우연히 아님을.
일부러 검을 부딪치게 하여 잠시 주춤하던 구씨 형제들을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죽여 버린 검술을.
불가능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동작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공중에 뜬 상태에서 한 번 몸을 돌려 검에 부딪치고 나면 아무리 몸에 탄력이 살아 있어도 자세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헌데, 그는 그것을 극복했다.
그것도 처음보다 몇 배나 빠른 움직임으로 구씨 형제들을 상대한 것이다.
디딜 바닥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스으으으으-
객잔 안에는 공허한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균열이었다.
엽살혼과 적우자를 제외한 모두가 죽는 순간 그것이 생긴 것이다.
철컥.
철컥.
적우자는 천천히 광휘에게 신중히 접근했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두 사내의 얼굴이 흙빛처럼 굳은 것이다.
뚝뚝뚝.
검신에 맺혀 있는 피를 광휘가 잠시 바라봤다.
그러고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항상 최고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천천히 접근해 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광휘는 여전히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채 말을 이어갔다.
“자신들의 칼에 맥없이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감도 쌓였을 테고. 그러다 보니 세상이 너희 중심으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도 했을 것이다.”
엽살혼과 적우자가 동작을 멈췄다.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이 정도 거리가 눈앞의 사내를 상대하기에 최적의 거리임을.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내가 알려줄 테니까. 얼마나 너희들이 하찮은 존재였는지. 얼마나…….”
광휘가 검을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핏물을 머금은 괴구검을 움직이자 작은 비음(悲音)이 흘러나왔다.
“가소로운 놈들이었는지.”
파팟!
그 순간 적우자와 엽살혼은 광휘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광휘의 신형도 그때쯤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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