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52
52. 자신은 장씨세가 호위무사라고 했습니다.2015.05.01.
“시간이 됐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비연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말에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서로 곁눈질을 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들에게 명을 하는 자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움직이는 겁니까?”
대장로 석원이었다.
그는 석가장을 대표하여 비연 단주와 함께 행동을 같이하기로 한 자였다.
“예. 지금쯤이면 소위건이 차우객잔 안에 들어간 지도 반 각 정도가 됐을 겁니다.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거나, 승부가 난 상태겠지요.”
비연은 다른 흑도 무리와 달리 소위건과는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가 사람을 시켜 연통을 보내왔고 지금 통보를 해왔다.
바로 오십 장 떨어진 가장 높은 노송에 흩날리는 긴 천이 그것이었다.
“움직인다!”
비연의 말에 석원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러자 석가장 고수들이 무언의 눈짓을 하며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들 중 외부 영입 고수들은 없었다.
관에서 개입했을 때 외부 사람들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비연이 앞서 움직이고 석원이 그 옆을 지키며 석가장의 고수들은 그렇게 발을 움직였다.
“잠깐만요.”
스무 걸음쯤 걸었을 때였을까.
비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말에 석가장 사람들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오?”
그사이 대장로 석원이 그녀를 향해 다가와 물었다.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누가 말이오?”
옆을 돌아보던 석원의 눈이 점차 커졌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멀리서 흐릿한 인영 하나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소위건?”
사내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비연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옆에 있던 석원도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삼 장 앞으로 다가올 때 비연이 말을 건넸다.
하지만 소위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늘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거리가 일 장으로 좁혔을 때였다.
“네년…….”
파파팟.
삽시간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비연 등 뒤에 존재를 숨기고 있던 흑선이 움직였다.
철컥.
흑선이 칼자루를 잡으며 비연의 옆으로 달려오자 소위건이 방향을 바꿨다.
이미 예상을 한 듯했다.
소위건이 흑선에게로 방향을 바꿔 쇄도한 것을 보면 말이다.
탁.
소위건은 그녀의 손목을 내리쳤다.
스릉. 턱!
그러자 흑선이 빼내려던 칼은 반쯤 뽑히다 검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파팟.
흑선도 가만있지 않았다.
소위건이 검집을 밀어 넣는 사이 왼손을 이용해 곧장 반격을 가했던 것이다.
팍.
허나, 소위건은 팔목으로 흑선의 공격을 손쉽게 막았다.
그러고는 구분 동작 없이 등으로 그녀를 밀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비연에게로 달려갔다.
휘릭.
뒤로 밀려나던 흑선이 원심력을 이용하며 몸을 돌렸다.
몸을 빼낸 흑선은 소위건의 목을 겨냥해 검을 찔렀다.
이이이잉.
흑선의 검이 소위건의 목에 닿을 듯 흔들렸다.
소위건의 손은 비연의 목이 아닌 옷깃을 낚아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연은 소위건의 손에 잡힌 채 당황한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왜 날 속였나?”
비연은 놀란 얼굴로 대답하지 않았다.
소위건은 더욱 거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분명 묵객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날 속인 건가?”
“무슨 소리인지…….”
“다시 한 번 헛소리하면 죽여버리겠다! 네년 목을 부러뜨리는 건, 내게 아주 쉬운 일이야.”
비연은 그에게서 표독하게 변한 눈초리를 읽으며 고민했다.
강한 살기가 온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흑선의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는 와중인데도 그는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는 어떤 자였나요?”
결국 그녀는 은연중에 내심을 털어놓았다.
소위건이 한동안 그녀를 응시하다가 옷깃을 놓았다.
“운이 좋은 줄 알거라. 보아하니 알고 한 짓이 아닌 듯해서 살려주는 거니까.”
말과는 달리 소위건의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했다.
“하지만 돈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엽살혼과 적우자의 것을 포함한 온전한 성공 보수까지. 그렇지 않으면 이 일과 관련된 네놈뿐만 아니라 석가장 모두를 죽여버릴 것이다.”
소위건의 말이 비연 단주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 푼돈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상대하지도 못했던 건가요?”
“뭐?”
“당신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미친년.”
소위건의 말에 흑선은 검을 언제든 찌를 수 있다는 듯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상대를 봐가면서 일을 시켜라.”
“네?”
비연 단주는 이 말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됐고.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돈은?”
소위건은 거기서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드리지요.”
비연 단주는 즉각 대답했다.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든 말든, 소위건이 왜 이제 와서 물러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당장 소위건이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나마 판단은 빠르군. 좋아. 일이 깔끔히 처리된다면 나도 좋지. 그런 의미로 친절하게 조언 하나 하마.”
그는 조금 기분이 풀어진 듯 차갑게 냉소하며 턱을 들었다.
“차우객잔에 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살고 싶으면 이 일에서 손을 떼란 말이다. 나도 이 바닥을 뜰 테니까.”
비연은 소위건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바닥을 뜬다고?
“이번 일은 물론이고 앞으로 하북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거다. 제기랄. 아니면 아예 손을 씻든가 해야지.”
“왜…….”
“다시는 그 괴물과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소위건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더는 미련 없는 듯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석가장 무사들이 좌우로 흩어지며 길을 내주었다.
“이제 어찌하오?”
석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비연에게 다가왔다.
소위건이 파헤치고 간 여운은 깊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전의가 가득하던 무리들은, 지금 의구심 어린 시선과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그녀는 고심했다.
소위건이 저리 나오는 것을 보니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대로 간다고 하면…….
이길 수 없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두 석가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제 와서…… 하아. 알겠소.”
대화 내용을 모두 들은 석원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에게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는 힘이 쭈욱 빠졌다.
소위건의 돌발 행동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
‘신비 고수. 그가 결국 나섰어. 헌데…….’
그녀의 수심은 깊어졌다.
‘혈혼삼인 중 일 인인 저 소위건을 저리 꼬리를 말게 만들 정도라면 대체 누구라는 거지?’
그렇게 그녀는 소위건의 행동에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회군했다.
*
장련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방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진정하자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지만 표정은 쉽게 밝아지지 못했다.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며 장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급히 다가가 물었다.
“어찌 되었어요?”
“그것이…….”
장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머뭇거렸다.
그러다 장련과 눈빛이 마주친 뒤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사파 중에서 흑도 고수들이라 하더구나.”
“흑도의 누구죠?”
“…….”
“얘기해줘요.”
장웅은 또다시 머뭇거렸다.
이름 면면이 너무나 화려했다. 차마 입을 열기가 힘들 정도로.
“됐어요. 제가 직접 물어볼게요.”
장련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몇 걸음 걷는 순간 장웅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이십여 명의 사파 사내들이 몰려갔다더구나. 그중 가장 위험한 인물로 세 명이 거론되었다. 바로 엽살혼과 적우자, 그리고 소위건이다.”
“……예? 뭐라구요?”
뭔가 되짚는 듯 시선을 내리던 장련이 눈을 부릅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이름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오라버니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장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엽살혼, 적우자.
잔인하게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을 즐기는 악인들이었다.
그중 적우자는 여인들을 간살(姦殺)하고 시체의 피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공이 너무 뛰어나 그들을 제어할 무림인이 거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 소위건.
귀수마혼의 별호로 알려진, 명실공히 사파를 대표하는 절정고수.
살행(殺行)을 걷는 자로 그의 손에 죽은 자들이 차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그런 소문의 사내였다.
“어떡해…… 어떡해…….”
그녀는 너무나 충격을 먹은 탓인지 곧장 말을 내뱉지 않고 흐느꼈다.
“너무 떨지 말거라.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이건 아니잖아요!”
장련은 장웅을 보며 외쳤다.
“이건……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귀수마혼이 왜 거길 가 있는 거냐구요! 거기에 지금 누가 있는데요!”
장련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쉽게 조절하지 못했다.
대화 도중 손을 떠는 그녀의 행위에서도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제발요, 오라버니…… 흑흑. 흑흑흑!”
장련은 결국 말을 하다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아는 것이다.
그들이 객잔에 갔다면 장씨세가 사람들이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장웅은 울먹이는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거렸다.
자신도 괴로웠다.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한 스스로에게 원망이 들 정도로.
“오라버니.”
한참을 흐느끼던 장련이 벌떡 일어났다.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그녀는 장웅을 보며 말했다.
“저도 가겠어요.”
“련아!”
장웅이 그녀를 다그치듯 말하며 손을 재차 붙잡았다.
하지만 장련은 이미 결심이 선 표정이었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석가장의 전략을 읽지 못하고 장씨세가 사람들을 차우객잔으로 가게 했어요.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고 말이에요.”
“진정해라, 련아!”
“한 명도 죽지 않기 위해, 한 사람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전략을 짰던 건데…… 애초에 내가 전략을 짜면 안 됐어. 결과적으로 나 때문에 모두 다 죽게 생겼어…… 나 때문에…….”
“쉽게 단언하지 마라! 죽지 않을 수도 있다!”
장련이 잠시 서성였다. 그러다 이내 눈을 글썽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살아요. 상대는 귀수마혼이에요! 어떻게 살아요.”
장련이 손을 강하게 뿌리치려고 했다.
그 순간 장웅이 고함쳤다.
“련아! 우리에겐 광 호위가 있다!”
멈칫.
장련의 동작이 멈췄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장웅을 바라보았다.
장웅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광 호위가 그곳에 있다. 황 노인과 같이 있었으니 분명 그도 거기 있을 것이야. 그럼 살 수 있다. 모두 살 수 있어! 상대가 소위건이든 그 누구든 말이다!”
장련이 한참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허탈하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 오라버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광 호위가 있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그게 지금 무슨 소용이냐구요.”
“광 호위니까. 광 호위니까 가능한 것이야.”
장련이 애처롭게 목소리를 높였다.
“제발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지 마세요! 그가 아무리 대단해도 모두를 구해낼 수 없다구요! 제발 이 손 좀 놔 주세요!”
“그는! 나를! 구했던 자다!”
장웅은 장련의 팔을 더욱 강하게 잡으며 방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듯 외쳤다.
장련의 표정이 잠시 경직되었다.
그러다 장웅에게로 시선이 고정되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구해주었다. 그가 나를 구해주고 모르는 척 숨긴 것이다. 묵객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그가 알리기 위해 나에게 모두 털어놓았지만 내가 묵객을 설득해 사실을 숨긴 것이야.”
“거짓말…….”
“생각해 보거라. 단순한 실력자가 장로들이 데리고 온 호위무사를 꺾고, 삼절 중 한 분을 일 초에 꺾겠느냐. 그가 있을 때면 왜 항상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겠느냐.”
“그땐 우연이라고 했어요. 삼절을 꺾은 것도 묵객에게 조언을 받아서…….”
“조언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더냐! 그런 뛰어난 고수들 싸움에서!”
“…….”
“너는 왜 모르느냐.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너는 바보같이 아직까지도 그토록 모르고 있느냐!”
“…….”
장웅의 말에 장련은 멍하니 바라만 봤다.
과거의 기억 속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의 편린들.
미심쩍은 것들이 하나둘씩 얽혀 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를 본다면 이 말 한마디도 꼭 전해주시오.”
“무슨 말요?”
“앞으로는 자랑할 일이 많아질 거라고.”
호위무사 세 명을 쓰러뜨리고 남겼던 그의 말.
“형장은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소?”
“할 수 있소.”
이 공자가 납치됐다는 그날, 묵객와 나눴던 대화.
“자랑할 일이 또 생길 것 같으니까.”
삼절을 일 초에 쓰러뜨릴 때 넘쳤던 그의 자신감.
그리고…….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야.”
장웅이 한정당에서 했던 광 호위에 대한 단정.
“설마요…….”
장련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눈빛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맞을 게다. 광 호위는 실력을 숨기고 있다. 그것도 정말 뛰어난 실력을. 아마 묵객에게도 뒤지지 않을 게야.”
“아…….”
장련은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북받쳐 올랐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에요…….”
한참을 생각하던 장련이 입을 열었다.
“그가 구하지 못하면요?”
“그가 하지 못하면…….”
장웅이 확신에 찬 얼굴로 장련을 보며 말했다.
“장씨세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이겠지.”
드르르륵.
그때였다.
일 장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주께서 모두 나오시랍니다.”
*
군영의 임시 막사 안에는 장씨세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 차려진 단상 위에는 지부 대인 담대경이 어두운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엽살혼과 적우자, 그리고 소위건.
강호의 악독한 흑도로 그 실력이 워낙 막강하여 영내에 머무는 백호장들도 싸우길 꺼려한다고 했다.
특히 소위건이란 자는 천 명의 군사를 부리는 천호장 이육사(李陸査)도 승부를 점칠 수 없다고 말하였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았는가.
그 때문인지 소식이 들려온 뒤 이 단상 위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버님. 무슨 소식이 있습니까?”
장련과 함께 밖으로 나온 장웅이 장원태를 향해 급히 물었다.
“백호장이란 사람이 왔다더구나.”
“그들은 조금 전 출발하지 않았습니까?”
“자세한 건 나도 들어봐야 알 것 같구나.”
단상 안에선 갑옷의 병사들이 주둔해 있었다.
잠시 뒤 장창을 든 병사들과 함께 나타난 중년인 한 명이 지부 대인 앞으로 다가가 갑주(甲胄)를 겨드랑이에 끼고는 무릎을 꿇었다.
장씨세가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
“왜 벌써 왔느냐?”
담대경이 어두운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차우객잔으로 가던 도중 담 공자님을 만났습니다. 하여 발길을 돌려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담경이? 무탈하더냐?”
“상처는 입었지만 괜찮아보였습니다, 대인.”
지부 대인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어서 데리고 오거라.”
“옙.”
백부장이 물러나고 잠시 뒤,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손과 가슴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그가 바로 담경이었다.
담대경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담경은 의외로 덤덤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가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어찌 된 일이냐? 흉악한 적도들이 침입했다면서?”
담대경이 재촉하듯 물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무슨 말이냐? 상세히 말해 보거라.”
“예.”
담경이 장씨세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녁 즈음에 차우객잔에 흑도 고수 수십이 들이닥쳤습니다. 놈들은 들어오는 순간 아무 관련 없는 양민들을 무참히 도륙했고 객잔에 있는 사람들을 겁박했습니다.”
담경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객잔에서 희생된 이들은 대부분이 장씨세가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그들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반 각 내, 한 사람씩 끄집어내 죽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리했습니다. 또한, 내민 제안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맘에 안 들면 죽이고 반항하면 죽이고, 그렇게 그들 기분에 따라 한 명씩 죽어나갔지요.”
또다시 웅성거렸다.
대부분 그들의 잔혹성에 대한 울분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한 가지였습니다. 장씨세가 고수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들은 석가장에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놈들…….”
듣고 있던 장원태가 온몸을 떨어댔다.
너무나 화가 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다.
“해서 어찌 되었습니까? 본가의 사람들은 모두 죽은 겁니까?”
한 노인이 소리쳐 물었다.
그 말에 담경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제법 죽긴 하였지만 대부분은 살았습니다. 때마침 한 사내가 나타나 우릴 구해줬기 때문입니다.”
“아!”
“아아아!”
그 순간 환희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다들 얼굴이 밝아졌다.
“공자. 그가 누구입니까?”
지켜보던 삼 장로가 목청껏 외쳤다.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스스로 밝히기는.”
그는 질문한 삼 장로를 향해 말을 이었다.
“자신은 장씨세가 호위무사라고 했습니다.”
장씨세가 사람들은 다시금 웅성이기 시작했다.
“아니. 호위무사들은 석가장으로 간 것 아니었나?”
“한 명이 더 있어, 황 노인이 데려온 자가.”
“그가 그들을 다 처리했다고?”
장씨세가 호위무사.
감히 생각도, 예측도 하지 못한 탓인지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 눈빛이었다.
“엽살혼, 적우자라 하지 않았더냐? 소위건도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때 의아한 표정의 담대경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아들, 담경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천호장 이육사도 고개를 돌렸던 상대가 무려 셋이나 있었다.
거기다 다른 적도들도 함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예. 그랬습니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흉악하기가 예사롭지 않은 다른 고수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헌데 그 호위무사란 자가 그들을 모두 처리했다고?”
그 말에 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처리했습니다. 놈들은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그의 칼에 고혼이 되었습니다.”
이 장로와 삼 장로의 얼굴색이 변했다.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광휘가 그런 엄청난 신위를 보였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것이다.
담경은 그때가 생각났는지 뜨거운 눈빛으로 변하며 말을 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상황을 빨리 파악했고, 강했습니다. 용감했고 담대했습니다. 소자가 이제껏 본 어떤 사내보다 무인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춘 사내였습니다. 만약 그가 때맞춰 도달해 주지 않았다면…… 단언하건대, 객잔 안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아……!”
한쪽 구석에서 듣고 있던 장련은 결국 주저앉아버렸다.
모두 살았다는 말에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때쯤 그가 자신에게 남겼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당신은 묵객만을 데려온 것이 아니란 소리요.”
“네?”
“결국 당신이 부른 것이오.”
“…….”
“나란 사람을.”
그땐 몰랐다.
절대고수를 바라는 자신의 바람에 대한 그의 대답의 의미를.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왠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말하려고 했었다.
자신이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그 말을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한 것이다.
“내 뭐랬느냐. 그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장웅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훌륭하게 해결했을지 몰랐다.
그리고 알았다.
방각대사가 가리킨 자가 바로 그라는 것을.
“호위무사!”
“광 호위가 그리 대단한 자였다니.”
“황 노인은 항상 비상한 눈을 보이지 않았던가!”
장씨세가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을 내뱉으며 웅성거렸다.
그러던 그때였다.
“대인! 대인!”
갑자기 한쪽에서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표정이 많이 누그러진 담대경은 달려오는 병사를 보며 다시 눈이 매서워졌다.
“또 무슨 일이냐!”
사람들의 시선도 즉각 그에게로 꽂혔다.
안도감에 한숨 놓았던 사람들의 마음에 한 가닥 꺼림칙한 예감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시커먼 검댕이 잔뜩 묻은, 낭패한 기색의 병사는 이를 악물며 크게 소리쳐 고했다.
“방금 석가장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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