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70
70. 그건 안 되겠어. 최소 은 백 냥짜리 얘기라…….2015.07.03.
광휘의 말은 지켜보던 사람들을 단번에 충격으로 빠트렸다.
그의 존재를 아는 장웅조차 당황할 정도였다.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한 명, 명호뿐.
명호는 짐짓 근엄하게 뒤돌아서며 입을 가렸다.
광휘의 대답이 묘하게 웃음보를 자극한 것이다.
“하하하. 형장, 방금 그 말씀은 좀 지나치셨소.”
정적이 이는 가운데 묵객이 애써 웃으며 광휘를 급히 불렀다.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놈인 줄은 알았지만…….’
묵객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표현이 너무 수수하지 않소? 형장이 하려 했던 말은 원래…….”
“형장께서는 감흥이 없을 정도로 내 무위가 형편없었다는 말인 게요?”
묵객이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하던 그때 팽오운이 그의 말을 빠르게 가로챘다.
‘이거 야단났군.’
묵객이 인상을 찡그리며 광휘를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강호의 내로라하는 명문 정파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러모로 광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닐지도 몰랐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녀석은 아닌 줄 알았는데.’
묵객은 시선을 내리며 침묵하는 광휘를 향해 속으로 되뇌었다.
그간 지켜봐온 대로라면 광휘는 이런 곳에서 실언을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다만 이 상황, 누가 보더라도 수습이 불가한 상황에 팽오운이란 사내를 납득시킬 만한 얘기가 나올 것인가.
팽오운도 팽오운이지만 특히 뒤쪽, 불쾌하게 변한 팽가 무인들의 시선들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오호단문도는…….”
언뜻 광휘가 입을 연 순간, 묵객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집중했다.
“팽가를 대표하는 무공 중 하나로 총 64초식으로 이루어진 무공이오. 본래는 59초식이었으나 후대에 소실되었던 무공을 발견하면서부터 64초식이 되었지.”
“……!”
지켜보던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어느새 중정 아래에 있는 팽가 무인들의 시선도 모두 광휘를 향해 있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소. 59초식으로 연마를 하던 무인들이 후대에 밝혀진 5초식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오.”
광휘는 느릿느릿, 기억을 더듬듯 말을 이었다.
“오호단문도는 다른 상승도법과 마찬가지로 초식을 이어나가며 실력을 쌓아 얻는 무공이요. 뒤로 갈수록 깨달음과 묘리(妙理)가 숨어 있다는 말이지. 내가 지금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는지 이해하시겠소?”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내 초식에 뭔가 빠졌다는 것 같은데…….”
광휘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응시하자 팽오운이 입을 열었다.
“뭐가 빠졌나?”
“정묘함.”
“……!”
계속 침착함을 유지하던 팽오운의 눈이 커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뒤에 있던 팽가운, 지켜보던 팽가의 무인들의 시선도 함께 커졌다.
광휘가 대화를 이어갔다.
“오호단문도란 무공은 겉으로 보기엔 패도적이고 파괴적이나 실은 힘보다 정묘함에 주안점을 두고 있소. 헌데 형장께서는 오호단문도를 펼쳐 보인다 해놓고 오로지 강함만을 강조했소. 마지막에 펼친 왕자사도 초식도 그렇고. 그러니…….”
광휘가 눈에 힘을 주었다.
“그다지 감흥이 없을 수밖에.”
똑같은 발언.
허나, 다시 들어도 신경을 건들 수밖에 없는 말투.
정적이 일었다.
명문 문파와 명문 무가 사람들은 입을 닫았고 장씨세가 사람들도 영문을 몰랐기에 침묵했다.
팽가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일그러지는 사람도 있었고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대적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팽오운 역시 표정이 변했다.
화가 난 듯 보이기도 했고 아님 당황한 모습으로 보이는 듯도 했다.
64초 중 자신이 펼친 건 고작 9초.
그의 말대로 안에 58초와 64초 사이의 초식은 단 일 초밖에 없었다.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호단문도의 가장 강한 무공이 30초와 40초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로 그 부분의 초식을 끌어다 썼다.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사내가 언급한 팽가의 오호단문도 그 자체다.
팽가의 독문 무공이었기에 강호의 명숙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니, 알아볼 수 없어야 하는 것을 전부 꿰뚫어보았다.
깨달음이나 묘리까지 들먹일 정도로 완벽하게.
“크하하! 하하하하!”
팽오운이 갑자기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숨죽이며 지켜보는 자들의 시선도 더욱 강렬해졌다.
오호단문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니 그의 반응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잠시 뒤 그는 뚝 하고 웃음을 그쳤다.
“이봐, 장씨세가 호위무사.”
그러고는 광휘를 쳐다보았는데 정말로 알 수 없는 괴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체 넌 누구지?”
광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누구든.”
“…….”
“네가 무슨 상관인가.”
“……!”
일순간에 또다시 긴장감이 일었다.
근처에 있는 이 장로와 삼 장로가 앉던 의자를 뒤로 움직일 정도로 두 사내의 시선엔 불꽃이 튀었다.
긴장감이 일촉즉발로 변했다.
누가 검을 뽑아도 이상한 상황이 아닐 만큼 정자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끌끌끌.”
팽오운이 시선을 내렸다.
사람을 죽일 듯 강렬한 눈빛이었지만 그가 얼굴에 보이고 있는 것은 미소였다.
“하기야 자네가 누구든 무슨 상관인가. 맞네. 정확히 맞았네. 아직 실전되었던 59초부터 64초식에 대해선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어. 비단 나뿐만이 아니지. 현 팽가 무인들의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니까.”
“…….”
“나의 모자람을 일깨워줘서 고맙네. 장씨세가 애송이 무사.”
그는 광휘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다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본래 있던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허어…….”
이 공자는 철렁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옆에 있는 장련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태풍이 와서 휩쓸고 가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장원태도, 일 장로도 애써 말하지 않았지만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보아 똑같은 감정을 느낀 듯했다.
광휘 쪽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감정도 복잡해져갔다.
젊은 청년들은 팽가의 무학의 이해에 대한 놀라움에, 장로 몇몇은 광휘에 대한 호기심에, 몇몇은 뭔가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말 이 녀석의 정체는 뭐야?’
묵객 역시 어리둥절해하며 광휘를 쳐다보았다.
나름 강호의 식견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팽가의 오호단문도에 대해 이토록 상세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실전된 초식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렇게 한껏 달아올랐던 무공 시연은 팽오운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끝이 났다.
*
“이 사내를 따라가면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따로 뵙겠습니다.”
행사는 오후 늦게 끝이 났다.
원래 행사가 끝난 뒤 가주를 뵐 계획이었지만 병세가 악화됐다는 말에 내일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곧 각 파나 세가의 사람들은 하인들의 안내에 따라 객방으로 이동했다.
장씨세가 사람들도 건장한 청년의 안내에 따라 중정을 떠났다.
모두 빠져나간 중정의 정자에는 팽가의 식구들만 앉아 있었다.
물론 애초에 참석하지 않은 식솔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한두 달 정도 드문드문 보이시더니 그간 제법 분주하셨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때에 팽가운이 미소와 함께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팽인호 역시 미소로 답했다.
“말씀을 못 드린 건 죄송합니다. 화산파와 청성에서 확신을 주지 않으니 말씀을 드리기가 곤란했습니다.”
“일부러 그러시진 않으셨고요?”
날카로운 직설에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오라버니.”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팽월이 조심스레 팽가운을 불렀다. 하지만 팽가운은 그에 대해 전혀 대꾸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결과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녕 저를 위하신 거였다면, 화산과 청성이 도착하자마자 저를 찾도록 하셨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일 장로를 먼저 찾으시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저 우연이지요.”
“두 파에서 일 장로와 유독 친분이 두터운 장로들만 온 것도 우연입니까?”
“그거야 저와 면식이 있으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역시 우연입니다.”
팽가운은 눈썹을 찡그렸다 펴기를 반복했다.
팽월이 그 모습을 봤는지 다시 한 번 말을 붙였다.
“오라버니, 일 장로는 그런…….”
“너도! 정말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그러느냐!”
팽가운이 복받친 감정을 드러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싸늘해진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게 변해갔다.
또다시 침묵이 일었다.
잠시 뒤 팽가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대사형, 오늘 무위는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이번엔 팽오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력이 출중하신 거야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럴수록 자중을 좀 부탁드립니다. 본가의 독문 무공이거늘,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초식들도 있지 않았습니까. 팽가의 자부심이기도 한 대사형이 출신도 모르는 호위무사의 지적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팽오운은 대답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그런 그를 팽가운이 한동안 노려보고는 획 하니 뒤돌아섰다.
팽월이 재차 불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나버렸다.
“흐음.”
장로 팽인호는 팽가운이 중정을 벗어날 때쯤 기침을 하며 팔짱을 꼈다.
팽월은 그런 팽인호와 팽오운을 번갈아 보다 말했다.
“장로님, 언젠가 오라버니도 우리 마음을 알게 될 거예요.”
“물론. 팽가를 이끌고 갈 분이시지 않느냐.”
팽인호의 말에 팽월은 미소를 보이고선 말했다.
“먼저 가볼게요.”
그 말을 남기고 팽월이 떠났다.
졸지에 정자 안엔 팽인호와 팽오운 둘이 남게 되었다.
“더는 파악이 힘들던가?”
팽인호가 식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을 건넸다.
팽오운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 했다.
“개방 출신이 확실하겠군. 그토록 꽁꽁 숨겨주는 것을 봐선 말이야.”
“아닐 수도 있소.”
“아니라면……?”
팽인호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
쓰읍.
팽인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떤 인물이라도 상관없네. 자네가 처리할 수 없는 자가 이곳에 있을 리 없으니까.”
“…….”
“오늘 밤 석가장에 관련된 서류를 받으러 오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팽오운은 여전히 정자 모퉁이 기둥에 비스듬히 서 있었다.
아직 생각할 것이 남았는지 아님 뭔가 개운치 않은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웃는 것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냉소를 머금는 듯 보였다.
“참 재밌는 자군.”
그는 팽가운이 지적했던 한 사내를 떠올렸다.
“한번 떠보려고 펼쳐 보인 무공을 어떻게 전부 간파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때 상황이 그려졌는지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래야지. 그래야 죽일 맛이 나지.”
팽오운은 기둥에서 몸을 떼며 아래를 보았다.
아래에는 중년인과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호철과 호룡이었다.
*
“내가 왜 이 사람하고 같은 방을 써야 한다는 거요?”
묵객은 배정된 방을 보더니 이곳까지 안내한 팽가의 청년에게 따지듯 물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보니…….”
“허,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오다보니 화산파나 청성파 제자들에게는 각자 객방 하나씩 내주는 것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소.”
“그분들은…… 워낙 멀리서 오신 분들인지라 일 장로께서 직접 방 배정을 하셨습니다.”
“그거 재미있군. 그러니까 결국은 명문 대파나 거대 세가에는 각각 방을 배정해 놓고, 우리 쪽에 두 사람당 객방 하나를 쓰게 하는 건 양해해 달라?”
“오, 오늘만 좀 부탁드립니다. 아직 수리 중인 객방을 손보면 그땐 정말 좋은 방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묵객의 가시 돋친 말에 청년은 쩔쩔매며 고개만 조아렸다.
“난 싫소. 그리고 하필, 왜 이 사내와…….”
“거 칠객의 하나라는 사람답지 않게 말이 참 많구만.”
명호는 묵객을 향해 한마디를 던지고는 대수롭지 않게 방 안으로 들어가 침상에 누웠다.
묵객은 눈에 쌍심지를 켜며 고개를 획 돌렸다.
‘네놈 때문에 더 그렇단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왠지 그런 이유로 방을 거절했다간 자신의 꼴이 우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묵객은 하인과 몇 마디 말을 나누고선 할 수 없다는 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명호는 이미 침상에 벌러덩 누운 채로 다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묵객은 미간을 다시 한 번 찡그리곤 반대쪽 침상으로 이동했다.
그때였다.
명호는 갑자기 어디가 간지러운지 바지춤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입에 차마 담기 어려운 부분을 북북 긁어댔다.
슥슥슥.
‘이런 더러운 놈…….’
묵객의 얼굴을 찌푸릴 수 있는 한계까지 찌푸렸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지저분한 놈이었다.
“요즘 애들은 잠자리가 있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 내가 그쪽 나이 때는 침상에 잘 수만 있다면 감사했었는데 말이야…….”
“허!”
묵객은 눈을 치켜떴다.
명호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말을 놓더니 이제는 아예 핀잔까지 주고 있다.
그는 울분을 삭히며 침상을 점검했다.
다행히 침상이나 침요의 상태는 깨끗했다.
“거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내 요즘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소.”
“피곤한 하루였구나.”
“이, 이보시오.”
나름 찔끔하도록 일침을 가한 것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그를 보자 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당장 주먹부터 내밀고 싶은 마음이 한쪽에서 굴뚝같이 차올랐다.
‘장씨세가에 도착하면 네놈은 실력으로 확실히 밟아주마.’
그는 돌아간 뒤 한 수 부탁할 핑계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을 하며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그렇게 자리에 누우려던 묵객은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상에 반쯤 걸터앉더니 벌러덩 누워 있는 명호를 향해 말했다.
“형장, 한 가지 물어봐도 되오?”
“물론 되지. 은 한 냥만 내면.”
“이런 사기꾼 같은…….”
묵객은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잠시 뒤 그는 이를 갈며 소매에서 은 한 냥을 꺼내 휙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턱.
그 순간 비호처럼 뛰어들어 은 한 냥을 낚아챈 명호가 자세를 잡았다.
“말해보게.”
‘이럴 때만 민첩하군.’
묵객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삼키고, 본래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보아하니 광 호위와 친한 것 같아 물어보는 거요.”
한 번 운을 떼더니 말을 이었다.
“광 호위는 팽가의 사내에게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인 게요?”
“아, 그거 말인가?”
명호는 별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장씨세가에겐 팽가가 위험하기 때문이지.”
“장씨세가에게? 무슨 말이오? 팽가가 위험하오?”
“은 한 냥.”
“이런 망할…….”
묵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하지만 명호는 냉철했다.
“안 하려면 그만두고.”
풀썩!
그러곤 침상에 스며들듯 벌러덩 누워버렸다.
묵객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제길…….”
그는 품속에서 은 한 냥을 꺼내 이상한 곳으로 던졌다.
휙! 터억!
그랬더니 명호는 이번에도 비호처럼 몸을 일으켜 은 한 냥을 낚아챘다.
“오호. 그럼 대답하지. 왜 팽가가 위험한가 하면…….”
“됐소. 그 질문을 나중에 다른 자에게 직접 듣기로 하고 다른 걸 물어보겠소.”
묵객은 화제를 돌렸다.
마침 더 궁금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광 호위가 어떻게 팽가의 무공을 아는 게요?”
“그것이.”
명호는 입을 열려다 갑자기 텁 하고 다물었다.
그러다가 허 하고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안 되겠어. 최소 은 백 냥짜리 얘기라…….”
휙!
묵객은 두말할 것 없이 품에서 돈을 내던졌다.
헌데 이번에도 돈을 받아든 명호의 얼굴은 살짝 굳어 있었다.
이번에 날아온 것은 은 한 냥이 아닌, 백 냥짜리 은원보 하나였기 때문이다.
“받았으니 말해보시오.”
“허…….”
명호는 난감해했다.
애초에 그가 백 냥 운운한 것은, 말해줄 수 없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묵객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턱 하고 그에게 그 돈을 내던진 것이다.
“에잇. 뭐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뭔 일이야 나겠어?”
명호는 곧 혼잣말로 투덜거리고는 묵객을 바라보았다.
“한때 그분의 밑에 있었던 자 중에 팽가 출신의 사내가 있었소.”
“밑에 있던 자?”
묵객은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명호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소. 한때 밑에 있던 자였지.”
“그자가 광 호위의 밑에 있던 것이 광 호위가 팽가의 무공을 아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요?”
“관계가 있지.”
명호는 눈에 이채를 띠며 말했다.
“그가 떠날 때 남기고 갔던 무공이 오호단문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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