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90
90. 당신은 한 달도 못 버텨.2015.09.11.
객잔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다.
몸 전체를 덮어버릴 것 같은 도(刀).
괴이한 자루에 비스듬히 꺾여 있는 검(劍).
두 칼을 든 광휘의 모습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흡!”
“읏!”
비단 표정뿐만이 아니다.
광휘와 시선이 마주친 사내들 사이에서는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가슴을 짓누를 정도의 살기.
삽시간에 객잔 안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껄껄껄.”
그때 터져 나온 갑작스러운 웃음소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주 조화룡의 노골적인 비웃음이었다.
“시국(市國)이 혼란스러워서 그런가……. 참 대단한 분이 이곳을 찾아왔구려.”
그는 비연 단주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다 천천히 인상을 구겼다.
“적당히 혼쭐을 낸 뒤 내 발치에 무릎을 꿇리게. 기고만장한 것도 어느 정도가 있지…… 쯧쯧쯧.”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뒤돌아섰다.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저벅저벅.
그렇게 그가 사람들을 지나쳐 일 층 계단쯤 당도했을 때였다.
쉬이이이잉.
등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자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 순간.
콰직!
“……!”
조화룡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몸통을 뒤덮을 만한 거대한 도(刀) 한 자루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더니 옆쪽 기둥을 뚫어 버린 것이다.
“아…….”
그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조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을 주시했다.
그곳엔 광휘가 입꼬리를 올린 채 서 있었다.
“가라고 허락한 적 없다.”
그 말을 하곤 조금 전 구마도를 던진 자세에서 편안한 자세로 돌아왔다.
“죽여!”
스캉. 챙챙챙챙!
누군가 소리치자 광휘를 에워싼 사내들이 기다렸다는 듯 검을 빼 들었다.
쇄애액. 새액!
그리고 그중 가장 먼저 접근한 좌우측 두 사내가 검을 휘둘렀다.
스슥.
상대가 검을 빼 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광휘는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검이 거의 몸에 닿을 때쯤에 두 팔을 교차하며 뒤로 물러섰다.
“엇!”
“헉!”
광휘를 지나친 두 검은 갑자기 기이한 인력(引力)에 끌려들었다. 그러고는 시야에 가려져 있던 반대편, 서로에게 검을 찔러 넣었다.
풀썩.
그들은 그 길로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아앗!”
이번엔 좌우측에서 달려들었다.
‘모두 여섯.’
숫자를 가늠하던 광휘는 앞에 있는 탁자를 발로 찼다.
팟.
탁자가 위로 솟구치자 곧장 검을 세운 뒤 자리에서 도약했다.
타타탓. 타탓.
그사이 무사 여섯 역시 광휘의 움직임을 따라 곧장 자리를 박차며 도약했다.
광휘는 재빨리 공중에 떠오른 탁자를 반으로 벴다.
객잔 안의 여섯 인영이 솟구쳐 오르는 찰나.
갈라진 탁자가 좌우로 떨어지며 광휘를 가렸다.
허나, 시야가 가려졌음에도 그의 눈빛은 더욱 또렷해졌다.
‘어깨, 팔목, 허리, 무릎, 어깨, 허리.’
그렇게 서로의 높이가 일치점이 될 때였다.
패애애액,
번쩍임과 함께 탁자를 뚫고 광휘의 검이 원형으로 회전했다.
“커억!”
“컥!”
창졸간, 뻗어 나온 검이 반으로 갈라진 탁자를 뚫고 휘몰아쳤다.
공격하려던 사내 여섯은 뭔가 어떻게 된 건지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신음을 흘렸다.
철푸덕. 터억. 퍼억.
“커어억!”
“커억!”
자세가 무너지며 여섯은 지면에 닿자마자 뒤로 나뒹굴었다.
처억.
그들과 함께 광휘가 사뿐히 땅을 밟았다.
쇄애액. 쇄액. 쉭. 쉬익. 쇄액!
이번엔 기회를 잡고 있었던 무사들이 떼를 지어 덤벼들었다.
몇 개가 아닌 무려 십수 개의 칼날이 광휘를 향해 찔러 들어온 것이다.
광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타탓.
찔러오는 세 개의 검을 기묘한 동작으로 피하고.
캉!
휘두르는 네 개의 검을 일시에 막으며.
퍽!
가까이에 있는 적을 주먹으로.
퍼어억! 퍼억!
그리고 두 다리로 앞의 사내들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쇄액! 쇄애액! 챙! 챙!
그사이 칼이 더욱 빗발치자 광휘의 구분 동작도 사라졌다.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공격과 방어를 섞어 그 사이를 헤집으며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종국엔,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로 신형(身形)이 빨라졌다.
‘저것이 대체…….’
사태를 주시하던 비연의 얼굴이 창백함을 넘어 점점 어두워졌다.
눈부시게 빠르다.
뿐만 아니라 매섭기까지 하다.
그는 단지 움직임으로 거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등 뒤에서 찔러오는 검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검의 궤적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을 넘어서,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초식이 아냐. 그는 단지 피하고, 막고, 찌르기만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할 수가…….’
내기(內氣)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현란하거나 맹렬한 초식도 없다.
그저 단순히 피하고 막을 뿐인데, 그런데도 누구도 그의 몸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그가 공격과 방어를 모두 한 번의 움직임으로 펼쳐낸다는 것뿐.
쇄애애액.
상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한 명씩 날려버리던 광휘가 창졸간,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일선에서 주위를 메우던 사내들이 검을 놓치며 전부 뒤로 밀려났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자들이 십여 명이 서 있었지만 광휘가 내뿜는 위압감에 더는 다가서지 못했다.
“형편없는 것들! 물러서라!”
재차 이어가려던 무사들 사이로 한 중년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몇 발짝 걸어 나왔다.
보다 못한 유호길이 나선 것이다.
그의 등장으로, 남아 있던 무사들 모두가 뒤로 물러섰다.
문파를 대표하는 고수가 나섰기 때문이다.
“소위건을 눕혔다는 소문이 있더니 과연…….”
스으윽.
어느 지점에서 멈춘 그가 검자루를 잡자 긴장감이 치솟았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광휘는 여전히 편안한 자세로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유호길은 반쯤 감은 눈으로 광휘를 지그시 응시했다.
“…….”
한 번의 호흡.
“…….”
또 한 번의 호흡.
“…….”
그리고 이어지는 한 호흡의 어느 지점.
타아앗.
순간 유호길이 어떤 사전 동작 없이 그대로 광휘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의 몸에 환영이 보인다고 느낄 만큼 빨랐다.
그사이 광휘는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린 자세로 그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보폭의 길이는 한 자.’
짧은 보폭은 주로 초식을 쓰기 위한 동작.
‘검신의 길이는 삼 척.’
보통의 검보다 검신이 짧은 것은 빠른 검술 즉, 쾌검(快劍)이며.
‘상대의 시선은 어깨 아래.’
적의 시선이 몸의 형태를 본다면 찌르기보다 베기를 위주로 한 검술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파고든다!’
광휘는 결단을 내렸다.
그를 향해 똑같이 달려 나갈 것을.
패애애액.
“하!”
움직임이 좁혀지는 그때 유호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상대보다 더 빨리 검을 뽑았고, 더욱이 빠른 검술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캉!
“……!”
가차 없이 휘두른 유호길의 검이 막히자 그의 눈에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곧장 그 이유를 깨달았다.
상대가 검신을 아래로 잡았기에 자신의 칼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자신의 칼을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망설임.
광휘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탁.
왼쪽 팔꿈치로 그의 팔목을 치는 일 타(一打).
부욱.
잡고 있던 오른손의 검자루로 그의 배를 찌르는 이 타(二打).
퍼억!
다시 왼손으로 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찔러 넣는 삼 타(三打).
광휘는 세 번의 동작을 삽시간에 펼쳐 보였다.
“커허업!”
유호길은 맥없이 바닥을 나뒹굴며 주르륵 밀려 나가다가 객잔 외벽에 부딪혔다.
그러고는 몸을 바르르 떨어대다 천천히 멈췄다.
“하앗!”
쇄액.
그때 기회를 엿보던 단주 우문휘가 공중에서 나타나며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광휘는 떨어지는 검신을 포착, 괴구검으로 살짝 쳐냈다.
캉!
그의 검의 궤적이 수직에서 사선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바닥을 찍는 순간.
휘익.
광휘는 몸을 뒤틀고는 곧장 돌려차기로 상대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휘그르릉.
안면을 강타당한 우문휘의 몸은 공중을 한 바퀴 도는 묘기를 부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역시나 유호길과 비슷하게 몸을 떨어댔다.
타탓.
광휘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비연 단주와의 거리는 두 장.
삽시간에 좁힌 뒤 곧장 검을 뻗었다.
휘릭.
그 순간 그녀의 뒤에서 한 인영이 튀어 나와 검을 뻗었다.
‘변초!’
고개를 살짝 움직여 피하려던 광휘가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의 예상대로, 찌르는 듯하던 검이 변하며 옆으로 베어왔다.
휘릭.
여인의 모습을 주시하던 광휘는 자루를 한 바퀴 돌렸다.
보통의 검처럼 칼날이 위로 오게 잡은 것이다.
피이이이잉.
기괴한 소리를 뿜어내던 광휘의 검이 비연의 호위무사, 흑선의 검과 재차 부딪치려는 순간.
“대화로!”
비연 단주의 외침과 함께 일시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
주위는 정적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지켜보던 무사들의 시선은 제각기 두 곳으로 흩어졌다.
광휘의 칼은 비연 단주의 목을 겨누고 있었고, 그녀의 호위무사 흑선은 광휘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비긴 것이다.
“대화로…… 풀죠.”
비연은 사색이 된 얼굴로 말했다.
광휘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검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뭐, 뭐지?’
광휘를 노려보고 있던 흑선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손목에서 뭔가 가벼운 느낌이 들자 자신의 검신을 바라본 것이다.
“……!”
스르륵.
그 순간 흑선이 눈을 부릅떴다.
균열이 점점 생기기 시작한 검신의 한 면이 천천히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쨍그랑.
떨어진 검날의 소리는 생생할 정도로 모두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지켜보던 무사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더욱 경악한 흑선은 부릅뜬 눈으로 광휘를 바라봤다.
분명 그는 자신의 검과 부딪치는 것을 피하고 곧장 비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헌데 그것이 실은 자신의 검에 맞닿고 지나간 것이다.
검을 검으로 자른다.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검초나 검법은 생전 본 적도, 들은 적이 없었다.
아니, 백번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작은 반발력이라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흑선은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무려 내력까지 실어 공격한 검을.
“좋은 판단이었다.”
철컥.
광휘는 괴구검을 회수했다.
검이 검집에 맞물려 내는 쇳소리는, 그들에겐 어느 소리보다 싸늘하고 서늘하게 들렸다.
*
드르르륵.
객잔 안, 벽 사이에 간이문을 세워 놓은 곳으로 점소이가 들어왔다.
쪼르르륵.
그 뒤, 탁자를 끼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광휘와 비연 사이에 선 뒤 찻잔에 차를 조심히 따랐다.
점소이 등 뒤, 간이문에는 수복부귀(壽福富貴)라는 글자가 문양으로 도안되어 있었다.
장수와 복, 부유함과 신분이 높기를 바라는 뜻이다. 보통 문에는 이런 상서로운 의미를 담아 문자를 새겨 넣는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네요.”
점소이가 나가자 비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장내에 있는 모두를, 자신의 호위무사인 흑선까지 물린 뒤에 광휘와 독대를 청했다.
“무슨 의미인가?”
광휘가 모호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재차 말을 이었다.
“최대한 살생을 피하려고 하셨잖아요?”
광휘는 시선을 들었다.
비연을 한참 동안 바라본 그는 담담히 말을 받았다.
“딱히 피할 생각은 없었다.”
광휘의 말에 그녀가 흠칫했다.
단순한 경고만이 아니었던가.
다 쓸어버리겠다는 건 정말 모두를 죽일 생각이었던가.
그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흑선의 검을 잘라버리는 그 무위(武威)는 절정의 경지 혹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운수산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신 건가요?”
비연이 화제를 돌렸다.
광휘는 여전히 대답 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비연의 말에도 광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연은 문득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농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희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당신에게 모두 죽을 테니까.”
“…….”
“그런데 말을 해버리면 그들에게 죽을 테니 결국엔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고민했어요. 어느 쪽이 무서운가. 결론은 후자라고 판단한 거죠.”
비연은 거기서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쭈욱 돋았던 소름이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팽가에서 당신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들었어요. 오늘 무위도 충분히 보았구요. 하지만 팽가는 명가예요. 강하죠.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말이에요.”
“…….”
“단적인 예로 정사지간을 대표하는 우리 화월문도 그들에게 감히 비견될 수 없어요. 그러니 알려드릴 수…….”
“알려달라는 말은 한 적 없다. 짐작하고 왔으니까.”
광휘를 말에 비연은 당황했다.
의문이 든 것이다.
짐작하고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정말로 그곳에 폭굉이 있는가?”
“아!”
비연은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사람처럼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드르르륵.
광휘가 곧장 일어섰다.
“잠깐만요.”
그녀의 부름에, 곧장 몸을 돌릴 것 같던 광휘가 멈췄다.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안 건지 모르지만…… 지금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일에 관여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
“결코 맞설 수 없는 적이에요. 팽가뿐만 아니라…….”
“그 뒤에 맹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
비연은 또다시 눈을 부릅떴다.
대체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광휘가 재차 뒤돌아서며 문밖을 나서려 하자 비연이 외쳤다.
“당신은 한 달도 못 버텨. 아니, 그만큼도 못 버틸 거야. 그러니까 운수산을 진작 포기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잖아! 이젠 당신의 괜한 호기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될 거라고!”
멈칫.
광휘가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조금 올린,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흠.”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죠?”
비연이 내심 뜨끔해하며 물었다.
“어째 오해를 좀 했던 것 같군.”
“오해라면……?”
“딴에는 피해를 적게 하려고 애쓴 것 아닌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군.”
광휘는 입을 열고, 자신의 말에 비연이 살짝 머뭇거리는 것을 확인했다. 거기서 그는 다시 물었다.
“하나 묻지. 싸우지 않으면 살 수 있나?”
“…….”
비연은 말하지 못했다.
“우리가 싸우지 않고 물러서면…… 삼백 명이 넘는 목숨을 살려 보내 줄까?”
“…….”
비연은 역시 말하지 못했다.
그건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판단인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들의 판단은 결코 긍정적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비연 단주, 모두가 죽는다고 했나?”
광휘가 비연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지난 칠 년간 이런 말도 안 되는 싸움만을 해왔다.”
“…….”
“이건 내겐 아주 익숙한 싸움이라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