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2)
특성 쌓는 김전사-102화(102/300)
극복법 -2-
사람 셋이 바로 달려왔다.
정장을 입고 번개 모양 넥타이를 맨 노인.
푸근한 법복 차림에 황금 주교관을 쓴 여성.
고슴도치처럼 수염이 뻗친 노련한 전사.
각각 토르 교단 대주교, 가이아 교단 대주교, 수호자 연맹 이사라고 했다.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나를 탐색하듯 쳐다보았다.
“성흔의 치료법, 아니 극복법을 아신다고요?”
토르 교단 대주교가 머리를 끄덕인다.
“그렇다고 하더이다. 이미 우리 교단에서는 검증을 끝냈지요. 우리 교단 신자인 효르디스가 치료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효르디스······ 그 시그문드와 결혼한 초인 말씀이시지요?”
“바로 그렇소.”
시그문드는 이들에게도 유명한 모양.
하기야 시구르드는 원체 유명한 영웅이니까.
“초인님. 그 극복법에는 따로 제한이나 부작용 같은 건 없습니까? 초인님을 의심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성흔이 너무나 오래 우리를 괴롭혔고 힘들게 했는데, 뜻밖에도 아주 쉽게 회복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없습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딱 하나 제한이 있다면 정확한 극복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키마리스 성흔의 극복법을 다른 마신의 극복법에 사용한다면 바로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어떤 부작용인지요?”
“타락입니다. 그 자리에서 악마가 되지요.”
“저런······”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혀를 찼다.
“철저히 관리해서 어설프게 극복법을 쓰는 일이 없게 해야겠습니다.”
“조심해야죠. 재료 조금만 잘못 넣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흠, 흠.”
수호자 연맹 이사가 헛기침을 했다.
“제가 듣기로 키마리스의 성흔 극복법 말고도 몇 가지를 더 알고 계신다고 하던데, 어떤 마신의 성흔 극복법을 알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지요.”
잠시 뜸을 들였다.
두 대주교가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고, 수호자 연맹 이사는 타는 듯한 눈빛을 내게 던졌다.
“그레모리, 안드라스, 벨리알, 단탈리온, 안드로말리우스, 총 여섯 종 성흔의 극복법을 압니다.”
사실 알기는 다 안다.
마신 108좌 모두.
쌩으로 외운 건 아니고, 공략집 만들고 이런저런 응용 강화 촉매 만들다 보니 저절로 외워지더라고.
문제는 대부분의 핵심 재료가 지옥에서 나온다는 것.
에피소드 5 지옥문 이후 개방되는 그 지역에서.
지구나 대미궁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극복법은 여섯 종이 한계.
수호자 연맹 이사가 내 말을 따라했다.
“키마리스에 그레모리, 안드라스, 벨리알, 단탈리온, 안드로말리우스······”
실망할 법도 한데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저층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마신들 아닙니까! 성흔 희생자 중 그 여섯에게 당한 사람이 절반이 넘습니다! 그 극복법 여섯 종만 전해 주셔도 우리 수호자 연맹에 엄청난 공헌을 하시는 겁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저희 신자 중에도 성흔에 당한 이가 많은데 모두 기뻐할 겁니다.”
“그리고 저 여섯 종에서 그치란 법이 없지요.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극복법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예산 앞에 숨겨지는 비밀은 없지요! 전 인류의 힘을 하나로 모을 때입니다!”
“바로 그겁니다!”
토르 교단 대주교와 수호자 연맹 이사가 죽이 맞았다.
돌아가자마자 연구 예산을 편성하고 극복법을 파헤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내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
“얼핏 듣기만 해도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지식입니다. 돈으로도, 넥타르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지식인데 이걸 인류애로 베풀어 주신다고 하니,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돕고 사는 거죠. 수호자 연맹이, 또 두 교단이 대미궁을 막지 않았으면 인류는 진작 멸망했을 겁니다.”
“역대 성인들께서 들으셨으면 참으로 기뻐하셨을 겁니다.”
“수호자 연맹과 두 교단의 헌신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말고도 전 인류가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금칠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두 대주교와 이사가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그러다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먼저 초인님께 한 가지 양해를 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생각 같아서는 바로 초인님의 극복법을 도입하고 싶지만 이게 공적인 일이다 보니 투명하게 일을 진행해야 해서요. 실례이긴 하지만 초인님의 극복법을 공개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공개 실험?
아하, 임상 실험하겠다는 거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당연한 거지요. 키마리스 극복법은 증명됐지만 나머지 다섯 종은 아니잖아요. 얼마든지 실험하세요. 저도 그편이 좋습니다.”
“지원자들은 금방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저도 참관하죠. 혹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거들어야 하니까요.”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지원자 모집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끝났다.
내가 와 있는 곳은 수호자 연맹 본부.
성흔의 희생자는 수호자 연맹에서 항상 파악하고 있었다.
그중 병세가 가장 심각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연락이 갔고, 안 그래도 촉각을 곤두세우던 그들 가족이 희생자를 업고 안고 바람처럼 뛰어왔다.
수호자 연맹 본부의 대강당.
연맹 총재는 물론 이사들, 그리고 이름 높은 초인들, 심지어 독일의 정치인과 연예인들까지 모여들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왔는지 대강당이 꽉꽉 찰 지경.
중심만 비워놓고 희생자들을 눕혔다.
“기본은 악마의 피입니다. 어떤 극복법이든 악마의 피 역오망성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운을 뗐다.
사제들은 눈을 부릅뜨고 태블릿 PC에 내 지시를 기록하고, 나보다 레벨 높은 초인들은 내 지시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의식을 준비했다.
“그다음에는 조금 달라집니다. 키마리스와 안드라스는 심연체의 머리카락 양초를 사용하지만 그레모리는 서큐버스의 골수를 농축해 만든 양초, 벨리알은 타락천사의 깃털 양초, 단탈리온과 안드로말리우스는 인피 흑마도서를 빻아 양초로 만들어서 써야 합니다.”
“인피 흑마도서요?”
“아, 시중에 보이는 저급한 거 말고 대미궁에서 나오는 거 있지 않습니까.”
초인들이 알아들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지금까지는 보이는 족족 불태워 버렸는데 극복법에 쓸 수 있었을 줄이야······”
“지금부터라도 모아두죠.”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을 홀리는 마물이에요.”
“봉인용 책가방을 따로 들고 다니는 게 낫겠습니다.”
즉석에서 대책이 마련되고 방법이 수립된다.
내가 지시하는 것만 따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초를 태우는 불꽃도······”
속성이 다 달랐다.
어떤 건 불이 아니라 어둠을, 혹은 피를 흠뻑 적셔야 하는 것도 있었다.
촉매도 다르고 먹이는 비약도 달랐다.
몇 안 되는 공통점이라면 악마의 피로 마법진을 그린다는 것과 해당 마신의 피가 비약의 주재료로 쓰인다는 것.
“마신들을 사냥해야겠습니다.”
“성공할 수만 있으면 좋죠.”
“어차피 죽어도 한 달 지나면 되살아나니까······”
“피 재고량은 충분합니까?”
“다른 마신들은 다 충분한데 그레모리의 피는 조금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년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당장 그레모리 원정대부터 조직합시다!”
“우리 형제단이 첫 번째로 참가할 거요!”
“무슨 소리! 우리 형제단이 선봉이오!”
“우리 형제단에는 희생자도 있소! 우리가 시작할 거요!”
싸움이 붙은 노르드 초인들은 무시하자.
모든 의식을 완성했다.
다섯 희생자에게 비약을 먹이고 무형체 말뚝을, 진은 말뚝을, 황금 말뚝을, 지옥쇠 말뚝을 잡았다.
희생자들의 가족이 옆에서 벌벌 떨었다.
“저, 저기 괜찮은 거지요?”
“초인님 방해하지 마. 가만히 보고만 있어. 내가 말했잖아. 우리 형제단에 효르디스 걔도 저분한테 치료받았다고.”
“아무리 그래도······”
“아, 거 좀 조용히 합시다. 초인님이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말만 그렇게 하지 눈에서 불이 타오른다.
날 압박하려는 것도 의심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간절함만이 담겨 있다.
소원과 소망이 버무려진 채 본인의 감정을, 마력을 꽉꽉 억누르고 있었다.
그것도 4레벨 5레벨이 아닌, 6레벨 7레벨.
누가 뭐라 해도 고레벨 초인들이.
‘조금 부담스럽네.’
사실 나도 진은 말뚝이니 황금 말뚝이니 하는 걸 박으려니 살짝 걱정이 된다.
게임에서는 필요한 재료를 다 준비하고 말만 걸면 끝이었으니까.
QTE(퀵 타임 이벤트, 버튼 액션) 같은 작은 이벤트마저 없었다. 대사 한 줄 출력되고 화면 흔들리면서 번쩍번쩍 몇 번 하는 게 전부.
‘잘 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망설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게임 지식이 여태 모두 통했던 걸 생각하며, 진은 말뚝을 첫 번째로 힘껏 박아넣었다.
“끄어억!”
중년 남자가 경련한다.
이미 악마처럼 변해 있는 상황.
변이 중인 심장을 진은이 꿰뚫고, 마신의 힘과 파마의 힘이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말뚝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거기서 시작된 은빛 폭풍이 중년 남자를 관통했다.
삽시간에 변이가 멈춘다.
이어, 시계를 되돌리듯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간 중년 남자.
더구나 한 가지가 사라져 있었다.
전신을 잠식하던 성흔.
마신의 힘.
마신의 흔적이자 침습.
그것이 고스란히 사라지고, 오로지 강대한 초인만 이 자리에 남았다.
“으으음······”
“아빠!”
“여보!”
“형! 형! 정신이 들어?”
“끄응, 여, 여기는······”
대강당 한쪽은 울음바다가 되고, 나머지는 더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아니, 기대라고 해야 할까?
강렬한 눈빛이 폭포수처럼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연달아 말뚝을 박는다.
말뚝이 무형이든 유형이든 상관없었다. 박는 족족 증발해서 빛의 폭풍으로 변하고 있었다.
게임에서 성흔 디버프를 많이 극복시켰던 나도 처음 보는 광경.
모든 과정을 끝낸 후 경이로움에 젖어서 내 작품을 감상했다.
“마리아! 마리아!”
“누나!”
“오빠야! 오빠야!”
“신이시어!”
“가이아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섯 명 모두 회복되었다.
언제 영육이 증발하고 있었냐 싶게 눈을 떴다.
기억이 없는 까닭에 영문도 모르고 눈만 끔뻑이는 초인들.
반면 그 가족들은, 친지들은 울고 웃고 다채로운 감정을 뿜어냈다.
대부분이 초인인 까닭에 마력 파장이 뿌려지고 중첩되어 공기가 기이하게 일렁일 지경.
이내 내게 달려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대는 내 은인이오! 내 목숨으로 이 빚을 갚겠소!”
인종도 종교도 문화권도 다양한 사람들.
어떤 사람은 내 손을 잡고 어떤 사람은 절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손바닥을 그어 피로 맹세하는 통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수호자 연맹 이사가 흐뭇하게 웃으며 날 그들에게서 떼어놓았다.
“자, 자. 우리 초인님이 피곤하시겠습니다. 다들 가족들과 해후 나누시고 우리 초인님은 쉬게 해드립시다.”
“초인님! 나중에 꼭 한 번 대접할 기회를 주십쇼! 하이랜드식 연회를 열어드리겠습니다!”
“나는 초인님께 마을 하나를 분봉하리다!”
“혹시 결혼은 하셨습니까? 저한테 참한 손녀가 있는데······”
“어허,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한참을 유족, 아니지, 유족이 될 뻔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수호자 연맹 본부의 한 회의실로 대피.
닫힌 문을 보고는 한 차례 쓰게 웃었다.
“이거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앞으로는 더 심할 겁니다. 내일부터 당장 미궁 도시의 신전을 총동원할 생각이니까.”
“총동원이라뇨?”
“7대 교단 전부가 참가할 예정입니다. 아헨에서는 우리 교단과 가이아 교단이 가장 강세지만, 다른 5대 교단도 엄연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그쯤 되면 나는 밖에 아예 나가지도 못하는 거 아냐?
지금도 아이돌 보듯이 보고 있는데, 내일만 돼도 신문 TV 인터넷이 내 얼굴로 아주 도배가 되겠다.
빨리 볼일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해야지.
한국은 성흔 희생자가 거의 없으니까 파급력도 그만큼 적을 거다.
그 얘기를 하자 셋 다 깜짝 놀란다.
“아니, 벌써 가신다니요?”
“조금이라도 계셨다가 가셔야지요! 저희 추기경님도 뵙고, 교황님도 뵙고, 어쩌면 토르 님께서도 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가이아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담이시죠?”
신이랑 대면하라고?
미쳤냐?
그리스 신화에도 나오잖아.
세멜레였나.
제우스한테 진짜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그 열과 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타죽었다는 얘기.
인간이 신과 마주하려면 최소한 7레벨은 되어야 한다.
게임 레이드에서도 입구 컷이 난다고.
6레벨 이하는 입장하자마자 즉사. 7레벨도 1분을 못 버티고 죽고 9레벨, 즉 성좌경은 되어야 레이드가 제대로 성립한다.
두 대주교가 눈에 띄게 아쉬워했다.
“신께서도 치하하실 일이거늘 이렇게 빨리 가신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하하하. 치하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더 많은 수호자분께서 생환하시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신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허허, 이리도 욕심 없는 분이 있다니······”
“괜히 이 시대의 성인이 아닙니다.”
“교황님께 성인 시성을 건의해야겠습니다.”
“암요, 이거야말로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제발 좀······”
내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토르 교단 대주교가 껄껄 웃었다.
“하하, 농담입니다. 우리 교단 분도 아닌데 시성이라니요. 그야말로 과하지요.”
“영속에는 영속에 어울리는 감사 방법이 있고, 세속에는 세속에 어울리는 감사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진다.
나를 향해서, 또 토르 교단 대주교와 수호자 연맹 이사를 향해서.
혹시 그거야?
초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감사 방법이 있잖아!
셋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방아쇠였을까?
회의실 책상 위에 마법 상자 여러 개가 뿅뽕 나타났다.
“약소한 선물입니다.”
빙그레 웃는 셋.
나는 굳이 내숭 떨며 거절하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개봉했다.
파아앗!
백금색 찬란한 빛이 터졌다.
게임에서 흔히 보았던 빛무리.
정확히 말하면 내가 천마 뽑을 때 딱 한 번 봤고 스트리머 방송에서만 지긋지긋하게 봤던 그 광채.
즉.
SSR 등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