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8)
특성 쌓는 김전사-128화(128/300)
128화 신멸제 -1-
백소린이 나를 노려본다.
두 눈에 늑대 같은 살기가 줄줄 흐른다.
탓!
가볍게 몸을 날리는 백소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허공에서 마력을 방출, 나를 향해 쏘아진다.
막 묵호검을 들어 막으려는 찰나.
깡깡!
내 귀를 강타하는 소음이 있었다.
“나를 봐라!”
사자처럼 포효하는 목소리.
시선이 저절로 돌아간다.
하마터면 백소린을 놓칠 뻔한 것.
나는 금강체에 포함된 결의를 이용, 나 스스로를 다잡았다.
깡!
묵호검으로 백소린의 검을, 내가 물려준 성검을 튕겨 낸다.
“이익!”
백소린이 잇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검을 유려하게 회수해서는 폭풍처럼 연격을 날린다.
언뜻 보면 마구잡이 같은 난잡한 공격.
하지만 하나하나가 치명적이고 날카로운 검로를 타고 있었다.
형식은 없지만 그야말로 실전적이고 감각적인 연속 공격.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천살성이 사기긴 사기네.’
요즘 내가 백소린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긴 했다.
한동안 방임해 놨다가 한가해진 틈을 타 매일 대련을 한 것.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천살성][불굴][폭주 기관차] [구사일생][검 전문가][연격]보이나?
검술과 참격이 검 전문가가 되고, 새로 연격을 배운 게?
전승의 효과다.
원래 SSR 캐릭터쯤 되면 이리 쉽게 전승되지 않지만, 천살성이라 그런지 금방 익힌 것.
백소린은 이걸로 충분하다.
5레벨이 되어 콜로세움에서 개인 퀘스트를 마치면 마르스 검투법을 각성하게 된다.
“이야압!”
내 등 뒤로 접근한 쟈네트가 기합을 질렀다.
검에서 허연빛이 폭사하고 있다.
선천강기.
나도 방심하지 못하고 전력을 발휘했다.
[거인의 힘][금강체][마력혼] [호왕검법][시구르드 연공법][검기]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검기!
실전에서 쌓은 경험이 비로소 결과물이 되어 나타난 것.
마력혼과 시구르드 연공법 조합으로 최대한 강하게 마력을 내뿜었다.
하얀색 검기가 선천강기에 맞섰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기.
상대적으로 둔하고 묵직한 선천강기.
쟈네트가 아직 미숙해서 다행이었다.
꽝, 폭발음이 울리고는 쟈네트가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한 번만! 쫌!”
백소린이 간절하게 외치고는 내게 칼침을 먹였다.
안 되지, 안 돼.
[검 전문가][실전 격투][대공습] [호왕검법][시구르드 연공법][마력혼]대공습을 이용해 이탈.
공중제비를 돌아 공격을 피한 다음 허공을 박찼다.
직후 호왕검법의 초식을 몇 번 날리자 백소린이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다.
“악! 선생님! 살살 좀 해요!”
“그러는 너나 살살 해라.”
대련만 시작했다 하면 누구보다도 진심이 되는 주제에.
나는 가만히 묵호검을 거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모양이다.
백소린은 펄펄 날아다니지만 쟈네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쟈네트. 괜찮니?”
“네. 괜찮아요. 조금만 쉬면 돼요.”
성장한 것은 백소린만이 아니다.
[선천강기][마력혼][금강체] [방패술][도발][협동]쟈네트의 정석 성장 방향이다.
개인 퀘스트로 얻을 네피림의 검이 들어갈 한 칸을 비워두고 도발을 먼저 장착하고, 나중에 사자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그전까지 협동을 쓰는 건 좋지.
쟈네트의 개인 퀘스트는 대미궁에 있고, 대미궁에서 네피림의 검을 배우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나는 백소린을 눈여겨보았다.
“너 곧 5레벨 되겠다.”
“아하하. 선생님께서 잘 가르쳐 주셔서 그래요.”
“네가 잘난 것도 사실이니까 자랑스러워해도 돼.”
“헤헤.”
백소린이 겸연쩍다는 듯이 웃었다.
쟈네트가 부럽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저도 빨리 레벨 올리고 싶어요.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강해지는 거예요?”
“너도 강해지고 있잖아.”
“그래도 4레벨은 멀었는걸요.”
확실히 그렇다.
백소린이 거의 나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반해 쟈네트는 아직 3레벨 중반이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소린이가 5레벨 되면 쟈네트도 4레벨 찍자.”
“그게요, 선생님…… 저는 그렇게 쉽게 레벨 올리기가…….”
“넥타르 마시면 돼.”
뭐가 문제야?
금고에 넥타르가 썩어나는데.
백소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넥타르요? 그거 엄청 비싸지 않아요? 최소 수십억은 한다고 하던데요?”
“헉!”
“괜찮아. 나 정도 되면 넥타르가 여기저기에서 선물로 들어온다.”
“역시 우리 묵호검주님 클라쓰. 저도 한 병만 주시면 안 돼요?”
“너한텐 쌩 맹물이야.”
“체엣. 아깝다.”
백소린이 혀를 날름거렸다.
요즘 더 친해져서 그럴까?
천살성의 살의는 억제되고 어린아이다운 본능만 살아나서 그럴까?
백소린은 부쩍 장꾸 같은 모습을 보였다.
‘둘은 순조로워.’
백소린의 개인 퀘스트가 5레벨에 열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콜로세움 무제한전 랭킹 1위.
단,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에서.
‘레벨 제한이 있으면 좋은데.’
게임에서도 준결승, 결승에 가면 6레벨 파티와 만났다.
여기서도 비슷하겠지.
최선은 내가 6레벨이 되고 도전하는 것이지만…….
미리미리 준비는 해 놓자.
‘누굴 더 넣는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와 백소린을 고정한다 치면 어디서 초인을 섭외해야 하나?
6레벨 초인은 기각.
도저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5레벨 초인은 몇 명 가능하지.
“좋은 아침입니다. 초인님.”
“어서 와라.”
“사장님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때마침 김철권이 저택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철권도 가능하지.’
4레벨이 되고 몇 달 지난 시점.
강화병이니 레벨 올리기는 쉽다.
내 충고를 받아들였는지 마법사와 마학자를 여럿 고용해서는 건우봉 시설에서 연구시키는 중이고.
실제로 내가 알려 준 빌드대로 변이 인자를 차곡차곡 수집한 다음이다.
‘김마법이나 김사제는?’
김사제는 힘들어도 김마법은 되겠지.
의뢰를 넣든, 슬슬 실전 경험 쌓아야 하지 않겠냐고 유혹하든, 레드 쿠거 시승을 보상으로 걸든 데려올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김전사. 백소린.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
무슨 조합이 좋을까?
정석은 선봉 김전사, 중진 김철권, 후위 김마법, 보조 김사제지만 백소린을 끼워 넣어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궁합도 영 안 맞고 별론데.
한참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김마법과 김사제를 투입하기로.
중견을 내가 맡고 선봉에 백소린을 세우는 게 베스트다.
‘김사제가 문제네.’
옛 아버지 교단 때문에 대미궁에 처박힌 김사제.
어떻게 해야 빼 올 수 있을까?
내가 고민하는 사이 김철권이 백소린, 쟈네트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신멸제네요.”
“와, 벌써 그렇게 됐어요? 시간 진짜 빠르네요.”
“신멸제…….”
“쟈네트는 작년 신멸제 때 선물 뭐 받았어?”
“받은 거 없어요.”
“응? 아, 미안.”
백소린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올해는 내가 선물 사 줄게!”
“진짜요?”
“응! 올해는 내가 쟈네트의 산타 할아버지, 어, 할머니야!”
쟈네트가 작게 웃었다.
산타 할머니라는 표현이 웃겼던 모양.
참, 그렇지.
이 세상에는 기독교가 없고 이슬람도 없고 유대교도 없다.
당연히 성탄절도 없지.
예수님이 태어나지 않은 세계니까.
대신 신멸제가 있다.
12월 25일. 날짜도 똑같다.
1648년 12월 25일.
옛 아버지가 공식적으로 사망하고 베스트팔렌 조약이 발효된 날을 기념하는 날.
성탄절과 비슷하게 전 세계에서 축제가 열린다.
신멸 전쟁의 영웅, 산타가 고아들에게 선물을 뿌린 것을 기념하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전통도 비슷했다.
“선생님은 신멸제 때 뭐 하실 거예요?”
백소린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쟈네트도 옆에서 살짝 기대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랑 쟈네트는 명동 가기로 했는데 선생님도 같이 가실래요?”
원래 세계에서도 명동이 크리스마스의 메카인데, 이 세상에서도 신멸제의 메카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초청받은 곳이 있어서 거기 참석할 생각이다.”
“초청이요?”
“한남동에서 명예 성기사 회합이 열린다고 해서.”
원래는 쌩깔 생각이었다.
혼자 훈련이나 하지 뭐 하러 친목질을 하나 싶어서.
그런데 초청장에 적힌 회합 장소가 내 생각을 180도로 바꿔 놓았다.
[주한 인도 대사관]이 일곱 글자 때문에.
이유는 간단하다.
시바 교단의 명예 성기사이자 현직 주한 인도 대사 때문이다.
아밋 쿠마르.
게임에서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목소리는커녕 일러스트 한 장 없이, 대사 몇 줄 있는 게 전부.
그러나 어떤 캐릭터의 배경 설정을 보면 아밋의 존재 의의를 실감하게 된다.
[칼리]전사 계열 3대장 중 마지막.
칼라라트리의 주인.
일찍이 부모님을 여읜 백소린, 아동학대 당한 쟈네트와 다르게 유복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에피소드 1 서울 테러 전까진.
그때 죽을 뻔하고 자신을 연마한 게 배경 스토리였지.
업데이트는 훨씬 나중 일이지만.
“명예 성기사 회합이요?”
백소린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럼 차도준도 와요?”
“차도준? 그게 누구야?”
“차도준이요! 차도준! 설마 모르세요? 여기 쟈네트도 아는데!”
대체 누군데.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쟈네트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쟈네트로서는 보기 드물게 생동감 넘치는 표정.
김철권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이다.
“초인님. 차도준 모르십니까? 요즘 대세 배운데요.”
내가 어떻게 알아.
게임 캐릭터 아니면 모른다고.
“TV를 아예 안 봐서.”
“허…… 스마트폰 조금만 해도 광고 나옵니다만. 아, 저 위에도 광고 지나가네요.”
하늘 위.
쌩하고 마법 드론이 날아가고 있었다.
드론이 뿌리는 영상 광고 속,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잘생긴 남자 배우가 보인다.
고놈 잘생기긴 잘생겼네.
여배우 옆에 세워 놔도 압살하겠어.
백소린이 입에서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어떻게, 어떻게 차도준을 모르실 수 있으세요? 요즘에는 차도준 모르면 대화가 안 돼요! 대화가!”
“초인은 아닌가 보지?”
“초인도 아닌데 저렇게 잘생겼으니까 더 대단하죠! 성형도, 의체도, 마법도 쓰지 않은 잘생김이잖아요!”
“초인 아니면 관심 없다.”
“체에엣!”
“차도준은 시바 교단 명예 성기사입니다. 모태 시바 교단 신자고, 평소에 기부를 많이 해서 명예 성기사 작위를 받았지요.”
옆에서 설명해 주는 김철권.
나도 동의했다.
“시바 교단 명예 성기사면 올 가능성이 높지.”
“진짜요?”
“회합 장소가 주한 인도 대사관이다. 내가 알기로 주한 인도 대사도 명예 성기사일걸? 최소한 시바 교단 명예 성기사들은 모두 오겠지.”
“우와!”
백소린이 눈에서 불을 뿜었다.
쟈네트도 비슷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 되어서는 날 주시하고 있었다.
“저희도! 저희도 데려가세요!”
“너희도?”
“네! 네에에! 차도준 님! 차도준 님 보고 싶어요!”
“저, 저도 차도준 님…….”
어려운 일 아니다.
그리고 전사 3대장이 나란히 서 있는 걸 보고 싶기도 했다.
내 스마트폰으로는 절대 보지 못한 모습.
스트리머들이 자랑할 때나 얻어 봤던 장면.
나는 느릿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가자. 근데 너희들 명동 간다며. 명동 안 가도 괜찮겠냐?”
“안 가도 돼요! 신멸제는 내년에도 돌아와요! 하지만 차도준 님은 안 돌아오신다고요!”
“마음대로 해라.”
미리 얼굴 익혀 놓으면 좋지.
내가 최종적으로 수락하자 백소린과 쟈네트가 손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꺅! 차도준 님이다!”
“유리한테 자랑해야지.”
“유리? 아, 걔? 진짜 부러워하겠다. 별것도 아닌 아이돌 사인 하나 받았다고 자랑질 엄청 하던데, 차도준 님 사인으로 기를 콱 눌러 버려! 우리 셀카도 같이 찍어 달라고 하자.”
“좋아요!”
얘네들도 잘살고 있구나.
쟈네트 친구인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겠다.
스승이랍시고 너무 방치했다는 죄책감이 드는 한편, 무럭무럭 잘 크는 것 같아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흠, 초인님…….”
김철권이 내 눈치를 살폈다.
얘도 바쁜데 괜히 시간 끌고 있었네.
백소린과 쟈네트는 자기들끼리 놀게 내버려 두고 비밀 수련실로 들어갔다.
꽝꽝꽝!
김철권과는 맨몸 박투.
나도 마법 무구 모두 벗고 싸웠지만 상대가 안 된다.
몇 번 부딪힌 후 김철권이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크, 역시 초인님은 대단하십니다.”
“확실히 센스가 있어. 그런데 초능력에만 의지하지 말고 본인 격투 실력을 키워야 해. 사격도 하고 있지?”
“예. 총 가져올까요?”
“좋아.”
나는 페인트 총을, 김철권은 실총을 가지고 맞붙었다.
결과는 내 압도적인 승리.
김철권은 내게 총알 한 방 먹이지 못했다.
전신이 붉고 파란 페인트 범벅이 되어서는 쓰게 웃었다.
“이건 정말 심하네요.”
“총 쥐었다고 총에만 의존해도 곤란해. 총과 주먹의 조화. 그게 네가 갈 길이야. 지금은 총이 더 강한 것 같아도 실은 네 주먹이 더 치명적이다. 5레벨이 되면 완전히 역전되지. 잘 생각해서 써라.”
“제가 정말로 5레벨이 될 수 있을까요?”
“내가 말한 변이 인자 다 모았다며.”
“예. 마력 회로도 완성 직전입니다.”
“그럼 쉽지. 레벨은 신경 쓰지 말고 격투술이랑 총기술에 더 집중해. 예전에도 말했지? 레벨이랑 전투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제대로 5레벨 대접을 받고 싶으면 실력을 올려야 해.”
“명심하겠습니다.”
재건 철권파는 이미 관악구를 석권했다.
예전과 차원이 다른 장악력을 과시하는 중.
간부는 물론 부하들 전원에게 마법 맹약을 받았다나?
지금은 금천구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독약파가 지배하던 독산동은 이미 거의 먹었고, 가산동과 시흥동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다들 열심히 하네.’
제자들과 부하의 성장을 보니 기꺼우면서도 조바심이 든다.
나도 더 강해져야지.
여기서 더.
훨씬 더.
최소한 9레벨이 되고 천마를 단신으로 때려잡을 수준까지.
쌔액! 쌕!
전력으로 검을 연마했다.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고 특성을 교체해서 쉰 뒤, 다시 마력을 한계까지 소모했다.
하루하루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특성 획득만큼 확확 강해지지는 않더라도 능력치가 1씩 2씩 소소하게 오르는 이 감각.
중독될 것만 같다.
심지어 특성도 생겼다.
[훈련] [교관]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제자들, 그리고 김철권 교육도 열심히 했더니 얻은 특성.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을 보내고.
신멸제 전야가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