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34)
특성 쌓는 김전사-134화(134/300)
134화 청와대 -1-
“쿨럭! 크허억!”
도착하자마자 피를 토해 냈다.
내장이 역류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핏속에 작은 고깃덩이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아찔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다.
늪에 가라앉는 느낌이, 악령들이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간신히 특성을 교체했다.
[불사][소생][재생] [상처 회복][치유][활기]불사로도 모자라 하위 특성까지 장착.
치유를 연거푸 사용했다.
몸에서 빛이 수십 차례나 반짝인 후 겨우 정신줄을 붙잡았다.
“크헉! 우웨엑!”
하지만 모자라다.
내상이 치료될 기미가 안 보였다.
몸 전체가 아프고 무거웠다.
머리는 혼탁해서 언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안 되겠다.’
비척비척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 수련실.
내 첫 번째 집, 건우봉 단독주택과 비슷하게 마법 욕조가 마련되어 있다.
마력천 역할을 하는 최상급 마법 욕조.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뜨끈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는다.
그에 대항하듯 내 상처에서, 가슴 상처와 잘린 왼팔에서 차가운 기운이 몰아쳤다.
이건 마법 욕조만으로는 안 된다.
떨리는 손을 뻗었다.
마법 욕조 바로 옆에 설치한 소형 마법 금고.
생체 인증을 거쳐 열었다.
그러자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 물약이 눈에 들어온다.
엘릭서.
[약물 의존][약물 중독]을 장착하고 단숨에 들이켰다.따스하고 부드러우면서 상쾌한 액체가 식도를 씻어 내린다.
명치부터 열기가 피어나더니 전신으로 퍼진다.
얼음장 같던 마력이 단숨에 제압된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잘린 왼팔을 얼른 팔뚝에 붙였다.
그러자 불사로도, 5개 하위 특성으로도 붙지 않던 왼팔이 금방 연결된다.
즉시 통증이 느껴졌다.
팔꿈치 아래, 잘려 나갔던 부분.
왼쪽 아래팔 전체가 무시무시하게 아팠다.
불에 넣고 태우는 듯한 느낌.
신열에 다시 당한 것 같은 감각.
그러나 아픔은 순간이었다.
몸을 괴롭히던 통증도, 뇌를 고문하던 고통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후아아…….”
욕조에 몸을 묻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엘릭서라고 해야 할까?
성능이 어마어마했다.
새삼 몇 달 전의 태양 마탑에게, 사과한다며 엘릭서를 내밀던 책임 마법사에게 고마워졌다.
그게 아니었으면 난 죽었겠지.
“이게 얼마 만이냐…….”
청소부 협회장과 싸우고 나선 처음 같다.
그 뒤로는 사자 기사 오두식과 싸우든, 사냥꾼 협회장과 맞붙든, 대미궁에서 이단심문관 일행을 죽이든 이 정도로 다친 적이 없었지.
나는 가슴팍을 한 번 문질렀다.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의 중상.
이제는 흉터만 남아 있었다.
이것도 금강체랑 불사 장착하고 다니면 완전히 사라지겠지.
“후우우.”
한참을 멍하니 누워 있었다.
신체적으로는 회복됐을망정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했다.
학살 여제의 기괴한 얼굴이 구름처럼 떠오른다.
날 노려보던 조리개 의안.
미묘하게 비틀려 있는 금속 입술.
벼락처럼 떨어지던 마사무네!
‘운이 좋았어. 진짜 좋았어.’
무모한 거 아니었을까?
학살 여제를 보자마자 튀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대통령이 죽었을 거다.
대통령을 살리려면 결국 학살 여제와 싸워야 했겠지.
“흣, 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마지막에 대탈출을 쓴 나를 보던 학살 여제.
그 얼빵하면서 분통 터진 모습이 생각나서.
어떠냐, 성녀야?
모든 일이 마음대로 돌아가지는 않지?
테러 연맹이 조기 진압당하면 성녀도 가슴이 꽤 쓰릴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무모하게 학살 여제에게 달려든 보람이 있었다.
혹시 알아?
이번 일이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올지.
에피소드 3에 드러날 옛 아버지 교단의 전력은 절대 게임 속과 같지 않을 것이다.
“조금 자자.”
벌써 새벽.
밤이 새하얗게 지나가고 새로운 날이 밝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둬야겠지.
군단장은 뭘 하고 있을까.
마탑주는? 성희영은?
토르 교단 대주교랑 가이아 교단 대주교는 끝나면 욕 좀 먹겠네.
눈꺼풀이 솔솔 무거워졌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수마에 잠겼다.
실시간으로 데워지는 물이 내 몸을, 마력 회로를 노곤노곤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있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마법 욕조 옆에 놔둔 스마트폰이 웅웅거리며 울고 있었다.
[백소린]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나도 모르게 푹 잔 것이다.
“어, 소린이냐?”
[선생님!]백소린이 스마트폰 너머에서 소리를 빽 질렀다.
[왜 전화 안 받으세요! 걱정했잖아요!]“피곤해서 쉬고 있었지. 거긴 별일 없지?”
[별일 있죠! 세상에, 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대사관 아니야?”
[청와대에 와 있어요! 청와대!]응? 청와대?
대충 무슨 일인지 알겠다.
테러 대응이 어느 정도 된 모양.
자연히 내 조사를 했을 거고, 내 제자들이 한남동 인도 대사관에 있다는 사실도 알았겠지.
초청인지 보호인지 모를 과정을 거쳐 청와대로 데려갔을 거고.
백소린이 잔뜩 흥분해서는 외쳤다.
[그리고 여기 누구 와 계신 줄 아세요?]“왜? 동부군 군단장님이랑 태양 마탑주님이라도 계셔?”
[어떻게 아셨어요?]당연히 알지.
누가 불렀는데.
그 두 양반이라면 구경만 하고 있을 위인도 아니고.
첨벙!
몸을 일으켰다.
정신적 피로도, 육체적 후유증도 싹 사라진 상태.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습관처럼 속옷 위에 방호복을 걸쳤는데…….
‘이건 못 쓰겠네.’
방호복 상의.
거친 균열이 쩌저적 가 있다.
검이 직격한 부분은 아주 크게.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였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서는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쩌겠어.
당장 입을 옷이 마땅치가 않은데.
넝마가 된 검은 츄리닝을 위에 걸쳤다.
최 소장이 선물해 줬던 물건.
분명히 자가 복구 마법이 걸려 있었는데 귀안으로 보니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사무네의 공격이 츄리닝에 걸린 마법도 모조리 부순 것.
‘갑옷이랑 마법 츄리닝을 사야겠네…….’
츄리닝은 그렇다 치고 갑옷은 아쉽다.
방어력도 좋고 [거구] 특성도 괜찮아서 계속 입으려고 했는데.
수리가 될까?
조철이 수리해 줄지 모르겠다.
입맛을 다시고는 밖으로 나왔다.
“나도 청와대로 갈게. 청와대에서 보자.”
[네! 선생님! 대통령님도 선생님 보고 싶어 하세요! 대통령님을 구한 게 선생님이라면서요!]“그렇게 됐다.”
[정말 대단하세요! 와, 대통령님이랑은 원래 아는 사이셨던 거예요?]“그건 아니고.”
택시를 잡아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SUV도 레드 쿠거도 집에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검문 있겠습니다.”
“수고하십니다.”
간밤 테러의 상흔이 꽤 보였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무너진 건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직도 화재 진압 중인 곳도 많다.
또, 군인들이 장갑차로 도로를 막고 검문 중이었다.
절반은 국군, 절반은 동부군.
마도과학 장비로 무장한 병사들과 기갑 슈트 입은 초인들이 섞여 있는 모습은, 확실히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선방했네.’
게임에서 묘사되던 것과 비교하면 선녀지, 선녀.
[서울은 사흘 내내 불탔다.] [거리에는 시체가 넘쳐났다.] [사방에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세상의 종말이 온 듯, 죽음과 비탄이 넘실거렸다.]시네마틱 트레일러 감상 후.
처음으로 게임에 접속하면 저런 문구가 출력됐을 정도.
반면 이 세상 사람들의 얼굴은 불안한 한편으로는 밝았다.
군대를 보고, 또 동부군을 보고 안심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정부가, 또 독립 영웅이자 전쟁 영웅인 군단장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내가 일으킨 긍정적인 변화.
“묵호검주님 되십니까? 대통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검문을 열 번 이상 거쳐서 청와대에 도착했다.
날 보자마자 문을 열어 준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검문하는 건 아니다.
내가 청와대 정문으로 접근하기 수백 미터 전부터, 은밀한 시선이 나와 내가 탄 택시를 샅샅이 탐지하고 있었다.
“묵호검주님 오셨습니까!”
대통령이 회의하다 말고 뛰쳐나왔다.
날 보고, 특히 쪼개진 가슴팍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얼굴을 확인한 다음 겨우 웃는다.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신예린, 그 쌍년과 싸울 때부터 알아봤습니다만 상처 하나 없으시다니요!”
“저도 많이 다쳤습니다. 치료하고 오는 길입니다.”
“에이, 얼굴 보니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십니다만?”
“엘릭서를 썼으니까요.”
“엘릭서…….”
그 말에 대통령이 살짝 얼굴을 굳혔다.
대통령이 보기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학살 여제를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 오해할 만하다.
뭐라고 더 말을 하려는 찰나, 큼지막한 그림자가 다가와 내 등을 쾅쾅 내리쳤다.
“으하하하! 내가 뭐라고 했나! 이 어린놈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날 거라고 했지?”
우렁우렁 호랑이처럼 울리는 목소리.
동부군 군단장이었다.
백 살이 넘은 노인인데도 40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이는 군단장이, 내 등을 망치질하듯이 내리치고 있었다.
“흠, 엘릭서를 썼다? 확실히 내 사제가 선견지명이 있어. 자네 내 사제 덕에 산 줄 알게.”
태양 마탑주가 나서서 말했다.
확실히 태양 마탑 책임 마법사, 마탑주 사제에게 엘릭서를 못 받았으면 난 죽은 목숨이었겠지.
“예. 언제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손하게 말하자 마탑주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하하하하! 그래야지! 미래의 태양보안 사장! 이제 남은 엘릭서가 없지? 내가 마탑 돌아가는 대로 몇 병 싸서 보내 주겠네! 아, 그리고 언제든 생각 있으면 말해. 태양보안은 자네만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 어린놈이, 누구 마음대로 태양보안 사장이야? 미래의 군단장이야. 군단장!”
“어리다고 하지 마십쇼. 저도 망구(만 81세)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 아들놈보다 어린놈이 대거리를 하고 말이야. 쯧쯧, 세상 말세로다. 이놈아! 네 선친이랑 내가 독립운동하고 있을 때 너는 코나 찔찔거리고 있었어!”
“끄응.”
나이로 따지면 마탑주가 질 수밖에 없다.
쌤통이라는 듯 군단장이 파안대소했다.
그러더니 눈을 번뜩이며 나를 돌아본다.
“신예린이랑 일대일로 싸웠다고?”
“예?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신예린이 누군가 했네.
다름 아닌 학살 여제의 본명이었다.
“그년도 지 애비 닮아서 솜씨가 상당할 텐데 어떻게 싸웠냐? 네 솜씨로는 부족할 텐데.”
그때의 제가 아니랍니다.
생각해 보면 군단장에게 묵호검을 받을 때만 해도 나는 검 전문가가 없었다.
검술 정도는 있었지만 군단장 눈에는 차지 않았겠지.
대놓고 움직임이 잡스럽다, 검술은 기본만 뗐다, 동작 연계도 어설펐다, 하고 평했으니까.
“죽을 각오로 덤볐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다?”
“예. 외형이 기이하긴 했습니다만 척 봐도 강인한 무사의 분위기가 풍겼습니다. 방어만 하면 반드시 죽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돌격했습니다.”
“허허! 박투전으로 몰고 간 모양이구나.”
“예. 그래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전사다. 이름이 아깝지가 않아. 맞아. 정답이다. 신예린은 지 애비한테 검을 배웠는데, 그 애비는 한때 검제라 불리던 인간이다. 한민족 최고의 검객이라고까지 했지. 매국노라 그렇지 실력만큼은 대단했어.”
“군단장님께서 일대일로 이기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봐야 나한텐 안 됐거든. 그나저나 그 꼬락서니는 뭐냐?”
군단장이 이제야 내 옷을 살폈다.
넝마가 된 츄리닝.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방호복.
“내 옷이라도 주랴? 내가 젊을 때 입던 무복이 군단 창고에 잠자고 있다만.”
묵호보의 말이야?
그것도 좋지.
묵호검만은 못해도 SSR 등급이고, 활동하기 편한데다 특성도 잘 붙어 있다.
하지만 묵호검에 묵호보의까지 받으면 좀 그렇지 않아?
지금도 직전 제자나 외손자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데 더 심해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SSR급 무구를 거절할 수도 없고…….
뜻밖에도 대통령이 날 도와주었다.
“군단장님, 그건 아니지요. 군단장님께서 묵호검주를 총애하시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이번만큼은 저한테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응? 뭔 소리야?”
“일국의 대통령을 구한 분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군단장님과 마탑주님, 심지어 금오그룹 신임 회장님께도 미리 연락을 하셨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세 분이 움직이지 않으셨으면 간밤에 정말로 큰일이 났을 겁니다.”
“그야 그렇지.”
“나도 묵호검주가 왜 갑자기 전화하나 했다니깐.”
“그러니 이번 일의 포상은 저한테 전적으로 맡겨 주시지 않겠습니까? 마침 좋은 방호복이 들어와 있습니다.”
“잠깐. 그거 설마…….”
“예, 그겁니다.”
군단장이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뭔지 아는 눈치.
대통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마탑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데 그러십니까? 이봐, 대통령. 나한테만 슬쩍 말해 봐.”
“무복이나 경갑도 좋습니다만 묵호검주님께는 역시 방호복이 어울리지요. 그리고 방호복은 미제가 최고고 미제 중에서도 대균열 소재가 최곱니다.”
미제?
대균열 소재?
어, 이거 설마…….
대통령이 한쪽을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비서실장이 직접 마법 상자를 갖고 들어온다.
고풍스러운 백금 상자.
게임에서 최상급 유료 뽑기를 할 때 보이는 그것.
비서실장이 내에 마법 상자를 내려놓았다.
자체적으로 마법적인 힘이 있는지, 마법 상자가 딱 열기 좋은 높이에 둥둥 떴다.
“열어 보시죠.”
대통령이 마법 상자를 가리켰다.
떨리는 손으로 마법 상자를 열었다.
부르르르.
강렬한 진동.
치솟는 보광.
마법 상자가 천천히 열렸다.
안에서 튀어나오는 한 벌의 방호복.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