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81)
특성 쌓는 김전사-181화(181/300)
181화 한강 아래 –3-
“개쩐다!”
벽에 기대 스마트폰을 보던 남학생이 외쳤다.
그러더니 옆에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하던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야. 만 원 내놔.”
“어? 뭔 소리야?”
“개소리하네, 븅신.”
“또 왜 지랄인데.”
“내가 김전사 그 인간 소드마스터일 거라고 했지? 봐 봐. 소드마스터 맞잖아.”
남학생이 자랑스럽게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광경.
어느 스트리머가 운 좋게 잡은 화면 속, 찬연한 백색 검강이 별빛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우와, 대박!”
앉아 있던 학생이 벌떡 일어났다.
“이거 진짜 검강이야?”
“그렇다니까! 마도 렌즈로 잡아서 느리게 재생한 거야. 0.05 배속이라던데?”
“처음부터 보자! 처음부터!”
남학생이 괜히 으스대며 동영상을 되돌렸다.
방송한 스트리머는 정말로 운이 좋았다.
처음 하늘배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찍을 수 있었으니까.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혼란스러워하다가 고개를 드는 시민들.
그 표정들에 더해 화면 속 하늘배가 장엄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미쳤다…….”
“시발, 배가 하늘을 나네.”
“비공선 맞지?”
“무슨 비공선이 저렇게 커! 성녀님 배도 저 정도는 아냐!”
무장을 갖추고 현대적으로 개수한 하늘배.
하늘에 정지하여 마법진을 투사하고 포격을 개시하자 학생들 모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포와 미사일, 기관포를 쏟아붓는 공중 전함이라니.
사기 아니야? 이거?
그러나 하늘배는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메인은 따로 있었다.
하늘배에서 검은 점 셋이 떨어지는 것을 포착.
스트리머가 솜씨 좋게 검은 점 중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을 확대하자 교실 전체에서, 아니 학교 전체에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
“묵호검주님이다!”
“개멋있어!”
“개상남자야! 낙하산도 없이 뛰었어!”
한 줄기 유성처럼 지상에 강하.
격한 폭발이 사방을 난도질했다.
한바탕 유혈극이 펼쳐지지만 그만큼 함성이 커졌다.
이 잔인하고 야만적인 세상.
중학생만 돼도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했으니까.
“검강은 언제 나와?”
“오러 블레이드! 오러 블레이드!”
“뒤로 넘겨!”
“가만히 있어 봐, 성질 급한 새끼들아.”
곧 전투가 펼쳐진다.
뭘 했는지 괴상하게 변한 초인.
괴물이 되어 달려들지만 무의미했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본 묵호검을 치켜든 남자.
뺨의 상처가 인상적인 그 남자가 검강을, 시리디시린 검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캬아!”
“개멋있어!”
“다 죽었다!”
“소드마스터!”
“미쳤다, 미쳤어!”
그리고 다음 장면.
남자가 사라졌다.
아니, 빛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이어 피어나는 광화.
하늘의 별이 지상에 강림한 듯한 장면이다.
직후, 괴물 초인이 수십 조각이 되어 스러졌다.
“야! 더 느리게는 안 되냐?”
“어떻게 한 거야?”
“잠깐만. 0.01 배속으로 맞춰 볼게.”
그제야 제대로 보였다.
남자가 검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두르는 게.
스트리머는 최신형 마도과학 렌즈로 찍었지만 동작은 흐릿하게만, 잔상으로만 남았다.
대신 무참하게 그어지는 백색 선만큼은 잘 보였다.
마치 남자 뒤로 하얀 초승달을 수십 개는 피운 듯한 광경.
학생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실화야 이거?”
“완전 영화 보는 줄.”
“CG 아냐? CG? 실제 상황은 맞아?”
“맞아! 뉴스 떴어! 김전사가 테러리스트 또 때려잡았대!”
“캬! 테러리스트 소탕 전문가네. 저번에 학살년도 잡았잖아!”
“그때도 소드마스터 맞다 아니다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 아주 인증을 해 주시네.”
“크윽, 형! 날 가져요!”
“김전사는 너한테 관심도 없을걸. 그 차도준한테도 데면데면했다잖아.”
“전사 형을 위해서라면 여장도 할 수 있어!”
“우웩, 토 쏠려.”
남학생은 아쉬운 마음에 동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더 보고 싶었다.
그 화려한 동작을.
단칼에 악당을 처치하는 단호한 모습과 빛나는 검강을.
서울 테러를 실질적으로 막고, 잔당 소탕을 마무리 지어서일까?
김전사 본인은 몰랐지만 사실 서울 시민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김전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인터넷 어딜 가도 김전사 얘기뿐이었다.
[김전사를 국회로!] [국회 정도로 되겠어요? 청와대 보냅시다.] [종신 대통령 시키면 어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민주주의 몰라? 민주주의?] [김전사 님이 정치인 놈들보단 훨씬 낫지. 구로동이랑 대림동 재개발하면서 어떻게 하셨는지 못 들었어?] [미친 거 아냐? 이주 정착금? 주거 이전비? 나 그런 거 처음 들어 봐.] [우리 같은 서민을 생각하는 참 초인이신 거지.] [그거 다 연기야! 연기! 두고 봐라. 자리 하나 차지하면 진짜 얼굴이 나올 거다.]김전사를 추종하는 사람도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에서만큼은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무시무시하긴 하네. 김전사 내가 알기론 23살이거든? 그런데 소드마스터야.] [미친. 무슨 검의 신이라도 돼?] [소드마스터만이겠냐? 초인 분석가들이 그러는데 김전사는 성기사에 총잡이에 격투가란다.] [개소리 말고.] [개소리는 네가 하고 있구요.] [나도 들었어. 말이 안 된다던데? 그냥 규격 외래, 규격 외.] [옛날부터 유명했지. 자기보다 1레벨 높은 초인들도 막 잡았잖아.] [정말 천마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중국에서 들은 정본데, 혈왕이 김전사를 천마님 막내 제자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대. 신군하고 한바탕했다는데?] [진짜?] [설마 다음 천마 우리나라에서 나오냐?] [다 가졌네. 다 가졌어.] [20대 초반에 존잘이지, 키도 크지, 돈도 많지, 능력은 아주 역대급이지…….] [에이. 말은 똑바로 해라. 훈남이지 존잘은 아님.] [6레벨에 소드마스터까지 찍었는데 그 정도면 대존잘이지. 오크처럼 생겼어도 훈남이라고 불러 줄 자신 있음.] [나도.] [인생 자체가 반칙 아냐? 난 3레벨만 돼도 좋겠다.] [나도.]동영상 일부를 잘라 낸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23살 소드마스터 특.GIF] [오러 블레이드는 이렇게 쓰는 겁니다, 참 쉽죠?] [김전사가 말아 주는 오러 블레이드.JPG]따위의 제목을 달고서.
특히 검강 구현 후 신혈병을 끝장내던 장면이 인상 깊었나 보다.
인터넷은 물론 SNS에서, 또 뉴스에서, 심지어 전혀 관련 없는 게시물에서도 필수 요소처럼 쓰이고 있었다.
이걸 달아야 안 잘린다는 듯이.
자연히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검성]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묵호검주]라고 불렸던 김전사.
본인의 무력을, 가치를 입증했다기보단 동부군 군단장에 인정받았다는 인상이 더 강했던 별명.
이젠 과거의 것이 되었다.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쟁취한.
대한민국 국민의 대뇌 주름에 콱 박혀 버린 돌진 장면에서 유래한 별칭이.
전국 방방곡곡에 쩌렁쩌렁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 * *
나는 그걸 듣고 짧게 실소했다.
“검성이라고요?”
검의 성인(劍聖)이 아니라 검의 별(劍星).
내가 봐도 별 같아 보이긴 한다.
동영상 속, 내가 피워 낸 검강 세례는.
“예. 허허허, 20대 초반에 소드마스터가 된 것은 정말이지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십만대산의 천마나 그랬을까요? 허허허.”
대통령이 연신 홍소를 터뜨렸다.
한참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러고 있다.
무슨 꿍꿍이지?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제야 속내를 털어놓았다.
“요즘 여기저기서 말이 많습니다. 묵호검주님. 아니, 검성님. 혹시 정치에 뜻이 있으십니까?”
구로동은 물론 대림동 재개발을 시작했더니 견제가 들어오는 모양.
게다가 이번 일에 경계심을 가진 사람도 생겼겠지.
하늘배.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전함이고, 또 이동형 거점이잖아.
‘혹시 성녀가?’
가능성은 있다.
서울 테러 이전의 나는 성녀가 잘 보살펴서 키워야 하는 제물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제물 수준을 넘어서 독 사과로 변신하는 중이니까.
의심을 접어 두고 속내를 살짝 보여 주었다.
“정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저희 당에 입당 권유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말은 아쉽다고 하면서 되레 후련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네.
대통령이 입당 권유를 해도 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거 아니었어?
이 세상 정치 구조를 잘 모르니 제대로 말을 못 하겠다.
“하지만 제 재산과 영역은 지킬 겁니다.”
“재산과 영역입니까…….”
“네. 테러 연맹 그 새끼들이 최 이사를 공격했던 건 아시죠?”
“예. 압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게 만들 작정입니다.”
“흠…….”
최근 약간의 조직 개편이 있었다.
나도 회사를 차린 것.
건설 회사와 보안 회사, 이렇게 두 개.
대표 이사는 나.
최선수한테는 건설 회사를, 김철권한테는 보안 회사를 맡겼다.
철권파도 공식적으로 통합.
그동안의 불법적인 일을 모두 근절하고 양지 회사로 탈태하기 위해 최선수와 김철권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쩌면 구로동과 대림동만 아니라, 관악구와 금천구도 저강도 재개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는 검성님을 지지합니다.”
대통령이 신중하게 입을 뗐다.
“제 생명의 은인 아니십니까. 검성님께서는 모르셨겠지만, 제가 나름 많이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모르다니요. 당연히 알지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성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인간이라는 족속은 누군가 잘나가면 꼭 끌어내리려고 하는 자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건 제 느낌입니다만 정계, 재계, 초인계, 종교계 모두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가 그렇습니까?”
“그게 말입니다. 제가 그걸 제 입으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숙였다.
나는 급히 손을 휘저었다.
“아닙니다. 거기까지 여쭤볼 수는 없지요. 저도 예상이 갑니다. 지금 이 정도 가르쳐 주신 것만 해도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최대한 막아는 보겠습니다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당분간은 조용히 집에 계시거나 은밀히 움직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너무 어그로를 끌었나?
대신 체급 불리기는 성공했다.
이젠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해.
기본적인 생존은 달성한 것.
성녀와 옛 아버지 교단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긴 해도.
“검성님. 저희 금오 그룹은 검성님이 무엇을 해도 그 옆에 있을 거예요. 조만간 정식으로 동맹을 선포하면 어때요?”
“좋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회사 이름이 전사보안에 전사건설이에요? 차라리 검성보안, 검성건설이라고 하시지.”
“그것도 고민해 보지요.”
급하게 만든 회사라 이름도 적당히 지었다.
내 이름…… 김전사의 이름을 따서.
확실히 전사보단 검성이란 이름이 나아.
하지만 바로 바꿀 생각은 없다.
내 느낌이긴 한데 내 별명이 검성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아마 천마 비슷하게.
더 강하고 더 멋진 이름이 붙지 않을까?
그것도 몇 달 지나기 전에.
그렇다면 벌써 회사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지.
“허허허.”
대통령이 흐뭇하게 웃었다.
“젊은이 두 분이 그리 다정하시니 보기가 좋습니다.”
“그렇죠?”
성희영이 방긋 웃으며 내 팔짱을 끼었다.
또 훅 들어오네.
“참, 검성님. 이건 선물이에요.”
성희영은 눈치가 빨랐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 자기 주머니에서 황금 드래곤 장식을 꺼내 내민다.
허리띠에 찰 수 있게 요철이 있는, 손바닥 크기 드래곤 장식.
기본이 천상금과 지옥금 합금이었다.
진은은 물론 마법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가 비늘마다 촘촘히 박혀 있었다.
재료도 재료지만 은은히 느껴지는 마력 파장의 품격이 대단했다.
“오호.”
장식을 보고 감탄하는 대통령.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물건 아닙니까? 굉장히 귀하다고 들었습니다. 저번에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대통령이 자기가 차고 있는 걸 자랑했었지요. 전 초인이 아니라 쓸 수 없어서 듣고만 있었습니다만.”
무장집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SSR 등급.
겨우 2개 들어가고 땡인 내 무장집과 다르게 5개까지 들어간다고.
산탄총, 저격총, 소총에 두 개 더 집어넣고도 남겠는데?
아예 다산총 세트를 다 넣고 다녀도 되겠다.
나는 솔직하게 기뻐하며 무장집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등에 이것저것 짊어지고 다니는 게 좀 그랬어요. 골프백 말고 제가 공간 확장 제대로 걸린 벨트 파우치 하나 마련해 드릴게요. 언제까지 겨우 4배율짜리 마법 가방 들고 다니실 거예요? 하여간에 무심하시다니까.”
“아닙니다. 이것도 쓸 만해요. 그리고 골프백 항상 들고 다녔더니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요. 차라리 배율 더 높은 골프백이 낫죠.”
“골프백 없어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요?”
“하하하.”
이 세상에 떨어진 직후.
노루 패거리에게 습격당했던 일은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그때 무장하고 있지 않았으면 난 죽었을 거라고.
그래서 골프백을 항상 들고 다니는 거다.
온갖 무장에 보조 도구는 물론 소모품까지 바리바리 챙겨서.
성희영은 무장집 말고도 푸짐한 보상을 안겼다.
새 골프백, 현금, 금괴, 부동산, 다이아, 넥타르, 최상급 물약, 마법 재료 등.
일일이 목록을 확인하기도 버거웠다.
골프백, 다이아와 넥타르, 최상급 물약만 직접 챙기고 나머지는 최선수에게 떠넘겼다.
“역시 성 회장님은 통이 크시네요. 이거 거의 수천억은 넘겠습니다.”
“그래? 솔직히 그 정도는 받아야지.”
목숨값이니까.
성희영과 대통령은 짧게 대화만 나누고 떠났다.
둘 다 바쁜 사람들.
나 역시 그렇다.
‘할 일이 많아.’
대통령은 나보고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만 내가 어디 그런 거 신경 쓸 인간이야?
가만히 있다간 죽는다.
곧 발동할 에피소드 2에.
또 에피소드 3에.
‘미리 준비해야 해.’
좀비 사태의 네 축.
좀비 떼.
좀비화 전염병.
어둠 재규어 교단.
시체룡.
한강 아래를 청소했다고 끝이 아니다.
대균열에 있는 시체룡도 미리 손을 봐야 하고, 서울 곳곳의 좀비 떼 스폰 지점도 청소해야 하고, 좀비화 전염병 치료제도 구해야 한다.
가장 쉽고 간단한 일부터 해야겠지.
툭.
나는 금오대에 꽂은 권총 두 자루를 의식적으로 건드렸다.
다산총 5세트.
조선 후기 대마법사 정약용이 만든 마법부여총.
답은 이 안에 있었다.
도깨비.
이 세상에서도 전설과 설화로 남은 종족.
그들이 총잡이 계열 최상위 특성은 물론, 좀비화 전염병 치료제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