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85)
특성 쌓는 김전사-185화(185/300)
185화 전설을 찾아서 –4-
빛기둥이 갈라진다.
문 열리듯 벌어지며 어떤 존재들이 걸어나왔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머리에는 까만 족두리를 썼다.
품에는 부케 대신 두툼한 산탄총을 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산탄총에 시선이 갔다.
저게 바로 도깨비방망이.
방망이로 쓸 때는 거꾸로 잡고 휘두르고, 싸울 때는 거침없이 쏴 갈긴다.
팩션, 도깨비 나라의 병력은 대부분 여자였지.
남자 도깨비들은 전사보단 마법사에 가까웠고.
“오오! 각시야!”
“서방님!”
“드디어, 드디어!”
남자 도깨비들이 여자 도깨비들에게 달려갔다.
각자 자기 신부한테 달려가 격렬하게 춤을 춘다.
여자 도깨비들도 마찬가지.
웨딩드레스가 찢어지도록 머리를 돌리고 몸을 회전시켰다.
때아닌 춤판.
나는 근처 큰 나무에 적당히 기대어 구경만 했다.
굳이 나까지 달려들 필요는 없으니까.
“도깨비들이 흥이 많네요.”
“그렇지?”
꼬끼오!
춤판은 멀리서 수탉이 운 다음에야 진정되었다.
동쪽에서 슬쩍 머리를 내미는 태양 수탉.
남자 도깨비들만 있었다면 그대로 빗자루로 변했겠지만 지금은 여자 도깨비들이 함께다.
여자 도깨비들이 들고 있던 산탄총을 거꾸로 잡았다.
“밤 나와라, 뚝딱!”
합창하듯 내지른 고함.
산탄총 개머리판에서 번진 어둠이 지평선까지 달려갔다.
태양 수탉이 어맛 뜨거라 하고 도망친다.
시간은 다시 밤.
남자 도깨비들이 흐트러진 도포를 탁탁 정리했다.
“흠, 흠, 시작하실까요? 부인?”
“예. 서방님.”
도깨비들이 쌍쌍이 줄을 맞춰 선다.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주례자 보고 서듯이.
“김 서방. 우리 주례 좀 서 줘.”
“그러죠. 모두 크기 조금씩만 줄여 보세요. 맞절은 해야죠.”
마을 공터가 썩 넓지가 않다.
맞절하겠다고 거리 벌리다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대신 크기를 줄이게 했다.
다들 즉석에서 재주를 넘었다.
그러자 크기가 1/10씩 작아지면서 장난감처럼 변했다.
내 앞에 도열한 장난감 도깨비 부부들.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너무 귀여워서.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점도 있었다.
도깨비 부부들의 면모가 너무 극단적이었던 것.
‘어떻게 이렇게 안 어울리게 모였냐.’
가령 당고마는 우락부락한 여자 도깨비와 이어졌다.
떵치는 갈대처럼 가냘픈 여자 도깨비와.
노안 도깨비는 동안 도깨비, 동글동글 도깨비는 네모네모 도깨비, 이런 식으로.
대신 비슷한 점도 있었다.
육안으로 아닌 귀안으로 볼 때.
마력 파장을 보면 놀랍도록 흡사했던 것.
“신랑 신부. 맞절!”
인간처럼 복잡한 허례허식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호령하자 기다렸다는 듯 도깨비들 사이에 하얀 그릇이 뿅 하고 나타난다.
그릇에는 맑은 정화수가 넘치듯 고여 있다.
도깨비들이 서로를 향해 정중히 맞절을 했다.
콩!
“아야!”
“어억! 미안하오!”
“아닙니다, 서방님.”
여기저기서 머리를 찧고 비명이 터졌다.
괜찮아, 괜찮아.
도깨비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려 도깨비들을 향해 물었다.
“신랑 도깨비 군에게 묻겠습니다. 신랑 도깨비 군은 신부 도깨비 양을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그러면 신부 도깨비 양에게 묻겠습니다. 신부 도깨비 양은 신랑 도깨비 군을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이것으로 신랑 도깨비 군과 신부 도깨비 양은 일가친척과 친지를 모신 가운데 평생 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음을 선언합니다.”
“와아아!”
타타타탕!
도깨비들이 흥분을 참지 못하여 총을 쏴 갈겼다.
마법 폭죽이 쭈우욱 올라가다가 터진다.
크게 웃는 도깨비 얼굴이 하늘에 새겨졌다.
음메- 음메에-
합창하듯 우짖는 양구름 떼.
퉁, 투두둥.
땅이 벌름거리며 바위를 뱉어 낸다.
바위가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노랗고 오색구름을 퍼뜨렸다.
저 멀리 수묵화 같던 산이 일어나 춤을 춘다.
심지어 나무들까지 줄기를 꿈틀대며 움찔움찔 춤을 추고 있었다.
“파티! 파티다!”
남자 도깨비들의 권총이 변한다.
총신은 길어지고 손잡이는 뒤로 밀려 나가 개머리판이 달라붙고.
더는 권총이 아니었다.
산탄총이었다.
여자 도깨비들이 든 것보다는 얍실하고 작지만, 분명히 도깨비방망이.
“고기 나와라, 뚝딱!”
돼지고기 수육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온다.
“겉절이 나와라, 뚝딱!”
바람이 겉절이를 가득 품고 배달한다.
“떡 나와라, 뚝딱!”
땅이 꿈틀대며 떡을 덩어리째 올려 보낸다.
“메밀묵 나와라, 뚝딱!”
나무들이 가지 끝에서 메밀묵을 슴풍슴풍 떨어뜨린다.
“우하하!”
“이히히!”
“각시도 한잔하시오.”
“예, 서방님도 한잔하세요.”
피로연이라고 해야 할지 뒤풀이라고 해야 할지.
거하게 파티가 열렸다.
도깨비들이 여기저기 퍼질러 앉아 술과 음식을 퍼먹었다.
우리한테도 독상이 들어왔다.
서우진이 조심스레 수육 한 점을 맛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있는데요?”
잡내도 안 잡고 대충 삶은 수육이랑 제대로 된 수육이랑 같겠어?
이건 대한민국에서 최대로 맛있는 수육이다.
왜냐.
대한민국 최고 수육 명인이 직접 삶은 수육을 [복사]했으니까.
도깨비감투의 특성이 투명화라면 도깨비방망이의 특성은 복사.
어디서든 쓰기 좋은 특성이었다.
“김 서방!”
당고마 도깨비가 벌건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인사해! 내 각시, 큰큰이야!”
“안녕하세요.”
서양 아가씨들 하듯 웨딩드레스를 두 손으로 잡고 인사하는 큰큰이 도깨비.
나도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세요. 두 분 다 백년…… 아니, 만년해로하시기 바랍니다.”
“하하, 고마워.”
“감사합니다. 이건 저희의 선물이에요.”
두 도깨비가 손을 맞잡고 내밀었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 손.
하지만 손을 잡자 뿅 하고 총 한 자루가 나타난다.
커다란 산탄총.
남자 도깨비들의 산탄총은 물론, 여자 도깨비들의 산탄총보다 배는 큰 물건이었다.
“저 주시는 겁니까?”
“고럼고럼! 김 서방 말고 누구한테 주겠어?”
“저희가 가진 도깨비방망이 중에서 최상품이에요.”
“여태 누구한테도 준 적이 없다고!”
“누구도 저희를 이렇게 많이 중매하신 분이 없었으니까요.”
총으로도 둔기로도 좋은 무기.
SSR급이다.
공격력은 순위권에, 형태 변환 능력이 있어 권총으로도 소총으로도 저격총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산총보다 좋냐?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다산총 세트가 없었으면 썼겠지만 다산총 무장집 조합한테는 한참 떨어지지.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설마 이걸로 끝?
아니지?
100명 중매했잖아. 전원 결혼이었다고.
게임에서도 이러면 특별 보상이 우스스 쏟아졌다.
부욱!
기대했던 대로였다.
신부 도깨비가 웨딩드레스 한쪽을 터프하게 찢었다.
“비행옷 나와라, 뚝딱!”
천 조각에 대고 산탄총을 두드린다.
그러자 천 조각이 화악 커지며 웨딩 드레스로 변했다.
도깨비 비행옷.
[비행] 특성을 담은 방어구다.역시 SSR 방어구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서우진이 웨딩드레스를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저희 선생님 보고 입으라고요?”
여자용이라는 것.
즉, 성별 제한이 걸려 있다.
신부 도깨비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이거 좋은 건데요…… 나중에 김 서방 새댁한테 줘도 좋은데…….”
“그러면 되겠네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한테는 도깨비 비행옷도 필요하다.
특성은 못 가져오지만 도깨비 시리즈로 할 수 있는 게 있거든.
웨딩드레스를 우선 받아들었다.
그리고 아까 받은 산탄총과 카우보이 모자를 꺼낸다.
웨딩드레스 팔 부위에 산탄총을 올리고 머리 쪽에 카우보이 모자를 얹었다.
그 후 마력 주입.
내 전사답지 않은 마력을 모조리 불어넣자 반응이 있었다.
우웅! 우우웅!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도깨비 시리즈.
이내 순수한 마력으로 변해 증발해 버린다.
“어엇!”
“김 서방! 뭘 한 거야!”
“세상에나!”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모자, 옷, 방망이.
오직 단 하나의 광점만 남았다.
히죽히죽 웃는 작은 도깨비.
내 손가락보다 작을 빛 도깨비 하나가 도깨비 시리즈를 조합한 대가였다.
그걸 본 도깨비들이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며 야단법석을 피웠다.
“도깨비 영혼이다!”
“저게 진짜 있었어?”
“예언이, 예언이 실현됐어!”
“우리가 세상으로 나간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빛 도깨비가 엉덩이춤을 추며 내 손바닥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흡수.
혈맥과 신경계를 자극하며 기어 와 내 심장에 깃들었다.
마력 회로가 진동하고 새로운 능력이 개화한다.
[영체화]아케인 서울에서도 쉽게 얻기 힘든 특성.
쉽게 말해 1초 무적 겸 물질 통과라고 보면 되겠다.
무쇠주먹과는 상대가 안 되지.
무쇠주먹은 학살 여제한테도 뚫렸잖아.
완벽한 무적은 아니다.
영체 타격 공격에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완벽한 무적은 학살 여제의 범접불가, 신화에 나오는 보물 정도로만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범용성은 훨씬 낫지.
단순히 방어에만 쓰는 게 아니라 벽을 뚫고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니까.
하나 더.
영체화는 섬전 특성의 재료가 된다.
앞으로 [초능력] 하나만 더 먹으면 재료 수집 완료.
당고마 도깨비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도 데려갈 거지? 문 열어 줄 거지?”
“그럼요. 그래도 당장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알지 알지! 기다릴게! 약속만 해 줘!”
“약속하겠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게 있어요.”
“말만 해! 말만!”
“금척이랑 화주가 필요합니다.”
“당장 줄게!”
도깨비들이 당장 자기네 집으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뒤진다 어쩐다 부산을 피우더니 의기양양하게 내가 요구한 물건을 가지고 돌아온다.
금색 자와 불꽃 구슬.
도깨비가 먼저 금색 자를 들어 보였다.
“이건 금척이야. 옛날엔 죽은 사람도 살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힘이 약해져서 죽은 사람은 못 살려. 그래도 죽기 직전 사람을 치료할 수는 있다? 수명이 다한 사람도 한 번에 한해서 3년 동안 살려 놓을 수 있으니까 잘 써. 힘 떨어지면 가져오고. 충전해 줄게.”
“감사합니다.”
충전형 엘릭서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내가 금척을 요구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좀비화 전염병 때문이지.
금척의 치유 능력은 치유 물약과 성수를 합친 것보다 강력하다.
좀비가 된 다음에는 불가능하지만 좀비에게 물린 사람, 전염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금척에 마력을 불어넣고 두드리기만 해도 낫는다.
아니면 금척 달인 물만 먹여도 좋고.
“이건 화주야. 던지면 화염구가 뿅뿅 나가. 우리끼린 도깨비불이라고 부른다? 사악한 이형 존재, 악귀, 환상, 반시체, 악마를 퇴치하는 능력이 있어. 옛날 김 서방들은 퇴마화라고 하면서 좋아하더라. 이건 힘 빠져도 굳이 안 가져와도 돼.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충전돼.”
“잘 쓰겠습니다.”
“원래는 옥적이라고 해서 대나무로 만든 피리가 하나 더 있거든? 근데 우리가 빌려줬던 김 서방이 피리를 잃어버렸어. 그 뒤로 마을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닫혔지. 김 서방이 꼭 옥적을 찾아서 가져와 줬으면 해. 금척, 화주, 옥적, 세 가지 보물이 같이 있으면 문이 열리거든. 꼭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옥적을 찾아 가져오지요.”
옥적의 다른 이름은 만파식적.
원래는 에피소드 7 빙하기에 등장한다.
빙하기 보스 중 하나가 떨어뜨리고, 거기서 연계 퀘스트를 거쳐 도깨비 나라 평판이 열리지.
이번에는 거꾸로 됐네.
아무래도 좋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내 계산으로는 문을 열어 주면 도깨비 나라 평판이 확고한 동맹 정도는 되지 싶다.
“시간은 조금 걸릴 겁니다. 기다려 주세요.”
“하하하! 역시 믿음직스러워! 기다리지, 암. 기다리고말고!”
“이렇게 이쁜 색시들이 있는데 기다리는 것쯤이야!”
“죽기 전에만 와 달라구!”
“2백 년도 기다릴 수 있어!”
보스가 어디 있는지는 안다.
하지만 사냥은 미래로 밀어 두었다.
만파식적을 가진 보스는 북극의 고레벨 마수.
사냥하려면 화염 속성 특성이 필수였다.
흑염도 유효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하지.
지고화.
전사 계열 초인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염 특성이 필요했다.
‘남은 게 용왕염, 천상화, 혼돈화였지.’
태양 마탑과 내기한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서두르는 게 좋겠다.
지고화는 성녀와의 싸움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니까.
흑염 대 성화로 싸우는 것보다 지고화로 성화 잡아먹기가 훨씬 쉽다.
금척과 화주를 챙기고 일어섰다.
도깨비들도 따라 일어선다.
다들 섭섭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잘 가! 김 서방아!”
“꼭 다시 오고!”
“고마웠어!”
“사랑해!”
“백 년 안에는 와야 해!”
“죽으면 안 돼!”
100년은 무슨.
1년도 안 걸릴 거다.
나는 손을 흔들어 주고 화주를 꺼냈다.
서우진이 내 옆에 달라붙는다.
“선생님. 나가는 길이 안 보여요.”
“문이 닫혀서 그래. 원래는 들어오고 나가는 길이 없어. 수탉이 울고 낮이 오면 추방되는 방법으로만 나가야 하지.”
“어, 낮이 오긴 하나요? 도깨비들이 막아 놨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길로 나가야지.”
화주를 던졌다.
복사된 불꽃 구슬이 뛰쳐나가 우물을 불살랐다.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화선지에 불을 댕긴 것처럼 공간 자체가 불타 없어졌다.
우물은 지워지고 전혀 다른 광경이 나타난다.
네모반듯한 돌을 정교하게 쌓아 만든 석실.
척 보기에도 상당한 규모.
파란 마력등이 여전히 빛나는 가운데 침침한 통로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총잡이 유적.
개혁 군주 정조가 대마법사 정약용과 도깨비들의 힘을 빌려 만든 미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