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20)
특성 쌓는 김전사-220화(220/300)
ㅍ
220화 하늘 위에서 –2-
나도 차분히 대제사장을 쳐다보았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당연히.”
대제사장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인다.
“네놈이 우리가 수십 년 준비한 대업을 망쳐 놓았거늘 어찌 몰랐겠느냐? 난놈은 난놈이로구나. 서울에서 마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볼 줄이야.”
“아까 그놈은 전사장 아니었냐? 아무리 그래도 전사장을 희생시킬 줄은 몰랐다.”
“훗.”
대제사장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었다.
지팡이 끝에 달린 재규어 머리가 음산한 붉은 빛을 토했다.
“그것이 전사장의 역할이었다. 전사장은 영과 육을 어둠 재규어께 바쳤으니 죽어서도 밑거름이 되리라. 자아, 들어가라. 교단의 대적자여. 어둠 재규어께 삼켜져 육신의 그릇이 되어라!”
붉은빛이 덮쳐 온다.
검은 어둠이 파도처럼 번진다.
무장집에 숨긴 대탈출의 반지를 쓰려면 쓸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산 제물]지금 대제사장이 펼치는 특성이자 대마법의 이름.
적 하나를 단숨에 봉인하고 죽이는 강력한 군중제어기이자 즉사기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시전자의 마력을 미친 듯이 빨아먹는다는 것.
성공하면 괜찮지만 실패하면 끝.
그리고 나는 이 봉인기에서 탈출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솨사사사.
세계가 무너진다.
재조립된다.
어둑한 전용기 안의 정경이 사라진다.
대신하여 만들어지는 어느 황량한 바위 사막.
구멍 송송 뚫린 검은 현무암들만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옅게 유황 냄새가 피어올라 코를 찌른다.
하늘에는 화산재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곳곳에 서 있는 신상들.
눈알 하나가 없는 어둠 재규어가 꼿꼿이 서서 날 주시하는 중이다.
[전사여. 교단의 대적자여. 고명한 영웅이여.]대제사장의 목소리.
[영원히 싸워 보거라. 상대는 우리 교단의 전사장이다.]스스스스.
바닥에서 유황 연기가 치솟는다.
유황 연기가 한 곳에 뭉쳐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놀랍도록 현실적인 모양.
조금 전 내가 기습으로 쓰러뜨린 전사장이, 환영이자 망령으로 되살아나 검을 뽑는다.
“돈 좀 썼겠는데. 이거.”
게임에서도 비슷했지.
기껏 죽여 놨더니 캐릭터 하나 강제 이동시켜서 일대일을 시킨다.
일대일이면 다행이게?
이 공간의 무서움은 일대일만 시키지 않는다는 것.
한 번 죽이면 두 명이.
두 번째 이기면 네 명이.
세 번 승리하면 여덟 명이 나타난다.
아, 글쎄 소드마스터가 복사가 된다니까?
게임에선 외부조, 즉 남은 셋으로 대제사장을 죽여야 했다.
내부조는 버티면서. 못 버티고 죽으면 두 번째 캐릭터가 끌려들어 가니까.
‘최대한 뻐기자.’
끝은 없다.
고인물 중 한 명이 육성 끝난 9레벨 천마 들여보내서 싸운 적이 있는데 1,024명까지도 늘어난다고 했다.
그 후로는 모바일 게임의 한계로 계속 1,024명이 나왔고.
나는 1,024명까진 무리다.
적당한 시점까지 시간을 끌다가 나가는 게 최선.
“크아아!”
전사장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온다.
나쁘지 않은 기세.
나는 검 대신 쌍권총을 뽑았다.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넘어간다.
동시에 쌍권총 격발.
타타타탕!
[무적총][대공습][신성력] [지고화][벼락][지구]성관 기사는 아낀다.
대제사장이 자신의 최후 특성을 쓰지 않으려 할 테니.
그래서 신성력만 장착했다.
지고화, 벼락, 지구를 추가로 착용했다.
내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영탄이 전사장 망령을 두드릴 때마다 꽃이 피어난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지는 꽃.
황금색 지고화가, 타오르는 벼락이, 정육면체 지구가 꽃잎을 이룬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 특성 모두 언데드에 추가 피해 판정이 있다.
영탄이 꽂힐 때마다 전사장이 격하게 흔들렸다.
“컥! 커허억!”
반응이 격렬하다.
생전이었다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겠지.
지금은 총알이 맞는 자리가 움푹움푹 패이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내기라도 한 것처럼.
도망 다니면서 총알만 날려도 금방 이기겠다.
그것을 직감한 듯, 전사장이 검을 들고 크게 고함을 질렀다.
“크아아아!”
벌써?
2페이즈다.
전사장의 눈이 핏빛으로 빛난다.
이내 전신에서 마법진이 문신처럼 빛을 뿜고, 흐릿하게 증발하면서 공간에 녹아든다.
보이는 것은 단 하나.
핏빛을 뿜어내는 검, 검에서 빛나는 검강뿐.
“흥.”
영체화다.
전사장은 2페이즈에서 영체화와 검강을 남발하며 공격한다.
영체화를 공격할 방법이 없다?
그럼 거기서 끝장나는 거지.
그렇다면 말이야.
신성력은, 지고화는, 벼락은, 지구는 영체화를 공격할 수 없을까?
또, 다산총의 영탄 속성은?
극상성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싸워 보니 더 심하네.
전사장은 내 밥이었다.
게임으로 치면 좋은 경험치 공급원.
이 세상에서는 좋은 업적 공급원에 불과했다.
타타타타타타타!
나는 역으로 영체화를 쓰고 무적총을 발동시켜 전투를 끝냈다.
수백 발이 넘게 쏟아진 영탄 세례에 전사장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마지막 공격이 내 영체 끄트머리를 훑긴 했으나 무소용.
특별한 속성이 부여되지 않은 검이라 날 어쩌지는 못한 것이다.
“끄르륵…… 이걸로, 끝이, 아니다…….”
“어, 알아.”
다음엔 두 마리겠지.
전투와 전투 사이 짧은 휴식 시간.
나는 골프백을 열고 정조 유령이 줬던 벼루를 확인했다.
은은하게 오얏꽃 문양이 빛나고 있다.
업적 달성.
언제든 규장각에만 가면 정조어총을 획득할 수 있다.
‘오랜만에 다산총 졸업하겠네.’
다산총은 안녕.
세트 무기도 좋지만 변신 합체 총이 제일이지.
“그르륵, 그르르륵.”
“크흐. 내가, 돌아왔다.”
5분이 지나자 칼처럼 환영이 나타난다.
나는 쌍권총 대신 소총과 산탄총을 꺼내며 물었다.
“너는 원통하지도 않냐? 니네 대제사장이 자기 마음대로 널 제물로 써먹었는데?”
대답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광신도가 할 소린 뻔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두 환영이 킥킥대며 말했다.
“불신자, 따위는, 신실한, 자를, 이해하진, 못한다.”
“영과, 육을, 어둠 재규어께, 바치리라!”
“감사한다, 대제사장에게.”
“나는, 복락을, 누릴, 것이다.”
“흐하하하.”
“죽어라!”
정교하게 찔러 오는 검.
아까 내 반응을 학습한 걸까?
잘못 이탈을 썼다간 검에 찔릴 방향으로 둘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지.
초능력과 점멸을 함께 써서 멀찍이 달아났다.
원래는 시전 직후 경직 때문에 잘 안 쓰지만 지금처럼 멀어지는 거라면, 또 초능력을 같이 쓰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탕! 타타타타탕!
산탄총과 소총을 난사.
역시나 역시나 4중 속성이 두 환영을 갉아먹는다.
“비, 겁하다.”
“전사답게, 싸워라.”
“이름, 높은, 영웅이, 왜 이리, 졸렬한가.”
“그대는, 암습과, 도망밖에, 모르는가.”
나는 콧방귀만 한 번 뀌었다.
“어쩌라고.”
비겁하고 졸렬하다고?
어, 칭찬 고맙고.
신의 힘으로 복사되는 주제에 잡소리가 많네.
얌전히 싸우다 죽어 줘야 정정당당한 거냐?
니들이 신의 힘을 쓰면 나는 특성 전환을 써 주마.
마음껏 날아다녔다.
드넓은 사막을 안마당처럼 썼다.
철저히 아웃파이팅.
멀리서 소총과 산탄총만 탕탕탕.
재장전할 때는 총잡이, 급속 장전 등을 사용. 도망칠 때는 대공습만 아니라 가속과 점멸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단순히 난사한 것도 아니다.
주기적으로 귀안을 장착, 보이는 약점에 총알을 꽂았다.
환영은 결국 마력의 응집체.
핵 비슷하게 마력 응집점이 있었다.
거길 공격하면 눈에 띄게 약해지는데 공격 안 하고 배겨?
퍼억!
“컥!”
“끄흐흐.”
어느 순간 환영의 반응이 달라졌다.
더 찰지게 몸이 흔들리고 마력 연기가 흩어지는 것.
더구나 총을 쏘는 내 손이 유독 가볍다.
그걸 보고 직감했다.
‘기습 특성이네.’
약점을 공격하면 치명타가 터지는 특성.
귀안과 궁합이 참 좋다.
약점 파악이 귀안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 덕에 두 환영도 금세 때려잡을 수 있었다.
검을 쓰지도 않고, 총으로만.
“검을, 뽑아라.”
“소드, 마스터가, 왜, 총을, 쓰는가.”
“맞서, 싸워라.”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것인가.”
응 안 싸워 줄 거야.
누가 말했지.
게임은 상대를 빡치게 만들려고 하는 거라고.
그리고 이 작은 아차원을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대제사장의 마력도 더 많이 소모된다.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좋다.
단,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이젠 힘드네.’
네 번째 승리 후.
열여섯 명의 환영이 생성된 시점.
나는 슬슬 힘에 부치는 것을 느꼈다.
총을 써서 생기는 문제점이 아니다.
검을 쓴다고 해서 내가 겪는 문제를 어쩔 수는 없었다.
‘너무 많아.’
드넓은 공간을 안마당처럼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무려 열여섯 명이잖아.
네 명은 나를 쫓고, 나머지 열둘은 셋씩 네 개 조를 짜서 나를 압박해 온다.
아직은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지만 서른두 명은 힘들겠다.
결국은 검을 쥐고 싸워야겠지.
전사장도 그것을 직감한 모양.
지고화에 불타고, 벼락에 구워지고, 지구에 뭉개지면서 삐죽삐죽 웃었다.
“흐하하하.”
“곧이다, 곧.”
“너는, 죽는다.”
“영생을, 얻는다.”
“어둠 재규어께서, 너를, 포식하시리라.”
아깝네.
여기까지다.
그래도 시간 많이 끌었다.
거의 두 시간은 싸운 것 같은데?
내 계산대로라면 대제사장도 거의 한계일 것이다.
바깥에서 마력집중진과 마력 물약을 연거푸 마시며 겨우 버티고 있겠지.
한 번만 더 싸워 이기면 좋겠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까딱 실수하면 나도 끝장이다.
내 목숨은 하나고 여긴 게임이 아니라 현실.
대탈출도 안 먹히는 곳인데 무리할 필요가 없지.
저벅저벅.
근처에 널린 신상을 향해 걸어갔다.
나를 보며 붉은 눈을 빛내는 그것들.
여길 탈출하는 방법은 딱 하나.
어둠 재규어에게 귀의하여 영과 육을 바치는 거다.
‘그게 다는 아니지.’
묵호검을 들어 손바닥을 길게 그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를 신상에 먹인다.
신상이 입을 벌리고 게걸스럽게 피를 받아먹었다.
이것으로 귀의 의식 시작.
신상이 눈을 빛내며 내게 속삭인다.
[너를 바쳐라.]피 먹은 신상만이 아니다.
다른 신상들도 음울한 귓속말을 전하고 있었다.
[피를 바쳐라.] [살을 바쳐라.] [영혼을 바쳐라.] [대신 권능과 권세를 허락하마.] [너는 세상의 왕이 될 것이다.] [또한 천국에서 복락을 누릴 것이다.]베스트팔렌 100좌에 기재되지 않은 사이비 주제에 말이 많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피를 먹였다.
원래는 신상과 문답하며 세부 조건을 조율해야 한다.
여기서 신체 일부를 희생할 것인지.
죽은 후에 영혼을 바칠 것인지.
아니면 교단에 들어가 어둠 재규어를 위해 헌신할 것인지.
하지만 선택지는 또 있었다.
오로지 […….]으로만 표기되는 침묵 선택지.
그러면 계속 피를 퍼먹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게 된다.
9레벨 천마 캐릭터도 HP의 두 배 이상을 써야 한다고 했지.
당연히 생으로 그 짓을 했다간 열 번은 죽고도 남는다.
[불사][소생][재생] [치유][활기][원기왕성]나야 뭐, 특성 전환으로 가볍게 견뎠다.
피를 흘리는 만큼 족족 재생되는 중.
상처가 자꾸 아물어서 계속 상처를 내는 게 유일하게 곤욕스러운 점이었다.
신상이 피를 마시며 나를 재촉했다.
[대답하라.] [어찌 말이 없느냐?] [말하라.] [너를 바치겠다고 맹세하라.] [어서 말하지 않으면 억겁의 고통을 줄 것이다.]목소리가 조급해진다.
인공지능이나 마법 정령 같은 게 아니다.
이름 잃은 신, 신위의 일부를 빼앗긴 신이 대제사장의 마력을 사용하여 대신 말하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까 급하지.
신과 교신하는 게 마력을 얼마나 많이 쓰는데.
대신전의 전용 기도실에서 하는 거라면 또 모르지만.
더구나 한 번 귀의 의식이 시작된 이상 전사장 망령을 소환하는 것도 불가능.
나한테 하필이면 [산 제물]을 썼을 때 대제사장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다.
치직. 치지지직.
세계가 일그러진다.
오래된 TV가 전파 수신 못 할 때처럼 잡음이 낀다.
[어서, 어서 말하란 말이다!]퍽이나.
무시하고 피를 들이부었다.
하늘이 쪼개지고 대지가 뒤틀리기 시작.
그러다 어느 순간, 픽하고 세계가 꺼져 버린다.
“쿨럭! 커허억!”
숨넘어가는 소리.
시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눈이 차원의 벽을 넘으며 까만 어둠에 잠겨 있다.
하지만 난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귀안][육감]두 특성으로 상황을 파악하고서.
[칼라라트리][섬전][춤]번개가 되어 전면을 쓸어간다.
[기습]새로 얻은 특성도 장착하고.
“커헉!”
“끄흐으.”
“억!”
대부분이 사제 계열이었다.
마력 전이진으로 대제사장에게 자기 마력을 몽땅 밀어준 뒤.
전사와 강화병이 호위하지 않는, 마력을 소모한 상태의 사제는 너무나 무력했다.
묵호검이 먼저 피를 뿌리고 뒤따르는 벼락이 모든 것을 불태웠다.
“허, 허허허.”
대제사장이 웃는다.
기가 찬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그때쯤 돌아온 내 시력.
난장판이 된 전용기 안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모두 죽어 있다.
3대 제사장이고 사제단이고 조종사고 승무원이고 할 것 없이 몽땅 다.
살아남은 것이라고는 대제사장 한 명뿐.
마법 정령이 진작에 자동 조종 중이지 않았다면 전용기는 그대로 추락했겠지.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내 묵호검이.
시커먼 검신을 자랑하는 파괴 불가의 검이.
대제사장의 목젖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항복해라.”
당연하지만 광신도에게 항복이란 선택지는 없다.
대신 다른 건 가능하지.
“아니면 거래하자.”
“거래?”
“그래.”
나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고 왔다. 옛 아버지 교단과의 비밀 동맹. 거기에 대해 털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하! 살려 주겠다고?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제사장들과 사제단, 충실한 신도들까지 모두 죽인 주제에!”
“싫으면 말고.”
검을 밀었다.
주르륵, 피가 맺혔다가 흐른다.
대제사장의 눈빛이 바뀐 것은 바로 그때.
소리 나게 이를 한 번 바드득 갈고는 살짝, 아주 살짝 머리를 끄덕였다.
“좋다. 살아 있어야 복수도 할 수 있는 법. 날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내가 알고 있는 걸 모두 알려 주지. 원한다면 증거도 주마.”
오호, 증거까지?
협조적으로 나오시네.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지.
뭘 생각하는지, 뭘 꾸미는지 훤히 보인다.
그런데 어쩌냐?
대제사장이 비장의 무기로 쓸 [화신체].
그 상극이 [성관 기사]다.
난 후광은 쓴 적이 있어도 성관 기사를 노출한 적이 없다.
대제사장이 나를 본다.
무장 해제된 듯 무력한 눈동자.
그러나 그 안 깊이 숨은 살의를 보면서, 나야말로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