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3)
특성 쌓는 김전사-23화(23/300)
넥타르 -1-
넥타르
꽈르릉!
벼락이 쳤다.
시퍼런 전광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통하고 지나간다.
세상이 새하얗게 변하고, 찌이잉 하는 이명이 대뇌까지 파고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두 팔에서 올라오는 불같은 통증.
부러진 게 분명했다.
“크으윽!”
하지만 막아냈다.
신검합일, 그 위대한 경지의 일격을 어떻게든 방어하고야 막았다.
“허억, 허억.”
정신을 차려보니 비밀 연무장 벽면에 구겨지듯 처박혀 있었다.
고개를 들자 이명이 더욱 심해진다. 어질어질한 것을 겨우 참고 정면을 주시했다.
저만치 앞, 비밀 연무장 중심에는 서우진이 쓰러져 있다.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
그 와중에도 목검을 신주 단주 모시듯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더군다나 목검에서는 희뿌연 기세가 피어오르며 서우진을 감싼다.
서우진 주위에 검은 불꽃이 일렁였으나 목검이 뿜는 기세에 실시간으로 증발하는 중.
저절로 실소가 나왔다.
‘천재는 다르네.’
그게 등급 수저라는 거겠지.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서우진은 태생 등급 SSR이라는 것.
어쩌면 전사 계열 3대장이라는 백소린, 칼리, 자네트와 비슷한 성능일지도 모르고.
“끙차!”
특성을 갈며 몸을 일으켰다.
마력 방어막이 내 주변에 펼쳐지며 신열을 밀어낸다.
검은 불꽃이 타닥타닥 타오르기 시작하고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 두 가지는 빼고.
팔에서 올라오는 격통과 귀에서 징징거리는 이명만큼은 여전했다.
어떻게든 팔을 맞추고 상처 회복과 재생을 장착했다.
그나마 특성 칸 두 개가 비어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절대적인 마력량이 적은 나로서는 마력 회복 관련 특성만 네 개를 투자해야 마력 방어막의 마력 소모를 감당할 수 있거든.
아픔을 참으며 문 옆에 설치된 빨간 단추를 눌렀다.
“끝났습니다. 들어와서 확인하세요.”
우당탕탕!
급히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문을 열어젖히며 대표 부부가 뛰어들었다.
“우진아!”
“괜찮으냐!”
나는 살짝 몸을 비켜주었다.
대표 부부가 서우진을 잘 볼 수 있도록.
목검을 껴안고 누운 서우진. 그런 서우진에게서, 아니 목검에서 자라나는 신령한 기운이 서우진을 감싸고 있다.
이 장면이 뭘 뜻하는지 모르면 6레벨 초인, 특히 전사 계열 초인이라고 할 수가 없다.
“신검합일!”
“세상에! 우진아!”
대표가 얼빠진 얼굴로 입을 벌리고, 부대표는 눈시울을 촉촉하게 적셨다.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두 눈 가득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피어나고 있었다.
훈훈한 광경이지만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나는 아픈 팔을 어루만지며 한마디 했다.
“보고만 계실 겁니까? 넥타르부터 먹이셔야지요.”
“참! 내 정신 좀 봐!”
“이런, 그렇지. 고맙습니다.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서우진에게 다가가는 둘.
나는 열린 철문을 한 번 본 다음 말했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우진 씨가 회복된 것은 제가 하지 않은 것으로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걸 왜······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교단 때문이지요?”
역시 척하면 척.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교단에게 오늘 일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죠. 저는 교단이 콧김만 불어도 날아가는 신세 아닙니까.”
“베스트팔렌 조약 때문에 교단이 직접 힘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여보. 초인님 말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직 레벨이 낮으시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
“하긴······”
“밖에 있는 최 소장에게는 알려주세요. 입막음 조로 좀 쥐여주시면 알아서 할 겁니다.”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인간이지만 어쩌겠어.
오늘 일을 중개해준 것만으로 그 능력을 입증했는데.
일단은 같이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대표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겠지만 저희가 먼저 밝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대표님이랑 제가 연기를 조금 하는 게 좋겠습니다.”
“연기라뇨?”
나는 허공에 주먹질해 보였다.
당연하잖아.
꼴랑 1레벨따리가 찾아와서 금쪽같은 아들내미 치료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는데 대차게 실패했다고 치자.
그런데 멀쩡히 걸어서 나갔다?
말이 안 된다. 반신불수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다리 몽둥이 정도는 분질러야, 눈탱이 밤탱이 정도는 만들어야 납득할 것이다.
대표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선생님께 주먹을 휘두릅니까.”
“안 아프게 때리실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정 미안하면 용돈이나 좀 챙겨주시죠. 요즘 제가 많이 궁합니다.”
“허허, 알겠습니다. 섭섭하지 않게 챙겨드리죠. 넥타르랑 파산검법도 바로 드리겠습니다.”
부대표와 서우진을 남겨놓고 비밀 연무장을 나섰다.
서우진은 그대로 비밀 연무장에서 돌볼 모양.
나가기 전 잠깐 서우진을 돌아보았다.
[SSR 서우진]다음에 만날 때는 전사 계열 초인이 되어 있겠지.
그때는 몇 레벨일까?
최소한 3레벨, 어쩌면 5레벨 이상일지도 모른다.
‘잘 지내라.’
이유 없이 배가 불렀다.
다가올 미래에 옛 아버지 교단의 일익을 꺾어놓아서인지, 아니면 나도 인맥이라는 게 생겨서인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했다는 만족감 때문일 수도 있고.
“시작하겠습니다.”
통로 철문에 손을 가져다 대며 대표가 말했다.
본능적으로 마력 방어막에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날 감싼 방어막이 또렷해지는 것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 쏟아지는 무지막지한 고함.
“이 애송이가 감히 날 농락해?”
대표가 내 멱살을 잡아다가 힘껏 집어던진다.
“어헉?”
와장창!
큼직한 거실을 날아 한쪽에 쑤셔박힌다.
하필이면 날 집어던진 곳에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도자기가 장식대 위에 놓여 있었다.
도자기가 깨지면서 그 파편이 내게 우르르 쏟아진다.
거의 10여 미터를 날아 처박혔는데 아프진 않았다.
대표가 불어넣은 기운이 날 보호한 까닭.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난리 난 것처럼 보였겠지.
거실에 얼쩡거리던 고용인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대, 대표님!”
“고정하십시오!”
“부대표님! 부대표님 어디 계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놈!”
대표는 아예 흥이 올랐다.
10미터를 단숨에 도약하여 내게 발길질을 날렸다.
“켁!”
역시 아프진 않다.
대신 발에 실린 기운이, 내공이라는 힘이 내 배를 제대로 뒤집어 놓았다.
쨍그랑!
이번에는 거실 통유리창을 깨뜨리며 정원으로 튕겨 나간다.
내 입에서 분수처럼 토사물이 뿜어졌다.
토사물 무지개를 그리다시피 하며 정원에 나뒹구는 나.
내가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어째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항의하고 싶은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새 달려와 내 멱살을 쥔 대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막 바로 옆에서 모기처럼 앵앵대는 목소리.
즉, 전음으로.
[용돈은 10억 정도면 되겠지요? 간편하게 쓰실 수 있게 세탁 다 끝내서 최 소장 통해서 전달하겠습니다.]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아이고, 그럼요.
이 천한 몸뚱이 따위 얼마든지 때리셔도 됩니다!
어디 한 군데 고장 나는 것도 아니고 아프지도 않은데 완전 개꿀 아니냐?
퍼억! 퍽퍽!
대표가 나를 쉬지 않고 연타했다.
그 와중에 내 주머니에 조그마한 넥타르 병과 기억칩을 넣어주는 걸 보면 고수는 고수지 싶다.
내 얼굴이 찐빵처럼 부풀고 울긋불긋한 피멍이 올라올 무렵이었다.
응접실 문이 대차게 열리면서 최 소장이 뛰쳐나왔다.
“대표님! 대표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다 저희 초인님 정말로 죽습니다!”
이미 상황을 아는 눈치.
하긴 대표쯤 되는 고수면 저 정도 거리에 전음 써서 목소리 전달하는 건 어렵지 않지.
대표가 코웃음을 치고는 날 힘껏 던져 버렸다.
“끄악!”
정문 밖, 도로를 뒹굴며 합 맞추어 비명을 질렀다.
대표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최 소장을 노려보았다.
“이번에 자네에게 크게 실망했어!”
“왜, 왜 그러십니까?”
“뭐? 슈퍼루키? 상식을 파괴하는 신예? 에라, 그딴 말에 홀린 내가 등신이지. 와이프는 아예 앓아누웠어! 이 사기꾼들 같으니!”
대표가 노호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검법으로 유명한 제검문의 당대 가주이자 제일보안에서 가장 강력한 초인.
그렇다고 권법을 못 쓰는 건 아니다. 시퍼런 기운이 드릴처럼 맺혀 있다가 대표가 주먹을 내지른 순간 한 마리 천리마가 되어 질주했다.
꽈과광!
“히끅!”
청색 빛 덩어리가 대지를 할퀴고 지나갔다.
나와 최 소장 사이, 그 중간을 정확하게.
땅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빛 덩어리가 할퀸 자리에는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먼지가 흩날리기 전에 먼저 강렬한 진동이 덮쳐와서 최 소장이 딸꾹질하며 주저앉았다.
심지어 오줌을 지렸는지 정장 바지가 까맣게 물들었다.
나는 그나마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아직도 이명이 웅웅거려 넘어질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버텼다고.
대표가 역시, 하는 눈으로 나를 보고는 사자후를 질렀다.
“썩 꺼져라! 이 사기꾼 놈들! 다시는 내 집에 얼씬도 하지 마라! 다음에는 땅이 아니라 머리통을 갈라주겠다!”
“히이익! 초, 초인님! 얼른 갑시다!”
“그러죠.”
차는 어차피 저택 밖에 주차되어 있었다.
최 소장이 운전석에 앉아서는 조수석에서 향수통을 꺼내 자기 사타구니에 칙칙 뿌린다.
“아흐······ 이게 무슨 꼴이야.”
나는 조수석 뒷자리, 상석에 몸을 묻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에휴, 어쨌든······”
시동을 걸고 운전대 뒤 숨겨진 버튼을 누르는 최 소장.
지이잉.
마력이 은밀하게 자동차 내부를 뒤덮었다.
도청 방지 마법이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걸 보면 아주 고레벨 마법은 아닌 것 같다만.
“성공하셨나 보지요?”
“그럼요. 제대로 성공했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넥타르 병과 기억칩을 꺼내 흔들었다.
최 소장이 그걸 보더니 놀란 표정이 된다.
“기억칩? 아까 대표님께선 자기 보는 앞에서 사용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잊어버렸나 보죠.”
“서 대표님이 그렇게 만만한 분이 아닙니다. 곰 같이 생기셨어도 아주 세심하신 분이에요. 그러니까 교단에서도 저렇게 복잡하게 수를 쓰는 거지요.”
“그럼 이걸 그냥 제게 준 거라고요?”
“뭐, 그만큼 믿으신다는 뜻이겠지요. 아마 초인님께서 팔아치워도 아무 말씀 안 하실 겁니다.”
하지만 썩 유쾌하진 않겠지.
차를 운전해서 신림동을 향하는 최 소장에게 슬쩍 미끼를 던졌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파는 게 나을까요?”
백미러로 날 힐끔 보고는 답하는 최 소장.
“아니요. 제 생각에는 사용하셔서 파산검법을 익히시는 게 맞습니다.”
“역시 그렇지요?”
“예. 초인님께서 강화병 계열 초인이라면 파는 것도 좋지만 초인님은 전사 계열 아닙니까. 초인님께서 강해지셔야 뭐가 되도 됩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수련을 통해 자신의 내부에서 힘을 얻는 전사.
강화와 신체 개조로 강해지는 강화병.
돈에 눈이 멀어서 미래의 가능성을 파는 건 명백히 바보짓이다.
“저 당분간은 잠수하려고 합니다.”
“하기야 교단 눈에 뜨일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지요. 넥타르는 어쩌실 겁니까? 바로 드실 거지요?”
“당연하죠.”
넥타르는 보물이다.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귀물이고.
경매장에 나오기라도 하면 수십 수백 억을 가뿐히 호가한다.
내가 넥타르를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습격해올 인간이 트럭 열 대는 채우고도 남는다.
최대한 빨리 먹어서 없애야지.
“초인님, 복용 방법은 알고 계시지요?”
“복용 방법이라뇨?”
“초인님도 아시겠지만 영약은 적절한 복용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 제 역할도 발휘하고 부작용도 최소화됩니다.”
그건 맞다.
무턱대고 마시면 3레벨 될 거 2레벨밖에 안 되고 한계 돌파에 실패하는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마력천(魔力泉)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제가 넥타르를 법제할 약재랑 장비를 구해보겠습니다. 가능하면 연금술사도요.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기다려달라.
곰곰이 생각했다.
넥타르를 제대로 복용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부작용을 감수하고 신열부터 제거하는 게 나을까?
내가 고민하고 있자 최 소장이 운전에 집중했다.
“일단 진행하겠습니다. 어차피 며칠 안 걸립니다. 충분히 생각하시고 결정하시지요.”
“고맙습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최 소장은 나를 내가 묵는 호텔에 내려주었다.
“푹 쉬십쇼. 용돈 들어오면 연락 한 번 드리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찌른 채로 내 방에 올라간다.
마주치는 호텔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소, 손님! 괜찮으세요?”
“의사 불러드릴까요?”
“손님 얼굴이······”
직원들이 하나같이 놀랄 만하다.
나도 차 안에서 봤지만, 아주 찐빵처럼 제대로 부풀어 있었거든.
하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적당히 얼버무리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방에 들어온 다음, 내부 잠금장치를 모두 걸어 잠근 후에야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넥타르.
그리고 기억칩.
사용 순서가 중요하다. 나는 먼저 기억칩을, 작은 수정 USB처럼 생긴 것을 두 손으로 잡고 빠각 부러뜨렸다.
맑은 광채가 솟구치더니 무지개가 어린다. 무지개가 내 주변을 감돌다가 정수리를 통해 흡수되고, 뇌 속에서 어떤 영상이 재생되었다.
짧고 뭉툭한 검을 가진 남자가 검술을 펼치는 영상.
[파산검법]간결하면서도 힘찬 동작이 특징인 검법.
파산검법도 훌륭한 검법이며 특성이지만, 오늘만큼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메인 디시는 따로 있었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넥타르 병을 들었다.
오색 머금은 투명한 수정병. 그 안에서 금빛 액체가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최 소장은 잠깐 아껴놓으라고 말했지.
하지만 아끼다 똥 되는 법.
내 특성 전환을 생각하면, 특성 칸을 네 개나 낭비하게 만드는 신열이야말로 최우선 제거 대상이었다.
겨우 며칠 차이라고 해도.
혹시 알아?
존버하고 있다가 무슨 사건이 터질지.
노루가 날 마법사에게 팔아넘기겠다고 습격한 것처럼.
결정을 내렸다.
뽕.
조심스럽게 약병 뚜껑을 땄다.
특성 전환.
[파산검법][마력 방어막][마력심] [마력 흡수][약물 의존][약물 중독]성장 방향을 유도할 특성 셋.
넥타르 복용 효율을 극대화할 특성 셋.
정식으로 법제하는 것만큼은 못해도 넥타르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부작용?
몸으로 때우지 뭐.
꿀꺽.
단숨에 넥타르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