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32)
특성 쌓는 김전사-232화(232/300)
232화 불가해의 성 –4-
거의 척수 반사에 가까웠다.
[죽은 척]내가 특성을 바꾼 것은.
스르륵 주저앉는다.
소리가 안 나게.
기척 하나 새어 나가지 않게.
아울러 내가 보는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심장도 정지한 듯 극도로 느리게 뛰고, 숨도 거의 쉬지 않는다.
북극제가 무심히 시선을 돌린 건 그때.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예민하네.
8레벨이라 그런가.
거리가 조금만 가까웠어도 들켰겠다.
‘조금만 있다 가자.’
마침 얼음 가시가 사방에 돋아 있다.
자기들이 나무라도 된 듯이.
거길 의존해서 피해 가며 미끼를 설치하면 되겠다.
딱 적당한 공터도 하나 보이고.
세 대장은 괜찮을까?
다행히 북극제가 멀리 얼음 태양을 보는 걸 봐선 들키지 않은 모양.
나도 조심스럽게 가시 사이를 기어갔다.
은신 특성은 진작 장착하고 있었지만 꿰뚫어 본 걸 보면,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마침내 공터에 도착.
북극제가 얼음 태양을 보는 사이 작업을 완료했다.
골프백에서 미끼를 꺼내 놔둔 것.
이후 근처 얼음 가시 사이에 숨어 다시 죽은 척 사용.
‘금방 오겠지?’
북극제는 지능은 썩 높은 편이 아니니까.
끼아아아악!
역시나.
북극제가 얼마 안 가 미끼를 발견하고는 길게 울어 젖혔다.
귀곡성을 닮은 음색.
이내 날개를 펼치고 비상한다.
벼락처럼 치솟아서는 충격파를 터뜨리며 강하.
초음속 전투기보다 강한 가속력에 더욱 빠른 속도였다.
“키이이?”
용 고기 앞에서 머리를 갸웃하는 북극제.
이상하겠지.
있는 것이라곤 얼음 벌판뿐이던 자기 금역에 맛 좋아 보이는 거대 고기 완자가 생겨났으니.
하지만 불가해의 성 대장로들이 펼친 봉인에 수십 년 이상 갇혀 있는 몸.
용 고기 맛을 본 게 수십 년 전인데 참을 수 있으면 새대가리가 아니다.
꿀꺽!
북극제가 한입에 미끼를 집어삼켰다.
양이 아쉬웠는지 주위를 돌며 종종걸음친다.
거대한 동체가 내가 숨은 얼음 가시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찍소리 하나 못 내고 숨을 죽였다.
“키잇. 킷. 키이이…….”
북극제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러더니 날개를 펼친다.
꽝! 쌔애액!
충격파 한 방.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파공성.
주위 얼음 가시가 죄다 꺾여 버렸다.
눈을 뜨니 북극제는 자기 둥지로 돌아간 다음.
언제 용 고기를 처묵했냐 싶게 금역 이곳저곳을 살핀다.
‘와, 진짜…….’
8레벨은 8레벨이네.
각 잡고 싸운 것도 아닌데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나는 엎드린 채 몸만 살짝 틀어 옆으로 누웠다.
귀안과 육감을 장착하고 북극제를 관찰한다.
북극제는 감각 계열 특성은 없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아까도 대마수의 본능으로 날 발견한 걸 테니.
시간이 지났다.
거의 30분은 흘려보낸 것 같다.
슬슬 조바심이 생길 무렵 변화가 생겼다.
북극제가 크게 고개를 떨어뜨린 것.
“키잇?”
당황하여 머리를 흔드는 북극제.
하지만 내가 만든 수면제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히프노스 촉매까지 더했잖아.
8레벨은 물론 9레벨 신수한테도 통할걸?
가령 불사조라던가, 불사조라던가…….
북극제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꾸벅꾸벅 머리를 떨어뜨리다가 결국 축 늘어진 것.
짧으면 1시간, 길면 2시간.
북극제는 직접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푹 숙면할 것이다.
탓!
나도 움직였다.
북극제의 둥지를 향해 최대 속도로 달린다.
은신 결계가 풀렸다.
세 대장도 내가 가는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엘프는 바람을 타고, 바위거인은 쿵쾅거리며, 구미호는 여우불을 피우면서.
“성공이다!”
“어이어이! 인간, 믿고 있었다구!”
“둥지 뒤쪽으로 가자! 거기 얼음 동상들이 있어!”
드넓은 공터.
아니, 평야라고 불러야 할 규모.
얼음 동상이 수도 없이 깔려 있었다.
이종족들.
평범한 동물.
마수, 혹은 마물.
식물.
또, 용들도.
아케인 서울에 존재하는 생명체라면 악마와 이계종을 빼고 무엇이든 찾을 수가 있었다.
“오빠!”
엘프가 바람이 되어 달려간다.
“오빠아!”
검을 들고 정령을 손에 든 자세.
북극 바람은 확실히 무시무시했다.
7레벨 초인이 얼음 동상이 된 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소환된 얼음 정령마저 얼어붙은 건 도대체 뭐냐.
“은공! 빨리요!”
“지금 바로 깨우겠습니다. 일어나면 약부터 먹이세요.”
화주를 골프백에서 꺼냈다.
얼음 동상을 향해 휘두른다.
붉은 불덩어리가 번쩍이며 날아갔다.
불길이 엘프 동상을 감싸고, 왼손에 든 얼음 정령을 향해 파고들었다.
“커헉!”
숨을 뱉으며 괴로워하는 남자 엘프.
경비대장 엘프가 얼른 달라붙었다.
“오빠! 괜찮아?”
“어, 어? 여기는…….”
“진정해. 이것부터 마셔.”
금척 약액과 면역 억제제를 한꺼번에 투여.
마실 필요도 없다.
권총형 주사기를 이용해서 쏴 버리는 게 쉽고 간편하지.
의학이 발달한 불가해의 성답게 불문곡직 뒷목에 주사기를 꼽고 있었다.
“빨리빨리 하죠!”
나는 화주를 마음껏 휘둘렀다.
가속과 기동 특성을 장착하고 마구 연타.
혹시 마력이 떨어질까 봐 토르 연공법과 마력혼으로 마력을 주입해 주었다.
펑! 펑펑!
화염구가 날아간다.
폭죽 소리를 내며 불을 뿜는다.
그때마다 얼음이 녹고 이종족들이 정신을 되찾았다.
“이봐! 정신 차려!”
“정신 못 차리겠으면 한 대 더…….”
“괜찮아! 이제 괜찮아졌다고! 아으으, 그 주사는 다 좋은데 너무 아픈 게 단점이야.”
세 대장이 있어 금방 수습할 수 있었다.
전대 대장들, 7레벨 초인들만 남고 나머지는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곧 있을 북극제 레이드.
거기서 6레벨까지는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후우.”
나는 발걸음을 옮겨 거대한 얼음 조각 앞에 섰다.
날개를 활짝 펼친 용.
크기가 크다.
황금용 보다 두 배는 되는 크기.
커다란 건물, 혹은 대형 비행기는 되는 듯하다.
원래 세계 A380과 비교해도 이 용이 더 크지 않을까.
날렵하지 않은, 근육질 돼지에 가까운, 소위 말하는 근돼 도마뱀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이 녀석이 여기 대장이었지.’
북극제에게 위협을 느낀, 그래서 임시로 연합하고 쳐들어온 용군단의 대장.
다시 생각하면 어마어마하다.
북극제 혼자 용군단을 이겼다는 거니까.
상처뿐인 영광이었고, 결국 용들을 잡아먹지 못한 채 이 금역에 봉인되는 단초를 제공한 전쟁이었지만.
저벅저벅.
천천히 다가간다.
화주에 힘을 집중한다.
“[일어나라.]”
용언과 함께 화염구 발사.
솨아아, 소리와 함께 얼음이 녹아내린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은빛 금속 광택 비늘.
북극 용군단 대장은 은룡이었다.
북극제만 없었으면 북극의 제왕으로 군림했을 냉기 속성 드래곤.
은룡이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본다.
다소 뾰족한, 인간으로 치면 예민한 성격의 목소리가 용언을 타고 쏟아졌다.
[신세를 졌구나. 인간.]이종족들은 얼음이 녹았어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반면 용은 확실히 달랐다.
얼음 동상이 된 상태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던 것.
[기왕 신세를 진 김에 조금만 더 신세를 져도 되겠느냐? 저 인간들이 먹은 약을 나눠 주었으면 한다. 이 신세는 반드시 갚으마.]“그러시죠.”
나를 위해서도 용들은 회복되어야 한다.
금척 약액 세 병을 은룡에게 먹여 주었다.
주사기는 어차피 비늘을 못 뚫으니 약병에 담아서.
은룡이 약병째 약액을 깨물 듯 마시고는 눈을 스르륵 감았다.
마력이 활성화되고 강렬한 존재감이 자라나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이어서 다른 용들에게도 먹였다.
번개를 부르는 청룡, 바람을 지배하는 백룡, 바다를 다스리는 해룡.
한 마리 한 마리 7레벨인 그들.
그리고…….
백치인, 지능이 떨어지는, 마법도 못 쓰는, 대신 육체적인 성능만큼은 다른 용들을 오히려 압도하는 적룡까지.
화염 속성 드래곤이 왜 북극에 와 있냐?
나름대로 뒷이야기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선 몰라도 무방하다.
에피소드 4, 악룡에서나 의미를 가지니까.
지금은 탈것으로 잘 써먹는 데 집중하자.
화악!
불꽃이 핀다.
화염이 적룡을 불사른다.
얼어붙어 있던 적룡이 데구르르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얼음이 깨지고 떨어지자 입을 쩌어억 벌렸다.
[크아아아!]그 뜻은 강렬했다.
[배고파!]그러더니 나한테 입을 들이댄다.
이게 어디서?
[거인의 힘][마력혼][실전 격투] [성관 기사][벼락][기습]대충 깨물면 먹잇감이 될 줄 알았어?
천만의 말씀!
딱 봐도 허점투성이.
귀안을 장착하고 어쩔 것도 없다.
무장집을 스친 내 손이 묠니르를 걷어 올렸다.
정확히 백치 적룡의 아래턱, 입을 벌리느라 드러난 약점에.
빠악!
찰진 소리가 터졌다.
덜컥, 입이 닫히며 혀가 반쯤 잘린다.
[꾸에엑!]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적룡.
돌진했다.
드러난 약점마다 묠니르를 꽂아 주었다.
그때마다 벼락이 터지고 피가 흩뿌려진다.
적당히 때렸어도 무지막지했을 공격.
약점을 공격하면 치명타가 터지는 기습 탓에, 몇 배로 피해가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적룡이 눈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끼이잉…… 엄마아…… 나 아파아.]어린 나이도 아니고 늙을 대로 다 늙은 용이 왜 저러냐.
사실 그럴 만도 해.
이 용은 치매에 걸렸거든.
용 주제에.
한때는 용왕에 도전했을 정도로 강력했던 존재면서.
은룡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인간. 미안하구나. 저분 실수는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이쯤에서 넘어가지 않겠느냐? 우리끼리 싸워 봤자 좋은 일이 없지 않으냐. 슬슬 저 파괴의 화신이 깨어날 시간이다.]“[그러죠.]”
나도 적룡을 죽일 생각은 없다.
소중한 내 탈것이 되어야 할 귀한 몸이다.
내 자가용을 망가뜨릴 이유가 어디 있어?
아끼고 사랑해 줘도 모자랄 판에.
신나게 두드리던 묠니르는 무장집에 집어넣었다.
대신, 골프백에서 고기를 꺼낸다.
상파울루에서 대량으로 매입했던 소고기.
격납고에는 많이 있지만 골프백에는 많이 못 넣었지.
용 고기 미끼를 넣느라.
이것만 해도 수십 킬로그램은 되지만 충분하진 않을 것이다.
“[옛다!]”
소고기를 던졌다.
내 팔뚝 정도 크기.
은룡이 뭐 하냐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적룡은 아무 생각 없이 고기를 물었다.
[마싯쪙!]“[맛있냐? 더 먹어라.]”
텁. 텁. 텁.
적룡은 내가 주는 대로 고기를 받아먹었다.
이건 무슨 용이 아니라 초대형 견을 보는 것 같다.
골프백에 담아 온 고기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확실히 유순해진 적룡이 내게 머리를 들이민다.
[더 줘! 더 줘어!]“[나 태워 주면 더 줄게.]”
[태워 주면?]“[어. 너도 저놈은 때려 주고 싶지?]”
아직 쿨쿨 자고 있는 북극제를 가리켰다.
적룡이 맹렬한 적의를 드러냈다.
[저놈 죽일 거야!]한참을 갇혀 있었다.
갇히기 전에는 아주 제대로 두들겨 맞았다.
더구나 화염과 냉기, 속성도 아예 반대.
앙심을 안 품는 게 이상하다.
“[날 태워 주면 아주 묵사발을 낼 수 있어.]”
[진짜?]“[그리고 고기도 더 줄게. 아까 너 먹은 만큼의 100배. 어때?]”
꼴깍, 적룡이 침을 삼켰다.
용종이라 목젖도 없는데 목이 크게 꿀렁이는 게 보인다.
북극제를 패 주는 것보다 고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모양.
[좋아! 태워 줄게! 그런데 어디 탈래?]“[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힘껏 몸을 띄웠다.
적룡의 등, 원래는 안장이 설치되어야 했을 곳에 발을 디뎠다.
무릎을 꿇고, 오른손에는 묵호검을 쥐고, 왼손은 활짝 펼쳐 적룡에게 댄다.
[용언][탑승][조종] [운전][일체]남은 특성은 딱 하나.
결속만 얻으면…….
[뭐 해?]적룡이 나를 돌아본다.
눈이 마주친다.
내가 취한 자세. 내가 올라탄 위치.
그리고 하필이면, 용답지 않게 나를 순순히 태워 준 적룡.
이 모든 것들이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켰다.
생각이 읽힌다.
뭘 생각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있다.
[배고프다.]대부분이 이 욕구.
그것 외에는 없었다. 놀랍도록 깨끗했다.
아까 북극제를 보며 비쳤던 적의도 이미 휘발되었고, 날 보며 가졌던 의구심도 이미 잊어버린 상태.
말도 하고 생각도 하지만 사실상 짐승 같은 상태의 지적 수준의 정신세계가 여과 없이 노출된다.
적룡도 마찬가지였다.
[어…… 이거…… 뭐야?]적룡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웠겠지.
내 머릿속은.
이계인으로 살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내 삶은.
멀쩡하던 때라면 이해하는 데 단 0.01초도 쓰지 않았겠지만.
나는 빙그레 웃었다.
“[넌 지금부터 레드다.]”
[레드?]“[어. 고기 많이 줄게.]”
[고기 좋아!]적룡 레드가 좋다고 머리를 파닥거렸다.
보고 있던 은룡이 표정을 구겼다.
[이, 일족의 자존심이, 어르신이…….]“[일단 북극제부터 잡고 보죠.]”
어쩌겠어?
쌀이 다 익어서 밥이 됐는데.
그 증거로 내 특성창 마지막 칸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결속]이 특성으로.
여기서 끝일 것 같아?
나는 즉석에서 특성을 조합했다.
용언과 결속이 기초.
탑승자 강화인 탑승에 탈것 강화인 운전, 탈것 조종을 정교하게 만드는 조종, 특성 일체화인 일체가 합쳐져서 새로운 특성이 탄생한다.
[용기사]모든 탑승 계열 특성 중 최고봉.
신경계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마력 회로가 허공으로 팔을 뻗는다.
무형의 팔이, 통신망이 나와 레드 사이에 구축된다.
희한한 감각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레드의 감각을 통해서, 용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은.
“키이이이!”
북극제가 깨어난 것은 바로 이 시점.
머리를 몇 번 휘젓고는 우리 쪽을 주시한다.
이내, 눈에 불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