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불가해의 성 –3-
드레이크가 기가 찬다는 듯 웃는다.
“하! 북극제?”
그러더니 뱀처럼 길쭉한 혀를 낼름거렸다.
“북극제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8레벨이신 대장로 세 분이 함께 쳤어도 못 이긴 존잽니다. 오히려 성질만 설건드려 놓아서 놈을 봉인하느라 세 분이 대장로궁을 못 벗어나고 있어요! 그런 놈을 사냥하시겠다고요?”
북극제.
학살 여제나 성녀처럼 에피소드 보스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서우진과 동급.
에피소드 중간 보스쯤 된다.
그래도 강력하지.
게임에서는 9레벨로 등장하니까.
‘아직은 8레벨이지.’
북극제는 빙하기가 와야 마력을 흡수하고 9레벨로 거듭나니까.
그렇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북극제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하거든.
9레벨이 되어야 완전히 극복하는.
8레벨인 지금이라면 상당히 치명적일.
“미끼로 유인하고 수면제를 먹일 겁니다.”
“허, 말 같지도 않은 소릴…….”
“놈이 잠든 틈을 타서 여러분들의 옛 동료를 해방할 거고요.”
“그, 그건…….”
“그다음 북극산의 모든 존재를 해방하고 소통합니다. 용들이 돕는다면 북극제를 쓰러뜨리는 것도 꿈이 아닙니다.”
북극제는 용 사냥꾼.
용의 천적.
둥지이자 금역인 북극산에는 용들이 얼어붙은 상태로 못 박혀 있다.
에피소드 4, 악룡이 도래하면 풀려나지만 지금 시점에선 여전히 그 자리에 있겠지.
얼어 있는 불가해의 성 인원도 꽤 많다.
대부분 7레벨인 그들.
모두 깨우고 북극제를 공략하면 된다.
“허…….”
잠시 고민에 잠긴 드레이크.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애초에 미끼로 수면제를 먹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소립니다. 북극제는 멍청한 짐승이 아니에요.”
“하지만 탐욕스러운 마수죠. 마수 중에서도 대마수고.”
나는 골프백을 열었다.
어지간한 자동차 하나를 집어넣고도 남을 크기.
그 안에는 내가 미리 떼어놓은 어떤 재료가 있다.
용의 고기.
적어도 수백 킬로그램 이상.
북극제에게는 한 입 거리지만 이마저도 진수성찬일 것이다.
얼려 놓은 용들을 녹여서 먹을 방법은 없거든.
최소한 북극제에게는.
“허허허.”
드레이크가 고기 냄새를 맡아 보곤 웃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났습니까?”
“제가 직접 사냥한 겁니다. 이놈은 그리스에서, 이놈은 대균열에서. 황금용과 시체룡이지요.”
“황금용과 시체룡…… 생명과 죽음이라. 색깔 속성도 빛과 어둠으로 상극이고…….”
드레이크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는 만들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강력한 수면제라고 해도 1시간 정도 재우는 게 고작이라는 거지요. 그 안에 북극산의 희생자들을 모두 깨울 수 있겠습니까?”
“해야죠.”
“더구나 그들을 깨우는 방법은 아무도 모릅니다. 저희라고 시도 안 해 본 게 아니에요. 몰래 접근해서 마법, 기적, 약물을 사용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그럴 거다.
북극제의 동상은 보통 특성이 아니거든.
하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지.
골프백을 뒤적여 붉은 구슬을 꺼냈다.
도깨비들에게 받았던 불구슬.
화주.
“이거라면 어떻습니까?”
“으응?”
화주에는 도깨비불을 던지는 능력이 있다.
이 도깨비불은 모든 사악한 존재에게 치명타로 작용하지.
누군가는 퇴마화라고 부를 정도로.
특이하게도 북극제의 얼음에게도 작동한다.
북극제가 만파식적을 삼키고 있어서 그럴까?
동상 희생자도 이걸로 녹일 수가 있었다.
“이건 대체…….”
드레이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눈빛을 보낸다.
“그대는 지니가 깃들어 있다는 요술 램프라도 됩니까? 필요한 것만 생기면 바로바로 꺼내게?”
“다 조사하고 왔으니까요.”
“으흠. 하긴 그대 정도 강력한 초인이라면 그 정도 인맥은 있겠지요. 좋습니다. 준비한 게 있으면 더 말씀해 보시지요.”
“이것도 가져왔습니다.”
이번에 꺼낸 것은 금척.
수십 년 동안 얼어붙어 있다가 막 깨어났다고 생각해 봐라.
뭐가 가장 필요할까?
답은 엘릭서.
완전 회복 능력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과 용에게 엘릭서를 먹이는 것은 불가능.
이번에도 금척 약액이 활약할 때다.
“완전 치유 능력이라…….”
“바로 알아보시네요. 이걸 달여서 약액으로 만들어 먹이는 겁니다. 그러면 바로 전투력을 회복하고 전력이 되지요.”
“수면제 넣은 먹이로 재우고, 레드 크리스탈로 깨우고, 골드 스틱으로 치료한다라…….”
내가 알기로 북극산에 봉인된 7레벨 초인은 셋.
여기에 용군단.
8레벨은 단 하나도 없지만 7레벨만 따지면 용 중에도 넷은 된다.
나까지 합쳐 7레벨 여덟이 되는 것.
그 정도면 아무리 8레벨이라도 사냥할 수 있다.
“좋습니다!”
드레이크가 등을 곧추세웠다.
“장로회에 정식으로 건의를 해 보지요. 안건으로 삼고 회의를 하겠습니다. 북극제 공략이 결정되면 연락드리지요.”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결정됩니까? 제가 시간이 없는데요.”
“음……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라서요.”
어, 그래.
나도 알아.
가만히 놔두면 세월아 네월아 하품만 쩍쩍하고 있겠지.
말했잖아.
이 작자들은 장생종이라 아주 느긋하다고.
최소한 10년은 지나야 결정을 볼걸?
그럴 시간 없다.
드레이크가 돌아가고, 나는 용 고기 포장부터 먼저 벗겼다.
마법적 포장.
덕분에 용 고기는 어제 도축한 것처럼 매끈하고 신선했다.
찹찹! 차차차찹!
묵호검을 휘두른다.
마르스 검투법에 검의 주인까지 장착하고 내리친다.
사람 열 명 크기는 될 고기가 즉석에서 다져진다.
고깃조각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진다.
내가 미리 꺼내 놓은 대형 솥 위로.
‘한 번으로는 안 되겠네.’
양이 너무 많아.
두 종 고기를 솥에 적당히 넣고 버무린다.
묵호검을 거꾸로 잡고, 커다란 삽처럼 사용해서.
그러면서 연금용 마법 솥에 불을 당겼다.
수면제를 만들어야 하니까.
‘드레이크한테 만들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괜찮다.
나도 북극제용 수면제 레시피는 아니까.
필요한 재료도 모두 가져왔고.
보글보글.
약액이 끓는다.
기이한 냄새와 마력 파장이 함께 풍긴다.
멀찍이서 보고 있던 엘프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장로님과는 무슨 말을 하신 겁니까?”
“못 들었어요?”
“으흠! 그게 말이죠…….”
엘프가 못 들었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나는 끓는 마법 솥 약액을 가리켰다.
“들으셨겠지만, 저는 북극제를 사냥할 겁니다.”
“그게 가능해요?”
“다 들으셨잖아요.”
“그야…….”
“계획만 제대로 통하면 됩니다. 재우고, 풀어 주고, 치료하고. 엘프님도 아시죠? 북극산에 누가 붙잡혀 있는지.”
“알죠.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엘프가 아련한 얼굴로 북극점을 돌아본다.
북극점에 있는 북극산.
거기 있는 7레벨 세 명.
다름 아닌 전대 경비대장, 방어대장, 감시대장이었다.
그중 전대 경비대장은 여기 이 엘프, SSR 캐릭터 겨울 여왕의 친오빠이기도 하다.
게임에서는 북극제 사냥 후 전대 경비대장이 돌아와 경비대장을 맡게 되면서 겨울 여왕 영입이 가능해지지.
‘나도 데려와 봐?’
문제는 지금 시점에선 겨울 여왕 승급이 불가능하다는 점.
북극제 사냥만 아니라 남극신 사냥까지 해야 하거든.
남극신은 빙하기가 오기 전에는 접근 불가.
7레벨 초인이랑 안면을 트고 은혜를 입혀 놓는 거로 만족해야지 뭐.
언제 어떻게 도움을 받을지 누가 알아?
모르는 척 설명을 이었다.
“세 명을 구출하고 용들을 구출할 겁니다. 용들의 도움을 받으면 북극제 사냥도 가능해요.”
“용들은 오만해서 아무리 은공에게라도 도와주려고 하지…… 아, 아니네요. 안 그러겠네요. 은공께서는 용언을 쓰실 수 있으니까.”
“바로 그겁니다.”
용 중에는 고룡도 있다.
원래 고룡은 8레벨이지만 백치인 고룡.
그래서 7레벨인 고룡이.
비록 마법도 못 쓰고 짐승 수준의 지능밖에 없지만 어쨌든 고룡은 고룡이다.
똑똑한 고룡이 대부분 영입 가능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기 봉인된 고룡이 아케인 서울에선 최강의 전투용 탈것으로 군림한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얻는 고룡 탈것이 몇 마리 더 있지만, 지금 시점에선 거의 유일하지.
다른 고룡은 에피소드 4, 악룡에 차원문을 넘어서 등장하거든.
“대장님들과 용들이 힘을 합치면…….”
엘프가 힐끔 나를 쳐다본다.
혼자서 전투 부대 셋을 박살 낸 나.
머릿속에서 희망 회로가 마구 돌아가고 있겠지.
그러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을 찌푸린다.
“은공께서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뭐죠?”
“북극제는 위기가 오면 북극 바람을 사용하여 주위를 꽁꽁 얼립니다. 그리고 자기 몸을 치료하지요. 은공께서 아실 저희 선배 대장님들도 거기에 당했습니다.”
엘프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 자리에 자신도 있었다나.
실력이 모자라 멀리 떨어져 있어 얼어붙는 건 피했지만, 자기 오빠가 얼음 동상이 되는 걸 보면서도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바로 북극 바람이 북극제의 약점이다.
왜 약점이냐고?
북극 바람을 쓸 때 핵이 노출되니까.
망령왕이 3 페이즈에 그랬던 것처럼.
9레벨이 되면 그런 약점이 사라진다.
아예 24시간 북극 바람을 몰고 다니게 되지.
그래서 꽤 까다로웠다.
냉기 저항을 풀로 맞춰야 겨우 버틸 수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다고요?”
“예. 처리할 방법도 생각해 뒀고요.”
원래는 망령왕 때처럼 할 생각이었다.
마법 저항과 냉기 저항을 장착하고 접근해서 지고화 일격.
그런데 포카 덕에 방법이 하나 더 생겼지.
나는 무장집을 한 번 쓰다듬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로켓포, 산울음.
이번 북극제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엘프가 눈에 띄게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됐습니다. 저도 합류하지요.”
“아까 장로분은 회의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시던데요?”
“은공께선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로 회의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립니다. 어쩌면 1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좋지.
장로 회의 결과를 받아 불가해의 성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게 플랜 A.
나 혼자 잠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처리하는 게 플랜 B였다.
플랜 A가 최선이지만 그게 힘들다면 플랜 C로 가야지.
최악인 플랜 B보다야 차선인 플랜 C가 나으니까.
바로 경비대장, 방어대장, 감시대장 셋의 도움을 받는 것.
“대장이신데 장로 회의 무시해도 됩니까?”
“휴가 내면 됩니다. 경비대 일은 부대장이 알아서 하겠죠. 어차피 10년 전 이후로는 큰일도 없었어요. 정말 큰일 나면 대장로님들도 계시고요.”
처음에는 툴툴대던 엘프.
면역억제제 맛 좀 보더니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아니, 자기 친오빠가 걸린 문제라 그럴까?
오히려 나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기왕 도와주실 거면 친구분들도 데려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친구요?”
“아까 바위거인이랑 구미호 분이요.”
“아…….”
잠깐 고민하는 엘프.
이내 호쾌하게 머리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방어대랑 감시대가 대장 없다고 어떻게 될 조직은 아니니까! 그래도 늙다리들한테 얘기는 해 놔야겠네요.”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지요. 혹시 더 가실 7레벨 분이 계시다면 추천해 주세요. 그 이하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렇겠죠.”
세 대장 말고는 힘들 거다.
설정상으로는 더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고 장로회와 친해서 회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할 테니.
세 대장은 젊고 자기 친지가 북극산에 잡혀 있어서 나설 가능성이 대단히 크지만.
차분히 기다렸다.
채 썬 고기를 완자처럼 뭉쳐 미끼를 완성했다.
안쪽 깊은 곳에는 수면제.
그걸로도 모자라서 마력 회로를 깔았다.
강화 촉매인 [히프노스]를 이용해서.
히프노스는 잠의 신.
이 강화 촉매를 바르고 공격하면 상대가 기면증에 빠진다.
수면제와 히프노스 촉매를 조합했으니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 최소 1시간은 잠들어 있겠지.
어쩌면 2시간까지도.
“북극제를 잡겠다고요?”
“이야기는 들었어요. 합류할게요.”
세 대장은 합류.
다른 7레벨 이종족은 멀찍이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과연 내가 북극제를 잡을지도 의심스럽고, 괜히 설건드렸다가 피해 볼 게 두렵다는 표정.
가끔 내 약을 사러 올 뿐이었다.
“받으세요.”
나는 세 대장에게 약병을 한 아름씩 안겼다.
특제 면역억제제와 미리 달여 둔 금척 약액을 분배한 것.
“이건 왜…….”
“저 따라오면서 제가 사람들 해동시키면 그때 먹이세요. 세 분은 미리 드시고.”
이종족들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려면 면역억제제는 필수.
이것도 평판작의 일부다.
세 대장이 날 한 번 보고는 약병을 하나씩 땄다.
이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뜨거운 땀을 수증기처럼 흘렸다.
“후우. 몸이 뜨거워.”
“으, 난 더 무거워지는데.”
“이히힛! 꼬리가 안 간지러우니까 좀 살 것 같네!”
“그럼 출발하죠.”
미끼 고기는 이미 완성.
잘 포장해서 골프백에 넣었다.
북극점은 불가해의 성에서 그리 멀지 않다.
전력을 다해 뛰자 금방이었다.
“여기예요.”
구미호가 속살거렸다.
“은신 마법이랑 투명화 마법 걸어 줄게요. 그래도 조심해요. 북극제는 감각이 예민하거든요. 걸리면 바로 튀어요.”
“그러죠. 아, 전 혼자 행동하겠습니다. 세 분은 입구에서 대기하세요.”
“좋아요. 북극제가 고기 가지고 둥지 가면 행동할게요.”
“얼음 동상 숲에서 만나죠.”
북극산으로 진입.
뾰족뾰족한 얼음 산맥이 펼쳐진다.
상당히 큰 규모.
땅은 얼음 밭이고 하늘에는 얼음 태양이 몇 개나 떠 있다.
그리고 북극제.
얼음 산맥을 꺾어 만든 둥지에 드러누워 얼음 태양 일광욕을 하는 중이다.
거대한 얼음새.
어찌 보면 불사조와도 비슷한 형체.
불 대신 얼음이고, 레벨이 조금 낮다는 것을 제외하면 놀랍도록 흡사한 모습.
은신 특성을 장착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적당한 곳에 용 고기 미끼를 놓고 튀면 된다.
놓고 튀기만 하면…….
그런데 그때였다.
누워 있던 북극제가 퍼뜩 고개를 든다.
뭘 감지한 것일까.
고개를 휙휙 젓다가 시선을 고정한다.
다름 아닌 나에게로.
막 세 대장과 떨어져 걸어가고 있을 뿐인 나에게로.
번쩍.
북극제가 눈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