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6)
단검파 -1-
단검파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가구들이 쪼개질 듯이 진동하고 천장에선 먼지가 폴폴 날렸다.
불상처럼 시립하고 있던 남자가 공손히 말했다.
“큰형님.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옆 동에 계시는 게 어떠십니까?”
“흥. 늑대 새끼 한 마리 왕왕 짖는다고 꼬리마는 호랑이가 있더냐? 닥치고 불이나 땡겨라.”
거대한 중역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시가 끝을 베어 문다.
키가 작고, 유난히 눈이 째진 남자.
시립하고 있던 남자가 시가에 불을 붙이자 청록색 마력광이 점멸했다.
앉아 있는 남자, 단검파 보스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청회색 연기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었다.
“후, 역시 전동이 자식은 화끈하다니까. 저격하겠답시고 로켓포를 쏴대는 새끼가 어디 있어?”
“너무 위험했습니다. 보스께서 바로 위층에 계신데 로켓포라니요.”
“마. 전동이 놈이 나한테 총질이라도 할 것 같아? 그리고 우리도 폭탄을 그렇게 얻어맞았는데 답례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야 그렇습니다. 개 같은 김철권 새끼, 도대체 어디서 저런 미친놈을 데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돈 팍팍 쥐여줬겠지. 문제는 그게 아냐.”
단검파 보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정말이지 무서운 놈이었다.
불의의 습격을 당해서 대처가 호구 같았다는 점까진 인정한다.
그런데 저건 뭐란 말이냐?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방어 지점, 은신 지점에다 무조건 유탄과 수류탄, 섬광탄부터 까 넣어?
내부에서 정보가 샌 게 분명하다.
미리 알지 않으면 4층까지 쾌속 전진을 할 수가 없다.
손님들이야 영업용 내부 공간만 즐기고 돌아가지만, 단검파의 방어 계획은 비밀 공간과 비밀 통로, 비밀방까지 총망라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놈은 죽었을 겁니다.”
호위가 낮은 어조로 말했다.
“전동 형님께서 대인 유탄을 쓰겠다고 하셨으니, 밀폐된 곳에서는 살아 있을 수가 없지요.”
“놈이 3레벨 초인이라면? 방어막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설마 가능하겠습니까.
호위가 그 말을 꿀꺽 삼켜 버렸다.
철권파가 성장하면서 보여준 수완이라면, 놈들이 요새 벌어들이는 돈이라면 3레벨 초인도 잠깐은 고용하지 싶어서.
사실 그게 더 합리적인 추론 아닌가?
아무리 내부 정보를 알고 있어도 혼자 다 죽이고 4층까지 올라왔는데.
“애들 내려보내서 확인사살 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그래. 이상하면 바로 지원 요청하고. 내가 직접 가마.”
“큰형님께서요? 저한테 맡겨 주시지요.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3레벨일지도 모르는데? 그러다 너도 죽고 애들도 다 죽는다. 너까지 죽으면 우린 끝이야.”
단검파 보스가 신경질적으로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대훈이랑 지성이네는 어떻다든?”
“철권파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온 모양입니다. 대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빌어먹을. 아주 칼을 갈았고만, 칼을 갈았어.”
본거지 안에는 초인 총잡이 하나.
본거지 밖에는 철권파.
어느 하나 만만한 녀석이 없었다.
목에 칼이 들어온 느낌.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끽하는 이 서늘한 감각.
자칫 잘못하면 백척간두에서 떨어져 저 까마득한 구렁텅이로 추락할 거라는 예감이 정수리를 핥아댔다.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단검파 보스는 허리에 찬 단검 두 개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마법 단검.
하나는 [저주]가 하나는 [중독]이 걸려 있었다.
이 두 자루야말로 단검파 보스가 믿는 최후의 보루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이번에도 이들로 이 난관을 돌파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초인이고 철권파고 다 썰어버린다.’
단검파 보스의 눈이 음험하게 빛났다.
하지만 일이 쉽게 돌아가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탕탕탕!
몇 분 후, 총소리와 함께 아래층이 시끄러워졌다.
눈가가 꿈틀거린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이 새겨진다.
살아 있다고?
로켓탄을 박아넣었는데?
“빌어먹을!”
단검파 보스가 벌떡 일어섰다.
중역 의자 옆 옷걸이에 걸쳐놓은 까만 코트를 몸에다 걸친다.
코트 표면에서 마법진이 일렁이고, 그 자리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단검파 보스.
단검파의 진실한 전력이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
“끄흐윽!”
운이 좋았다.
고글을 통해 로켓을 본 즉시 움직이지 않았다면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원형 카지노 탁자 중심으로 들어간 것이 신의 한 수.
그 안에 웅크려서 [마력 방패]를 순간적으로 장착, 활성화했다.
직후 로켓이 날아들었지.
수십 미터 밖, 건물 옥상에서 발사한 탓일까?
로켓은 창문을 깨뜨리고 바로 그 앞 바닥에 박혔다.
덕택에 대인 유탄의 살상력이 약해졌고, 무수히 날아든 파편은 내 정면의 카지노 탁자와 마력 방패에 막히고 말았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카지노 탁자도 마력 방패도 단숨에 돌파당했고, 파편 십여 개가 내게 쏟아졌다.
그 결과 내 왼팔이 아주 넝마가 되었지.
팔을 내밀고 [방어] 특성을 사용했거든.
“으으으!”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왼팔을 타고 오른다.
나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속으로 안도했다.
아프다.
즉, 신경이 살아 있다.
팔이 잘리지도 않았다.
이쯤이야 상처 회복과 재생을 사용하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낫긴 낫는다.
아, 그래도 수술은 받아야겠구나.
파편 몇 개는 박혀 있을 테니까.
‘이럴 때가 아니야.’
놈들이 곧 올 것이다.
아픔을 참으며 현재 상태를 점검했다.
몸 상태가 아주 말이 아니다.
마력 회로에 꽉꽉 차 있던 마력은 가뭄 맞은 논바닥처럼 바싹 말라 버렸다.
써먹지도 못할 잉여 마력만 넘쳐날 뿐이다.
귓가에선 이명이 매미울음처럼 울린다.
그런가 하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서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왼팔은 물론 전신에서 격통이 올라와 정신이 혼미할 지경.
‘일어나야 해.’
손을 떨며 산탄총을 들었다.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여 특성을 교체했다.
[사격][마력심][민감] [상처 회복][마력 회복][활기]조금이라도 회복해야 한다.
출혈 과다도, 마력 고갈도 신체에는 치명적이니까.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5층으로 향하는 복도를 살필 때였다.
간질간질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좁아지고,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집중] 특성 획득.총격전에선 크게 쓸모없는 마력심을 제거하고 집중을 넣었다.
그러자 민감 특성과 반응하여 주위 자극을 내 뇌에 쑤셔넣기 시작한다.
창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 하나.
끊어진 전선에서 나는 전기 튀는 소리마저도.
신기한 감각이었다.
흐릿하긴 하지만 주위 공간이 3D 지도로 변환되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느낌.
그래서였을까?
퉁퉁, 하고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소리가 수채화처럼 선명하게 들려왔다.
“막내야. 가서 확인해라.”
“형님, 놈이 살아 있기라도 하면······”
“손에 든 총은 장식이냐? 고개 들면 걍 쏴버려. 자동으로 놓고 갈겨버리면 초인도 끝이야, 끝!”
스윽, 스윽, 스윽.
아주 조심스럽게, 발소리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걷는 갱단원.
집중과 민감 조합 앞에선 다 소용없다.
나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지금!’
번쩍 몸을 일으킨다.
놀랍도록 민첩하게, 칼같이 정확한 자세로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이힉!”
갱단원이 소스라치며 놀랐다.
손을 떨면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지만 내가 더 빨랐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일반 소총보다 확연히 묵직하고 무거운 총성.
상당한 반탄력이 내 어깨를 친다.
자동으로 놓고 쐈으면 근력 특성을 쓰지 않는 한 총구가 하늘로 솟구치고도 남았을 정도.
그 화력 또한 무시무시했다.
제대로 얻어맞은 갱단원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뒤에서 경계하며 내려오던 갱단원들 역시 마찬가지.
재수 좋은 놈은 팔만 날아가고, 재수 없는 놈은 머리통이 터지고, 그 옆에 묻어가던 놈은 배에 구멍이 뚫려 길게 절규했다.
“끄아악!”
“조, 조심해!”
“노, 놈이 살아 있다!”
“지원 요청! 지원 요청!”
“으아아! 살려줘!”
“형님! 도와주십쇼! 저희 다 죽습니다!”
그냥 죽어주지만은 않는다.
타타탕!
엄폐물을 찾아 움직이며 반격을 가한다.
소총과 산탄총이 불을 뿜었다. 마력 방어막을 못 쓰는 상태에서 저걸 맞으면 나도 죽는다. 별수 없이 구멍 송송 난 카지노 탁자에 몸을 웅크렸다.
딸깍.
거의 동시에 울리는 쇳소리.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수류탄에서 안전핀을 제거하는 소리였으니까.
‘어디냐?’
급히 머리를 빼어 정면을 살핀다.
고급 양복을 입은 놈이 수류탄을 들고 있는 게 보인다.
야구공 던지듯 자기 머리 뒤로 팔을 힘껏 당기는 장면이 느릿느릿하게 내 눈에 박혔다.
척 보기에도 숙련된 움직임.
이를 악물고 산탄총을 올렸다.
집중 특성이 내 시간을 한없이 느리게 만들고 있었다.
가늠자를 맞춰볼 시간 따윈 없었다.
감각적으로 총구를 겨냥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투우웅!
유난히 길게 울리는 총성.
한 발로 그치지 않았다.
투웅! 투웅! 투웅!
20발들이 탄창을 모조리 비워냈다.
솔직히 막 쏜 총알이었다. 내가 노렸던 수류탄은 맞추지도 못했다. 대신 수류탄을 던지려 했던 양복쟁이 갱단원이 맞아 허수아비처럼 춤을 추었다.
“끄어억!”
가슴이, 어깨가, 팔이, 손이, 얼굴이 차례차례 부서진다.
구멍이 뚫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뚝뚝 떨어져 나간다.
그리하여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마는 쇳덩이 하나.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
“아, 안 돼!”
갱단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도 내 실수를 깨달았다.
급히 카지노 탁자에 몸을 숨기고 웅크리는 것과 동시에 충격파가 번졌다.
꽝!
섬광도 화염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바닥과 건물을 함께 진동시키는 충격파.
그리고 피어오르는 검은 먼지.
거기에 한 발짝 앞서서 도박장을 쓸어버린 쇠 파편이 있을 뿐.
“아아악!”
“끄악!”
“캬하악!”
비명이 충격파를 타고 날아왔다.
목덜미가 섬뜩해지는 비명에, 나도 모르게 내 온몸을 더듬게 된다.
‘안 다쳤나?’
천운이었다.
튼튼한 카지노 탁자가 일차적으로 막아주고 방호복이 파편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방호복에, 헬멧에, 특히 등과 뒤통수에 뾰족한 파편 몇 개가 박혀 있었다.
거리가 좀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났지, 수류탄이 내 쪽으로 던져졌으면 진짜로 죽었다.
“이것도 먹어라!”
니네만 수류탄 쓰냐?
나도 쓴다!
수류탄을 하나 까서 던졌다.
던질 때 유난히 긁히는 느낌이 있었다.
내 마음대로 맞출 수 있겠다는 느낌.
심지어 야구공 던지듯 변화구도 가능하겠다는 감각.
[투척] 특성.던진 수류탄이 빨려들 듯 갱단원들 중심에 낙하했다.
꽝!
폭발 직후 산탄총을 꼬나쥐고 돌격.
거의 대부분 시체가 되어 있었다.
딱 한 명만 빼고.
“으으으······”
이미 전신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갱단원.
마지막 생존자였다.
살아날 가능성도 없었다.
나는 친절하게도 갱단원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머리에 총알을 박아서.
“후우.”
끝났나?
주변에는 피 칠갑을 한 시체밖에 없다.
바람 소리 전깃불 소리 말고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비록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흘리는 신음을 못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그래도 확실하게 해야지.
투웅! 투웅! 투웅!
온전해 보이는 시체 머리마다 총알을 박아주었다.
확인사살을 끝낸 뒤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단검파 보스는 암살자니까.
심지어 암살자에게 최적화된 마법 무구를 세 점이나 가진, 저레벨 대에서는 상대하기 힘든 강자였다.
‘저격도 조심해야 해.’
집중과 민감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특성도 새로이 교체한다.
[사격][집중][민감] [방어][인내][맷집]어떻게든 한 방을 버텨야 한다.
지금 내 특성으로 단검파 보스의 은신 특성과 마법 코트의 그림자 마법을 파훼하기는 어렵다. 아마 단검파 보스가 내 등에 먼저 단검을 꽂고 시작할 것이다.
‘어디냐?’
5층 보스룸, 정확히 말하면 대표 사무실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어려울 게 없다.
단검파 보스가 숨어 있을 곳은 뻔하니까.
하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이자 세계.
로켓포 저격이 실패하고 내려보낸 부하들도 전멸했다면, 단검파 보스라고 자기 자리만 덥히고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쌔애액!
환풍구를 통해 드론들이 줄줄이 내려온다.
작은 몸체에 소형 기관총을 양옆으로 두 정 장착한 드론.
“하!”
하지만 나는 코웃음만 한 번 쳤다.
저렇게 작아서야 제대로 된 화력이 안 나온다.
말이 좋아 기관총이지 끽해야 권총탄 위력이나 될까?
더구나 환풍구에서 저렇게 줄지어 날아오면 맞추기도 쉽다.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반격했다.
카지노 탁자에서 나온 다음 두툼한 기둥 뒤로 질주하고, 거기 숨어서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퉁! 퍼엉! 펑펑!
한 기 한 기 격추되는 드론들.
드르륵!
총알을 긁어대지만 날 조준하기 전에 쏴 떨어뜨리면 그만.
성능은 아쉬울지언정 비싼 드론들이 폭죽처럼 터지고 있었다.
거기에 내가 정신이 팔린 사이.
일어난다.
내 그림자가.
입술처럼 벌어진 코트 그림자 사이, 잿빛 송곳니가 빛조차 가리고서 삐져나온다.
기척 하나 없이 내 등으로 날아드는 단검 한 자루.
‘흥.’
나는 소리 없이 비웃음을 날렸다.
다 예측한 대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