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5)
특성 쌓는 김전사-25화(25/300)
넥타르 -3- [1권 끝]
단검파 본거지 앞.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빌라 건물.
1층에는 작은 카페와 국밥집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금물.
나는 빌라 건물 옆, 거의 벽을 잇다시피 한 건물들을 함께 눈에 담았다.
‘여기도 던전이었지.’
던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냥 구획 구분된 체육관 수준에 불과했지만.
천천히 기억을 떠올린다.
단검파 던전은 지긋지긋하게 겪었다. 아케인 서울 튜토리얼에 두 번째로 합류하는 캐릭터, 김철권의 개인 퀘스트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어서 다른 곳에서도 걸핏하면 똑같거나 놀랍도록 비슷한 던전을 만나기도 했고.
‘입구는 둘.’
정문은 눈속임.
진짜는 오른쪽 건물이었다.
사실 단검파 본거지는 여섯 동의 빌라 건물을 하나로 이어 만들어진 복합 던전이었다. 겉으로는 사람 사는 빌라인 척 지어놓았고 입주민도 받았지만, 실은 비밀 공간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 중인 것.
그냥 도박장도 아니다. 매춘과 마약, 지하 격투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를 본거지로 삼은 것이다.
이런 것까지 알려지면 단검파도 껄끄러워지니까.
‘어디······’
나는 인근 고시원 건물 옥상에 올라 소총을 꺼냈다.
노루에게 두 조각난 총과 똑같은 모델.
아래쪽에 언더배럴 유탄 발사기를 장착한다.
유탄을 밀어 넣자 딸깍, 쇳소리가 울렸다.
난간에 몸을 기대고 빌라 건물 정문을 조준.
밤이라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술을 진탕 마셨는지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소리, 부부싸움을 하느라 고함 지르는 소리만 울릴 뿐이다.
내부적으로는 다르겠지.
방음이 철저하게 된 비밀 공간에서 한참 환락과 방종, 죄악의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그 공간으로, 진짜 단검파 본거지로 들어가려면 정문이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굳이 눈속임인 정문을 골라 방아쇠를 당겼다.
퉁!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유탄.
꽈아앙!
그러나 폭발은 절대 맥 빠지지 않았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쇠 파편이 사방을 찢어발겼다.
빌라의 낡아빠진 철문 따위로는 유탄 폭발을 막을 수 없다.
단숨에 박살 나면서 연기가 치솟았다.
아울러 울리는 요란한 경보음.
왜애애앵!
“어어?”
“으아악!”
“테러다! 테러야!”
“사람 살려!”
인적 하나 없이 조용하던 뒷골목.
비명이 귀를 따갑게 하고 집집마다 일제히 불이 커진다.
특히 유탄에 얻어맞은 건물의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벌집 쑤신 것마냥 주민들이 혼비백산해서는 몰려나왔다.
해당 건물만 아니라 연결된 건물도 그랬다.
개중에는 벌거벗다시피 한 사람도, 마약에 취해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도 있었다.
“흥.”
나라고 구경만 하지는 않았다.
유탄을 새로 먹이는 대신 총을 껴안고 몸을 던졌다.
파쿠르 하듯이 인근 건물 옥상을 띄엄띄엄 건너뛴다.
이 근처는 죄다 원룸, 빌라, 고시원 건물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건물 높이도 비슷했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으니까.
탁탁탁!
외부에 돌출된 비상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단검파 본거지 건물 바로 뒤.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렸다.
“제길! 어디야! 어디서 쏜 거야!”
“경계하던 새끼를 족쳐야 합니다! 그 새끼 그거 졸고 있던 거 아닙니까? 로켓은 아니고, 유탄이나 수류탄 같은데 유탄 날아오는 걸 못 본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등신. 수백 미터 밖에서 갑자기 날리면 이 밤에 어떻게 보냐? 그게 되면 초인이지, 븅신아.”
“빌어먹을 철권파 놈들!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곱창을 만들어 주겠어!”
골목 사이에 몸을 숨기고 그들을 관찰했다.
모두 중무장한 상태.
나만큼은 아니어도 방탄복에 소총 정도는 차고 있었다. 고글 역시 마찬가지. 분명히 적외선 감지장치나 레이저 감지장치 정도는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후드를 내려 접이식 헬멧을 장착했다.
고글은 물론 방독면도 결합된 일체형 헬멧이다.
처음에는 세상이 까맣게 보였지만 곧 불이 들어오면서 천연색으로 변하고, 방독면이 내 코와 입에 달라붙으며 쌕쌕 공기를 공급했다.
“형님! 주변에 아무도 없답니다!”
“그게 말이 돼? 샅샅이 뒤져! 너무 멀리 가진 말고! 철권파 개새끼들이 큰형님을 노릴지도 모른다!”
“옙!”
타타탁!
갱단원 몇 명이 내가 숨어 있는 골목으로 뛰어든다.
괜찮다.
나는 건물 벽에 몸을 기대고 죽은 척 특성을 활성화했다.
심장이 느리게 뛰고 체온이 내려가면서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빠져나간다.
죽은 척만 쓰는 것도 아니고 은신도 장착한 상태.
고글을 쓴 갱단원들이 나를 인지하지 못하고 우르르 지나갔다.
한참이 지나서야 죽은 척을 거두고 일어섰다.
내 앞쪽 골목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주위를 충분히 경계하면서 본거지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아, CCTV.’
건물 벽에 작은 벽돌 형태 CCTV가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 앞에 나무를 심거나 넝쿨 식물을 길러 CCTV를 가렸다.
미리 그 지점에 뭐가 있을 거라고 예측하지 않는 한 발견하지 못할 지경.
CCTV는 쓰레기통처럼 생긴 비밀통로 출입구를 비추는 중이다.
털래털래 들어갔다간 바로 발각당하겠지.
조금 입맛이 썼다.
‘해킹 특성을 개방할 걸 그랬나?’
에이, 해킹은 무슨 해킹이야.
해킹은 강화병과 마법사의 영역이다.
전사면 전사답게 행동하도록 하자.
소총에 소음기를 꽂았다.
소음기를 쓴다고 총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은 온통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
유탄 한 발에서 촉발된 폭동이, 소란이 사방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소음기 소음 몇 발은 묻힐 것이다.
푸슈슉! 푸슉! 푸슉!
연달아 세 발 발사.
벽돌 닮은 CCTV를 모조리 깨뜨렸다.
그리고 즉시 움직인다.
쓰레기통 뚜껑을 빠르게 젖혀 몸을 비집어 넣고, 미닫이문을 열어 들어가면 시작.
“넌 뭐야?”
“치, 침입자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비상 눌러!”
미닫이문 뒤에 있는 것은 길쭉한 통로.
CCTV가 천장에 줄지어 설치되어 있고, 보안실이 복도 양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비상시 철문을 닫아걸고 총알을 쏟아부을 수 있게끔.
문제는 내가 너무 빨리 돌입했고, 아케인 서울 게임을 통해 이곳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푸슉! 푸슉! 푸슉! 푸슉!
사격 특성을 통해 쏜 네 발의 총알.
내가 생각하기에도 깔끔한 자세였다.
미처 닫지 않은, 훤히 개방된 철문을 지나 막 일어서던 갱단원에게 딱 한 발 먹여주었다.
이제 기관단총을 쥐어 가던 갱단원도, 빨간 비상 단추에 손을 가져가던 갱단원도 사이좋게 미간에, 혹은 목에 총알을 얻어맞고 쓰러지는 공평한 신세가 되었다.
내 고글에 [사망] 두 글자가 떠올랐다.
“후우.”
뭔가 좀 묘했다.
사람 넷을 죽였는데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오히려 찬물을 뒤집어쓴 듯 머리가 차가워질 뿐이다.
‘나도······ 닳았구나.’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고 했지.
괴물을 상대하고 있으면 자신 또한 괴물이 되는 법.
나도 어느새 이 막장 세계에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어쩌겠나.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지. 살아남아야지.
철벅, 철벅.
스르륵 번지는 핏물을 짓밟으며 통로를 걸어갔다.
그런 내 뒤로 핏빛 발자국이 길고도 선명하게 남고 있었다.
애애애앵!
때를 맞추어 건물 전체에 울리는 경보음.
[비상! 비상!] [습격이다! 적의 습격이다!] [모든 형제는 무장하고 지정된 집결지에 집결하라!] [경고! 경고!] [단검파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즉각 무장을 해제하고 제 자리에 손을 들고 엎드려라! 명령에 불응할 시 즉각 사살하겠다!]시끄럽네.
푸슈슉! 푸슉!
나는 총을 쏘아 CCTV와 스피커를 모조리 망가뜨렸다.
통로 끄트머리, 견고한 철문 앞에 서서는 잠시 숨을 고른다.
이 뒤의 지형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ㄱ자로 꺾인 복도, 그 앞에는 호텔 로비처럼 큰 공간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로비와 대기실 역할을 하고, 오늘처럼 공격받을 때는 바리케이드를 쳐서 방어선이 되는 공간.
그냥 나갔다가는 바로 벌집이 된다.
하지만 초인에게는 초인의 전투법이, 김전사에게는 김전사의 전투법이 있는 법.
소총으로 잠금장치를 쏴서 문을 연 후, 빠르게 돌입하여 꺾인 복도에 살짝 몸을 내밀었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광경이 펼쳐졌다.
겹겹이 설치된 바리케이트와 총구만 내놓고 이쪽을 조준 중인 갱단원들.
섬뜩한 살기가 경동맥을 차갑게 핥고 지나간다.
“조져버려!”
투타타타!
소총 수십 정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그러나 그들보다 내 행동이 더 빨랐다.
퉁!
두 번째로 터지는 흐릿한 발사음.
유탄이 날아가는 것을 보지도 않고, 나는 급히 몸을 빼서 철문 뒤로 돌아왔다.
꽈르릉!
“으아아!”
“커헉!”
“끄흡!”
폭발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역시 유탄이 최고라니까.
하지만 한 발로는 모자랐을 것이다. 골프백에서 수류탄 몇 발을 꺼내서 복도 너머로 던져 주었다. 몇 번의 폭음 후, 그나마 들리던 신음마저 뚝 끊겨 버렸다.
전초전은 승리.
방심해서는 안 된다. 나도 총 맞으면 죽는 것은 똑같으니까. 마력 방어막과 방호복으로 소총탄까진 막아도 대구경 저격총이나 기관총에는 장사 없다.
또, 단검파 보스와 행동 대장은 2레벨 초인이다.
그것도 전사 계열 중 암살자.
내가 방심했을 때 저격하거나 뒤를 찌르면 나도 훅 갈 수 있다.
푸슉! 푸슉!
“꺽!”
“크허억!”
살아 있던 갱단원을 확인 사살하며 지나친다.
평소에는 사업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라 함정 따위는 없는 던전.
놀랍도록 순조로웠다.
내가 아는 곳에서 갱단원들이 튀어나오고 뻔한 방식으로 총격을 가했으니까.
현대전에서 상대가 어디 있는지 알면 그만큼 상대하기 쉬운 게 없지.
먼저 수류탄이든 섬광탄이든 던져놓고 돌입. 유탄도 아낌없이 썼다. 그렇게 3층까지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나도 몇 발은 맞았지만 방호복에 박히는 선에서 끝났고.
그때쯤, 솜털이 곤두서면서 기묘한 감각이 피부를 핥았다.
[민감] 특성 획득.밝은 눈 특성을 민감 특성으로 교체했다.
‘슬슬 때가 됐는데.’
게임에서는 적들이 배치된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
단검파 보스와 행동대장이 단세포 생물이 아니라면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바짝 긴장해서는 계단을 올라갔다.
총도 아예 산탄총으로 바꿨다. 유탄도 다 썼고, 소음기도 이미 의미가 없어졌으니 조금이라도 화력을 올리는 게 낫겠지.
“어?”
그런데 이상하다.
4층은 실질적으로 마지막 방어선 역할을 하는 지점.
5층 비밀 공간에는 대표 사무실과 회의실 정도가 다라서 항전할 만한 곳이 없었다.
당연히 4층 VIP 도박장에 갱단원들이 진을 치고 있어야 하는데 텅 비어 있다.
보이는 거라고는 카지노 시설과 널브러진 카드와 칩, 그리고 왜 있는지 모를 바닥의 핏자국뿐.
“뭐지?”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몸을 낮추고 카지노 탁자에 은폐하며 살금살금 전진한다.
그렇게 사방을 경계하던 무렵.
부우웅!
소형 드론이 환기구를 통해 내려오더니 작은 막대 같은 것을 툭 떨어뜨렸다.
섬광탄.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제, 젠장!”
뭘 어쩌기에는 이미 늦었다.
파아앗!
새하얀 빛이 망막을 태워버릴 듯이 질주하고, 쩌어엉 하는 소음이 도끼처럼 고막을 후려갈겼다.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는 나.
촤르륵.
고글이 섬광탄에 반응하여 조리개를 꽉 닫아줘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몇 초 정도는 시각을 잃고도 남았지.
지이이이잉.
그러나 이명만큼은 남아 있다. 평형감각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나는 산탄총을 움켜쥐고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정신 차려! 김준수, 아니, 김전사! 정신 차리라고!’
푸시시시.
심지어 드론 몇 기가 더 날아들어 연막탄을 뿌렸다.
희뿌연 연기가 도박장에 피어오르고, 내 고글 안쪽에 빨간 불과 함께 경고 메시지가 떴다.
[방독면 작동]독가스다!
미친 새끼들.
자기네 본거지에 독가스를 풀어?
하지만 이것으로 끝일 리 없다.
내가 보는 족족 CCTV를 부수긴 했지만 내 사진 정도는 건졌겠지.
고글과 방독면이 일체화된 헬멧을 쓰고 있는 사진을.
다음 수는 뭐냐?
포위 공격?
저격? 암습?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단검파 본거지 보스룸에 입장하면 시작되는 연계 공격.
그것이겠지.
바로 특성을 전환했다.
[마력 방어막][방어][민감] [마력심][인내][맷집]그대로 창밖을 노려본다.
어느 부위를 노릴지, 어떤 궤적으로 날아들지도 뻔히 안다.
팔 방패에 마력 방어막을 집중시키고 방어를 사용한다면, 행동대장이 사용하는 그 저격총으로는 관통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라도 팔 하나 잃고 끝.
이 세계에선 팔을 재생하는 것도 의수를 다는 것도 어렵지 않으니 무조건 개이득이다.
‘언제지?’
고글 시야가 축소된다.
행동대장이 잠복하고 있을 건물 옥상이 화악 다가온다.
옥상 난간 위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밀어지는 총구······
어라?
총구가 아니다.
난간 위로 나온 것은 예리하게 번쩍이는 저격총과는 전혀 다른 물체였다.
진녹색 탄두.
저격총과 비교하자면 훨씬 두툼하고 묵직한 그것.
원래 세계의 RPG-7, 알라의 요술봉을 꼭 빼닮은 로켓 발사기가 이쪽을, 나를 겨누고 있었다.
“미, 미친 새끼가!”
놀라고 있을 틈조차 없었다.
이미 점화된 불꽃.
그로부터 가속되는 로켓.
게임에서처럼 느리디느린 속도가 아니다.
초속 수백 미터를 간단히 넘나드는 로켓이, 번뜩이는 섬광처럼 들이닥친다!
꽈르릉!
그리고 폭발.
세상이 새하얀 빛에 와락 삼켜졌다.
[1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