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7)
특성 쌓는 김전사-27화(27/300)
단검파 -2-
퍼억!
둔탁한 파열음이 내 등을 찔렀다.
묵직한 충격이 등 전체로 퍼지지만 거기까지였다.
척추를 파고드는 끔찍한 통증도, 뜨겁다 못해 불타는 듯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 뭣······”
놀랐는지 다급히 들이쉬는 숨소리.
기회였다.
나는 산탄총 개머리판을 붙잡고 크게 휘둘렀다.
야구 방망이 휘두르는 듯한 동작.
부우웅, 뻐억!
제대로 맞았다.
검은 코트를 입은, 후드까지 눌러써 유령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산탄총에 얻어맞고는 나뒹굴었다.
역시 보통은 아니다.
그 짧은 순간에 몸을 뒤로 날려서 충격을 최소화하다니.
하지만 내가 쥔 건 방망이가 아니라 총이라고.
다시 총을 들어 조준하려고 할 때였다.
단검파 보스가 눈을 번뜩이고는 손을 떨쳤다.
쌔액!
허공에 번뜩이는 검광.
나는 엉겁결에 산탄총을 내밀어 막았다.
푸욱, 소리와 함께 단검이 총열에 부딪혀 튕겨나갔다.
문제는 얼마나 힘이 강했는지 총열에 반쯤 푹 패인 상처가 났다는 것.
이게 말이 돼?
특성도 뭣도 아니다.
단순히 마력을 담아 던진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강철 총열을 망가뜨린다고?
“미친?”
“크크크. 밑천이 떨어지셨나?”
단검파 보스가 다른 단검을 뽑아든다.
튕겨 나간 단검과 똑같이 생긴, 표면에 보라색 마법진 대신 녹색 마법진이 새겨진 단검.
중독 마법이 부여된 마법 단검이다.
공격력은 그럭저럭이지만 독 디버프만큼은 강력하다.
쌍둥이 무기인 저주 단검과 사용하면 디버프만으로도 어지간한 초인은 황천길 보낼 정도.
나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골프백에 고이 모셔놓은 소총을 꺼낼 시간은 없다.
대신해서 허리에 꽂은 검을 뽑았다.
챙!
맑은 검명.
그러나 엉거주춤한 자세.
태어나서 몽둥이는 많이 휘둘렀지만 검은 처음 들어본다.
단검파 보스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푸하하! 그것도 검이라고 드는 거냐? 지금이라도 항복하지 그러냐? 내 자비를 베풀어 팔 하나만 자르고 보내주마.”
웃고는 있으나 눈은 차갑다.
살기가 뚝뚝 흘러내린다.
조금이라도 허점을 노출하면 바로 달려들 태세.
차오르는 긴장감 속에서, 나는 조용히 특성을 바꿨다.
[파산검법][강타][연격] [마력심][근력][맷집]‘단숨에 끝낸다.’
단 한 번의 공방.
그 결과가 생사를 가를 것이다.
나도 단검파 보스도 서로를 노려보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식은땀이 주룩주룩 났다.
이명은 더욱 심해지고 세상이 물결치듯 흔들거렸다.
그래도 버텼다.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견뎌냈다.
원래 세계의 나였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일.
이 괴상한 세상에 떨어지면서 겪은 경험이, 그 무수한 위기가, 날 담금질한 사건들이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타앙······ 타앙······
멀리서 총소리가 들린다.
치직! 치직!
단검파 보스가 낀 이어폰에서 살짝 소음이 울린 것 같다.
무슨 말을 들은 걸까?
얼굴이 흉악하게 변하더니 두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내 본능이 맹렬한 경고를 토했다.
지금이다!
인내심 싸움에서 패한 것은 단검파 보스였다.
탓, 하고 가볍게 땅을 딛고는 내게 쇄도해 온다.
암살자답게 빠른 속도.
그러나 틀린 선택이었다.
나를 마력 방어막을 가진 총잡이라고, 방어막을 만들 마력도 소진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만 전제조건부터가 완벽히 빗나갔다.
10분 전의 나는 총잡이였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총잡이가 아니다.
전사다.
검법을 익히고 강타와 연격으로 무장한 정통 전사!
“하!”
나도 땅을 박찬다.
모든 마력을 검에 주입한다.
머릿속에서 일렁이는 환상, 근엄한 얼굴을 한 남자가 그리는 궤적 그대로.
동시에 강타와 연격 발동.
무모한 기술이었다.
참으로 우악스럽고 미련한 기법이기도 했다.
사실 기술이라고도 기법이라고도 부르기에 부끄러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우격다짐에 불과한 행동.
그러나 효과만큼은 무시무시했다.
강타로 강력한 힘이 부여되고, 연격으로 파산검법 투로가 연거푸 실행된다.
가장 단순하고 우직하되 파괴적인 파산검법 제 1식.
산 무너뜨리기.
수직 내리긋기가 기관총 쏘아대듯 쏟아져 내렸다!
“허어억!”
초보자라면 도저히 불가능할 일격.
2레벨 초인으로도 불가능한 연속 공격.
3레벨 정통 전사나 무사 정도는 되어야 날릴 맹격.
단검파 보스가 경악하는 것이 보인다.
눈에 불이 켜지는 것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달콤하도록 내 뇌리에 박혀든다.
이어 최후를 직감한 듯 결연해지는 표정.
“죽어!”
상처 입은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몸을 우겨 넣는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공격 아래로.
단검파 보스가 마지막 발악을 한다.
크게 떨치는 손.
그 끝을 떠난 단검이 녹색 빛과 함께 내게 날아든다.
튕겨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실력으로는 검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니까. 그저 정해진 투로 대로, 강타와 연격 기술을 부여한 채로 허수아비처럼 내리찍었을 뿐이다.
“으하악!”
“커헉!”
비명과 신음이 교차한다.
목덜미와 가슴, 왼쪽 팔에 검상을 입은 단검파 보스가 길게 피를 뿌렸다.
척 보기에도 치명상.
분수처럼 치솟은 피를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를 떨어뜨린다.
나라고 멀쩡하진 않았다.
마지막 발악으로 날아온 단검이 아랫배에 꽂혔다.
권총탄 정도는 충분히 막아내는 방호복이지만 마력을 담아 던진 단검은 이토록 강력했다.
평범한 단검도 아니고 마법 단검이었으니 더더욱.
“제기랄······”
이건 약과다.
정말로 치명적인 것은 마력 고갈.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혈맥 내부가 따끔거리다 못해 찢어진 듯한 느낌.
팔다리에서 힘이 빠져 저절로 바닥을 나뒹굴게 된다.
심지어 독에 중독되기까지 했다. 호흡근이 마비되고, 심장이 차츰 느리게 뛰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다.
원래는 여기서 치유 물약과 마력 물약, 정화 물약을 모두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그만큼 내 부상이 크고 마력 고갈과 중독 역시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내겐 개사기 능력이 있지.
[마력심][심호흡][마력 회복] [상처 회복][재생][활기]모든 특성을 회복 관련한 특성으로 교체한다.
놀랍도록 몸이 안정되면서 마력이 아주 조금씩 차올랐다.
아직 아프고 아직 힘들지만 견딜 수 있을 만큼.
“후, 살았다.”
격전의 끝.
몇 가지 기묘한 감각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니 저런 것들이 떼로 몰려와도 다 죽여버릴 수 있을 것만 같고, 바닥에 내팽개쳤던 산탄총을 집자 마치 내 몸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위압] 특성과 [총격술] 특성.약한 적을 확률적으로 공포에 질리게 하는 위압.
근접전과 백병전에서 작용하는 총격술.
둘 다 좋은 특성이다.
오늘처럼 갱단 쓸어버릴 때 특히.
“하아, 후아아.”
기둥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이대로 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타앙! 타앙! 탕탕탕!
[큰형님! 으아악! 큰형님! 어디 계십니까!] [안 돼! 전동이 형님이!] [히에에엑!] [철권파 놈들이 몰려옵니다!] [살려주십쇼! 끄으윽!]멀리서 울리던 총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절명한 단검파 보스가 낀 이어폰을 들어보니 비명과 신음이 난무했다.
내 연락을 무시하지 않고 배팅한 모양이었다.
“끙!”
산탄총 대신 소총을 꺼내고, 소총을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철권파와 마주치기 전에 일을 끝내 놓아야 한다.
먼저 단검파 보스의 시체에서 챙길 걸 챙겼다.
단검 두 자루, 검은 코트 한 벌.
그리고 오른쪽 검지와 왼쪽 눈알.
“으, 토 쏠려.”
영화에서나 보던 짓을 하게 될 줄이야.
어기적 어기적 기다시피 걸어서 5층으로 올라간다.
게임에서, 김철권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개인 퀘스트에서 단검파는 김철권의 친동생을 납치하고 협박한다.
납치된 동생은 대표 사무실에 설치된 밀실에 감금되어 있었지.
여기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여기구나.”
나는 대표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책장을 유심히 살폈다.
한 번도 읽지 않았을 양장 전공 서적들로 도배된 책장.
게임에서는 책장에 단검파 보스의 손가락과 눈을 한 번씩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여기서도 그럴 리는 없다.
한참 뒤진 끝에 유독 반질거리는 지점을 하나 찾았다.
기이잉.
거기 손가락을 대자 책장 한쪽이 열리며 인식 장치가 나타난다.
눈알을 대주자 인식 완료.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책장이 벽면과 함께 통째로 회전했다.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다섯 평 남짓한 비밀 공간과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 채로 버둥거리는 한 중년 남자였다.
“우읍! 우으읍!”
날 보자 발광하는 중년 남자, 최 소장.
나는 한숨을 쉬고는 결박을 풀어주었다.
“도대체 어쩌다 잡힌 겁니까?”
“그, 그게 말입니다······”
최 소장이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알 만하다. 당황스럽겠지.
1레벨이 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나.
아무리 단검파가 작은 갱단이라고 해도 1레벨 초인이 어쩌기는 어렵다.
혼자서 다 죽여버리려고 하면 3레벨 초인이어야 하고, 3레벨 초인도 중무장해야 한다는 게 이 세상의 상식.
“일단 가죠.”
이런저런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툭 하고 고갯짓을 했다.
“예, 가지요. 가야지요.”
최 소장이 일어서려고 했으나 다리가 꺾이고 만다.
파르르 떨리는 다리에 상처가 가득했다.
온통 짓무르고 까맣게 죽어버린 상처.
단검파 놈들이 칼로 좀 쑤신 게 아니라, 아예 불로 지져버린 모양이다.
“죄, 죄송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괜찮습니다. 저한테 업히세요.”
“네? 아니,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초인님께 폐를 끼칠 수야 없지요!”
“괜찮다니까요. 먼저 피하고 봅시다.”
최 소장은 내게 의리를 지켰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
내가 봤던 최 소장이라면 고문을 당하자마자, 아니 단검을 불에 지져서 보여주자마자 나에 대한 정보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불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참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날 유인하는 대신 대각선 드립으로 위험을 알려주었다.
당연히 내가 배려해줘야지.
‘치유 물약이 있으면 좋은데.’
비밀 금고가 있을 방향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긴 생체 정보로 못 연다.
전자 잠금이랑 마법 잠금이 되어 있어서 [해킹] 특성과 [마법] 특성이 필요했다.
게임에서는 김철권과 김마법으로 풀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너 가져라.’
김철권을 향해 생각했다.
어차피 저기 든 건 현금과 부동산, 단검파의 사업 장부들. 그 외에는 치유 물약 등 소소한 소모품이 있을 뿐이다.
철권파 보스 김철권이야 환장을 하겠으나 내게는 아무래도 좋다고.
최 소장을 업고 단검파 본거지를 빠져나왔다.
타타타탕!
퉁! 투우웅, 쾅!
총성과 폭발음이 지척에서 들렸다.
최대한 멀리 피해서 인력사무소로 돌아갔다.
불이 꺼져 있다.
집중과 민감 특성을 장착하고 안쪽을 살폈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쿨럭, 크흐음!”
내 등에 업힌 채 자기 강철 뺨을 만지작거리는 최 소장.
그냥 의체가 아니었나 보다.
유리창에 비친, 진짜 눈인 줄 알았던 최 소장의 한쪽 눈에 녹색 글자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안에 아무도 없어요.”
“아까는 몇 명 있었는데요?”
“흐흐흐. 자기 아지트가 털렸는데 여기 있겠습니까? 다 돌아갔거나 도망쳤거나 했겠죠. 크크크, 꼴 좋다! 시발새끼들! 이주희, 그 썅년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최 소장이 울고 웃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이주희?”
“예. 카운터 보던 그년이요. 시발년, 엿 같은 년······ 정말 다 줬었는데······”
알고 보니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모양.
남의 연애사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사람 믿은 놈이 병신이지요.”
“크, 초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모르게 무뎌졌나 봅니다. 이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사람을 믿다니, 인간을 믿다니, 정말로 멍청한 짓이었지요.”
최 소장도 닳고 닳은 인물.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자기 뺨을 한 번 갈긴 다음에는 놀랍도록 명철해져 있었다.
인력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든 잠금장치와 보안 장치를 가동한 후, 자기 여자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밀실에 불을 켜고 둘이 앉았다.
최 소장이 비밀 금고에서 치유 물약을 꺼내 자기 상처에 뿌리고 마신 후, 내게 새 치유 물약과 마력 물약, 심지어 하급 성수까지 하나 따서 건넸다.
“초인님. 쭉 들이키십쇼.”
약 세 병을 차례로 들이켰다.
전신에 뜨거운 기운이 돌고, 마력이 차오르며, 뱃속에서는 상쾌한 감각이 번졌다.
동시에 나를 괴롭히던 중독이 해소되고 새로운 특성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독 저항]고생은 했지만 성과도 많았다.
이건 뭐 거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준.
“그런데······ 초인님.”
완전히 회복된 나를 보며, 최 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넥타르를 드신 겁니까?”
아.
흑염을 꺼놓고 있었구나.
어쩔 수 없었다.
흑염을 끼울 특성 칸 하나마저도 아까웠으니까.
부상과 마력 고갈, 중독 삼중고를 견디려면 모든 특성 칸을 회복 계열 특성으로 채워야만 했다.
“예.”
감추기에는 늦었다.
나는 느릿느릿 머리를 끄덕였다.
“안 마셨으면 소장님을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최 소장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 그럴 수가! 저 때문에, 저 때문에 그 귀한 넥타르를!”
사실은 그게 아니지만 그런 걸로 치도록 하자.
나는 목소리를 낮춰 다짐하듯이 말했다.
“넥타르 마신 건 비밀입니다. 애초에 전 넥타르를 구한 적이 없는 거예요. 아셨죠?”
“하, 하지만 신열 때문에 금방 들통날 겁니다.”
“안 그럴걸요?”
히죽, 웃으며 특성을 교체했다.
유일하게 교체한 특성 하나.
[흑염]내 손끝에서, 눈썹에서, 등줄기와 무릎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난다.
마력 방어막으로 밀어낸 신열 디버프와 꼭 닮은 불길.
도깨비불처럼 너울너울 내 주위에서 타오르자, 최 소장이 넋 놓고는 나와 검은 불꽃을 응시했다.
“흑염······”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가능하겠지요?”
영원히 숨길 수는 없어도 한두 달은 되겠지.
최 소장이 고장난 인형처럼 고개를 퍼덕거렸다.
“그럼요! 당연히 되지요! 되고 말고요! ”
“비밀은 반드시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한 말씀을! 초인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초인님을 배신하면 그야말로 개새끼 중의 개새끼지요!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믿지는 않았다.
내가 말했지.
사람은, 인간은 믿는 거 아니라고.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다.
어째서 내게 의리를 지킨 걸까? 도저히 그럴 위인으로는 안 보이는데?
“소장님.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뭐든 말씀만 하십쇼.”
“기분 나빠하시지 말고 들으세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문자 봤을 때,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최 소장은 바로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
“제가 초인님을 배신하지 않아서요?”
“예. 사실, 소장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거든요.”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제가 믿음직스러운 인간은 아니죠. 솔직히 인부들 뜯어먹으면서 사는 밑바닥 인생한테 무슨 믿음이 가겠습니까? 하지만 초인님,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최 소장이 눈에 힘을 준다.
나를 똑바로 보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초인님을 배신하고 단검파한테 초인님을 넘긴다고 해서 제가 살 수 있었을까요?”
“아니죠.”
“예. 단검파 놈들은 분명히 절 죽였을 겁니다. 그래서 초인님께 배팅한 겁니다. 초인님은, 서우진을 치료한 초인님은 평범한 분이 아니니까요. 제가 살길은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멀거니 최 소장을 쳐다보았다.
고문을 당하면서도 거기까지 계산했다고?
“어?”
뭐라고 감상을 토하기도 전, 최 소장이 움찔 놀랐다.
자기 강철 뺨을 조작하더니 급히 CCTV 모니터를 켠다.
모니터 안.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덩치들이 보였다.
쾅쾅쾅!
그중 하나가 인력사무소 철문을 두드리는 것도.
“초인님, 어, 어쩌죠?”
무게 잡던 모습이 무색하게 벌벌 떠는 최 소장.
반면 나는 침착하기만 했다.
한 발짝 물러나서 뒷짐을 서고 서 있는 한 남자.
그 정체를 알아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