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89)
특성 쌓는 김전사-289화(289/300)
특성 쌓는 김전사 289화
기계 장치의 마녀 –3-
당혹스러운 부탁이었다.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이 마녀 눈에는 내가 신으로 보이나?
“안타깝지만 저는 돌연변이를 치료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스웨덴에 스톡홀름 대궁정을 찾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두 가지는 핵전쟁이 벌어지기 전에는, 방사능 돌연변이가 출현하기 전에는 불가.
세 번째도 신격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내가 괴물촌에서 해골뱀을 치료했던 것처럼.
마녀가 몸을 틀어 나를 보았다.
눈도 얼굴도 없지만 절절한 감정이 느껴진다.
“저는 보았습니다.”
“뭘요?”
“검천님께서 벼락 망치와 대지 방패를 두드리고 나무의 피를 써서 생명을 단조하는 모습을요.”
“아…….”
“그리고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제 아들도 새로운 생명으로 빚어내는 모습도요.”
그건 엄밀히 말하면 인간으로 만든 게 아닌데.
해골뱀의 변이 폭주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던 거다.
인조인간으로 빚음으로써.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해골뱀과 같은 방법은 못 쓴다.
유리관 속 기형아를 위해 힘을 쓸 신은 아무도 없으니까.
토르?
절대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있다.
하지만 이건 인간으로 만드는 건 아니지.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 마녀에게 먼저 경고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제가 쓴 방법은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본 장면에서 그 언데드 돌연변이는 분명…….”
“겉모습만 인간이 된 거예요. 속은 똑같았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인조인간입니다.”
“그럴 수가.”
마녀가 힘이 풀렸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점괘에는 그 방법이 유일하다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하나 묻죠.”
나는 쪼그리고 앉아 마녀와 눈을 맞췄다.
“마녀님께서 아드님을 인간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가 뭡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렌델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하니까요.”
조곤조곤 말하는 마녀.
정신이 모두 유리관 속 기형아에 쏠린다.
머리가 있었다면 머리를 틀어 기형아를 쳐다봤겠지.
“저는 평생 홀로 살아왔습니다. 아들을 만든 것도 기적에 가까웠지요. 더구나 그렌델은 마녀가 될 수 없는 몸. 어쩌면 제 머리를 물려줘도 이성을 유지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한낱 마물이 되어 난동을 부리고, 그 끝에 토벌당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외롭지 않았으면, 남들과 섞여 살고 남들처럼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
나는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라면 이룰 수 있다.
완전한 인간이어야만 남들과 섞여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돌연변이면 괴물촌에서 살면 된다.
이종 혈통이면 불가해의 성에서 살면 된다.
어차피 내가 만들 미래는, 인간도 돌연변이도 이종족도 다 상관없게 될 테니.
강남 삼성동을 차지하고 들어온 도깨비들처럼.
“그런 거라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단, 완전한 인간 형체는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나중에 아이를 보기도 대단히 힘들 거고요.”
“우리 그렌델이 마물이 되지만 않아도 좋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
“잠시.”
마녀가 날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이 빙그르르 돌아가고 오두막이 칙칙폭폭 시끄러운 소리를 뿜는다.
순식간에 배열되는 마력.
마법이 발동한다.
“검천 이사님!”
“아니!”
“우리 형제한테 무슨 짓이야!”
협회장과 노르드 전사들이 발작했다.
날 공격하려는 줄 안 것.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말렸다.
“가만히 있어. 공격하는 거 아냐.”
마법이 쏟아진다.
노르드 룬어를 응용한 강화 마법.
정신을 맑게 하는 축복.
의식을 고양하는 주문.
이성을 견고히 하는 주술.
그런 것들이 내 머리에 후광처럼 내려앉았다.
“잠깐이지만 필요하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유리관 속 노파 머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특히 머리 안에 새겨진 마력 회로.
[돌연변이 뇌]를.“후우.”
살짝 긴장이 된다.
아케인 서울에 존재하는 그 어떤 특성보다도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특성.
비약이라도 만들어 먹고 할 걸 그랬나?
아니야.
인체 재구성을 네 번이나 한 내 몸이라면, 뇌라면 잠깐은 버텨 줄 거야.
마녀가 버프도 걸어 줬으니까.
눈 질끈 감고 세계 특성 발동.
촤아악!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다.
세상이 차갑게 피어난다.
눈에 씌워졌던 어떤 것을 떼어 낸 것만 같다.
욕망, 욕망이 피어난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볼일 다 봤는데.
마녀든 기형아든 필요없어.
무가치한 것들이야.
돌아가자.
백소린 같은 캐릭터 몇 개 고대신한테 갈아 버리고 능력치 올려서 천마신검 봉인 풀고 검은 돔 깨뜨려서 성녀와 옛 아버지를 사냥하면 나는…….
“검천이시어!”
그때 내 상념을 깨뜨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무심히 마녀를 돌아보았다.
순간 시그문드와 눈이 마주쳤다.
“형제?”
시그문드가 뭘 봤는지 귀신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협회장이 크게 부르짖었다.
“검천 이사님! 정신 차리십쇼! 어째서 갑자기 그러시는 겁니까!”
내가 뭘?
난 멀쩡하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아, 그렇지.
하나 빼먹은 게 있구나.
그것부터 끝내고 능력치 올리러 가자.
[돌연변이][돌연변이 뇌][돌연변이 심장] [돌연변이 내장][돌연변이 근육][돌연변이 육체]몸이 꿈틀대며 변이되기 시작.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
심장이 터지고 육체가 쪼개지는 이 감각!
그 쾌락적인 고통에 웃으면서도 원래 하려던 일을 완료했다.
[진화]돌연변이의 끝.
종족 자체를 넘어서는 탈태.
내가 커진다.
강해진다.
겉보기에는 키가 조금 커지고 피부가 약간 광택을 머금은 정도.
그러나 능력치로 따지면 1.5배 이상 강해졌을 것이다.
“후…….”
나는 길게 한숨을 삼켰다.
진화를 제거하자 몸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특성 장착 중에만 효과가 발휘되는 모양.
다만 아직 몸이 찌뿌드드하고 정신이 어릿해서 휴거를 한 번 사용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회복되었다.
“검천 이사님?”
협회장이 나를 불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괜찮습니다.”
잠시 고개를 젖혔다.
조금 전 사고의 잔향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돌연변이 뇌, 무섭긴 무섭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돌연변이 뇌를 장착하면 괴물이 된다는 거.
사이코패스에 소시오패스를 더하고, 살인마를 결합하면 비슷할까?
능력치 조금 올리겠다고 고대신한테 인신 공양을 한다니…….
그것도 백소린을.
방법은 알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짓거리.
게임에서도 찜찜해서 안 했던 걸 현실에서 하려고 해?
어쨌든 진화는 얻었으니까, 앞으로는 절대 돌연변이 특성을 장착하지 말아야겠다.
‘조금 곤란하네.’
진화 특성은 장착하고 있어야 적용된다.
그럼 천마신검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소린데?
진화에 진화를 장착하면 특성 칸이 네 개밖에 안 남잖아.
“검천님께서 잘못되시는 줄 알았습니다……”
마녀도 안도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은 닥친 일부터 하자.
유리관 안의 기형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어려서일까?
가진 마력 회로는 단 하나.
[돌연변이 뇌]진화를 이식해 준다고 다 끝날까?
아니다.
결국 저 특성을 지우지 않으면 진화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더 사악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특성을 삭제해야 하는데…….
‘역천을 쓰면?’
원래는 역천을 쓴다고 특성이 지워지진 않는다.
잠깐 정지하는 게 전부.
하지만 이 세상 주민들은 왕왕 특성이 바뀌거나 사라지곤 했다.
가장 많은 건 상위 특성으로 대체되는 거지.
백소린과 서우진만 해도 그랬잖아.
내가 검의 주인 영약을 주니까 검 전문가 대신 검의 주인이 자리 잡았지.
‘운 좋은 줄 알아라.’
나는 오두막을 향해, 유리관 속 기형아를 향해 다가갔다.
마녀가 나를 따라온다.
걱정스럽게 몸을 트는 마녀를 뒤로하고 손을 내밀었다.
내 몸에 먼저 특성을 장착.
[거인의 힘][금강체][불사] [성찰][냉정]마법뇌와 휴거 대신 일부러 하위 특성을 골랐다.
돌연변이 뇌랑 합쳐지면 나오는 특성이 있거든.
그거 생기면 곤란해.
지금은 거인으로, 똑똑하고 침착한 거인쯤으로 성장하는 게 가장 좋다.
[웅…….]세계 특성을 이용, 기형아에게 특성을 하나하나 새겼다.
마력 회로가 각인된다.
유리관 속 기형아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아울러 덩치가 커진다.
유리관에 꽉 찰 만큼.
형태는 여전히 기형아지만 성인과 비슷한 크기로.
자, 마지막.
진화를 이식했다.
전달체도 매질도 필요 없이 새로운 마력 회로가 덮어씌워진다.
돌연변이 뇌 마력 회로에.
순조롭게 잡아먹고 완전히 대체하는 것.
당장 변화가 일어났다.
뼈가 대나무처럼 자라고 그 뒤를 이어 살점이 표면을 덮는다.
쨍그랑!
깨져 나가는 유리관.
아이가 몸을 일으켰다.
성인보다 머리 두 개는 큰 어린아이.
그러나 완벽한 인간 형상.
짧은 사이에 성장도 교정도 끝난 모습이었다.
아이가 눈을 떴다.
눈을 굴려 우리를 본다.
나를, 협회장을, 노르드 전사들을 본 다음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내 뒤에 눈을 고정했다.
자기 엄마한테.
머리 없이 의체 가득 삽입한 마녀에게.
“마…… 마!”
광기 한 점 없이 맑은 눈동자.
생글생글 웃는 투명한 얼굴.
전신으로 느껴지는 기쁨의 파동.
사이코패스도 살인마도 없었다.
지금 우리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지붕 위에 매달려 있는 것은.
덩치가 크다 뿐이지 괴물이 아닌 인간 아이였다.
“그렌델!”
마녀가 주저앉으며 울음을 토했다.
오두막이 기계음 섞인 비명을 터뜨리고, 치이익 하며 수증기가 눈물처럼 뿜어 나왔다.
“정말로, 정말로 인간이 됐구나! 정말로!”
마녀가 기어 간다.
땅을 벅벅 긁으며 거대 아이에게 다가간다.
“마마!”
활짝 웃으며 몸을 던지는 아이.
마녀를 깔아뭉갠다거나 하는 비극은 없었다.
마녀는 손을 떨면서도 마법을 부려 자기 아들을 받아 냈다.
깃털처럼 떨어진 아이가 마녀의 품에 안겼다.
고목과 매미.
그 정도로 어긋나 보이는 모자.
하지만 효르디스는 자기 눈을 벅벅 긁고 있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크흠!”
“누,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다른 노르드 전사들도 마찬가지.
기세등등하게 들고 온 마법 도끼와 마법검을 감추고, 눈가를 문지르기 바빴다.
“감사합니다. 검천님.”
마녀가 아이를 껴안은 채 곱게 절을 했다.
“검천님이 아니었다면 그렌델은 인간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고기를 탐하는 괴물이 되어 주변 도시를 습격하다가 저기 계신 분들께 토벌됐겠지요.”
“으잉?”
“뭔 소리야?”
“우리 그렇게 각박한 사람 아니야!”
노르드 전사들의 소소한 항의.
게임에서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의뢰 주체가 아마 시구르드 혈족이었지?
“제가 가진 게 있었으면 검천님께 모두 드렸겠지만 가진 거라곤 버섯 몇 줌과 약초 두 포대가 전부인 몸. 대신 검천님께 유용할 조언 두 개와 영약 설계도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말하는 걸 보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보는 마녀다.
가이아의 예언과 영약 설계도만큼은 아니어도 쓸 만하지 않을까?
어차피 진화 특성 얻었으니 됐다.
나는 연말 상여금 받는 기분으로 마녀의 입을, 오두막 스피커를 주시했다.
“에헤헤!”
방실방실 웃는 아이를 한 번 쓰다듬고, 마녀가 스피커를 작동시켰다.
“첫 번째. 검천님께서 원하는 바를 이루시려면 나무를 키우셔야 합니다.”
“나무라뇨?”
세계수를 말하는 걸까?
하지만 세계수는 이미 자랄 만큼 자랐는데.
마녀가 날 직시했다.
머리도 눈도 없지만 몸을 살짝 틀어 날 향하는 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검천님 내부에 있는 나무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나무가 커지고 커져서, 검천님의 초능력만이 아닌 생명과 영혼, 운명, 인생까지도 모두 융합하고 조화시켜 총체로 빚어내야만 검천님께서 원하는 바를 궁극적으로 성취하실 겁니다.”
초능력만이 아니다?
생명과 영혼, 운명, 인생까지도?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그게 세계수가 준 초능력이냐? 신기하게 쓰는구나. 원래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닌데.]강의 여신이 했던 말.
내가 막 8레벨이 되고 깨어나 세계 특성을 굴려 볼 때였지.
둘이 결국은 똑같은 의미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마녀가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검천님께서 검의 힘을 제대로 쓰시려면 단발성 증강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증강된 힘을 검천님의 육체에 안착하고, 또 안착해야 하지요.”
이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진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지.
특성을 바꾸면 육체도 능력치도 원래대로 돌아가니까.
그런데 그걸 고정할 방법이 있나?
마녀가 수인을 맺었다.
룬 문자가 허공에 주르륵 새겨진다.
나야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용의 군주관이 룬 문자를 해석하여 내 시야에 띄워 주었다.
[불사조의 깃털] [크라켄의 촉수] [응룡의 수염] [베헤모스의 어금니]주재료만 이 정도.
문제는 새끼 불사조나 어린 응룡이 아닌 신수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
9레벨 신수.
신들과도 비견되는.
딸린 부재료도 엄청난 것들이었다.
내가 말을 잃고 쳐다보자 마녀가 공손하게 말했다.
“사원체 영약이라고 부릅니다.”
“사원체 영약?”
“예. 고전적 4원소, 불 물 바람 땅의 힘으로 강화된 육체를 고정하는 영약이지요.”
혹시 버프 걸고 먹으면 그것도 고정되나?
설명을 들어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고정되는 항목은 어디까지나 소수.
육체를 직접 변화시키는 초능력이나 권능, 마력 회로여야 한다고.
‘이거 딱 진화네.’
마녀가 나를 위해 준비한 맞춤형 보상.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재료.
아무리 심장도 마력핵도 아니라고 하지만 신수 부산물을 어디서 구하지?
그런 나를 보고 마녀가 빙그레 웃었다.
아니, 오두막이 삐걱대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 재료들은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검천님께서 손이 닿을 재료를 물색하느라 제가 고생 좀 했지요.”
“어디서 말입니까?”
“저도 모릅니다. 검천님께서 아시겠지요. 다만 단서가 있다면…….”
오두막이 조명을 꺼뜨린다.
사람으로 치면 눈을 감은 것처럼.
“한 장소,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마녀가 손을 휘저었다.
뭉게구름처럼 연기가 피며 어떤 장면을 형상화한다.
삐죽삐죽 기둥이 솟은 경기장.
관객들이 팔을 휘두르며 고함을 지르는 중이다.
경기장 중심에는 한 남자가 서 있다.
상체를 탈의하고 프로레슬링 마스크를 쓴 근육질 거한.
콜로세움.
그리고 파괴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