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0)
특성 쌓는 김전사-30화(30/300)
내 집 마련 -2-
아침.
전에 없이 활기찬 몸으로 일어났다.
“으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 한 번.
맛있게 아침을 먹고 수련실 중앙에 가서 섰다.
‘검법 수련해야지.’
총격술 기반으로 총잡이 빌드를 타는 것도 나쁘진 않다.
저레벨에서는 최강의 빌드기도 하고.
문제는 고레벨이 되었을 때.
결국 전사는 검으로 귀결된다.
맨손 격투, 철퇴, 창, 도끼, 활, 쇠뇌를 선택할망정 총을 택하는 것은 바보짓.
검을 들었다.
총포상에서 산 그 검.
공장에서 강철을 틀에 넣어 찍어낸,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물건.
게임이라면 이렇게 표기되겠지.
[N] 강철 장검그래도 2레벨인 내가 막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
“후우읍.”
길게 심호흡.
공기와 함께 마력이 내 허파로 스며든다.
상시 끓고 있는 마력천 물 때문일까?
지하 수련실의 마력 농도가 꽤 높았다.
[파산검법] 장착.뇌내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참고하며 검을 내리긋는다.
파산검법 제 1 동작, 산 부수기.
아랫배에서 움튼 마력이 심장을 거쳐 팔로 질주한다.
그리하여 검에 깃들어서는 맹렬하게 쏟아졌다.
우르릉!
거칠고도 강렬한 소리.
이어서 제 2 동작 산 가르기와 제 3 동작 산 꿰뚫기를 시현.
검을 가로로 길게 베자 무형의 힘이 공간을 흔들고 앞을 향해 가파르게 찌를 때면 철판이라도 뚫을 듯 날카로운 기세가 일었다.
‘나쁘지 않아.’
동작 자체는 극도로 단순하다.
세로베기, 가로베기, 찌르기니까.
무협 소설로 치환하면 태산압정, 횡소천군, 독사출동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동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짜는 인체 내부에서 이뤄지는 마력의 흐름과 강약 조절.
어떻게 보면 동작은 교보재일 뿐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21세기에 누가 검 휘두르고 창 찌르면서 싸워?
만병지왕은 검이라는 말, 아케인 서울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무기의 제왕은 총이지.’
총알 앞에서는 어린아이도 근육질 덩치도 모두 평등하다.
그게 역전되는 것은 대략 3레벨.
3레벨 초인들은 철갑이니 마력 방어막이니 하는 특성으로 총알을 막을 수 있다.
나만 해도 단검파 습격할 때 소총탄 몇 발 맞으면서 싸웠잖아.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5레벨, 7레벨 정도 되면 일반적인 총알로는 생채기도 안 난다.
“후으읍.”
다시 심호흡.
마력심을 안정시키고 마력을 제어하며 검을 뿌렸다.
일격 일격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동작 한 번 한 번에 마력을 모조리 폭발시킨다.
정돈되지 않은 마력이 혈맥을 뒤흔들었다.
전신 혈맥이 저릿하게 아프고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은은한 통증이 일었다.
‘상태가 안 좋긴 안 좋네.’
여러 회복 종류 특성과 마력심 특성 덕에 버티는 거다.
그게 아니었으면 사단이 나도 났겠지.
마력 폭주가 발생했든, 심장마비가 찾아왔든 간에.
“후욱, 후욱.”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온몸 관절 마디마디가 삐걱거리고 근육은 불타듯이 아팠다.
여기에 마력 혈맥은 칼로 쑤시는 통증까지 호소한다.
더는 못 버티겠다.
“으아악!”
나는 검을 집어던지고 마법 욕조에 몸을 던졌다.
뜨끈하고 청량한 기운이 피부로, 마력 혈맥으로 파고들자 비로소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집에 마력천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제대로 수련도 못 했겠지.
지금처럼 최대 출력으로 검을 쓰기는커녕 70% 정도로 하다가 내상 잔뜩 입고는 며칠씩 끙끙 앓았을 것이다.
“휴······ 살겠다.”
1분만 더했어도 심각하게 내상을 입었지 싶다.
지금은 마력 혈맥에 상처가 조금 난 정도.
나는 특성을 교체하고는 마력천 물의 감촉을 즐겼다.
뜨끈뜨끈 기분 좋긴 한데 가만히 누워 있으려니까 조금 아쉽다.
‘뭐 특성 얻을 게 없나?’
몇 개 있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로 양손을 마력천 물에 담갔다.
[흑염] 장착.회복되는 모든 마력을 흑염에다가 때려 부었다.
몸 주변에 생성할 수도 있지만 몸에 덧붙이는 게 더 쉬운 법.
내 양손에서 불꽃이, 검은 화염이 맹렬하게 일어났다.
부글부글.
당장 마력천 물이 끓으며 거품이 올라온다.
물이 뜨거워진다.
목욕하기 딱 좋은 37도에서 단숨에 치솟아 40도로, 50도를 향해 달려간다.
‘뜨, 뜨거워!’
목욕물 45도만 되도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온도로는 안 될걸?
정신을 다잡고 흑염에 더욱 마력을 불어넣었다.
부글부글 터지는 기포가 확산되고 물이 더욱, 더더욱 뜨거워졌다.
아예 수증기까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괜한 짓을 했나?
조금 후회하려다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신열 디버프에 비교하면 1%만큼도 아프지 않다.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마력을 더, 더, 더 쓰며 물을 가열하며 열기와 싸우길 수십 분.
마침내 상쾌한 기분과 함께 열기가 훅 가셨다.
[화염 저항] 획득.“됐다!”
나는 급히 마법 욕조에서 몸을 뺐다.
지하 수련실을 뿌옇게 감도는 수증기 구름.
몸은 완벽히 회복되어 있었다.
사실, 끓는 물로 인한 화상쯤이야 별것 아니니까.
상처 회복과 재생 앞에서 화상은 해치우기 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
내상이 진짜 어려운 거지.
‘이대로만 하자, 이대로만.’
마법 욕조로 얻을 특성이 또 뭐가 있더라?
다음 목표를 정하고 검을 휘둘렀다.
산 부수기, 산 가르기, 산 꿰뚫기.
그래도 몇 번 해봤다고 마력 운행이 한결 쉬워졌다.
흐름은 부드러워졌고 강약 조절도 확실하게 들어갔다.
하고 나면 전신이 망가지는 건 여전했지만 동원 가능한 마력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오래 걸리네.’
마법 욕조에 들어간 후 속으로 혀를 찼다.
이대로라면 넥타르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는 데 적어도 세 달은 걸리겠다.
그러면?
잉여 마력을 다 흡수하기도 전에 아까운 마력이 잔뜩 증발하겠지.
역시 마력 연공법이 필요하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흑염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물 속에서 아니라 물 밖으로.
손을 뻗은 채 화염 방사기 뿌리듯이.
화아아악!
검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간다.
목적도 의미도 없이 마구 발사하는 화염.
당연히 내 마력이 금세 바닥났다.
남은 것은 혈맥에 잔존해 있는 넥타르의 마력뿐.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마력 회복이니 흡수니 하는 마력 관련 특성을 모두 지웠다.
남긴 것은 딱 하나, 마력심.
눈을 감고 내 안으로 깊숙이 침잠해 들어간다.
오로지 심장에만, 마력심과 결합하여 사뿐사뿐 마력을 생산하는 기관에 정신을 집중한다.
잘 되진 않았다.
원래 세계의 나는 명상이나 면벽, 사색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인간이었거든.
시간 나면 멍하니 TV 보거나 게임 하던 인간이었다고.
하지만 마력 특유의 질감과 흐름, 탄생과 생장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정신이 무거워지고 또 무거워지며 저 아래 무의식까지 닿았다.
이 세상에 떨어진 후 겪은 그 많은 경험들이 도움이 된 것.
자연스럽게 새로운 특성이 생성된다.
[명상]이 새로운 특성과 마력심이, 또 마법 욕조에 담긴 마법이 상승 효과를 일으켰다.
마력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넥타르를 마신 후 혼란스럽고 난잡하던 내 마력에 질서가 깃들었다.
혈맥 안의 잠재 마력 역시 마찬가지.
조금이나마 무거워지면서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오고, 그 부스러기가 마력심을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이래도 한 달은 넘게 걸리겠네.’
한 달이면 절반은 날아가고도 남는다.
그 절반도 막대한 양이고, 차후 3레벨에 도전해 볼 만한 양이지만 전부 먹는 것보다는 못하지.
그래도 기분 좋은 소식이기는 하다.
‘마력 회복, 마력 흡수, 마력 안정······ 두 개만 더 모으면 된다.’
마력심은 하위 특성 다섯 개를 모아 상위 특성으로 진화할 수 있다.
거기까지 존버하기 힘들어서 보통은 특별한 퀘스트를 깨는 것으로 얻었던 그 특성.
‘너무 빨리 얻으면 안 돼.’
육체에 비해 마력량이 너무 많아도 안 좋다.
마법사 계열 초인이라면 감당할 수 있지만 전사 계열 초인은 안 된다고.
욕심내다가 마력 폭주로 반신불수 되기 십상.
최소한 5레벨은 된 다음에야 쓰는 게 좋다.
아니면 마력이 차는 족족 써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거나.
쌔액! 쌔애액!
조금 더 휴식하고 검을 휘둘렀다.
마력 안정 특성을 끼고 있으니 확실히 마력 흐름이 안정된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검 끝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고 있었다.
깔끔한 일직선.
마력이 쉬지 않고 분출되어도 그랬다.
덕분에 천둥 같던 폭음 대신 매서운 파공성이 울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검을 휘두르다 말고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에 골몰한다.
완전히 몰입하여 들어가, 세상을 잊고 마력도 잊고 나도 잊고는 일념으로 검을 내리긋는다.
찌이잉······
귓가에서 울리는 이명.
그리고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장검.
장검에서 튀어 나간 빛이 허공에 낙인을 찍었다.
아주 잠깐, 찰나에 불과했지만 내 망막에는 선명하게 남았다.
[참격] 특성.강타와 비슷하지만 최종 공격력은 더 높다.
들고 있는 무기의 공격력이 일정 배율로 더해지니까.
칼날이 있는, 소위 말하는 베는 무기들만 적용되긴 하지만.
‘내친김에 타격 무기도 익혀?’
나쁘지 않다.
검, 총, 창, 도끼, 철퇴, 쇠뇌 등 다양한 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싸우는 무기 전문가도 아주 강력하니까.
더구나 특성 전환 능력은 무기 전문가와 궁합이 아주 좋고.
‘아니지, 아니야.’
그러나 곧 고개를 젓게 된다.
내 목표는 역시 천마.
이 세상에서 살아남든 원래 세계로 돌아가든 간에 천마만큼은 강해져야 1%라도 가능성이 있다.
그럼 무기 전문가 김전사로 천마와 싸워 이길 수 있느냐?
힘들다.
이미 해봤다고.
역시 천마와 비비려면 3대 검법밖에 없다.
하나하나로는 천마신공을 못 따라잡지만 각자 강점 부분에서만큼은 천마신공보다 뛰어나니까.
각 검법에 맞춰서 최적화 특성 세트를 만든 다음 실시간으로 특성 전환해가며 싸우는 것.
그게 내 목표였다.
“후우읍.”
잡생각은 그만.
전력으로 찌르기를 날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참격 특성 획득으로 고양되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검 끝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명상 특성이 내 몰입을 도와주고 있었다.
반드시 정적인 자세에서 내부에 침잠할 때만 적용되지는 않았던 것.
그리하여 어느 순간.
검 끝이 번쩍이면서 한 줄기 광선을 그려냈다.
태어난 즉시 사그라지나 선명하게 불타는 마력.
옆에서 보면 일직선의 궤적이지만 내가 보기엔 단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그것.
“후아!”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앉았다.
혀끝에서 쇠 맛이 나고 눈앞이 노래졌다.
열중해서 수련한 건 좋은데 너무 무리했나 보다.
거의 기다시피 마법 욕조로 가서는 겨우 몸을 집어넣었다.
“힘들다, 힘들어.”
어쩌겠어.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래도 무기류 기초 특성 두 개는 얻었다.
아까 얻은 [참격]에 더해 [일점]까지.
‘검술 특성까지 얻고 싶은데.’
아쉽게도 검술 특성을 얻기란 꽤 까다롭다.
실전에서 치열하게 검만 가지고 싸우거나, 고명한 스승에게 집중 과외를 받아야 하거든.
내게는 둘 다 어려운 일.
오늘은 참격과 일점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도록 하자.
지금은 검술 특성보다 마력 연공법이 더 급하다.
‘마력 연공법을 얻을 방법이······’
퀘스트나 던전은 포기.
대부분 난이도가 높고 적당한 난이도 중에선 욕심낼 만한 게 없다.
역시 돈 주고 사는 게 가장 좋지.
내 금고에는 자그마치 20억이 넘는 현금이 잠자고 있으니까.
‘20억을 다 써도 좋아.’
문제는 그 돈을 주고도 제대로 된 마력 연공법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
이 세상의 생필품 물가는 싸지만 사치품은 극도로 비싸다.
하물며 초인이 될 수 있는 마력 연공법?
부르는 게 값이지.
3레벨은커녕 1레벨 초인이 간신히 될 쓰레기 마력 연공법도 몇억은 줘야 한다.
‘역시 하나밖에 없어.’
내가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그곳.
마침 거리도 가깝다.
시기적으로 게임과 몇 년 차이 나긴 하지만 젊은 상점 주인 NPC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었다.
[10년 넘게 창고에 처박혀 있던 건데······ 정말 사시려고요?]10년 넘게.
즉, 지금도 거기 있을 거라는 뜻.
바로 몸을 일으켰다.
마침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신림동 신원 시장이 한창 암흑 영업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