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1)
특성 쌓는 김전사-61화(61/300)
인간 사냥꾼 -2-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다.
부랑자들에게 포위당한 상황.
정체불명의 적은 치밀하게 그림을 그렸고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날 잡을 거라고 생각하면 섭섭하지.
헬멧을 썼다.
탐지 능력이 가동된다.
내가 장착한 통찰 특성과 결합하여 부랑자들의 배치가, 그들의 공격 방향이 선명하게 인지되었다.
누군가 총을 겨눈다.
내게로.
가슴을 향해, 심장을 향해서.
“젠장!”
바로 몸을 던졌다.
도약.
내가 자리를 이탈하여 십 미터 이상 거리를 벌리기 무섭게 총성이 터졌다.
타타탕!
정확한 삼점사.
1초만 늦었어도 죽었다.
콘크리트 벽에 총알이 박히고 돌가루가 다다닥 튀었다.
부랑자들이 날 보고 고함을 질렀다.
“10억이다!”
“놈이 도망친다!”
“죽여버려!”
마약에 취해 흐느적대는 몸.
하지만 조준만큼은 정교했다.
통찰 특성이 선명한 빨간불을 피웠다.
찌릿한 직감이 뇌리를 관통한다.
이건 못 피한다고.
“젠장!”
즉석에서 특성 교체.
[마력 방어막][방어][철갑]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마력 안정]모든 것을 방어 능력에 때려 박았다.
왼팔을 들어 가슴과 얼굴을 동시에 방어한다.
방패가 전개되고 성채가 내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투명한 역장이 번지는 것과 함께 벼락이 쳤다.
타타타타타타탕!
수십 명의 일제 연사.
무슨 마약을 처먹었는지 베테랑 군인 뺨치는 정확도.
총알이 수백 발도 넘게 날 두들긴다.
3레벨이 된 지금, 나는 마력 방어막으로 소총탄 정도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한두 발이 아니라면?
수십 발을 넘어 수백 발이 넘게 박힌다면?
“커허억!”
둔중한 충격이 나를 후려갈겼다.
마력 방어막이 깨지고 마력이 역류한다.
폭주하기 직전.
나는 피를 토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다.
바로 앞에 보이는 편의점 유리벽을 향해서.
쨍그랑!
유리가 산산히 깨지며 내 츄리닝을 찢어발겼다.
몇몇 조각은 방호복에 박혔다.
그것으로 끝난 게 다행.
타타타타탕!
또 한 번 총격이 쏟아지며 내가 있던 자리는 걸레짝이 되어 버렸으니까.
‘미친놈들.’
야외 전투는 절대 불가.
수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놈들과 다르게 총기 다루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
다시 몸을 날렸다.
건물 내부로 통하는 유리문을 뭉개고 진입한다.
이어, 근처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빠르게 3층까지 올라갔다.
부랑자들이 희희낙락 뒤를 쫓아왔다.
“죽이자!”
“돈 벌자!”
“약! 약을 줘!”
“저놈만 죽이면 부자 된다!”
나는 심장을 어루만지며 인상을 썼다.
찢어질 듯이 아프다.
피 대신 끓는 물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전신 혈맥이 부글부글 끓고 마력 회로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태.
병원이나 신전에 가야 할 시점이지만 나는 특성만 교체했다.
이 세 개가 어느 정도 해줄 테니.
[사격][통찰][은신]전투는 이 셋으로 치르자.
나는 3층 복도에 숨어 동태를 살폈다.
‘네 명.’
둘씩 짝을 지어 계단을 올라오는 중이다.
철저히 사주 경계를 해가면서.
여기서 확신할 수 있었다.
저들이 먹은 마약이 평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흔히 전투 마약, 유저끼리는 도핑이라고만 불렀던 그것.
빈 상가 유리벽에 비친 내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거 익숙한데······’
아케인 서울을 하다 보면 돌발 이벤트가 가끔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습격.
그중 부랑자들에게 전투 마약을 먹이고 총기류를 들려 공격해 오는 초인이 몇 있었다.
제압해서 영입해도 좋고, 죽이고 본거지를 털어 파밍해도 좋았다.
‘지금 시점에 대림동이면 하나, 아니 셋 중 하나지.’
오래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탓.
둔탁한 발소리가 지척에서 울려퍼진다.
나는 사격을 투척으로 바꾸고 미리 쥐고 있던 수류탄을 굴렸다.
또르르륵 굴러가서는 똑똑똑 하고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수류탄.
“어?”
“어?”
부랑자들이 멍청한 소리를 냈다.
그 시점에서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꽝!
폭음과 함께 파편이 부랑자들을 쓸어버린다.
계단 위로 올라온 넷은 물론 아래에서 대기하던 부랑자들까지.
“죽어!”
나는 상반신만 내밀고 3점사를 긁었다.
엎어진 부랑자들은 물론, 2층에 보이는 부랑자에게도 총알을 박아준다.
부랑자들이 털썩털썩 쓰러졌다.
‘이탈하자.’
유탄 발사기나 로켓포는 안 보이긴 했다.
하지만 부랑자들도 수류탄 정도는 있겠지.
수류탄을 마구 던지면서 3층 전체를 청소하면 나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빠르게 옥상으로 올라갔다.
꽝! 꽝!
뒤늦게 발아래에서 폭음이 터졌다.
“흐.”
옥상 철문을 박차고 나온 다음, 흐리게 잇소리를 냈다.
사방이 포위당해 있었다.
건물 입구는 물론 건물 전체를 인간 띠처럼 두르고 총을 겨눈다.
누군가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옥상이다! 옥상이야!”
“쏴! 쏴!”
“돈이 옥상에 있다!”
타타타탕!
지긋지긋한 총소리.
그러나 건물 아래에서 옥상의 나를 맞추기란 어려운 법.
나는 차분하게 골프백을 끌렀다.
소총을 집어넣고 유탄 발사기를 꺼냈다.
예전에 쓰던 언더배럴형 단발 유탄 발사기가 아니다.
새로 장만한 6연발 스탠드얼론 유탄 발사기.
리볼버를 닮은 회전형 실린더가 뚱뚱하고 무겁지만 화력만큼은 발군.
초인도 뭣도 아닌 약쟁이쯤은 간단히 쓸어버릴 수 있었다.
유탄을 한 발 한 발 실린더에 밀어 넣는다.
다른 손으로는 수류탄을 까서 사방에 던졌다.
“이거나 먹어라!”
슈욱! 슈우욱!
이내 수류탄이 작동해서 매캐한 연기를 뿜는다.
최루탄.
나는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어 괜찮지만 부랑자들은 어떨까?
바로 반응이 있었다.
“켁! 케엑!”
“아오, 씹!”
“최루탄이다!”
“시발! 방독면 있는 새끼!”
“방독면이 어딨어 병신아!”
지상은 금세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약 기운으로 취한 가운데 부랑자들은 눈물 콧물을 아주 쏙 뺐다.
지금이 내가 나서야 할 시간.
골프백을 짊어지고, 유탄만 최대한 빼서 검총 허리띠에 한 땀 한 땀 결합했다.
척.
난간에 발을 딛는다.
총소리가 산발적으로 울리지만 위협적인 공격은 없다.
통찰과 탐지를 극한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올 반격에 가슴이 설렐 뿐.
휘익!
날아올랐다.
도약으로 맞은편 건물 옥상에 착지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달린다.
옥상을, 건물과 건물 위를, 한 마리 날다람쥐처럼 신속하게 질주한다.
“어어?”
“저기! 저기!”
한 부랑자가 날 가리키지만 이미 늦었다.
내 총이, 유탄 발사기가 바로 그 부랑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범한 총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
훨씬 뚱뚱하고 짧은 총신.
퉁!
방아쇠를 당겼다.
둔탁한 반동이 내 어깨를 밀 듯이 때렸다.
그리고 선명히 보이는 검은 점 하나.
부랑자들 틈으로 파고드는 장면이 내 망막에 또렷이 맺혔다.
꽈앙!
화염은 없었다.
폭음이 터지고 먼지가 화악 일어났을 뿐이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인마살상용 유탄이 터지고 파편이 휩쓸면서 반경 5미터 내 생명을 모조리 꼬꾸라뜨린 것.
“크악!”
“으어억!”
부랑자들이 나자빠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은 신을 찾고 세상을 저주하며 숨통이 끊어진다.
더 무서운 점이 뭔지 알아?
내 유탄 발사기는 무려 6연발이라는 것이다.
퉁 퉁 퉁 퉁 퉁!
다섯 번 더 발사!
내 눈에 보이는 부랑자들 전원이 시체가 되었다.
타타탕!
산발적인 반격이 날아오지만 위협적인 건 없었다.
그걸 증거하듯 위기 감지 특성도 조용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지.
다시 자리에서 이탈했다.
멀찍이 돌아가서, 골목을 뛰어넘은 다음 자리를 잡고 유탄을 갈겼다.
쾅 쾅 쾅 쾅 쾅 쾅!
부랑자들이 속절없이 쓸려나간다.
유탄에 당한 부랑자만 수십 이상.
안타깝지만 더는 학살할 수가 없었다.
유탄이 바닥난 까닭.
‘유탄 좀 많이 살걸.’
부피와 무게 때문에 조금밖에 못 산 게 아쉬울 지경.
유탄 발사기를 대충 아무렇게나 던졌다.
소총을 꺼낸 다음 가슴을 어루만져 본다.
잠깐 사이 역류가 멈추고 마력 흐름이 정상화되었다.
[사격][조준][저격] [통찰][민감][은신]사냥의 시간이다.
망원조준경과 소염기를 소총에 장착한 다음 자리를 떴다.
호쾌하게 도약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옥상 한 곳에서 한 번 저격을 하고 반드시 위치를 옮겼다.
그렇게 저격, 저격, 저격, 저격, 저격을 했다.
부랑자들이 우왕좌왕하는 게 보였다.
“젠장! 어디야! 어디에 있냐고!”
“안 보여!”
“튀어야 하는 거 아냐?”
“튀면? 그 새끼가 우리를 가만히 두겠냐? 어? 가만히 두겠냐고!”
“빌어먹을. 해독제 받아야 하는데······”
민감 특성을 장착해서일까?
아니면 부랑자들 목소리가 커서일까?
옥상에 있는데도 떠드는 소리가 귓속까지 들어왔다.
거기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해독제.’
현상금을 거는 독에 중독시키고 습격해 오는 초인.
구로구, 특히 대림동에서 활동하는 초인.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놈은 하나밖에 없다.
[R 인간 사냥꾼]등급이 낮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치사, 졸렬, 비겁한 전투의 대가니까.
인간 사냥꾼만 아니라 그 동생인 폭탄마, 해체 전문가도 그렇지.
사실 내가 대인 전투 시에 쓰는 전술도 이놈에게 유래했다.
철저히 안전한 지역에 숨어서 고화력을 퍼부어 승리를 따내는 것.
‘어디 있지?’
함정은 파훼했다.
제 2파 부랑자 습격도 사실상 끝났다.
제 3파, 저격이 날아올 차례였다.
마력 방어막으로는 못 막는다.
대구경 대물 저격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걸 막으려면 마력 방패는 사용해야 하는데 어디서 날아올 줄 알고 마력 방패를 쓰겠나.
‘후퇴할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머리를 흔들었다.
여기서 놓치면 인간 사냥꾼은 보다 치명적인 계획을 세워서 공격해 온다.
심지어 동생인 폭탄마와 해체 전문가도 합류한다.
생각해봐라.
오늘 동원한 자원만 철권파 갱단원, 대림동 부랑자 수십, 폭탄, 독, 마약, 소총, 기관단총, 수류탄 등등이다.
적어도 십몇억은 썼을걸?
그런데 이것보다 더 장대한 규모로 습격한다?
그쯤 되면 지금의 나로서는 대처하기가 힘들다.
끝을 봐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사기가 털려 갈팡질팡하는 부랑자들.
그들 중심으로 힘껏 뛰어들었다.
[도약]5층 건물에서의 투신.
주유소 화재가 어느덧 이곳까지 번져왔다.
이글대는 화염 속, 열풍이 불어와 나를 할퀴고 지나간다.
그러나 뜨겁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고도로 집중된 정신 아래 가늠자와 가늠쇠가 성표처럼 크게 확대될 뿐이다.
탕! 탕탕탕!
신들린 듯이 방아쇠를 당긴다.
연발이 아니라 단발.
삼점사도 아니라 단발.
부랑자가 픽픽 쓰러진다.
하늘에서 덮쳐오는 총알에 어느 하나 대항하지 못했다.
누구는 정수리에 누구는 미간에 누구는 관자놀이에 총알이 박혀 피와 뇌수를 함께 쏟을 뿐.
콰앙!
사람이 착지했는데 폭음이 울렸다.
가까이 있던 부랑자가 총을 들이댔지만 내가 더 빨랐다.
총을 거꾸로 쥐고 휘두른다.
개머리판이 얼굴을 으깨고 부랑자를 날려버렸다.
[총격술][강타]옆에 있는 부랑자 둘이 반응하며 총을 들었다.
타타탕!
이번에는 늦었다.
코앞에서 총알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쉽게 막고 만다.
이미 특성을 교체한 다음이었으니.
[마력 방어막][방어]총알 수십 발이 쏟아졌지만 마력 방어막은 굳건하다.
철컥. 철컥.
삽시간에 비어버린 탄창.
부랑자 둘이 당황해서는 서로를 마주 본다.
씨익, 나는 방독면에 가려 보이지 않을 미소를 지었다.
허리띠에 꽂아둔 탄창을 꺼내 교체한다.
쇳소리가 울리고 부랑자들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곧, 너 나 할 것 없이 등을 돌렸다.
“튀, 튀어!”
“사, 살려줘!”
자비는 없다.
먼저 총을 겨눈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나는 무른 인간이 아니다.
타앙! 타앙!
단 두 발.
도망치던 부랑자들이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작은 소란이 번졌다.
다들 봤으니까.
눈앞에서 난사한 총을 내가 마력 방어막으로 막아내는 광경을.
거기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듯 낙하하며 총을 쏴서 한 발 한 발 명중시키고 개머리판으로 얼굴을 부순 건 또 어떠냐.
이 모든 것이 오직 한 가지 가능성을 가리켰다.
“씨발! 초인이잖아!”
“최소한 3레벨이야!”
“초인이란 말은 없었잖아!”
“튀어! 다 죽는다! 다 죽어!”
소총이고 기관단총이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상황 파악이 너무 느린 거 아니냐?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독에 중독되고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무슨 판단을 하겠냐고.
전투 마약이니까 총기 조준하는 솜씨야 늘려줬겠다만.
타타탕!
개의치 않고 총을 쏘았다.
타타타타탕!
연사로 갈겼다.
탕! 탕! 탕!
좀 멀면 단발로 꿰뚫었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칼날처럼 벼려진 정신이 주위 모든 것을 시야에 담는다.
그래서 부랑자들은 벗어나지 못했다.
단 한 명도.
최소한 내가 인지한 부랑자들은 모조리 죽었다.
유탄에 갈기갈기 찢어 죽든, 총알에 머리나 심장이 관통당하든 해서.
머리가 뜨거웠다.
소총 총열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하도 탄창을 갈아대며 싸워서일까?
손이 유독 가볍고 마지막 탄창이 빨려들 듯 손아귀에 들어온다.
[급속 장전] 특성.철컥.
1초도 걸리지 않는 재장전.
더는 총을 쏴야 할 상대가 없다.
그래서 더 긴장했다.
인간 사냥꾼이 저격한다면 바로 지금이니까.
역시나 그랬다.
정면에서 약간 비껴간 11시 방향.
홍염을 배경처럼 깔고 앉은 5층 건물.
옥상에서 사금파리 같은 빛이 일순 번쩍였다.
조준경 반사광.
저격수가 내리는 죽음의 선언.
뒷목이 당긴다.
전신 솜털이 뻣뻣하게 일어선다.
통찰과 위기 감지가 한꺼번에 작동한다.
급속히 확대되는 고글 화면 속.
작은 불꽃이 소담하게 피어난다.
격발염.
총알보다 먼저 살의가 내 이마를 꿰뚫었다.
뒤늦은 총성이 날 덮치기 직전.
나는 쓰지 않았던 마법칩을 쥐고 차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