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7)
특성 쌓는 김전사-77화(77/300)
호랑이 사냥 -2-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하다는 그거!
“죽겠다. 죽겠어.”
사람 똥을 코로 처먹으면 그럴까?
아직도 코와 허파에 썩은 똥내가 고여 있는 것 같다.
차에 시동을 걸고 도망쳤다.
창문은 물론 선루프까지 싹 다 열고 5 킬로미터는 튄 다음에야 똥내가 사그라졌다.
나는 차 밖에 나와서 심호흡을 했다.
“내가 또 저놈의 통조림을 따면 개아들이다. 으으으.”
크게 한 번 몸서리를 쳤다.
수르스트뢰밍?
두고 봐라.
그 썩을 통조림 반경 10미터, 아니 반경 100미터 안에도 안 들어갈 테니!
게임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끝나는, 난이도 F급이던 조건이 현실이 되니까 난이도 SSS급이 되었다.
한참 서성이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영물들 뛰노는 광경을 보자 겨우 속이 진정되었다.
슬슬 시작해볼까?
허가받은 체류 기간은 겨우 일주일. 그 안에 뿔 호랑이를 잡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어디······’
골프백에서 곱게 포장된 박스를 꺼냈다.
박스 안에는 짐승 털가죽이 하나 들어 있다.
무두질을 제대로 하지 않은, 마치 갓 도축해서 벗겨낸 듯한 상태의 털가죽.
피까지 말라붙어 있어 냄새가 굉장했다.
육식동물 특유의 노린내와 피비린내가 동시에 코를 찔렀다.
굉장히 역겨웠지만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
수르스트뢰밍의 후각 폭력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킁킁.
심호흡과 개코를 써서 냄새를 들이마셨다.
몇 번이나.
대뇌 주름 안에 콱 박히도록.
그런 다음 차 지붕 위에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정신을 곤두세우고 파란 광점을 살피지만 이거다, 느낌이 오는 건 없었다.
‘뿔 호랑이는 산 쪽에 살았지?’
오리산.
원래 세계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북한 영토.
뿔 호랑이는 주로 오리산에 서식한다. 하지만 사냥감을 찾기 어려우면 철원 평야까지 내려오곤 한다. 특히 물을 마시러 한탄강에 자주 들렀다.
부르릉!
차를 몰아 한탄강으로 달려갔다.
정신을 집중하고 코를 킁킁거리자 후각 정보가 벌떼처럼 내 뇌로 돌진했다.
청량한 강 내음.
여름을 맞아 춤을 추는 벌레들의 페르몬.
새똥 냄새.
조금 전까지 수풀까지 숨어 있던 노루의 털 냄새.
그리고······
익숙한 노린내와 희미한 피비린내.
“찾았다!”
바로 근처였다.
차에 탈 것도 없이 빠르게 달려갔다.
한탄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 아래.
핏자국이 흙바닥에 고여 있고, 짐승 뼈도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이 자리에서 뿔 호랑이가 식사를 했나 보다.
‘어디로 갔을까?’
심호흡 특성도 장착해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뿔 호랑이 냄새가 코에 새겨진다.
탐지 특성에 통찰 특성, 심지어 추적 특성까지 발동.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핏자국 근처에 찍혀 있던 뿔 호랑이 발자국에 집중하자 드디어 추적 특성이 활성화되며 화살표가 선명히 떠올랐다.
됐다!
“넌 이제 죽었어.”
차에 올랐다.
미리 사냥에 필요한 도구를 꺼내 놓는다.
대물 저격총.
대구경 자동 산탄총.
대지 속성 마법 함정.
특수하게 개조한 총알 한 다발도.
명백히 과화력.
하지만 이 정도는 써야 한다.
뿔 호랑이는 기본적으로 3레벨.
소총탄 정도는 가뿐히 버티고도 남는다.
대부분은 대물 저격총 선에서 정리가 되지만, 오래된 개체는 대물 저격총도 맞아가며 덤벼온다고 하니 준비해야지.
허리띠에 찬 성검과 마총을 툭툭 쳐 보곤 운전대를 잡았다.
부아앙!
바로 출발.
거칠 것이 없었다.
화살표는 북쪽, 오리산 방향이 아니라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풀이 길게 자라 뿔 호랑이가 몸을 숨기기에 딱 좋은 지형.
화살표를 주시하고 통찰과 탐지로 전방을 살피면서 달렸다.
“응?”
그러다가 발견했다.
앞쪽.
나무 몇 그루가 우거진 곳에 SUV 몇 대가 멈춰 있는 것을.
화살표는 공교롭게도 SUV 정중앙을 가리켰다.
설마 이미 잡힌 건 아니지?
가까이 다가가자 사냥꾼들이 총을 들고 일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쇼.”
차를 대고 빈손을 보여주자 사냥꾼들이 경계를 풀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흠.”
사냥꾼들이 자기들끼리 얼굴을 한 번 마주 보았다.
숨길 일은 아니라 생각했는지 순순히 답변했다.
“습격을 받았습니다.”
“습격이요? 누구한테요?”
“누구긴. 산왕이지.”
산왕?
그게 누구지?
머릿속 캐릭터 카드를 뒤지다 말고 퍼뜩 깨달았다.
사람이 아니었다.
영물이었다.
철원 평야에서 가장 유명한 뿔 호랑이.
나이도 많고 교활한 데다 육체적으로도 절정에 이르러 있다.
4레벨은 아니지만 3레벨 극에 달했다고 알려진 마수.
“산왕이 여기까지 내려왔다고요? 휴전선까진 올라가야 나오지 않습니까?”
“어떤 멍청한 놈이 산왕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우리 막내가 봤는데, 옆구리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병신이 죽일 거면 끝을 봐야지.”
“괜히 우리만 죽을 뻔했잖아.”
아닌 게 아니라 SUV 한 대가 된통 찢어져 있었다.
운전석 뒷좌석 문이 반으로 갈라질 지경.
아슬아슬했다.
문짝이 아니라 바퀴를 찢었으면 그 자리에서 SUV가 전복됐을 거고, 사냥꾼들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도 모두 초인이신데 산왕을 못 잡으신 겁니까?”
“하!”
그렇게 묻자 사냥꾼 하나가 코웃음을 쳤다.
“마수 사냥은 처음인가 봅니다? 초인이라고 해도 무적은 아니지요. 우리가 초인이라면 산왕도 마수인데요. 그것도 언제 진화해서 4레벨이 되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고요. 일대일로 싸우면 인간이 집니다. 그런데 차 타고 있는 상태에서 싸운다? 목숨만 건져도 운이 좋은 거죠. 조금 전에도 우리 막내가 신들린 것처럼 운전하지 않았으면 우리 중에 셋은 죽었어요.”
“저흰 이대로 돌아갈 겁니다. 산왕이 지랄하고 있는데 사냥하는 건 자살행위거든요.”
“밀렵꾼 새끼한테 사냥감 뺏긴 것도 엿 같은데 산왕까지 지랄이고······ 어휴, 텼다. 텼어.”
“철원 시국 가서 술이나 퍼먹죠.”
“오케이! 술판이다!”
“초보 사냥꾼님도 사냥 쫑내고 돌아가시는 게 나을 겁니다. 혼자서 오셨나 본데 그러다 산왕한테 잡아먹혀요. 저흰 여럿이라 산왕이 한 대 때리고 튀었지만 혼자만 있으면 사냥감으로 생각한단 말입니다. 운 좋게 뭐 하나 잡으시고 산왕 피해 가도 밀렵꾼 새끼한테 뺏길 수도 있어요.”
“조언 감사합니다.”
산왕에 밀렵꾼이라······
알빠냐?
오히려 좋아.
평범한 뿔 호랑이가 아니라 산왕의 심장을 가져가는 거다.
‘쉽지는 않겠네.’
산왕은 마수 주제에 특성 여섯 칸을 꽉꽉 채우고 있다.
[용맹][도약][강타] [위기 감지][은신][포효]산왕을 잡기 힘든 이유 첫 번째.
위기 감지다.
대물 저격총으로 머리를 노리면 뭐해?
아무리 제대로 타이밍을 잡고 쏴도 머리는 못 맞힌다.
최선이 몸통.
이번에도 누군가 산왕을 설건드린 까닭에 화가 나서 깽판을 치는 중이지.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게임에서도 그렇다.
함정을 파서 유인하는 게 최선이다.
당연히 미끼가 필요하고.
그 미끼는 절대로 평범해서는 안 된다.
동물 시체든 살아 있는 동물이든 미끼로 써도 산왕은 금방 상황을 눈치채고 역으로 사냥꾼을 노리니까.
즉, 나 자신이 미끼가 되어야 한다.
탕!
우선 평야에 넘쳐나는 노루 한 마리를 잡았다.
차에 싣고 화살표를 따라 달린다.
평야를 질주하던 발자국은 언젠가부터 방향을 꺾어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탄강을 따라서 계곡으로 접어드는 흔적.
‘여기가 좋겠다.’
어느새 숲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SUV로 더 들어가기도 힘들 지경.
이 근처는 완전한 야생이라 비포장 도로도 없었다.
노루 시체를 짊어지고, 골프백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숲 안쪽에 적당히 내려놓은 다음 돌을 들어 내리찍었다.
콰악!
총상이 난 목 언저리를.
죽은 지 시간이 좀 됐지만 피가 굳지는 않은 모양.
진득한 혈향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약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 위.
나뭇가지에 가려 나는 잘 보이지 않으나 사슴 시체를 놔둔 지점만은 잘 보이는 곳에.
‘어차피 들키겠지.’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
숨은 나무 주변에 마법 함정을 빼곡하게 깔았다.
옆 나뭇가지에 미리 자동 산탄총을 올려놓았다.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산왕이 속는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 테니.
[마력심][은신][이탈] [쫑긋 귀][민감][통찰]일부러 마력심을 장착했다.
은신을 쓰고는 있지만, 산왕 같은 민감한 마수라면 내 마력향을 분명 맡을 것이다.
초인에게 마수는 좋은 수입원.
역으로 마수에게 초인은 좋은 마력 공급원이 된다.
분명히 옆구리를 다쳤다고 했겠다?
그럼 나 같은 3레벨 초인을 보면 잡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겠지.
‘와라.’
망원조준경에 눈을 가져간다.
노루 시체를 계속해서 지켜본다.
그러나 이것은 겉모습에 불과하다.
마력을 위기 감지 반지에 불어넣는 한편, 온통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 소리.
맴맴맴 매미 소리.
사르륵 사르륵 풀잎 마주치는 소리.
거의 숨도 쉬지 않다 시피 하며 오직 한 소리만을 기다린다.
탓.
바로 이 소리를.
게임에서 산왕이 등장하기 직전 들리던 소리를.
아주 작고 얕지만 수십 번도 넘게 들어 절대 놓칠 수 없는 소리를.
‘왔구나.’
거의 동시에 작동하는 위기 감지.
저절로 침이 넘어간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내색하지 않았다.
부동자세로 오로지 망원조준경만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내 모든 정신은 오로지 뒤를, 내 등 뒤를, 반대편 나뭇가지를 향해 있었다.
스윽, 스스슥.
마수가 나무를 타는 효과음.
기억이 현실에 덧씌워지는 느낌.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지금!’
게임 지식과 위기 감지 특성이 일치했다.
몸에 익힌 대로.
또 경고받은 대로.
정확히 이탈 특성을 발휘했다.
“크아아앙!”
포효가 터졌다.
공기를 진동시키다 못해 찢어발기듯 달려드는 음파.
그러나 이탈 특성에 의해 나는 거의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몸을 뒤집으며 자리를 이탈하는 나.
산왕이 나를 본다.
SUV보다 도리어 큰 산왕이 흉흉한 살기를 뿌리며 나를 주시한다.
나도 산왕을 본다.
감각적으로, 거의 본능에 가깝게 저격총을 조준하며 산왕을 응시한다.
[사격][조준][집중] [결의][총격술][급속 장전]세상이 느릿느릿 움직인다.
크게 벌린 목구멍.
산왕의 목젖이 떨리는 것이 시계추를 연상시킨다.
그것을 끝까지 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분출되는 화염.
내리꽂히는 총성!
산왕이 펄쩍 뛰었다.
나무를 박차 옆 나무로 뛰어든다.
과연 산왕.
그러나 내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리쇠를 후퇴시킨다.
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며 황동색 탄피가 튀어나온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이어 노리쇠를 전진하여 장전 완료.
그리고 사격.
타앙!
이 모든 것이 한 호흡 안에 벌어졌다.
총격술과 급속 장전의 아름다운 콜라보.
산왕이 머리를 홱 젖혔다.
마력 봉인 촉매를 섞은 특수 개조탄이 정확히 어깨에 박혔다.
“크아아앙!”
산왕이 분노에 차 울부짖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타앙! 타앙! 타앙!
5발 탄창을 모두 비웠다.
산왕은 총알 세 발을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모자라다.
치명상은 없다.
산왕은 여전히 쌩쌩했고 수염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격노하고 있었다.
“크아앙!”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산왕이 포효하고, 도약하여 나를 덮치고, 발을 거칠게 휘두르는 장면이 번개처럼 연결된다.
내 머리를 찍어오는 앞발이 흉험하게 번뜩인다.
강타!
기본 중의 기본 공격 특성이지만 용맹과의 시너지로 절대 얕볼 수 없는 그것!
[파산검법][일점][결의]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회피]포효는 결의로 씹는다.
그리고 피한다.
회피하면서 미끄러진다.
산왕의 품으로.
도약하여 뛰어드느라 살짝 드러난 그 가슴팍으로.
이어서 찌르기.
파산검법의 산 꿰뚫기가 제대로 펼쳐졌다.
“크앙!”
내 머리를 후려갈기려던 펄쩍 뛰었다.
성검이 정확히 심장을 노린 까닭.
결국 내 공격은 심장 대신 배만 한 번 찌르고 말았다.
대신 나도 온전하지는 않았다.
산왕이 공중에서 제멋대로 몸을 뒤집더니 내 어깨를 강타했다.
“큭!”
그냥 맞았으면 어깨가 뭉개졌겠지.
피격 직전 방패로 막았다.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 방어막][방어] [철갑][맷집][인내]그래도 힘이 남았다.
흙바닥 위를 쭉 밀려갔다.
내 발이 대지를 긁으며 고랑 같은 흔적 두 줄기가 길게 남았다.
덕분에 거리가 벌어졌다.
눈을 번뜩이며 마총을 뽑았다.
마력 저장 반지를 끼지 않은 왼손.
마력을 있는 대로 퍼부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먹어라!”
특성 교체도 뭣도 없다.
고작 5미터 남짓한 지근거리.
막 착지한 산왕에게 묵색 광선이 날아갔다.
“끄어어어어엉!”
처절한 비명.
흑염 맛이 어떠냐?
마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산왕이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며 폭주하기 시작한 것.
꽈앙! 꽝! 우지끈!
거칠게 나무를 들이받는다.
아름드리나무가 똑 부러진다.
이번에는 바위에 머리를 박았다.
폭음이 터지고 흙먼지가 화산재처럼 치솟았다.
나는 산왕이 발광하는 장면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떨어진 저격총을 집었다.
철컥.
탄창을 교체하자 울리는 쇳소리.
발광하던 산왕이 뚝 멈춰 선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노여움과 증오에 젖은 눈이 날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뿐.
뭘 하지는 못한다.
왕으로서의 위엄을 지키겠다는 듯 고고히 서 있는 것이 한계.
나도 산왕도 알았다.
이번 공격은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세 발이나 박힌 개조탄 때문에, 또 전신 신경계를 불사르는 흑염 때문에.
철원 평야의 왕.
초인 사냥꾼을 역으로 사냥하던 존재.
최소한 백 년 이상을 묵은, 철원 인근에서는 전설로 치부되던 마수.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나를 사냥감으로 고른 실수 하나로 죽음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고통스럽겠지.
1초 1초가 힘겹겠지.
두렵고 무섭겠지.
그런데도 산왕은 여전히 왕 다운 품위를 뽐내고 있다.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때.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그리하여 산왕은.
철원 평야의 제왕은.
꼿꼿이 선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