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워즈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마수가 있다는 건.
방금 전 상대했던 녀석과 똑같은 자세부터 시작해서 투기, 분위기 등.
내가 쓰러트린 녀석이 다시 일어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슬쩍 옆을 확인해서 놈이 쓰러져 있는 걸 확인할 정도.
의문이 들긴 했으나 다시 검을 들어 올린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일단은 쓰러트리는 게 우선이었다.
“과, 과수원장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어. 그 사람이 마수들을 지휘하고 있었어.”
“알았어.”
퉁!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 나간다. 방금 전 쓰러트렸던 마수와 똑같은 수준이라면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쾅! 쾅! 쾅!
또 다시 이어지는 참격.
매끄러운 공세 속에서 녀석에게 틈을 주지 않은 채로 끝장내려 했으나.
푸욱!
“어?”
이번엔 뭔가 달랐다.
의도적으로 검을 막지 않고 왼쪽 어깻죽지를 내어준 마수.
정확하게 검이 들어간 치명상.
이후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협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녀석은 어깨를 내어주는 걸 택하고 나에게 검을 찔러 넣는다.
자신의 몸은 조금도 돌보지 않으며, 나를 죽이기 위해서 희생이라도 하는 모양새.
푸욱!
“크으!”
맹렬하게 찌르고 들어온 검이 허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생도복 일부가 찢기며 피로 얼룩진다.
“이, 이안!”
내가 당하는 모습 자체를 처음 보는 샬롯이었기에 목소리에서부터 당혹스러움과 여러 좋지 않은 감정들이 묻어나온다.
놈의 어깨에서 검을 뽑으며 그대로 뒤로 크게 도약한다.
“괘, 괜찮아? 찔린 거 아니야?!”
반쯤 울먹이면서 다가와 내 상처를 확인하는 샬롯.
살짝 당황해서 상처가 생기긴 했으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미리 눈치채지 못했으면 진짜 위험했다.’
갑자기 수비를 포기하고 검을 찔러 넣으려는 걸 알게 된 순간.
오히려 박아 넣은 검에 더 강하게 힘을 주어 놈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게 아니었으면 검이 스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꿰뚫고 지나갔을 것이다.
쿵!
반대로 어깨에서 가슴 부분까지 길게 베여버린 놈은 무릎을 꿇으며 털썩 쓰러진다.
본인의 목숨을 걸고 내지른 일격이 실패했으니 결과는 당연했다.
살고 싶다는 발버둥이나, 마지막 유언 같은 것도 없었다. 놈의 녹색 눈동자는 그저 나를 눈에 담고 있었다.
죽어가면서도 내 지금 상태를 확인하며, 어디에 상처를 입었는지 또한 부상 정도는 어떤지.
그런 걸 파악하며 죽어갔다.
마치, 다음이 있다는 것처럼.
“섬뜩하긴.”
허리에 생긴 상처는 쓰라리긴 했으나 이 정도로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오두막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샬롯이 걱정된다 생각한 순간.
“이안 아이넬! 샬롯 일레인!”
우리의 뒤에서 들려온 조금 들뜬 듯한 여인의 목소리.
학장 로젤리아와 그녀의 측근들. 그리고 선도부원들까지.
우르르 몰려오는 걸 보아하니 대강 상황이 정리된 듯싶었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얼른 뒤로 빠져서 생도 무리로 합류하세요! 다른 교수들이 지켜줄 겁니다!”
아마 교수들이 생도들과 합류하면서 그쪽에 안정감이 생긴 듯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워즈의 검술을 사용하는 마수가 그쪽에도 있었다면 나처럼 간단하게 정리되진 못할 테니까.
따로 답하지 않았음에도 로젤리아 학장은 우리를 지나치며 선도부에게 지시를 내린다.
“우리는 안으로 돌입한다. 교수들이 앞장 설 테니까 뒤따라 들어와.”
곧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교수들과 선도부원들.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는 말을 더듬는다.
“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생도들을 투입하다니!”
보통 마수들을 상대하더라도 생도들 투입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런데 워즈의 검술을 사용하는 마수가 더 있을 수도 있는 상황.
“이 정도 마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요.”
“검을 다루는 특별한 마수가 있습니다! 그놈은 다른 마수들이랑 다릅니다!”
다급한 내 말에 로젤리아는 슬며시 시선을 돌려 근처에 널브러진 마수의 시체를 확인한다.
갑옷을 입고 있는 마수와 검을 쥔 채로 죽은 마수.
둘을 확인하고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 생도인 이안 생도 입장에서는 난적이었을 수도 있겠죠.”
팔짱을 끼며 콧방귀 뀌는 로젤리아.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경고하듯 내게 충고한다.
“이안 생도가 여러 사건을 해결한 건 알고 있어요. 레지스탕스를 이기면서 유능한 생도라는 건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수들과 다른 생도들을 무시하진 않았으면 좋겠군요.”
“하…….”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로젤리아 학장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막 나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
눈동자에 피어오르고 있는 열망은, 기회를 잡았다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마수들의 몸에서 녹색빛이 나고 있습니다.”
“…….”
“윙보드의 가르덴 때와 동일해요. 잎담배 관련된 사건이란 말입니다. 보통 마수들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는 겁니다!”
로젤리아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질타하기 시작했다.
“나이트 아카데미에 잎담배 관련해서 얼마나 많은 파문이 있었나요? 전임 학장의 무능과 더불어 불량한 생도들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생겨났죠!”
“…….”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나이트 아카데미에 씌워진 오명을 우리가 직접 벗길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요! 그걸 놓치는 게 학장으로서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학장이라는 자리를 짊어지고 있기에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로젤리아라는 여인은 원래부터 이런 느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트 아카데미의 총책임자로서 아카데미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알겠으나.
“당신은…….”
머리가 지끈하고 아파왔다.
전임 학장에게는 기사가 아니라 사업가가 자리에 앉아 있다는 말을 했었으나.
그는 적어도 틀은 유지하고 있었다.
“교육자조차 아니군요.”
나이트 아카데미를 위해서 행동할 뿐, 생도를 위해 행동하는 건 아니다.
둘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큰 차이가 있었다.
아카데미의 위상.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라면 생도들은 부속품에 불과한 방식.
내 말을 다 듣고, 이해했음에도.
“아직 안 갔나요?”
로젤리아는 새침하니 팔짱을 낀 채로 이젠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이안…….”
흥분한 나를 진정시키려 옷자락을 잡는 샬롯. 덕분에 심호흡하며 한 걸음 물러선다.
“샬롯, 너는 여기 있어.”
“이안은 어떻게 하려고?”
걱정스레 묻는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오두막으로 눈을 돌렸다.
“가야지.”
콰앙!
내 대답과 동시에 오두막 한쪽 벽면이 박살 나며 돌입했던 몇몇 교수가 붕 떠올라 바닥을 구른다.
또한 겁에 질린 몇몇 선도부원들은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상황.
“어?”
예상치 못한 광경에 로젤리아의 입 밖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그녀.
하지만 내겐 이미 예견된 일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쉽게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워즈의 검술과 나의 상성관계 때문이었다.
검술만 보자면 원래 워즈의 것보다 뒤떨어지지만, 녹색 기운 덕분에 신체 능력으로 그것을 보완한다.
상성에서 우위를 점해서 편하게 상대하긴 했으나.
엄밀히 따지면 내가 방금까지 상대했던 독특한 마수들은 톰이나 한나 수준이라는 말이었고.
그런 기사를 상대로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로젤리아의 뒷바라지나 하고 있는 교수진이나.
감투 하나, 특제 코트 하나 걸쳤다고 동기들에게 떵떵거리며 선민의식을 가지는 선도부원 정도로는 상대할 수 없었다.
콰아아앙!
부서졌던 벽의 잔해들이 날아가며 오두막이 한쪽으로 기울며 무너진다.
“끄으으.”
“하, 학장님. 도망을…….”
“위험, 합니다!”
선도부원들과 교수들의 신음이 무너진 오두막 안에서 들려온다.
기사 된 자로서 이 정도에 깔려 죽지는 않았겠으나 부상은 확실했다.
쿠웅!
하나, 그 안에서도 묵묵하니 자신의 위에 떨어진 잔해들을 치우며 일어선 한 사람.
아니, 한 마리의 마수.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녀석의 녹색 눈동자는 나를 찾자 곧장 고정된다.
“역시.”
첫 번째 갑옷을 입고 있던 마수도.
두 번째로 찾아왔던 마수도.
그리고 지금 세 번째 놈도.
전부 같은 놈이다.
첫 싸움에서 수비만 하다가 패배했던 걸 알고 있으니 두 번째에서는 전투 방식을 바꿨다.
뼈를 주더라도 살을 취하겠다는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내게 상처 입히려 했다.
아마 지금은 또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파훼하려 들겠지.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적과 싸우는 기분. 분명 시체는 쌓이고 놈은 고통을 느끼겠으나.
그래도 그치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
결국에는 나를 죽이기 위해서.
나를 공략하고, 파훼하여, 쓰러트리기 위해서.
후우욱!
입에서 녹색 연기를 뿜어내며 놈은 교수들이 들고 있던 검 중 하나는 챙겨 들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묵직한 발걸음.
하나, 도전자의 마음가짐.
“그래, 몇 번이고 되살아나서. 몇 번이고 덤비시겠다?”
수십, 수백 구의 본인의 시체를 쌓더라도.
결국 그 위에 내 시체 하나만 올린다면 자신의 승리라고 생각하겠지.
그에겐 몇 번이고 있는 기회였으나, 나는 전투가 길어질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상처는 남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으로 지쳐갈 것이다.
내 상처 하나와, 놈의 목숨 하나면 당연히 녀석 쪽이 이득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싸우게 된다면 결국에는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으나.
“안일하네.”
얕잡아 보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상대를 좀 잘못 골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시 가져올 몸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를 가져와도 자신이 교만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스릉.
검을 쥐며 다시금 앞으로 향한다.
오두막은 무너졌으나 숨겨진 지하가 있던 걸 생각하면 아마 거기서 계속 마수들이 튀어나온 거겠지.
“이, 이안 아이넬 생도?”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태 파악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학장이 그냥 무의식적으로 내 이름을 불러본다.
‘학장이 있어서 기사단을 소환하기도 그렇다.’
뭐가 됐든.
“뒤로 가요. 저거 치워줄 테니까.”
워즈의 검술을 다루고 있는 저 마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녀석은 이번에도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며 수동적으로 나의 공격을 되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으나.
아마 이번에는 더욱 더 몸을 아끼지 않고 나에게 상처를 입히려 들 것이다.
내 말을 들은 학장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으나, 그녀가 오기 전 내가 쓰러트린 마수 시체를 보고는 입을 꾹 다문다.
“다, 다른 교수들이 곧 올 겁니다. 그때까지만…….”
치욕스러움에 뒷말을 더 잇지 못하는 로젤리아 학장.
나는 별다른 대답 없이 다시 마수와의 전투를 시작했다.
콰아앙!
앞으로 치고 나가며 검을 내리 찍자 녀석은 여전히 수비적으로 받아넘겼으나.
쩌억!
그래, 이번에는 참으로 마수답게.
크게 입을 벌려 기괴하게 돋아난 이빨을 내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