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처음에는 다수의 마수들이 밀고 들어오는 기세가 상당했으나 막상 시간이 지나다 보니 드문드문 숫자가 줄어드는 게 보였다.
생도들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빠르게 움직이며 마수들을 처리해 주고 있는 덕분이다.
다만, 마수들의 수준도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신체능력도 상당하면서, 독특한 재생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윙보드의 수장이던 가르덴과 비슷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몸에서 녹색빛까지 뿜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여해적이 말했던 것처럼 과수원이 잎담배와 연관이 있는 건 맞는 듯 보였다.
“…….”
지금까지 기사단원들의 후손들을 떠올리면 괜히 씁쓸해졌다.
마리아와 샬롯처럼 기사의 길에 들어선 아이들도 있지만.
결국 뒤틀어져 다른 방향으로 걷는 후손도 있겠지.
찝찝하긴 해도 어쨌든 워즈의 후손은 선을 넘었다.
테러에 사용됐던 잎담배의 원료 재배, 마수 사육 등.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과수원의 나무를 타넘으며 마수들과 굳이 조우하지 않고 오두막으로 향하는 와중.
“……넬슨?”
마나의 흐름이 끊긴다.
폴탄 해안으로 와서 벌써 두 번째 겪는 감각.
“역소환됐다고?”
넬슨이 역소환됐다.
이렇게 된다면 이번 소동 중에는 넬슨을 다시 소환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해적에게 도로시가 당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넬슨이 방심하지도 않았을 거다.
결국 진심인 넬슨을 역소환시킬 정도의 강자가 있다는 소리가 된다.
“…….”
나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쥔다.
방금까지 생도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차올랐던 고양감이 빠르게 식는다.
도로시와 마찬가지로.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재소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냐면 그건 아니다.
도로시를 역소환시켰던 해적들을 완전히 침몰시켰던 것처럼.
이번에 넬슨을 역소환시킨 녀석도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그리 다짐하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자연스럽게 다리에 보조마법을 걸고 도약하듯 앞으로 튀어 나아갔다.
방금까지 넬슨이 소환되어 있던 장소로 향한다.
놈을 구축하고 있던 마나가 흐트러지며 나에게 돌아오고 있었고.
그것이 마치 내게 길을 안내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넬슨이 역소환당한, 오두막 바로 앞까지 도착한 순간.
“꺄악!”
들려온 건 샬롯의 비명이었다.
“샬롯?”
생각해 보니 아까부터 샬롯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여러 생도들이 활약하는 걸 봐왔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은 걸 자책하면서도.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검은 갑옷의 장신 검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앙!
마법을 배워서 좋은 점은 특출 난 원거리 공격이 생겼다는 것.
쓰러진 샬롯의 머리를 내리찍으려던 놈을 향해 마력탄을 쏟아 붓자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고작?’
마력탄이라는 마법적 한계가 있긴 해도, 마몬의 기운이 뒤섞였기에 사실상 웬만한 마법사가 쏘는 마력탄보다 훨씬 위력이 강한데도.
놈은 몇 걸음 밀려나기만 할 뿐 크게 위협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듯했다.
“……!”
갑옷 안에 있는 녀석의 녹색 안광이 나에게 닿는다.
앞에 있는 샬롯은 내버려둔 채로 쿵쿵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녀석.
‘잘됐어.’
그대로 샬롯이 위험하게 둘 수는 없었다.
마력탄으로 끝장을 내지 못했더라도 검을 사용하면 충분하다.
허리춤의 검을 뽑으면서 그대로 놈을 향해 휘두른다.
마몬의 기운이 둘러진 검은 꽤나 깔끔하게 녀석에게 쇄도해 갔으나.
카앙!
“……막아?”
한손으로 쥐고 있는 녀석의 장검에 깔끔하게 막혀 버렸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자세.
이 녀석이 넬슨을 역소환시켰다는 걸 한눈에 알아차림과 동시에 보통의 검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검사가 아니라 기사인가.’
검사와 기사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부분은 분명 있었다.
예를 들어 윤 같은 경우는 기사라고 보기에는 묘한 부분이 많다.
기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승마도 못 하니까.
하지만 앞의 남자는 전신에서부터 벌써 기사라는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적이 아니었다면 스카우트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훌륭한…….
훌, 륭한……?
“으음?”
남자의 자세를 보고 있자니 슬며시 미간이 찌푸려진다.
뭔가 생각이 날 것도 같았지만 그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유려한 검술로 내 검을 흘리며 그대로 카운터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
정확하게 급소인 명치를 향해 찌르고 들어오는 검이었으나, 내 어깨 위에 떠올라있는 마력탄이 그전에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퍼엉!
뒤로 크게 밀려나며 뒤뚱거리는 남자. 균형을 잡기 힘들어 보였으나 다시금 자세를 잡는다.
“미묘한데.”
그리 중얼거리며 이번엔 내 쪽에서 앞으로 파고들어 간다.
횡으로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어깨 위로 두 개의 마력탄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단순히 검사라고 부를 수 없는 방식의 전투.
하지만 이것도 내 나름의 연습이자 성장을 위한 발판이었다.
지금까지는 마법을 사용할 때는 마법만 쓰고, 검을 사용할 때는 검만 사용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으나, 내 나름대로 분리를 해놓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다.
결국 검술 쪽이 압도적으로 경지가 높으니 마법이 묻힐 수밖에 없으니까.
마법을 마치 보조용 단검처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또 한 자루의 검으로서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하면 안 됐다는 걸 깨달았다.
분리해서 사용한다는 건 결국 검을 하나씩 뽑아서 쓰는 꼴이랑 다르지 않으니까.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다룬다.
당장에는 검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으나 나중에는 조화롭게 다룰 수 있게 될 거라 믿으며.
실전에 돌입한다.
콰앙!
이번에도 역시, 내 검을 상당히 깔끔하게 막아낸 남자.
마력탄은 어떻게 막을까 궁금했는데 눈에서 녹색 안광과 갑옷 사이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괴력을 발휘한다.
부웅!
그대로 나를 밀어내고는 빠르게 검을 사선으로 들어 마력탄까지 베어낸다.
쾅! 쾅!
마력탄의 폭발로 생긴 연기 속에서 튀어나온 남자. 수비 후,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일격.
꽤나 날카로웠으나 나는 예상하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지.”
뭔가 떠오를 것 같아서 진중하게 생각하고 싶어도 놈이 계속 공격해오니 떠올리기 힘들 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앞의 남자와 검을 섞다 보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300년 만에 만나는 거기도 했으니까.
“워즈의 검술이잖아?”
지독할 정도로 수비적이며, 그렇게 상대의 빈틈을 찾아 카운터를 노린다.
계산적인 녀석의 성격과 딱 맞으면서도 정말 워즈 수준의 검사라면 넬슨이 지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엄연히 톰과 한나의 동기니까.
아무리 워즈가 사무 업무 쪽에 집중했었다고는 해도 막내인 넬슨에게 지는 건 말이 안 되지.
정답을 맞췄음에도 남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가 궁금했다.
거기에 워즈의 검술을 이렇게 완벽할 정도로 다루는 것도.
‘냉정하게 말해서 세세한 부분은 좀 다르다.’
기본 바탕은 똑같지만 워즈의 검술에 비해서는 투박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게 잎담배의 영향인지 아니면 거기까지밖에 배우지 못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일단은 알겠어.”
워즈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건 알겠다.
검술은 좀 모자라지만 신체능력 면에서는 잎담배 때문인지 워즈보다 앞서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검술인지 알았으면 상대 못 할 것도 없지.”
300년 전, 선배들과 대련하면 주구장창 얻어맞기만 했던 넬슨이랑은 다르다.
나는 은빛사자의 모든 기사들을 내 손으로 직접 뽑았고, 가르쳤으며, 대련해 왔다.
그리고 져본 적이 없었다.
부단장인 마리조차 당시의 내게 몇 번이나 도전했으나 한 번을 이기지 못했었으니까.
“오히려 쉬워.”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자세를 잡는다. 아끼고 있던 보조마법을 전신에 걸어 신체 조건을 동등하게 맞춘다.
마치 수증기처럼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게 탁해진 마나의 흔적들.
이렇게 대놓고 마법을 사용함에도 상대는 고집스럽게 방어에 치중된 검술을 이어간다.
틈을 보이면 바로 찌르고 들어오는 방식.
장검을 쥐고 내가 덤벼들길 기다리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튕겨져 나가듯 달려들었다.
콰앙!
또 다시 울리는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격렬한 소음.
쾅!
쾅!
쾅!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뒤로 밀리면서도 남자는 일말의 동요도 없이 계속해서 빈틈을 찾아간다.
이렇게 보면 아예 감정이나 의지 자체가 없어 보였다.
쾅!
쾅!
쾅!
계속해서 검격이 이어져 나간다.
이쪽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점점 남자는 뒤로 밀려 어느새.
쿵!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에 등이 닿았다.
“워즈는 나랑 가장 적게 대련한 단원이야.”
차별이나 그런 게 아니었다.
워즈와의 대련이 재미가 없다거나, 그에게 향상심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톰, 한나, 워즈.
이렇게 셋이서 늘 대련하면서 서로의 약점이나 강점에 대해서 지적과 조언을 멈추지 않았으니까.
사무 업무를 자주 보았다고 해도 워즈도 결국 본질은 기사이기에 검을 휘두르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왜 대련을 가장 적게 했느냐.
“그놈 검술이랑 나랑은 극상성이거든.”
수비적인 검술은 기사에게 있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죽이는 자가 아니라 지키는 자니까.
하지만 수비적이라는 건.
결국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검술이다.
그것의 극한에 닿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되받아치며 빈틈을 노리는 건데.
“빈틈 같은 걸 줄 것 같냐.”
이래 뵈도 300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강한 기사의 후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바로 나였다.
검을 휘두르며 빈틈 같은 걸 만들어줄 정도로 나는 자비롭지 않았고.
설령 있더라도 찾지도 못하게 할 수 있었기에.
워즈는 나와 대련하지 않았다.
콰드드드득!
검은 갑옷의 투구가 그대로 찌그러진다.
보조마법으로 근력이 상당히 올라가긴 했으나, 갑옷 자체가 그리 좋은 물건은 아닌 듯했다.
투욱.
쥐고 있던 장검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나무에 기댄 채로 미끄러지듯 녀석이 쓰러진다.
“어디 확인이나 해볼까.”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까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검을 휘두르면서 싸울 수 있는지.
또한 워즈의 검술을 어디서 배웠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일그러진 투구를 강하게 잡아 당겨 벗겼고.
“……이거 뭐야.”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습격하던 마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 정도까지 대단한 마수는 아닌 것 같은데. 검술을 익힐 정도로 머리가 좋아 보이지도 않고.”
이런 마수가 난이도 높은 워즈의 검술까지 다룬다?
눈으로 봤지만 믿기 어려웠다.
“이, 이안?”
그때 몸을 추스르고 내게 걸어오는 샬롯.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해 준다.
“괜찮아?”
“어, 어어. 근데…… 스승님이.”
넬슨을 말하는 거였다.
“나중에 설명해 줄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넬슨이 마나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았을 테니 이제 샬롯에게도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이건 지금 말할 건 아니고 일단 샬롯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 후, 과수원장을 찾거나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쿵! 쿵! 쿵!
오두막 밖으로 나오는 또 한 마리의 마수.
유인원을 닮은 놈은 손에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척.
“허.”
나를 보더니 방금 전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다시금 싸움을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