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저리 비켜어어!”
지하에서 튀어 나온 바레타를 보며 당황한 넬슨과 샬롯.
무슨 상황인가 싶었으나 바레타는 두 사람을 밀치며 밖으로 나선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해적을 보며 당황한 두 사람.
아니, 애초에 과수원 오두막 지하에 사람이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쿠당탕!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바레타는 오두막 밖으로 나가며 외친다.
“어디 있어! 개 같은 년아아아아!”
“이게 무슨……?”
당황한 샬롯이 뭔가 말하려 했으나 넬슨은 지하에서 올라오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곧바로 그녀를 뒤로 밀친다.
“밖으로 나가!”
갑작스러운 외침에 당황한 샬롯이였으나 기세에서 밀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쿵쿵쿵쿵쿵!
내부에서 들려오는 거센 발걸음.
기괴하리만치 공격적인 짐승들의 울음소리.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위험하다는 건 분명했다.
바레타는 이미 밖으로 나가서 난동을 부리고 있고, 오두막 지하에서는 기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바, 밖에 알리고 올게요!”
그대로 오두막 밖으로 달려 나온 샬롯. 바레타의 소란 때문에 근처에 누가 오지 않았을까 했으나.
“……!”
정작 서 있는 건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과수원장이었다.
방금 전까지 발작을 일으키듯 난동을 피우던 바레타는 어느새 전신에 녹색빛이 떠오르며 바닥에 쓰러진 채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봤구나.”
섬뜩하니 샬롯의 귓가를 후벼 파는 과수원장의 목소리.
당황한 샬롯은 곧장 검을 뽑아 들며 응수한다.
“지, 지하에 사람이 갇혀 있었어요! 그것 말고 이상한 것들도 많고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것들을 입 밖으로 막 쏟아내는 샬롯.
“저 오두막에서, 뭘 하고 있는 거예요.”
묘한 두려움이 손끝을 떨리게 만들었다.
윙보드의 고양이 수인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후로, 나름의 자신감을 얻은 샬롯.
하지만 앞에 있는 여인이 품고 있는 독기와 집착은 17살의 소녀가 버티기엔 버거운 것이었다.
점차 어두워지는 표정.
하지만 그건 샬롯뿐만이 아니었다.
과수원장 역시 자신의 치부가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들킨 것에 얼굴이 굳는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과수원장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매끈한 몸채.
강렬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나, 한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와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편의성.
바레타가 사용하던 피스톨을 챙긴 과수원장.
“미안.”
의미 없는 사과를 입에 담으며 곧장 샬롯을 향해 피스톨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려 든다.
채앵!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스톨은 제대로 격발되지 못했다.
그녀가 품에서 피스톨을 꺼내는 순간부터 이미 샬롯의 검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
바레타와 도로시 때와는 상황이 좀 많이 달랐다.
우선, 바레타는 피스톨을 다루는 데 굉장히 능숙했다.
총을 뽑는 속도, 조준, 경험 등. 그녀는 이미 베테랑에 가까운 사수였다.
하지만 과수원장의 경우 피스톨을 실전에서 사용한 게 아예 처음이었다.
게다가 도로시와 다르게 샬롯은 이미 검을 뽑고 있었고, 피스톨이 어떤 물건인지도 알고 있었기에.
당시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후우!”
샬롯의 입에서 짙은 숨이 내뱉어진다. 덜덜 떨리고, 방금까지 과수원장의 기세에 압도당해 있었으나.
검을 뽑았다.
기사를 꿈꾸는 자로서, 검이 뽑힌 그 순간부터는 두려움을 느껴선 안 된다.
자신이 뒤따라가야 할 남자는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쫓아가야 해.’
무섭다고, 두렵다고, 자신은 재능과 힘이 없다고.
언제까지고 무릎을 꿇으며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너무 얕보잖아요!”
이 거리에서 검을 뽑고 있는 검사를 상대로 함부로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우습게 여겼다는 소리.
샬롯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치고 들어간다.
“아!”
탄성과 함께 뒷걸음질 치다 그대로 넘어진 과수원장.
넘어진 그녀를 보며 샬롯은 그대로 검을 목에 겨눈다.
겁에 질리거나, 상대의 기세에 눌려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는 걸 고쳐야 한다고 말하던 이안과 넬슨의 말이 이제야 실감이 되는 샬롯이었다.
싸우기 전에는 과수원장이 한없이 크게 느껴졌으나 막상 직접 검을 휘두르고 부딪쳐 보니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다.
“후우우. 가만히 계세요.”
두근거리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경고하는 샬롯.
등 뒤에 있는 오두막에서 소란이 점점 커지는 걸 보며 그녀의 불안감이 가중된다.
“저 안에 뭐가 있는 거예요.”
다른 교수들이 오기 전 경비대 흉내라도 내듯 묻는 샬롯.
과수원장은 그녀를 뚫어져라 보더니 툭 한마디 내뱉었다.
“죽여.”
뻐어억!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샬롯의 머리에 묵직한 충격이 들어오며 몸이 붕 떠올라 옆에 있던 사과나무에 처박힌다.
“어, 억!”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시야가 계속해서 흔들려서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은 힘들었으나.
방금까지 과수원장을 향해 맹렬한 적의를 보이던 청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과수원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 개 같은……!”
방금까지의 과격한 살의는 여전히 과수원장에게 향하고 있으나, 왜인지 몸은 그녀를 따르고 있다.
바레타는 이를 으득 물며 과수원장을 노려보면서도 걸음은 샬롯에게로 향했다.
“젠장할!”
바레타의 피부 위로 떠오른 녹색빛.
윙보드 사태를 봤던 샬롯이었기에 그것과 이것이 같은 부류의 것이라는 건 알아차렸으나.
첫 일격을 정타로 허용한 탓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꼬맹아, 복수는 해줄게.”
딱히 미안해하는 기색은 아니다.
그냥 과수원장에게 복수나 해주겠다며 주먹을 치켜 올리는 바레타.
샬롯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억울함에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머리가 띵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흐릿하니 보이는 주먹이 내리 찍히려는 순간.
콰아앙!
오두막 문이 박살 나며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마수들.
전부 침팬지와 비슷하게 생겨서는 몸에 녹색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밀려서 밖으로 튕겨져 나온 넬슨.
검과 갑옷이 피로 덕지덕지 칠해져 있었는데 그가 홀로 저 대량의 마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분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여!”
과수원장이 주먹을 쥐고 손을 들자 마수들이 곧장 그녀를 빙 두르며 집합한다.
우스운 건 샬롯에게 주먹을 내리찍으려던 바레타 역시 그 명령에 따라 몸을 돌렸다는 것.
겨우 살았다는 생각에 샬롯이 숨을 고르며 안심하자, 넬슨이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샬롯!”
혹시 어디 큰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았나 싶어 확인해 본다.
큰 외상은 안 보이지만 머리에 크게 충격을 받아 가벼운 뇌진탕이 온 듯 보였다.
“으어, 어지러우니까 만지지 마요오.”
겨우 한마디 내뱉는 샬롯.
넬슨은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조금 안심하며 고개를 돌린다.
우르르 몰려들어 과수원장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마수들은 마치 그녀를 숭배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넬슨은 몇 번이고 본 적 있었다.
300년 전, 마몬을 상대할 당시 대악마를 섬기던 마수들의 모습.
그것과 동일했다.
“너희 때문이야.”
과수원장은 증오로 얼룩진 눈동자로 넬슨과 샬롯을 노려보며 중얼거린다.
“너희가 결국 이 사태를 만든 거야.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됐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자세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겠으나 어쨌든 저 여인이 멈출 곳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리는 넬슨.
그 반응을 보며 과수원장은 헛웃음과 함께 손을 펼친다.
진군하라 외치는 기사단장처럼.
“다 죽여.”
그러자 마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과수원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넬슨은 쏟아지는 마수들에게서 샬롯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른다.
‘단장이 오기 전까지는.’
가능하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넬슨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으나.
쿵!
오두막 내부에서 묵직한 갑옷 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
* * *
“대응해!”
“뭐야! 뭐야!”
우습게도 비교적 많은 위기를 겪어온 나이트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반대로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의 대처가 익숙해진 상태였다.
공을 차면서 놀거나, 자기들끼리 모여서 게임이나 대화를 나누던 생도들.
그들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마수들을 보며 각기 방진을 짜고 빠르게 대응했다.
특히나 해안가에서 훈련하며 마수들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3학년과 2학년들은 꽤나 현란하게 지시를 해나간다.
“왼쪽 5명 있는 그룹이랑 합쳐서 방진을 다시 구축한다! 내가 앞에서 막아줄 테니까 바로 움직여!”
특히나 실리아는 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기세 좋게 생도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움직였다.
3학년들조차 그녀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걸 보면 옛 선도부에서 보여줬던 리더십은 여전했다.
“1학년들은 한쪽으로 모여! 이쪽으로!”
“선배들 진형 사각지대로 움직인다!”
1학년은 가장 인망이 두터운 베런과 에디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이는 중이었다.
굳이 툭 튀지 않고 2, 3학년들을 보조하려는 움직임은 1학년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보였다.
‘생각보다 잘 움직이는데?’
굳이 진형에 휩쓸리지 않고 사과나무 위로 올라타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솔직히 좀 놀랐다.
나이트 아카데미에 여러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큰 피해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생도들 중에 사망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위기들이 오히려 생도들을 더욱 강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른 기수의 나이트 아카데미 생도들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이번 기수의 생도들은 분명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실전에 익숙해지고, 혼란 속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응집된 단합력과 지휘.
하지만 분명, 그 모든 걸 뛰어넘는 괴짜도 당연히 있었다.
“키햐아아! 이거지! 이거야!”
어떤 진형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달려드는 마수들을 계속해서 썰어 넘기고 있는 마리아.
“아오! 진짜!”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보조해 주고 있는 다이니.
“이거 참.”
마찬가지로 휘말린 듯 보이는 벨레스까지.
마리아를 중심으로 모인 셋은 무슨 기마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달려드는 상대를 향해 역으로 돌진해 간다.
“야! 저 1학년들 뭐해!”
“미친놈들이 진형으로 돌아와!”
뭘 모르는 고학년들은 그들을 향해 걱정과 비난을 섞어 외쳤지만.
“그냥 두세요.”
정작 지휘를 이어가는 실리아는 굳이 마리아 일행을 막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마리아 일행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마수떼.
그중에서도 특히나 응집된 그룹이 있으면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움직여 마수 무리를 산개시킨다.
덕분에 방진은 압도적인 물량공세에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이니랑 벨레스도 그걸 알고 있으니 함께 동행하면서 돕는 중이었다.
“확실히 마리아는 이런 난전에서 본인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단 말이야.”
리더십을 통해 단체를 하나로 만드는 실리아 혹은 베런이랑은 다르게.
마리아는 개인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를 확실하게 뽑아준다.
그리고 그걸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다이니와 벨레스.
과수원 견학이라 마음 놓고 쉬고 있던 교수들이 오기 전까지가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이러면 굳이 내가 낄 필요는 없겠네.’
막상 이렇게 보니 나이트 아카데미의 생도들의 단합력과 힘을 볼 수 있었고 또 그 중심에 우리 부원들이 있는 걸 보니 뿌듯했다.
괜히 시간 들여가며 키운 게 아니다.
이 정도면 믿을 수 있다.
나는 안심하며 몸을 돌렸다.
‘넬슨이 아직 역소환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분명, 넬슨이 있는 곳에 가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