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이건……!”
“무기 들어!”
성문 밖으로 가장 먼저 앞장서서 나섰던 베런과 벨레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두 사람은 그들에게 뛰어오르는 마수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과 창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마수들의 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새벽조가 화살을 회수하는 걸 노렸던 마수들이 벌떡 일어나서 달려든다.
콰직! 콰직!
그럼에도 베런과 벨레스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전열에서 냉정하게 반응했다는 건 뒤에서도 대응하기 편하다는 소리.
샬롯과 실리아가 두 사람의 뒤를 이어 검을 휘두르며 마수들에게 저항한다.
그 모습들은 너무나 능숙하고 익숙했기에 뒤따라오던 새벽조가 당황할 지경이었다.
“새, 생도 맞아?”
“마수들 상대로 당황조차 안 하네.”
얼빠진 표정으로 말을 몰고 마수들을 상대하는 생도들을 보고 있던 그들은 귀를 찌르는 외침에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냐! 얼른 가서 다른 사람들 깨워! 마수들이 성문으로 몰려오잖아!”
마리아를 뒤쫓던 마리안느가 일갈하자 새벽조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보를 가지고 도망치는 마리아를 보고 오늘이야말로 버릇을 고치겠다며 가져왔던 검이 이제는 마수들에게로 향한다.
바로 성문 앞으로 달려가 안으로 들어오려는 마수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한 마리안느.
“마리안느 기사단장님! 서, 성문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이번만큼은 마리안느의 입도 제대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타고 점점 멀어지는 마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쓰라린 숨과 함께 외쳤다.
“닫아!”
당장에 안개 속에 숨어 있던 마수들이 달려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마리아를 당장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으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프롤라인 성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끼이이이익!
묵직한 소음과 함께 닫히기 시작한 성문.
우연이 겹쳐 마리아와 그녀의 친구들 덕분에 새벽조가 기습을 당하지 않았고, 덕분에 열린 문을 통해 마수들이 침투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마리아의 저런 행동들은 정말 마음에 안 들기는 했고, 가보도 왜 가져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덕분에 프롤라인 성을 지켰으니 그 정도는 용서해 주마….’
그러니까.
‘살아서 돌아와라.’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나, 마리안느에게는 저 미친 막내도 결국 동생이었다는 걸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가보보다 마리아가 걱정되는 걸 보면 말이다.
* * *
“계속 휘둘러!”
“마수 없다고 했던 거 누구야!”
“다이니가 그랬어!”
“다 닥쳐! 마수한테 먹히기 싫으면!”
프롤라인 성에서 빠져 나오기만 한다면 다른 일들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정작 밖으로 나온 이후에는 오히려 쉴 시간도 없이 마수들이 휘몰아치며 생도들에게 달려들었다.
당장이라도 손에 쥐고 있는 검을 놓고 싶은 충동이 치솟아 오르며, 괜히 밖으로 나왔나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되돌아가자고 해도 동의할 사람은 없었다.
“내가 앞장설 테니까 따라와! 마수들 없는 방향으로 우회해서 간다!”
앞장서며 마수에게 창을 찔러 넣는 벨레스. 다른 생도들보다 경험도 많고 감각도 좋다보니 마수들이 없는 곳으로 무리를 이끌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마수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불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너, 너무 많아!”
샬롯이 거친 숨을 내쉬며 외쳤다.
예전이었다면 눈물을 쏟으면서 주저앉았을 텐데 지금은 검을 놓지도 않고 열심히 싸우는 중이다.
특히나 일레인의 검술 같은 경우는 승마했을 경우 다소 무기력한 면이 있음에도 말이다.
“옆에 우리가 있어. 포기하지 말자. 이안을 구해야지.”
바로 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실리아의 말에 샬롯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손에 힘을 주었다.
이안 아이넬은 혼자서 이것보다 훨씬 많은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사실이 그녀에게 없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다 떨어진 힘을 다시 채워준다.
“이안이 없다고 마수들한테 둘러싸여서 죽는 것도 쪽팔리잖아!”
다이니의 뒤에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마리아의 말에 다들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맞는 말이었다.
이안 아이넬 하나가 없다고 순식간에 오합지졸이 되어서는 마수들 밥이 되는 건 사양이었다.
이안이 자기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이제 알았냐고 어깨를 으쓱대는 것도 보기 싫었다.
“그건 진짜 보기 싫네.”
“그러게.”
말들은 그렇게 하면서도.
생도들은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마수들이 달려드는 걸 보면서도 침착하게 반응한다.
백전연마의 노장이 된 기분을 생도 때부터 느낀다면 그건 그냥 자만심에 찌든 어리숙한 놈이라고 말하겠지만.
이들은 나이트 아카데미의 모든 기수를 통틀어도 압도적으로 많은 실전을 겪은 인원이었다.
오히려 연차가 얼마 쌓이지 않은 기사들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게 다 이안 아이넬의 훈련 덕분이었다.
왕국 역사에 이름을 날릴 정도로 위대한 기사들에게 훈련받았고.
이안과 엮이면서 목숨의 위협을 몇 번이고 경험하거나, 그가 소환한 마수들을 함께 사냥해왔다.
이제 이들을 기사 생도라고 지칭할 수 있는 건 나이밖에 없었다.
나이만 아니라면.
나이트 아카데미의 생도만 아니라면.
이들은 어엿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기사였다.
“이안이 보면… 좋아하겠다.”
속삭이듯 중얼거린 샬롯.
주변에 마수들의 비명과 살 찢기는 소리가 난무했으나 의외로 소녀의 작은 목소리는 모두에게 또렷하게 들렸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열심히 키워놓은 어리숙하던 꼬맹이들이, 이제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마수 무리를 뚫고 달려가고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할까?
기뻐하며 웃을까?
왜 여기까지 왔냐고 질타할까?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은빛사자 연구회는 자신들의 부장을 향해서 가는 걸음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 * *
“하악! 하악! 하악!”
머리가 띵하다.
하늘이 붉은 건지 아니면 내 시야가 붉은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현기증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거친 숨소리만 대강 들려올 뿐이었으나 이게 내 숨소리라는 걸 알아차리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미… 친!”
욕지거리를 내뱉을 힘도 부족했지만 이런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었다.
“단…! 가… 왔… 입 벌…!”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웅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으며, 누가 말하고 있는 건지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입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액체는 마른 혀가 게걸스럽게도 탐했다.
꿀꺽 꿀꺽.
목을 넘어가는 미지근한 무언가.
피로한 눈가에 다시금 총기가 돌아온다.
현기증이 치솟던 머리를 누가 잡아준 것처럼 안정화되고 이제야 주변의 소음이 들려왔다.
“단장님!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아우, 씨.”
나를 지키고 있던 건 워즈였다.
그는 평소의 차가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애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장님! 한 병 더 마시겠습니까?! 단장님!”
“괜, 찮아. 진정됐어.”
워즈의 손에 들린 건 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었다.
마나를 안정화시켜준 물건으로 메이지 아카데미에 남겨져 있던 걸 몇 개 주워서 챙겨뒀다.
“젠장, 마법사들은 원래 이 고생을 하면서 싸우는 건가?”
기사일 때는 몰랐던 고충이었다.
기사단과 더불어 힐다까지 마나를 펑펑 가져가니 몸이 남아나지가 않는다.
이틀까지는 충분히 버틸 만했으나, 시간이 계속 흐르면서 이제는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싸우고 있었다.
“괜찮아졌어?”
내 쪽으로 내려온 힐다.
그녀가 상공에 쳐둔 보호마법 덕분에 하늘에서 내려오던 마수들은 불타 사라지거나 경로를 변경해 아카데미 입구로 올 수밖에 없었다.
“얼추…. 차라리 검 들고 나가서 싸우는 게 훨씬 편하겠어.”
“안 되는 거 알지? 소환의 주체가 너니까 함부로 움직이지 마.”
“답답하게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평소였으면 나가서 싸우든 말든 뭐라 안 하지! 근데 여기서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원래였으면 슬슬 도망쳐야 했을 시간이다.
프롤라인 성으로 도망친 왕국군도 이제 어느 정도 정비를 갖췄을 테고.
나와 기사단이 아무리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수성하고 있다고는 해도 며칠이고 버티는 건 무리였으니까.
“여기서 우리가 마수들을 계속 모으면 왕국에서 반격하기도 쉬울 거라고 말한 건 너잖아!”
“그래, 그랬지.”
마나가 계속 사용되고 있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모양이다.
나는 억지로 지팡이를 쥐며 다시금 전황을 살핀다.
“역소환된 단원은?”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는지라 단원들도 하나둘 역소환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없습니다. 놈들이 잠시 공세를 멈췄어요.”
“아?”
그 말에 눈을 비비며 주변을 보자 정말이었다.
구름처럼 하늘을 지배하던 마수들은 사라졌고, 계속해서 칼부림이 이어지던 입구 쪽은 잠잠하다.
우리 단원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입구 쪽에 뭉쳐 있는 걸로 봐서는 언제 다시 마수가 밀려와도 바로 반응하기 위함이었다.
“며칠만이지?”
“이틀 만에 공세를 멈췄습니다. 아마 계속 이 정도 주기로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래, 저것들도 쉴 때는 쉬어야지.”
저번에도 이틀 정도 공세를 쉬지 않고 퍼붓다가 멈췄던 걸로 기억한다.
가파르게 숨을 내쉬자 힐다가 다급하게 다가와서는 손을 뻗어 내 가슴팍에 대었다.
요동치던 마나가 슬금슬금 가라앉으며, 그녀의 지휘에 맞춰서 혼란스럽던 신체가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힐다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령마법으로 마몬한테 저항하고 있는 건 알지? 너무 과하게 마나를 사용하거나 정신을 잃으면 그것도 의미 없어.”
“어쩐지, 이 자식 계속 튀어나오려고 애를 쓰더라.”
마나에 계속 마몬의 기운이 섞여서 뿜어져 나온다. 이렇게 현기증을 느끼는 것도 단순히 마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왕국 기사랑 마법사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렇게 시간을 끌고 구도를 좋게 짜줬으면 얼른 와야 하는 거 아니야?”
힐다의 투덜거림은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우리는 왕국군이 싸우기 꽤나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우리 쪽 입장이고.
왕국군은 또 다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도망칠 준비는 해둬야지.”
“우리는 남겨두고 베히모스 타고 도망치면 되잖아.”
어차피 소환수니까 역소환되어도 다시 소환할 수 있다. 그런 뜻이었으나.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아득바득 남아있는 것이기도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억지로 몸을 풀며 기사단원들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으음?”
저 멀리, 도시 밖에서 익숙한 기운이 풀풀 풍겨왔다.
당장에 내 안에 있는 대악마와 똑같은 기운.
혹시 다른 대악마가 온 건가 했으나 그것치고는 작으면서도 익숙했다.
마치.
“설마… 다이니?”
내가 마몬의 기운을 넘겨준 다이니처럼.
그때 우리 기사단의 유일한 궁수인 한나가 급하게 다가왔다.
“단장! 지금 도시에 있는 마수들이 바깥쪽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원이 온 것 같습니다.”
지원?
아니, 이건 지원이 아니라.
“짐이야.”
그리 말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머저리들이 분수도 모르고 끼어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애들을 잘 키웠다는 만족감도 차올랐다.
기사된 자로서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장소를 아는 것.
“힐다, 나 따라와!”
나는 베히모스 위에 올라타 부원들을 마중 나갈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