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28
13시 강하 훈련을 위해서 IL-10으로 향하던 중에 자신의 지시대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아세라는 무척이나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휘관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망할······’
아세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대원들에게는 이번의 강하 훈련이 마치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만들었다.
“중대장······대위 승진을 앞두고 있는 건가?”
참가하게 된 중대원들은 아세라가 초조해 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렇게 말을 주고 받았다. 무엇인가 불안해 보이는 중대장의 얼굴에서 이들도 아세라와는 조금 의미가 다르지만 나름대로 해석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세라도 쉽게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게 되었다. 병사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죄책감 탓인지,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들을 해도 별다르게 대꾸하지 못했다.
‘······나는 유능한 지휘관은 못될 것 같다.’
아직 자신을 절제할 줄 모르니 아세라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자책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대원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든 그녀는 이들에게 훈련을 강요하면서 실수가 없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시 10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는 이때,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따분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숙소의 밖에 나와 있었다.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음료수를 앞에 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었는데 디네스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들과 무엇인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시리나 제이나 마커스 중위는 체구가 큰 건장한 남자와 무엇이 즐거운지 유쾌하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시에나에게는 별로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시에나이기는 했지만 남을 대하는 그녀의 성격 탓도 있었고, 크라우프와 약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쉽게 남자들이 접근해 오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시에나가 이런 사실을 곤란하게 여기거나 할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뒤로 모아 묶어 놓은 머리카락을 풀어놓고 있었다. 시에나도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을 풀었는데 거칠져 있는 것이, 자주 머리를 뒤로 모아 묶다보니 머릿결이 많이 상한 것이라 싶었다.
다른 사람들 중에은 시에나를 보고 동정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와 부적절한 관계을 가졌다는 사실은 알게모르게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었다. 레온 시티에서의 그 정비병 여자와의 소문하며, 다들 시에나가 그런 크라우프에 대해서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혹은 불쌍하다고 말을 했다.
남자들 중에서는 크라우프의 성적 능력이 대단해서 시에나가 차마 못헤어 진다고 떠들어 대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면서 부럽다고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상당히 경멸스러운 말들이었지만 시에나는 굳이 이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꾸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시에나에게 크라우프가 이런 소문이 있다고 하면서 화도 안나냐고 넌지시 묻기도 했다. 그러면 시에나는 물론 화는 난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코프가 하는 일인데. 나는 상관 없어!”
오히려 태연하게 대답을 해 버려 다들 기가 차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크라우프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레아를 비난했다. 남자에 환장한 여자라고 하면서 남자가 모자라 공개적으로 약혼자 있는 크라우프에게까지 몸을 바쳤냐고 하면서 오히려 다이레아가 실컷 비난 받고 있었다.
실상을 알고 있는 시에나로서는 우스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크라우프와 같이 생활하면서 자신은 그에게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여러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이레아는 자신과 입장이 달랐다. 그녀가 크라우프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자신은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가슴에 문신을 새기게 되면서 평생을 크라우프에게 바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이런 자신의 행동에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에나는 잠시 과거 생각을 하면서 왼손으로 약간 앞으로 흘러 내려져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여기 있었나?”
그때 시에나의 옆으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고개를 돌려 보니 라티시드 상사가 다가와 있었다. 오전에는 술취해 비틀거리더니 지금은 말짱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술냄새가 풍겨와 시에나의 인상을 찌뿌리게 했다. 사실 대대에서 기피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라티시드 상사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전투 중이나 그렇지 않은 때나 항상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의 바리스타는 연료보다 술을 더 많이 싣고 다닌다는 비아냥도 있을 만큼 상사는 늘 술에 찌들어 있었다. 대부분 그가 왜 이렇게 술을 마시는 지 제대로 이해 못했지만, 얼마전의 일 때문에 시에나는 어딘지 모르게 그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런 동정따위 상사가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드러나게 그를 위로해 줄 수도 없었다. 시에나는 평소와 같은 표정과 어투로 물었다.
“술은 깼어?”
시에나의 물음에 상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먼저 잘못했다며 사죄했다.
“미안······오전에는······좀 헛소리를 해댄 것 같아서······나도 모르게······”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손으로 긁적이며 말하는 그의 솔직한 사과에 시에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오히려 라티시드 상사를 걱정해 주었다.
“너무 술 마시자 말아요.”
그렇지만 상사는 시에나의 충고에도 잠시 자신의 왼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앞으로 들어 보였다.
“맞아······나는 너무 술을 많이 마시지? 이제 잠시 전쟁도 끝이 났으니 술을 끊어 볼까?”
그런 다음 히죽 웃으면서 다시 술을 입안에 흘려 넣었다. 시에나는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라티시드 상사와 자신은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빙긋 미소를 보여주고는 다시 되돌아서서 가는 그를 바라보며 시에나는 가볍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는 이곳에서는 모든 것의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2시 10분 아세라는 자신의 방에 돌아와 계속해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있었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무엇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애써 정리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오히려 더욱 심란해 졌다.
‘무엇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시간은 게속 흘러가기만 하고······’
이제까지 수많은 가정이 아세라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만일 에이센의 군사 기지 건설을 알아 차리고 파츠 베이스군 특공대라도 투입되었었다고 한다면, 이렇게 오래 시간이 지나 버렸으니 지금은 모두 철수했을 것이다. 그 가정이 가장 유력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세라였다.
‘하지만······’
굳이 자신들에게 확인을 해보라고 한 리얼드 중령의 의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늘상 무엇인가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단순히 복화술에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계셨다. 병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사람도 자신들과 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었다. 본래 그 작전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은 자신들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아니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조차 알수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겠지?’
아세라는 초조함이 자신을 너무나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아마 자신을 따라온 중대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도 의아하게 느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대위 승진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소행성에 강하 훈련을 하는 것 뿐인데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냐고 다들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대놓고 의문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었다. 단지 아세라가 이번 훈련으로 무엇인가 상부에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이었다. 어쨋든 적과의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는 위험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럼으로 해서 혹시 함장으로 나서려는 것이 아닌가 짐작하기도 했다.
무엇인가 계속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던 아세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버렸다. 이때 페넬로페라도 있었다면 털어 놓고 의논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혼자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두렵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기랄······”
그녀는 문득 이런때 크라우프라면 어떻게 했을까 싶었다. 갑자기 그가 생각이 나 버리자 아세라는 조금 허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털썩 주저 앉고는 이내 등을 대고 벌렁 누워 버렸다.
크라우프는 지금 대대장이라는 지위에 올라 있을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전공을 세우고 승진을 하는동안 자신은 아직까지도 중위인채 였다. 처음 만났을 때 크라우프는 소위였었는데 1년도 안되는 시간에 그는 자신보다 앞서 나가 버렸던 것이다. 솔직하게 졌다고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고민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게 느껴졌다.
‘······그가 잘 되기를······’
크라우프와는 좋은 친구, 혹은 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자, 그가 지금보다 더 잘 되기를 바라면서 아세라는 그 상태로 잠에 빠져 들었다.
================================================================================
‘의학과4년생’님의 질문…”크라우프의 제목은 아직 변경이 안된건가요? 아니면 아직 구상중이신건가요??”…
…뭔 말씀인지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크라우프”라는 대제목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그…조금은 엽기적인 “소제목들” 말씀이신지요…
일단 작가넘은 대제목은 바꿀 생각이 없다고….합디다…
소제목의 경우 제-누군지 아시죠?-가 붙이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다음화부터 제목을 바꿀 예정이었습니다…
…뭐, 이번에도 뻔하지요…흐흐흐…케케케…캬캬캬캬….쿨럭~ ㅡ_ㅡ;;;
…피곤함 때문에 맛이 간 아뒤쥔장이었습니다…아..어째 월욜이 더 피곤하냐…쩝…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53…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27일 10시 10분 아세라들을 태운채 목적지인 IL-10에 도착한 경비함은 예정했던 대로 소행성에 직접 접근하지 않았다. 아세라는 파일럿슈트 차림으로 함교에 올라 조금 좌우로 퍼진 감자와 같이 생긴 IL-10소행성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 기괴하게생긴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통신기를 집어들고 전체적인 작전을 지시했다.
“좋아······바리스타로 강하 작전을 시작한다.”
지금 아세라는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직접 선두에 서지는 않았다. 24명의 강하 훈련 대상자들이 각자의 바리스타에 올라 발진 대기 상태에 들어가자, 그녀는 예정했던 대로 훈련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시간 260년 11월 27일 10시 12분 작전을 개시한다. 예정보다 12분 늦었다.”
그녀의 재촉에 바리스타 파일럿들이 발진 하겠다는 통신을 보내왔다.
소행성과의 거리를 산출해 낸 결과 경비함에서 발진해 목표지점까지 도착하는데 약 15분 정도가 걸린다고 표시되었다. 아세라는 바리스타들에게 발진을 하라고 지시한 뒤 함장에게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따로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중위님!”
경비함의 함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아세라가 꽤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자 적지 않게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다.
생각 외로 발진이 지체되어 10시 15분이 되어서야 첫 번째 기체가 사출장치에서 우주 공간으로 발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늦다! 서둘러!”
아세라의 호통에 파일럿들은 알겠다는 대답을 하면서 로켓추진기를 작동시켜 차례대로 발진했다. 경비함에 설치되어 있는 2개의 사출장치를 통해 모든 바리스타가 차례대로 발진하고 있었다. 상당히 숙련되어 있는 파일럿들이라서인지 모두 발진하는데에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강 대열을 정비하면서 목표 지점인 소행성 쪽으로 전진해 나갔다.
아세라는 불안한 마음에 습관적으로 왼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선두에서 고속으로 전진하고 있는 2대의 바리스타가 추진제를 분사하면서 남기는 은색의 잔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15대의 바리스타가 전진해 나갔다. 남은 7대는 경비함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아세라는 왼손 주먹을 계속해서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부하들이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무척이나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젠장할······’
어렸을때 듣기로는 어머니는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발진하는 부하들을 수없이 보았다고 했다. 어머니의 부하들 중에서는 생사 고락을 함께한 오랜 친구들이 많았다. 16살 때 중사로서 전투기 파일럿에서 바리스타 파일럿으로 전향했을때, 같은 소대에 배치됐던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가 어머니가 함대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녀의 지휘하로 들어왔다고 했다.
저렇게 발진해 나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오랬동안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으니 어머니가 얼마나 불안해 하셨을까 이해 되었다. 이렇게 함교에서 지휘관이라는 입장에 있다 보니 새삼 그런 기분이 드는 아세라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발진하는 중대원들 모두를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이름이나 어느정도 기억하는 선이었다.
‘겨우 이름 정도······’
아세라는 자신이 부하들에게 조금 무심했다고 자책하며 잠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을 헛되이 희생되게 하지 않는다. 아마 이것이야 말로 지휘관이라는 입장에 선 사람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10시 30분 예정대로 소행성의 중력권 내로 들어선 바리스타들은 차례대로 강하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행성의 자전주기는 48시간정도였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은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소행성으로 손쉽게 내려설 수 있었다. 5대의 바리스타가 강하 지점의 상공을 경계하고 나머지들은 모두 목표지점의 위쪽 사면에 하나씩 강하해 내려갔다.
강하 즉시 훈련 받은 대로 범위를 넓히고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어느정도 안전이 확보된 것이 확인 되자 아세라는 경비함을 전진시키라고 지시했다.
“강하 부대. 특이 사항을 보고하라! IL-10에서 특이할 사항이 있나?”
아세라의 물음에 강하한 중대원들은 별다른 보고를 해오지 않았다. 별다른 보고가 없으니 전투의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작전의 초반이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다. 경비함 함장에게 이곳은 파츠 베이스와의 접경 지역이니 언제 적과 마주칠지 모른다고 주의를 주면서
“배를 소행성 표면에 강하시키지 말고······10분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게······IL-10에 대한 탐색은 내가 직접 내려가서 수행하겠다.”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한뒤 천천히 경비함이 전진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 10분 뒤 아세라가 우주 공간으로 발진해 나왔고, 그녀의 뒤를 따라 경비함에 주변에 잔류하고 있던 바리스타들이 전부 아세라의 뒤를 따라왔다. 이렇게하면 경비함의 방어가 취약해지나, 파츠 베이스와의 접경 지역이기는 했으나, 만약 적이 출현한다고 해도 겨우 10분거리였기 때문에 경비함이 위험해지기 전에 귀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비함의 함장과도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경비함보다도 소행성에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함장도 간단히 동의했다.
그녀는 휘하 24대의 바리스타들 중 궤도를 경계 중에 있던 5대에게 계속해서 경계및 통신을 확보하라 지시하고는 소행성 표면위로 강하해 내려갔다.
조심해서 표면에 내려 선 아세라는 주변을 경계 중에 있는 부하들에게 탐색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 아세라 자신도 직접 바리스타를 타고 IL-10의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강하 지점에서 아래쪽으로 50km정도 떨어진 곳에서 갱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본래 이 소행성이 자원 채굴용으로 개발된 것이니 곳곳에 갱도가 뚫려 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추진제를 서서히 분사하면서 갱도의 입구까지 내려간 아세라는 바리스타를 몰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약 10m정도 들어간 이후로는 갱도가 좁아져 더이상 바리스타를 타고 들어 설 수 없었다.
“쳇······”
아세라는 짧게 혀를 찼다. 어쨌든 안쪽을 조사해 봐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결심을 굳히고는 콕핏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중위님?”
주변의 부하들이 걱정을 했지만 아세라는 괜찮다고 하면서 일단 이 안을 조사해 보는 것이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자신을 따라온 2명 중 1명에게 밖을 경계 하라하고 나머지 1명은 자신을 따라 오라고 했다.
아세라는 서바이벌 키트를 손에 들고 오른손에 랜턴을 가지고 안쪽으로 몸을 날려 들어갔다. 갱도는 바리스타가 들어가기에는 좁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기에는 어렵지 않은 넓이였다. 아세라들은 위치 표시기를 작동시키면서 갱도 안쪽으로 몸을 날려 들어갔다. 대부분의 갱도가 전문 채굴장비를 동원했었는지 바리스타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이런 곳에 군기지가 건설되려 했다는 건가?’
그녀가 의아해하며 100여 미터 정도를 더 들어갔지만,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없었다. 조금더 전진하자 다소 주변이 좀 넓어 졌다. 아세라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동행해온 파일럿에게 다시 돌아갈까를 물으려 했다. 고개를 뒤로돌려 파부하를 바라보려던 그녀의 눈에 순간 무엇인가 자신쪽으로 툭 부딪쳐 오는 것이 보였다.
“응?”
그녀는 별 생각없이 뒤돌아 보았는데 갑자기 눈을 부릅뜬 사람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꺄아악!”
아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무중력 상태였기 때문에 허공에서 허우적 대다가 끝나 버렸다. 그것은 눈을 부릅뜬채 죽어있는 한구의 시체였다.
같이 따라온 파일럿도 꽤 놀란 표정이었다. 아세라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조심해서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그 시체를 살펴 보았다. 40대 중반의 남성으로서 기밀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런 공기가 없는 무중력 공간에서 헬멧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시체는 질식사 한 듯 초첨이 맞지 않은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빼문채 죽어 있었다. 기밀복을 보아서는 파츠 베이스인 같았다.
“뭐야?”
아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권총을 빼들며 주위를 경계했다. 부하도 똑같이 권총을 빼들면서 긴장하고 있었다. 조심스레 시체를 살핀 그녀는 시체의 몸에서 심한 상처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순 질식사 한 것 뿐일까 싶었다.
“함에 보고해라!”
아세라의 말에 같이 따라온 파일럿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통신기를 열었다.
그녀는 그 시체를 툭밀어낸 뒤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고 했다. 권총과 렌턴을 같은 방향으로 잡으면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한쪽에 뚫려 있는 갱도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섰다. 질식사한 시체는 벽에 가볍게 툭하고 부딪치고 다시 허공에 둥실 떠 있었다. 들어선 갱도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무척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아세라들이 돌출된 부분에 파일럿슈트가 찟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시 60미터 정도 갱도를 따라 들어갔을때 그곳에서 인공의 구조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엇?”
이런 소행성 광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격벽 구조물에는 반쯤 열려져 있는 문이 있었다. 아세라는 꼭 무슨 에어로크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권총을 움켜 쥔 아세라가 먼저 렌턴을 이리저리 비추며 그안을 살펴 보았다. 여기에서 부터는 인공의 구조물이었다. 10여명 정도 들어설 수 있는 기밀공간이 보였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서기 전 이 문이 안쪽에서도 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경비함으로 통신을 보낸 뒤 그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걱정 되었지만 아세라는 통신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레버를 돌려 잠근고 안쪽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펴 보았다. 안쪽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잠시 문을 살펴보던 아세라는 이 문이 간단한 원리로 작동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문의 양쪽 기압이 같아 져야만 열리게 되어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안쪽에 공기가 있다는 말이 된다.
잠시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고민하고 있던 아세라는 전자 장비가 정지되어 버렸을 때를 대비해 수동으로 공기를 주입하는 레버를 발견하고 그것을 내렸다. 순간 머리 위쪽에서부터 기계음이 들리며 공기가 주입되는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