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9
계획된 대로 22일 정각 네페르에서 뱅상 바리에 대장이 선제공격을 가해 모두의 신경이 네페르에 쏠려 있을 때, 지엘하르트 대장은 함대를 이끌고 파츠 베이스의 본거지인 유케울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예정이었다.
이번 작전의 기본 방침은 유케울의 점령이 아니었다. 네페르와 알베르를 완전히 에이센의 지배하로 만들면서 파츠 베이스의 최전선 사령부의 한쪽 축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려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모두 최선을 다합시다.”
지엘하르트 대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위안 중장은 오른손에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반란군들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이런 역사적인 군사 작전에 본관이 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입니다.”
일단 적 경계 병력이 적은 알베르 행성계를 우회해 유케울로 신속하게 진격한다면 7월 5일 안쪽에서 유케울의 외각에 당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파츠 베이스는 네페르에 집결한 에이센 함대에 대항해서 약 15만 척에 가까운 전함대를 집결시키고 있었고 계속해서 병력을 집중 시키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이에 대비해 에이센도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 3만 척의 전투 함대를 증파해서 11만 척 정도의 함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현재 보충이 예정되어 지고 있는 양측의 추가적인 전력을 합한다면 거의 30만 척에 달하는 전투 함대가 맞붙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파츠 베이스와의 휴전 이후 최대의 군사 충돌로 기록되는 것이었다.
지엘하르트 대장은 신속한 함대의 움직임만이 이번 함대 작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자신들의 움직임이 파츠 베이스군에게 발각 된다면 자신들은 적진 속에 완전히 고립되어 버리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휘하 함대 5만 5천 척은 전멸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이 두 사람에게는 이번 작전의 목적이 유케울을 직접 공격하는 것에 있다고 다시한 번 주지시키며, 뱅상 바리에 대장이 네페르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 대부분을 붙잡아 주고 있는 사이 자신들도 우회 전력으로 돌릴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을 투입해 적의 심장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큰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20만 척 정도의 파츠 베이스 함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어 차후의 군사 작전에 큰 우위를 점유할 수 있게되는 것이었다.
지엘하르트 대장은 이번 자신들의 군사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기동 준비에 들어가자고 했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6월 21일 19시 네페르 행성계에서 에이센함대와 마주보는 최전선에 나와있게 된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페르의 넓은 주역에 가득 들어차 있게 된 수많은 인공의 광점의 무리들은 아담을 적잖게 불안하게 만들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는 이제 거의 15만 척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에이센 함대도 꾸준히 함대를 보충해 현재는 약 11만 척 정도로 전력이 늘어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신중한 것인지 아니면 완전한 승리를 거두고서 네페르의 유인 행성들을 점령하려는 것인지 몰라도 전쟁이 시작되고 20일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유인 행성에 대한 강하 작전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예 행성 내부의 거주민들을 굶겨 죽이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 정도였다.
‘망할 자식들······’
그는 정찰 행동 도중 전투의 흔적들 사이에서 에이센 함대에 최대한 근접해서 적들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저들도 빼곡히 전함대를 갖추어 놓고 언제라도 공격을 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고 다시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아담도 그런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도대체 이런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대국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1개 행성계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병력이 집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아담은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자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자신들은 알베르와 네페르 행성계를 탈환해 60억 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에이센의 손아귀에서 구해낼 자신이 있었다.
‘이런 작은 지역을 어떻게 해보기 위해서······’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사령부에서는 전투에 임하게 되는 병사들에게 매일같이 푸짐하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자신들의 목숨만은 하지 못했다. 그는 이런 곳에서 대치만 하다가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햇다. 양측의 협상이 재개되어 에이센 함대가 자발적으로 철수할지 모른다는 상상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훈 장교들은 에이센이 협상 일체를 거부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떠들고 있었다.
‘다시 전쟁이라······’
아담은 지휘관의 입장으로서 지난번 로드리게스 중장이 전사하고 이번에 새로 부임한 피로넨 중장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햇다. 뭐 함대 지휘관이야 특별히 아주 뛰어난 사람이 아닌 이상은 비슷한 능력들의 소유자들이었다. 거의 다 비슷한 과정을 교육하는 사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군사 지식은 대동소이했다. 다만 다른 것은 부대를 지휘하는 스타일의 차이였다. 그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독특한 실무와 군사 지식을 쌓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군사적인 능력은 엇비슷했다. 전쟁에서 승리란 숫자가 적보다 많고 보급과 통신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이지 지휘관 혼자 잘났다고 앞장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다. 지휘관이 아무리 대단해도 병력도 적보다 적고 보급과 통신도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그 지휘관보다 덜한 평범한 지휘관들에게 결국에는 패배하게 될 것이다.
아담은 지휘관이란 그 자신이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정해주고 그것에 맞게 사람들이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투에 들어서면 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목적을 심어 주는 것이야 말로 지휘관의 임무라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함대 지휘관이 누가 되었든 아담은 일개 바리스타 부대의 지휘관일 뿐이었다. 공중 전투부대 지휘관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일 뿐이었다. 함대 전투나 이런 엄청난 병력을 동원해 싸워야 하는 전투에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었다.
같은 시각 래리는 리아 케린 듀런트 상위와 함께 보급 함대에 몸을 실었다. 로베르트 피로넨 중장은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에 부임하면서 그 자신이 데리고 온 참모들도 함대를 재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래리는 듀런트 상위와 함께 유케울로 복귀 하라는 유케울 사령부의 지시를 받았고 보급 함대의 귀환에 발맞춰 네페르 행성계를 떠났다.
그는 카레트 중장이 손을 써서 자신을 사령부로 불러들이려 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명령에 순순히 따랐다. 리아 듀런트 상위는 래리의 옆에 서서 다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하며 아쉬워하고 있을 그를 위로해 주었다. 래리는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어쨌든 돌아가면 무슨 좋을 일이 있겠지 뭐!”
그러면서 돌아가는 길이 피곤하거나 괴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자신의 옆에 있는 리아 듀런트 상위 때문에 그럴 것이다. 래리는 먼저 자신에게 다가와 사귀자고 말했던 리아에게 정식으로 사귀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그녀는 흔쾌히 그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둘이 있을 때에는 리아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서 키스도 함께 받았다.
그는 최전선에서 이제 후방으로 빠지게 되어 아쉬웠지만, 나름대로 큰 수확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리아라는 사람과 이제 정식으로 알게 된 것이다. 래리는 리아에게 자신의 가족들 얘기를 해주면서 전에 보았던 엘레비아가 꽤 좋아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엘레비아는 꼭 자신을 만나면 래리가 결혼해 조카 좀 보고 싶다고 늘 떠들어 왔었다고 말해 주면서, 그녀를 단순하게 한때만의 즐거움을 위해서 사귀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22시 30분 15만 척이나 집결한 파츠 베이스 함대에 공격을 앞두고 있는 에이센 함대 지휘관 뱅상 바리에 대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공격 명령이 하달되었다. 이것은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국방장관인 아델베르크 원수로부터 직접 하달된 것이었다.
그는 이번 군사 작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꾸준히 병력을 네페르로 증강시키고 있었다. 이번 군사 작전에서 자신들이 예상한대로 적들이 움직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적의 병력을 최대한 네페르로 끌어들여 파츠 베이스의 후방을 병력을 최대한 전선으로 끌어 들이도록 유도하고, 현재까지 파츠 베이스의 정보망에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를 우회시켜 적의 본거지를 급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뱅상 바리에 대장의 역할이었다.
‘빌어먹을······’
파츠 베이스는 꾸준하게 병력을 증강시켜 시간을 조금 더 끌게되면 자칫 20만 척 정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국지적으로 2배의 병력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있게 될지도 모르는 바리에 대장으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군사 행동의 목적은 다른 것이 아니라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의 완전한 점령과 파츠 베이스군의 유케울 최전선 사령부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다. 이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엘하르트 대장은 우주 공격군 소속의 함대 지휘관으로 20년 전쟁 말엽 카디나 크렐 중장의 휘하에서 활약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20세에 중령으로 승진했을 정도로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깊은 안면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명성이 대단한 만큼 어려운 작전을 제대로 실행해 주고 자신의 이런 전투 행위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는 믿음 을 가져야 했다.
그가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본 참모장 한스 그루버 중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도 자신들의 생각과 같이 한다면 걱정이라는 말을 했다.
“저 반란군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단 말인가?”
바리에 대장은 히죽 웃으며 그루버 중장의 말을 받았다가 순간 말끝을 높였다.
“망할 자식들! 저 함대를 지휘하는 지휘관들 중에서 20년 전쟁에 참가하고 베르베라 황립 사관학교 출신도 있을 텐데!”
바리에 대장은 짧게 혀를 차면서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반란군들을 지휘하는 작자가 우주 공격함대 사령관을 역임했던 막시밀리엄 슈페펜부르크 대장의 동생이라더군요.”
“맞습니다. 홀스트 슈페펜부르크라고 했죠?”
그루버 중장의 대답에 바리에 대장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일가 피붙이 들이 모두 베르베라와 그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대장의 기억에는 259년 심장 마비로 사망한 슈페펜부르크 대장과 전에 만났을 때 동생이 반란군에 가담한 일을 크게 탄식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했다. 슈페펜부르크 대장은 자신은 황제에게 사면을 받아 이렇게 우주 공격군 사령관까지 맡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언제나 마음에 걸렸다고 걱정 했었다. 신족의 독립이니 무엇이니 다 쓸데없는 일이었다. 혼혈인들이 많고 신족인 바리에 대장 자신도 이렇게 출세할 수 있는데 신족의 차별이니 그런 것이니 다들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런 것들 모두 반란을 획책한 그 피델 아론을 비롯한 파츠 베이스의 간악한 무리들이 민중을 호도하고 사실을 자신들에 맞게 허위로 조작하기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었다. 여론을 조작하고 전혀 사실 근거도 없는 것을 사실처럼 조작해 믿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파츠 베이스라고 자칭하고 있는 저 반란자의 무리들에게 딱 알맞은 것들이었다. 이들은 더욱이 하만 바이파를 비롯해 에이센 곳곳에 스파이를 침입시켜 사회 혼란만 야기하고 테러만 거듭하는 간악한 자들이었다.
신족의 혈통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반란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한가지 사실 중 하나는 현 황제이신 게르트 하우츠 폐하께서도 신족의 혈통을 잇고 계신 분이라는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제 2대 황제이신 윌리엄 그레이트의 황후 카츄아 파웰이 고귀한 신족 출신이라는 것도 쏙 빼먹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에이센의 황제도 또한 신족의 혼혈인 것이다. 그것도 고귀한 신족의 혈통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모두 간과하고 쏙 빼먹어 버리고 모든 사실들이 신족들이 탄압과 억압을 받았으니 에이센에 독립해야 한다는 그런 빌어먹을 논리로 에이센 국내의 평화와 안정을 무너뜨리고 있는 자들이 파츠 베이스라는 간악한 집단들이었다.
‘저 반란자들을······’
파츠 베이스인 들이 내세운 3,000억 명 이상의 신족들이 학살당했다는 사실도 또한 무척이나 과장된 일이었다. 그 정도가 단시일 내에 학살당했다면 신족의 인구가 현재와는 달리 대폭 줄어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실 아이크가 멸망하고 어느 정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있겠지만 신족들의 국가가 멸망하도록 만든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아이크 제국을 지배하던 부패하고 오만한 황족들이었다. 황족들은 황자만 3천 명에 달하고 공주만 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자식들이 많았고, 이들과 소위 고귀한 혈통을 가진 귀족들은 전혀 노동을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와 권력, 그리고 온갖 특권적인 권력으로 전 아이크를 지배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부를 소수의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민중의 고혈만 빨아 먹던 이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것이 에이센 황실이었다. 부패할 대로 부패해 단지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 살기만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귀족들을 모조리 공개 처형해 버린 것이 바리에 대장으로서는 매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이 자리에까지 올라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의지를 최대로 발휘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공격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6월 22일 00시를 기해 바리에 대장은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짓눌러 오는 긴장감에 그는 조용히 심호흡을 한번 했다.
================================================================================
에…크라우프가 부임하는 곳이…아이크 주변이라지요?
파츠 베이스가 그쪽을 공격한답니다…(경사났군요…쥔공이 활약하게 될테니…^_^;)
음…왜 아이크 방면을 공격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을 지 몰라…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아이크는 신족들의 성지이므로 정치적, 상징적, 군사적인 가치가 있음…
또한 이곳에 집중된 에이센의 이목을 분산시켜, 비록 아이크의 점령에는 실패하더라도 병력의 분산이나, 협상의 유리함을 꾀할 수 있음…
그리고…가장 중요한 이유로는…크라우프 승진해야 되요~~ ㅠ_ㅠ 너무 오래 소령에 머물렀어…우엥~ T^T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14…
26일에는 서버다운 이라네요…
어쩌면 일일연참이 깨질지도…쩝…아까운데…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6월 22일 0시 정각 약 1시간 전부터 에이센 함대의 활동량이 갑자기 많아졌다. 혹시 이들이 공격해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 사령부는 에이센 함대가 공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는 보고에 즉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에이센 함대가 공격해 나왔습니다.”
통신 장교의 보고에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짧게 혀를 차면서 가장 근접해 있는 그레마니 중장에게 반격 지시를 내렸고, 그레마니 중장은 휘하 함대 지휘관인 캘리 찬드라 소장에게 먼저 대응해 나가도록 했다.
캘리 찬드라 소장은 올해 57세의 흑인 여성으로 실무 경험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다. 소위 시절부터 경비함에 탑승했던 사람으로 상좌에 오를 때까지 경비함대를 지휘 통솔했던 인물이었다. 그 덕분에 승진이 늦은 편이기는 해도 함대 실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경험이 많았다. 물론 함대 지휘관으로서도 결코 손색이 없는 우수한 지휘관이었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에이센 함대에 대응해서 찬드라 소장을 출격 시키고 에이센 함대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들은 적어도 에이센 함대 보다 4만 척 이상이 많기 때문에 에이센 함대가 쉽게 공세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에이센 함대가 이렇게 공격에 나선 것은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7월 1일 정도에 다시 4만 척 정도를 지원 받으면 에이센보다 거의 2배의 병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때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대대적인 공세를 가해 에이센 함대와 결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웅크릴 것으로 예상했던 에이센 함대가 먼저 공세를 취해 왔다.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공격해 들어온 적들에 대해서 그대로 그 공격을 받아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에이센 함대의 공격 선두에 서고 있는 함대 지휘관은 시드 리노야 중장이었다. 그는 갈색 머리카락에 검은 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남성으로, 자신의 기함 에링거 Ⅷ호의 지휘 데스크에서 팔짱을 낀 채로 자신 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는 자신들 보다 병력 적으로 4만 척 정도나 우세했다. 함대 운용과 전투에서 자신들이 움츠러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렇게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리노야 중장의 후방으로 총사령관 뱅상 바리에 대장이 주 전력을 전진시키고 있었다. 그는 스며드는 불안감에 잠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 와 있는 것이고 자신보다 더 불안해하고 있을 병사들을 생각하면서 지휘관으로서 결코 움츠려 들지 말아야 겠다 다짐했다.
0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는 파일럿슈트를 입기 전 라디아 파드 중위와 허겁지겁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별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 라디아와 실컷 즐기고 나서 깜빡 잠에 빠져 버렸는데 갑작스럽게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젠장할놈들! 싸우려면 낮 시간에 싸우지!”
아담은 짧게 투덜거리면서 라디아와 함께 샤워를 마쳤다. 전함은 밤낮 구별없는 우주 공간에 있었지만 표준시를 기준으로 살고있는 사람 몸 안의 생체 시계는 밤 시간이 되면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휴······어쨌든 에이센 놈들은 밤낮이 뒤바뀐 놈들 아니겠어?”
라디아도 아담의 투덜거림에 맞장구치면서 옷을 입고 탈의실 쪽으로 나왔다. 이미 많은 파일럿들이 전투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되자 전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에이센 놈들은 참······잠도 안자고 싸우자는 거냐!”
누군가 투덜거리는 말을 흘려 들으면서 아담과 라디아는 한숨을 내쉬며 탈의실에서 일단 파일럿슈트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식당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야식을 먹었다.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파일럿슈트 차림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제 함대끼리 전투가 벌어질 것인데 모두들 생각 이상으로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담은 식사를 충분히 하고 라디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전투대기 상태였기 때문에 대기실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대기실에는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파일럿들이 아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라디아와 헤어지기 전 짧게 키스를 나눈 뒤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라디아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제부터는 계속된 기다림일 뿐이었다.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의 함대는 서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조금씩 함대의 침로와 진형을 변형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서로의 함대 운용술이 조금이라도 뛰어남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이 함대를 기동시키고 있었다.
04시 40분까지 이어진 함대 기동은 05시 정각 에이센 함대의 미사일 공격이 행해지자 본격전인 전투상황으로 변해 버렸다. 이것은 양측이 서로 교전을 위해 그동안 기동했으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드 리노야 중장의 함대가 포문을 열기 시작하자 이에 대응해 출격해 나왔던 캘리 찬드라 소장의 함대도 사격을 개시했다.
“쏴라!”
리노야 중장의 명령과 동시에 수많은 미사일들이 우주 공간을 가르며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에 맞서서 파츠 베이스 함대에서도 다수의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상당한 거리였기 때문에 상대방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전열을 흐트러뜨려 놓기 위한 것이었다.
05시 05분 에이센 함대에서 발사한 최초의 미사일 공격이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 날아 들어왔다.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찬드라 소장의 함대 정면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쏴라!”
일부의 전함들이 미사일 공격에 피해를 입기는 했어도 찬드라 소장은 지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했다. 그녀의 지시에 맞추어 휘하 함대에서도 수많은 미사일들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에이센 함대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에이센 함대는 06시 정각 매우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해 나왔다. 서로간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하자 전함과 미사일 순양함에서의 약 15분간의 격렬한 포격이 전개 되었다.
에이센 함대는 파츠 베이스 함대와의 공간을 모두 미사일과 전함 빔포로 메워 버리려는 듯이 소나기 같은 포격이 계속해 가했다. 포격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전함 5천 여 척이 밀집 대형을 취해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뒤에 꼬리를 물고 역시 밀집 대형을 취한 순양함 5천 척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캘리 찬드라 소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렇지만 소나기 같은 에이센 함대의 포격에 전열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던 상태였다. 역시 전함과 중순양함의 화력의 차이는 컸다. 에이센 전함대 5천 척이 매우 밀집된 형태로 돌진 공격을 해 오는 것을 파츠 베이스군은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었다.
“쏴라!”
찬드라 소장은 중순양함과 순양함대를 수습하고 돌격해 들어오는 전함대 5천 척을 향해서 포격을 개시 하도록 지시했다. 전함들의 빔포가 발사되고 미사일들이 쏟아져 날아가 돌진해 들어오기 시작한 에이센 함대를 향해 날아 들어갔다. 순식간에 선두에 선 50여척의 전함이 불길에 휩싸였지만 이 함대의 돌격을 쉽게 저지할 수 없었다. 에이센의 전함대는 약 100여척 정도의 피해만 입고 파츠 베이스 함대와 근접해 들어올 수 있었다. 이들 함대의 뒤쪽으로 다시 순양함 5천 여 척이 밀집 대형을 이루어 연속해서 돌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에이센 함대 지휘관 뱅상 바리에 대장은 일차적인 함대 돌격이 첫 단계는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5천 척 씩 약 1만 5천 척의 함대를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 순으로 구성시켜 이들로 하여금 연쇄적으로 파츠 베이스 함대의 한 지점을 향해 연속으로 쐐기를 박아 넣어 돌파구를 만드는 전법을 사용했다. 나머지 함대는 지속적으로 파츠 베이스 함대에 포격을 가해 적이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을 저지하도록 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기하고 있던 공격 항공모함을 투입해 바리스타 전력으로 끝장을 내 버릴 심산이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돌격해 들어가야 하는 함대가 멈추어 서면 안되는 것에 잇었다. 그는 동원 가능한 포격 전력을 신속하게 정면으로 배치시키면서 적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도록 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열이 흩으러 졌을 때 투입하기 위해 공격 항공모함 함대도 전진을 준비 시키고 있었다.
07시 20분 에이센 구축함대 5천 여 척이 돌진하였다. 이들은 돌입해 들어온 에이센 함대의 후방을 차단하려던 파츠 베이스의 구축함대를 측면에서 공격했다. 그리고 이들의 후방에서 에이센 전함대의 지속적인 포격이 이어졌다.
에이센 함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캘리 찬드라 소장은 약 1만 5천 척에 달하는 에이센 함대의 적극적인 전진 공세에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경험이 많은 그녀였지만 이런 식의 적극적인 공세에 대응하기 힘들었다.
“반격하라!”
에이센 함대의 선두에선 전함대는 돌격이 개시된 시점에서부터 08시가 될 때까지 800척 이상을 잃는 손실을 입었지만 파츠 베이스 함대 깊숙이 안으로 돌입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뒤쪽으로 순양함대 5천 척과 구축함대 5천 척이 돌입해 들어와 전과를 확대 시키고 있었다.
08시 18분 찬드라 소장의 함대는 전력이 좌우로 나뉘어져 버렸다. 전함대의 일제 돌격으로 함열의 균열이 발생하였고, 이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그 뒤를 이어지듯 돌입해 들어온 순양함대과 구축함대를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돌진해 들어오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형을 견고하게 유지한 채로 지속적인 포격을 개시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 때문에 함대를 제대로 수습할 수도 없었다.
다른 쪽에서 에이센 함대의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돌진 공격을 개시한 알버트 자일 소장이 에이센의 전함대와 미사일 순양함대의 집요한 포격에 휘말려 제대로 전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찬드라 소장은 이를 악물며 전선을 수습하려 했지만 제대로 병력을 수습하지 못했다. 후퇴도 병력 재편성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09시부터 에이센 함대와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 본격적으로 바리스타전이 전개 되었다. 난전 속에서 서로 엇비슷하게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단번에 결정 지어 버리기 위해 에이센측에서 구축함 1천 척과 함께 공격 항공모함들을 집단으로 찬드라 소장의 함대 속으로 돌입시킨 것이다. 함열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공격 항공모함들은 즉각 바리스타들을 전력 출격시키면서 찬드라 소장의 함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려 했다.
09시 30분 찬드라 소장의 함대가 거의 궤멸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때와 거의 동시에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알버트 자일 소장으로부터 증원을 요청하는 통신을 받을 수 있었다. 아군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에 사령부 예하에서 5천 척 정도의 구축함들을 차출해 자일 소장에게 보내 주었고 헨리 킹 소장에게 찬드라 소장의 함대를 구원하도록 지시했다. 그렇지만 바리스타까지 투입된 상황에서 찬드라 소장의 함대가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였다.
10시 15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찬드라 소장은 압도적인 바리스타 전력차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휘하 함대를 잃고 말았다. 결국 기함과 일부의 잔여 함정만 남게 된 캘리 찬드라 소장은 10시 28분 에이센 바리스타 부대의 집요한 공격에 기함과 더불어 폭사하고 말았다.
10시 30분부터 헨리 킹 소장을 비롯한 파츠 베이스 함대 3만 척이 찬드라 소장의 함대를 전멸시키고 의기양양해 있는 에이센 함대를 향해 복수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에 에이센 함대는 격렬하게 맞서 싸우지 않고 10시 45분 정도까지 병력을 수습하더니 전력을 후퇴시키기 시작했다.
“진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