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99
“······빌어먹을 세상······”
거의 반이나 되는 것을 단숨에 마셔버린 그는 낮게 욕설을 내뱉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웠다. 단지 바르디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저렇게 대우받는 에이린의 억울함도 풀어줄 수 없다니, 크라우프는 자기 자신에게 더 할 수 없이 화가 나 버렸다.
8월 20일 18시 30분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 호의 격납고에서 금일의 훈련을 마치고 귀환한 중대원들을 해산시킨 뒤 파일럿슈트로 갈아입기 위해서 탈의실로 막 올라온 참이었다.
기체는 최신예 기종인 세우터를 사용하지만 전원이 신병으로 채워진 관계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엘레비아는 어렴풋이 다른 병과의 대원들이나 고참 파일럿들이 하는 말들을 조금씩 귀동냥 하여, 록세비엔에 집결하고 있는 병력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페르 행성계와 알베르 행성계를 탈환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려 한다는 것 같았다.
‘대규모 전쟁의 연속이겠군······’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파일럿슈트를 벗고 샤워를 했다. 하루종일 바리스타에 탑승해 있으려니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도 피로가 풀리기는 커녕 더욱 가중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쉬어둘 요량으로 대충 속옷만 걸친 채로 탈의실에서 밖을 내다보는 내시창쪽에 올라가 앉았다. 내시창 너머로 공격 항모 근처에 있는 순양함에서 순찰용 바리스타를 내보내는 것이 보였다. 작은 바리스타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서 내시창의 벽에 등을 기댔다.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매끈한 등을 통해 전해져 왔다. 엘레비아는 그 감촉을 느끼면서 자신의 어깨에 있는 벨트 자국을 바라보았다. 장시간에 걸쳐 바리스타에 탑승해 있었던 관계로 어깨에는 거의 멍이 들 정도로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젠장······처녀의 어깨가 이게 뭐야!’
입술이 저절로 앞으로 나와 버렸다. 바로 그때 그녀의 옆으로 아사야 트리멜 중위가 다가왔다. 분명 자신의 몸매나 보려고 다가왔을 것인데도 그는 짐짓 다른 말을 꺼냈다.
“많이 피곤하시겠습니다. 요즘 신병들 훈련시키느라고 눈코 뜰새 없으니 말입니다.”
엘레비아는 맞는 말이라고 대꾸하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살짝 가렸다. 사실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런 행동을 취하자 트리멜 중위는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도 곁눈으로 그녀를 슬쩍 바라 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저녁드시고 바에 가실래요?”
트리멜 중위의 말에 엘레비아는 피곤하다는 말로 대답을 해 버렸다. 중위가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갑자기 아담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엘레비아는 아담처럼 단순하게 섹스만 하려고 달려드는 그런 남자를 정말로 싫어했다. 예전에도 이런식으로 다가온 남자들이 꽤 많았다. 여자가 저녁 먹고 같이 바에 가서 술 마셔 주면 그대로 침대까지 같이 가기를 바라는 남자들의 본성때문에 엘레비아는 짜증부터 났다.
“아! 그러시지 말고······”
그리고 트리멜 중위처럼 이렇게 달라붙는 남자는 더욱 짜증이 났다. 트리멜 중위가 무어라 말을 하려 할 때 뒤쪽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걸어 나오던 브리트니 파스처 중위가 그를 보더니 말했다.
“뭐야 아사야? 너 대대장님께 훈련 보고 안했지? 빨리 가서 보고 해라!”
그녀의 말에 트리멜 중위는 잠시 브리트니와 엘레비아를 바라보더니 으쓱한 표정을 짓고는 뒤돌아 섰다. 그가 탈의실을 나가자 브리트니는 엘레비아 옆으로 다가왔다.
“대위님. 어디 편찮으세요?”
걱정을 해주는 그녀의 말에 엘레비아는 피식 웃으면서
“아니 뭐 그럭저럭······신병들을 보아하니 걱정부터 앞서서 말이야······비록 세우터라는 신형기에 탑승하게 되지만 첫 전투에 나가게 되면 얼마나 살아남게 될지······”
“하긴 그렇죠······아! 그 티레이 대위님······아니······루밀 대위님 말이에요! 성격이 좀 대단하시던데요?”
브리티니가 말을 돌리며 빙긋 웃는 모습은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처럼 꽤 활달하고 솔직한 성격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에 비해 엘레비아는 너무 자신이 내성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슬쩍 브리트니의 몸매를 바라 보면서
“부러운데? 너는 밥도 안먹고······몸매만 만들었어?”
“호홋! 대위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으실 몸이신데요? 사실 전 예전에 잡지 모델도 했었거든요!”
은근히 자랑 섞어 말을 하는 그녀에 엘레비아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혀를 살짝 앞으로 내밀면서
“······혹시 성인 잡지?”
“엑? 아니요! 어렸을때 청소년 잡지에요! 헤헷!”
머리를 살짝 긁으면서 쑥쓰러운 듯이 웃고 있는 브리트니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던 엘레비아는 저녁이나 먹자면서 내시창가에서 내려섰다. 브리트니는 알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라커쪽으로 걸어 갔고, 엘레비아는 고개를 돌려 내시창 밖을 바라보면서 그 크라우프 녀석도 저 우주 너머에서 저녁 먹고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망할 자식을 보게 되었는 데도 이상하게 예전처럼 심한 적의가 끓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내심 당혹스러워 졌었다.
“내가 어떻게 된 건가?”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라커를 열고 군복을 꺼내 입었다.
“아참! 타르고 대위님, 아까 칼루야 상위님하고 루밀 대위님이 같이 경비함 타고 나가시던데,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브리트니가 옷을 차려 입으면서 물었다. 엘레비아는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위험하기야 하겠어? 루밀이 대대장님의 직속 중대장이니까 같이 훈련 나간 거겠지······”
엘레비아의 별것 아닐 것이라는 말에 브리티니는 그렇겠다고 대답하면서 엘레비아 옆으로 다가왔다.
정찰중인 부대에서 교전이 벌어졌다는 연락이 오자 크라우프는 조금 늦게 먹고있던 저녁식사를 팽개쳐 둔 채 서둘러 지휘통제실로 들어섰다.
“어디에서 전투가 벌어졌나?”
그의 물음에 지휘 통제실에 먼저 들어와 있던 다이레아가 현재 넥스 대위의 중대가 훈련 및 순찰 비행 중에 있었는데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 부대 1개 중대와 교전이 벌어 졌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넥스 대위와 맞붙는 파츠 베이스군 기체가 전부 예의 그 신형기라는 것이었다.
“뭐? 아예 1개 중대 전부가 말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오퍼레이터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엘윈이 아닌 전부 데이터 불명기라고 보고해 왔습니다.”
순간 제대로 판단이 되지 않는 크라우프에 다이레아는 1개 중대 정도 더 지원을 보내고 부대를 비상 대기시켜 놓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어왔다.
“그렇게 하게······그 짧은 시간에 1개 중대를 꾸밀 정도로 신형기를 지급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지금의 저근 전의 그 15기처럼 아군 전함 26척을 짧은 시간에 격침시킬 정도로 강력한 부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는 그들이 테스트를 위한 부대였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입니다. 혹시 이 녀석들 다시 전면적인 도전을 벌이려는 것은 아닐지······”
다이레아의 걱정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네······”
그는 쉐프턴 소령에게 지시를 내려 교전중에 있는 넥스 대위에게 시리나가 지휘하는 1개 중대를 지원 보내도록 했다.
“이 녀석들, 7월에는 1개 소대 단위로 덤벼 들더니 8월 중반이 넘어서니까 아예 1개 중대 단위로 덤벼 드는군요.”
다이레아의 감탄했다는 듯 한 말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그렇지만 이런식의 소규모 전투라면 별것 아니겠지만, 만약 대규모 함대를 동원해 온다면 걱정 아니겠나······”
“그렇습니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인데······”
다이레아가 말하는 도중에 시리나가 휘하 중대를 이끌고 급하게 비상 출격하는 것이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시리나로부터의 출격 보고를 받고는 그녀의 바리스타 부대가 고속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 보고 있었다.
넥스 대위의 중대는 상당수가 신병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피해가 꽤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것들 보다 파츠 베이스군이 이렇게 도발을 계속하는 의도가 마음에 걸렸다.
“······아마 어떤 거대한 작전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저 같으면······네페르에 집착하는 것 보다, 차라리 아이크를 공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요. 네페르는 거리도 멀고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장거리 보급의 문제도 있구요.”
다이레아의 추론에 크라우프는 그녀의 생각에 수긍하면서 적이 전면적으로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요······그것은 중령님이 결정하실 문제 아닌가 싶은데요?”
다이레아가 조금 미소지으며 말하자 크라우프는 히죽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엄숙한 얼굴을 하고는 통신 장교에세 넥스 대위의 중대로부터 들어오는 전투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지만 애써 꾹 눌러 참았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크라우프와 다이레아가 열심히 작전과 상황을 논의 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전장으로 급행 시킨 EWACS기의 장거리 카메라로 전투 상황이 송신 되어져 왔다. 크라우프와 다이레아는 송신된 전투 상황을 잠시 지켜보고는 신형기를 가지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이지만 에이센군이 거의 비슷하게 전투를 벌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 생각도 잠시뿐으로, 2기의 파츠 베이스군 신형기가 에이센군 바리스타 10대 이상을 순식간에 격추 시키는 모습이 송출되자 둘은 작게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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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님…드래그 방지는 조아라의 운영자님께서 하신 듯 합니다…저도 안되거던요…^_^;
공지사항에 보니 그렇게 적혀 있더군요…쩝…ㅡ_ㅡㅋ
음…에이린…거의 넘어온 것 같죠? 흐흐흐…^_^)/~
아~아~ 쥔공의 바람끼는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나….에고 부러버…-ㅁ-;
…출판사 관계자님…제발 부탁인데요…책 보내주시기로 한 것 보내 주세요…단 한 권도 안 왔답니다…쿨럭~
…1권조차 말이죠…;;;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8…
추석 연휴의 후유증인가…졸려…피곤해…허리아파…비가 오려나…퍼억~ 에고고…#_T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저놈들은?”
크라우프와 그 장면을 같이 보게 된 다이레아의 얼굴이 순간 찌푸려 졌다. 전에 자신의 중대원들을 학살하던 바로 그 녀석들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군 에이스들 같습니다. 전에 말씀 드렸던······”
“그 2인 1조로 싸웠다던 놈들 말인가?”
크라우프가 생각난다는 듯 말하자 다이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파츠 베이스군은 시리나의 중대가 막 전투장에 도착하자 마자 마치 썰물이 빠지 듯 후퇴하기 시작했다. 시리나는 섣부른 추격은 삼가한 채 피격된 아군기 및 적기의 수습에 들어갔다. 전과를 종합해 보니 넥스 대위의 중대는 반수 이상이 격추된 상태였고, 파츠 베이스군은 16기 정도가 격추 된 것으로 파악 되었다. 교전의 결과에서 문제가 된 것은 격추된 아군기 20여기 중 상당수가 단 2기의 적에 의해 격추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혼란스러운 전투의 와중에 제대로 집계할 수 없었지만 추산컨데 약 19기에서 20기 가량이 이들에게 격추된 것으로 파악 되었다. 이는 이번 전투로 발생한 아군의 피해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무섭군······”
크라우프의 감탄 섞인 말에 다이레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저런 실력을 지니고 있는 파일럿들이 있다니 걱정부터 앞서는 데요.”
“그렇군. 시리나에게 후속 조치를 지시하고 스티브의 중대는 귀환시키도록 해!”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은 크라우프는 자신이 다이레아보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군경력이 적은 크라우프가 오랜 군생활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다이레아보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크라우프는 자신이 다이레아를 잘 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오퍼레이터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전투후의 처리를 하는 것을 보며 잠시 자리에 앉아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다이레아는 주변에 사람들이 없자 크라우프에게 슬쩍 시에나에게 무슨짓이라고 했냐고 물어왔다.
“왜?”
“아니요. 다른게 아니라 오늘 아침에 나오다가 보니까 중령님 방 쓰레기통 속에 찟어진 여자 속옷이 있더라구요······시에나 한테 그런짓 마세요.”
다이레아의 말에 크라우프는 어제 경황이 없어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중령에 기지 사령관이라는 직책에 있는 그였기 때문에 당번병이 붙어서 청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크라우프는 그런 일은 자신이 스스로 하고 있었다. 집무실도 아닌 자신의 침실인데 굳이 누구에 시키냐고 하면서 스스로 그런 일을 했던 것이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와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쓰레기 통속에서 찟겨진 여자 속옷을 봤을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분명 시에나에게 못된 짓을 했을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런 짓이라니?”
다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짐짓 크라우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으니 다이레아는 잘 알면서도 그런다고 눈을 흘겼다.
“시에나가 하기 싫다면 억지로 하지 마세요. 여자는 그런거 굉장히 싫어 해요.”
그녀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크라우프는 후훗 웃으면서
“그런 짓 안해. 다이레아나 시에나나 똑같이 대하는데?”
으쓱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에게 다이레아는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해보더니
“그럼······누구 꺼에요?”
“궁금하다면 저녁때 내 방에 와······그때 말해 줄께······”
다이레아는 그렇게 하겠다면서 승낙하면서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23일 03시 10분 시에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뷰렉 기지는 개인실을 쓸 수 있는 등 시설이 다 좋은 편이었는데 방에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밖에 나와야 했다. 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잠자리에 들었던 차림 그대로 트레이닝복 바지와 반소매 러닝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시에나는 어제 밤에 크라우프와 다이레아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 그냥 자신의 방으로 와서 잠자리에 들었었다. 시에나가 보기에 다이레아는 크라우프를 조금씩 멀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크라우프는 결코 다이레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에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멀어지려 노력하지만 다이레아 그녀도 크라우프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크라우프는 그녀가 죽을 때까지 놓아 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시에나는 어스름한 붉은색 조명등 아래 침침하게까지 보이는 복도를 차분하게 걸었다. 복도의 끝 부분에 있는 방에 공용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었다.
‘좀 춥다.’
이 시간이면 크라우프는 다이레아를 옆에 끼고 폭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사람이 없으니 안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용변을 마친 시에나는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밀려오는 약간의 추위에 떨려오는 어깨를 양손으로 감싼 채 어깨를 움츠렸을 때, 중대장인 에이린의 방문이 살짝 열렸다 닫히는 것이 보였다.
“응?”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이었지만 시에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 잠든 새벽이었기 때문에 의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긴장한 채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안쪽에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나왔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살짝 열어 안을 살피니 머리에 무엇인가를 뒤집어 쓴 거구의 남자 둘이 에이린의 침대 위로 올라가 있었다. 한 녀석은 에이린의 몸위로 올라가 있었고 다른 한 녀석은 칼 같은 것을 들고 에이린의 목에 댄 채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총을 쏜다면 금방 들킬 것이 뻔했기 때문에 굳이 칼을 쓰는 것이었다.
시에나는 왼손으로 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그 거구의 남자 둘은 에이린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들은 에이린의 위에 올라탄 채 낮은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이 망할 계집년! 너 같은 바르디아 쓰레기 녀석들이 설쳐대는 바람에 에이센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더러워 지는 거야! 너 같은 년은!······”
“헤이!”
그 순간 시에나는 뒤쪽에서 그 두 녀석을 불렀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그 두 녀석이 뒤돌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에나는 그 두 녀석이 복면을 쓰고 있자 짧게 혀를 찼다. 갑자기 나타난 시에나에 거구의 남자 두 녀석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칼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뒤 서로 신호를 교환하더니 양쪽으로 갈라져 시에나쪽으로 덤벼 들었다. 두 녀석 모두 시에나에 비해 체격도 크고 힘도 더 좋았다. 아마 시에나가 그 녀석들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 뻔했다. 시에나는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상대를 피해 잽싸게 옆으로 비켜 서면서 발로 상대방 남자의 무릎 뒷부분을 내리 찍었다. 아무리 힘이 장사고 거구라고 해도 그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순간적으로 자세를 흐트러 뜨리게 된다. 먼저 달려 들었던 녀석이 비틀대며 무릎을 꿇자 다른 한 녀석이 덤벼 들었다. 시에나는 그 녀석이 내지른 팔을 잡고 냅다 업어쳐 버렸다.
그때 먼저 쓰러 뜨렸던 녀석이 일어서면서 덤벼 들었다. 시에나는 다시 옆으로 비켜 서면서 무릎 뒷부분을 한번 더 발로 찍으려 했다. 그렇지만 상대는 그 공격을 알아 차리고 거대한 팔을 휘저어 시에나를 가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순간적인 수평 공격을 피하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완벽하게 드러난 상대방의 목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사내는 숨이 막히는지 목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컥컥대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업어치기를 당해 넘어졌었던 사내가 시에나의 허리 부분을 노리고 덤벼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몸을 점프해 피해낸 후 상대의 무릎 뒷부분을 다시 발로 가격했다. 우드득 하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며 상대방의 왼쪽 무릎 아래쪽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였다.
“끄아아악!”
“하얍!”
사내가 비명을 내지르며 꺾여진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자 시에나는 그 녀석을 내버려둔 채 팔꿈치에 목을 얻어맞은 사내에게 기함과 함께 강렬한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사내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목을 감싸쥐고 있던 오른팔을 들어 시에나의 발을 막으려 하였으나, 경황중에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였다. 빠각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며 상대방의 오른팔이 축 쳐졌다. 뼈가 부러진 것이다. 팔이 부러진 사내는 목이 막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입만 크게 벌리며 쉰소리를 내뱉었다.
“후어어억!”
“꺼져!”
시에나의 날카로운 말에 남자들은 더이상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닫고는 칼을 버려둔 채 서로를 부축하며 잽싸게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시에나는 그 녀석들이 사라지자 에이린쪽으로 다가갔다.
“괜찮아요?”
에이린은 갑자기 자다가 기습을 받아 매우 놀라 있었다. 그 사내 녀석들은 강간을 하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에이린의 상의는 완전히 찢겨진 채였고, 바지도 벗겨진 채로였다. 팬티도 반쯤 찟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