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
디네스는 증가탱크가 4개 붙어 있는 크라우프의 기체를 모니터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흩어져 있는 바위 덩어리들에 부딪치지 않도록 애쓰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도 크라우프의 기체에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소대장이기 때문이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시에나가 있었다. 둘은 분명 제대하고 난다면 결혼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기고 있었던 그녀는 침이 조금 말라왔다. 긴장되는 것이었다.
기밀복의 산소와 콕핏내의 산소를 모두 합친다고 한다면 적어도 14시간 이상의 시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투가 극심하게 벌어진다면 그런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한순간에 증발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요행히 탈출한다고 해도 14시간 동안 구조되지 못한다면 구조신호를 계속해서 발사하면서 동면가사에 빠져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디네스는 죽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의무복무기간인 4년만 채우면 자신은 20살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바리스타 탑승면허를 가지고 사회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 경비회사든지 아니면 적어도 공사장에서 밥줄이 끊어질 리는 없엇다. 그러면 자신의 집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전쟁으로 군대는 많은 젊은이들을 바리스타 파일럿으로 필요하게 되었고, 이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면서 이 기술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돌아왔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의무 복무기간 이후로까지 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병사들은 2년의 기간만 채우면 그냥 제대 해 버리고 하사관들은 4년을 채운다. 그리고 장교들은 장기로 4년에서부터 8년, 12년 하는 식으로 4년씩 복무기간을 연장해 나가게 되어 있었다. 그것이 보통이었다.
디네스는 4년이 지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공사장에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결코 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지 3시간쯤 지난 21일 06시 38분. 전면에 갑자기 수많은 빛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이것은 자카운의 메인 카메라를 통해서 식별되었고 함대라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순간 부대의 병사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모두 제자리를 지켜!”
지휘하고 있는 알프레드 토마 중령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전파되었다. 지휘관이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병사들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이 자리에 있었다.
지휘관들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지만 이들은 두렵다는 기색을 내보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신들이 동요한다면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동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동요할 수가 없다.’
크라우프는 조종간을 잡고있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직도 미숙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시에나는 적어도 자신의 몸은 보호할 수가 있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소대원인 여자 하사는 디네스라고 했던가 이름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죽게 될 사람이라고 한다면 기억해 두지 않는게 편했지만, 죽게 하기에는 좀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6살이라는 나이뿐만이 아니라 무엇인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통신기가 켜져 있었지만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 자신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인지 모를 것이다.
앞서서 광점들이 계속해서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크라우프 자신도 꽤나 전투를 많이 경험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5천척에 달하고 있는 적의 함대의 광점들을 보게 되니 시각이 마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십수년 전만 해도 5천척 정도의 함대는 1번의 교전으로 파괴되는 숫자였다. 그 당시의 인명피해는 너무나도 컸다. 지금은 소규모의 국경 분쟁이 계속될 뿐이었다.
그는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적 함대가 적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완만하게 소행성대를 지나치려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소행성대에 적이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일 것이다. 중력대의 영향 때문에 연료 소모가 많아져 크라우프가 보는 오른쪽으로는 회전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규네이크의 중력 방향을 따라서 왼쪽으로 회전해 들어갔다.
‘저러다가는 측면이 노출될 텐데……’
크라우프는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적 함대가 밀려나가기 시작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임무는 이것으로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의 임무는 적을 매복지까지 움직이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적이 이렇게 그냥 지나쳐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간에 자신들을 위해서는 잘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되든지 말이야!’
크라우프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포심이 자극되어 왔던 것이다. 적이 눈앞에서 기동해 나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심장을 얼어 붙게 만들고 있던 것이다. 자신도 이러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들이 진로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회전해 들어갔다. 이제 전투는 본대에 맡기면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다소 안도의 숨을 내쉬려고 하고 있을 때 매복하고 있던 병력들 중 일부가 갑자기 무너졌다.
“뭐야?”
그는 놀란 표정으로 계기판을 내려보았다.
“죽어라! 이 망할 놈들아!”
통신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대기상태에 있던 병력들 중 일부가 적 함대의 후미를 향해서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이것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철저하게 대기지시를 내렸는데 병사들 중 일부가 적을 보고 흥분해서 달려들어 버리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크라우프는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토마 중령으로 부터의 지시가 떨어졌다.
“저들을 막아! 이렇게 되어서는 안돼!”
전열을 무너뜨린 병력들은 대략 해서 30여기 정도 되었는데 이들이 움직이자 연쇄적인 작용을 일으켜서 전진해 나간 기체들이 많았다.
잠시뒤 EWACS기로부터 적 함대의 일부가 이탈해서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여 나오기 시작했다는 통신이 들어왔다.
“젠장할!”
자신들은 병력이 열세하기 때문에 적의 주력부대와 맞부딪쳐서는 승리할 수 없었다. 크라우프는 통신기를 열어 시에나와 디네스에게 따라 오라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기체의 무게중심으로 앞으로 쏠리도록 하면서 등의 추진제를 분사시켰다.
“전진하지 마라! 전진하지마!”
크라우프는 소대장으로서 통신기를 높여 지시를 내렸다. 그렇지만 앞서 달려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자카운들의 행렬을 막을 수 없었다.
“치이이!”
적함대에서도 바리스타들이 발진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미 전투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전진해 가면서 빔 라이플의 충전상태를 점검했다. 저멀리 은회색의 추진제의 분사가 눈에 들어왔다. 엘윈들이 발진을 시작해서 자신들쪽으로 접근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쳇!”
짧게 혀를 차면서 크라우프는 상대가 미사일과 바주카 포탄을 발사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는 건가!”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조명탄들이 수십개 폭발했다. 이것들은 적들이 발사한 것으로서 EWACS기능과 각 바리스타의 시스템을 순간적으로 교란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러는 사이 각 바리스타들은 더미들을 방출하면서 접근전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준비에 들어서는 것이다. 전투장 주변은 크고 작은 암석들로 가득차 있어 매우 움직이는데 난감한 지역이었다. 이런 곳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경험 많은 쪽이 유리할 것이다.
“온다!”
빔들이 연속해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고속으로 날아오는 빔들을 회피해 냈다. 양측 모두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보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똑같이 움직이면서 고속으로 움직여야 했다.
“이런 놈들!”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조종간을 움직였고 크라우프는 자신의 기체 왼쪽으로 빔의 잔광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방향을 바꾸려는 적기를 확인했다.
빔 라이플이 발사되었고 상대도 자신의 공격을 회피했다. 상대는 다시 반격을 가했지만 오른쪽으로 한참을 빗나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으로 크라우프의 자카운의 빔 라이플에 복부를 관통당해서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1대!”
하지만 바로 그 뒤쪽으로 다섯 대의 엘윈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할!”
상대가 연속해서 빔을 쏘아 대면서 공격을 가해오고 있는 것이 크라우프에게 보였다. 빔들이 연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그 공격을 회피해 내면서 빔 라이플로 한 대의 움직임을 봉쇄해 내었다. 거의 동시에 시에나가 쏘아낸 빔에 그 기체는 맞아 폭발을 일으켰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전투에서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느려지게 된다면 바로 표적이 되는 것이다.
크라우프는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한 대가 파괴되어 다소 혼란스러운 적중 한기를 방패에 장착됨 빔포로 명중시켰다. 바디의 오른쪽 측면에 맞아 사지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동시에 기체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숙이면서 전진해 나갔다. 3대의 적기의 움직임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느린 편이고 조준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분명히 신병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상대에 대한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크라우프는 상대가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피해내고는 빔 라이플로 엘윈 한 대를 격파했다. 그다음 다른 한 대는 방패를 들어 바디를 그대로 후려쳐 콕핏을 찍어 버렸다. 방패의 끝 날로 후려친다면 상당한 타격력을 보이는 것이다. 그가 잠시 기체를 멈추고 있을 때 등뒤쪽으로 시에나의 기체가 움직여 왔다.
“코프!”
시에나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가득차 있었다.
“디네스는?”
크라우프의 물음에 시에나는 숨을 내쉬면서
“이 난전 중에 어디에 있는지 알아! 아까 위치를 놓쳤어!”
아마 디네스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두 사람을 따라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살아있기를 기대하면서 크라우프의 시선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자신들의 상공쪽으로부터 3대의 적기가 급강하해 오면서 공격을 가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온다!”
순간적으로 크라우프는 기체를 뒤집으면서 상공을 향해서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고 고속으로 움직여 오던 적기는 그것을 피해 내면서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다시 이어진 공격에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시에나의 기체가 이탈하고 2대의 적기는 크라우프를 목표로 해서 공격을 가해왔다. 그는 기체를 되돌리면서 아래쪽으로 고속으로 진행해 나갔다.
뒤쪽에서 적기들이 추격해 오고 동시에 그는 4개 있는 증가탱크 중 완전히 비어 있는 2개를 분리해 내면서 역추진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의 옆으로 2대의 엘윈이 고속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으으!”
크라우프는 조종간을 잡아당기면서 몸에 엄청난 압력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통스러운 압력이 가하지는 와중에도 역회전을 하려는 적기를 조준해서 공격을 가했다.
‘젠장할놈!’
1기는 격추되었지만 다른 한기를 공격을 간신히 피하면서 회전을 했고 곧바로 반격을 가해왔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옆으로 번쩍번쩍 하면서 빔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 또한 간신히 회피해 냈던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빔들이 연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빔들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조종간을 움켜잡으면서 공격을 피해 냈다.
“이 녀석!”
상황이 여의치 않자 크라우프는 추진제를 고속으로 분사해 내면서 이탈하려 했지만 상대는 끈질기게 추격해 왔다. 그는 소행성대쪽으로 그 적기를 유인해 냈다. 상대의 실력도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앞쪽의 암석쪽으로 상승하려는 동작을 취했다가 급격하게 수직으로 하강했고, 바로 아래쪽에 있던 암석을 딛고 방향을 바꾸면서 급상승했다. 그 모든 기동을 마쳤을 때 그는 상대의 뒤를 잡게 되었고, 자신을 찾을 수 없자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 적기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을 발견하게 되자 그 저기는 당황하면서 뒤로 돌아서려 했다.
“느려!”
그 순간 크라우프는 빔 라이플을 조준해 냈지만, 상대방이 손목에 장착된 기관포를 발사하는 바람에 발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엘윈의 공격을 빔 라이플로 막았지만 라이플에 충전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라이플이 폭발했다. 그 순간 크라우프는 기체를 움직이면서 옆으로 피했다. 빔이 정확하게 자신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것과 함께 다시 이어지는 공격이었다.
“제법이군!”
완벽하게 조준됨을 느낌과 동시에 아직 잔량이 많이 남아 있는 증가탱크를 분리시켜 버렸다. 뒤쪽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고 상대가 다시 자신을 추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연속해서 빔 공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라이플의 에너지가 다 되었는지 상대의 빔이 잠깐 멈칫했을 때 크라우프는 그대로 기체를 상승시키면서 방패에 장착된 빔을 고속으로 발사해 넣었다. 연속으로 쏘게되면 위력은 약해지지만 그래도 상대를 제압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적기가 명중탄을 방패로 방어해 내는 것이 보였고, 곧바로 이어진 상대방의 공격에 방패로 방어를 해 냈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방패를 버리고는 그대로 역추진을 걸면서 광선검을 빼들면서 상대에게 치고 들어갔다. 자신에게 조준되는 빔 라이플을 쳐내 버리면서 상대를 찔러 버렸지만 메인 카메라만 조금 스쳤을 뿐이었다.
절반쯤 잘린 빔 라이플을 버리고 상대방도 광선검을 빼들었다.
“온다!”
그들은 그대로 추진기를 작동시키면서 서로 상대를 향해 뛰어 들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소대장과 시에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폭발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고, 양쪽은 뒤엉켜서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운과 엘윈이 서로 맞찔러 버려서 동시에 폭발을 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자카운들은 적기의 공격에 통상 2대 1 정도로 희생되었다.
“으아아아!”
디네스는 조종간을 잡고있는 자신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적의 전투함들이 접근을 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정보가 들어왔다.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런 난전의 와중에서 움직임이 느린 기체는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계기에 의존하면서 비행을 하고 있던 디네스의 기체는 암석 뒤에 매복해 있던 엘윈이 모습을 보이자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상대가 자신을 향해서 빔을 발사해 왔지만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명중되지 않았다.
훈련을 받을 때 침착해야 한다고 교관들이 누누이 강조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시 조준 사격 자세를 갖추는 상대에 자기도 모르게 격투전용 기관포의 버튼을 눌렀고, 상대방은 방패로 방어를 하고는 있었지만 근거리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에 방패가 부서지고 메인카메라와 바디가 관통당해서 폭발을 일으켰다. 근거리에서 100여발을 거의 전부 맞았으니 무사할 리 없는 것이다.
“아!”
디네스는 적기를 1대 격추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순간 당황함만이 가득했던 것이다.
시에나 필드 플레인은 크라우프의 기체를 놓치고 주변에서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적기들이나 아군들 모두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나름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신병들이 많았지만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길……”
그녀는 빨리 크라우프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의 기체를 찾을 수 없었다. 시에나는 자신보다 크라우프의 걱정이 먼저 든다는 것에 순간 자기 자신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를 죽게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시에나는 5대의 동료기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런 그녀 쪽으로 일대의 적기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이 자리를 피하고는 싶지만 별 수 없이 상대해야 했다.
그녀가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기체의 방향을 바꾸었을 때 2기를 선두로 해서 엘윈들에게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들 중 1기가 이탈하더니 잠깐 사이에 자카운 2기를 격추시켜 버렸다.
“젠장할!”
그녀는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향해서 전진을 해 나갔다.
서로 상대방을 노리기 위해서 빔 라이플 사격을 가했다. 연속해서 공격을 가했지만 서로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왼쪽 손가락 속에 있는 더미를 방출해 내면서 시에나는 상대의 공격을 회피해 냈다. 그렇지만 엘윈은 더미에 속지 않고 자신쪽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암석과 암석 사이를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둘을 상대를 공격했지만 단 한발도 치명상을 맞추지 못했다. 두 기체는 이 주변이 다시금 몰려든 적기들로 자카운들이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져 나갔다.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 아담 조슈아 디제 중위는 자카운들이 후퇴를 시작하는 것에 마른침을 삼켰다. 방금 자신이 상대한 적기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디제 중위는 올해 21세로서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미남자였다. 키도 크고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우수한 에이스 파일럿으로서 파츠 베이스군의 이번 작전에 참가했던 것이다.
“전진해 나간다. 전황을 주시해라!”
그는 뒤따라서 들어오고 있는 부하들에게 전진을 지시했다.
크라우프는 암석의 뒤에 모습을 숨기고 있었고, 그 뒤쪽으로 예의 적기가 움직여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대는 매우 끈질기면서도 실력이 뛰어난 놈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적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가 뛰쳐나가면서 상대를 후려쳐 버렸지만, 상대가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면서 두부만 후려쳐 버렸다. 엘윈은 거의 비슷하게 광선검을 잡은 손으로 자신으로 찍어 버리려 했지만 크라우프는 왼손으로 쳐내면서 왼쪽 어깨로 상대방의 바디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추진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그 추진제의 반동으로 반대쪽 암석에가 기체를 처박아 버렸다.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기체는 처박혀 버리고 말았고 그는 결정타를 먹이고자 했다. 하지만 바닥에 처박혀 버린 상대방이 자신을 향해서 움직일 수 있는 왼손을 들어 격투전용 기관포를 발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근거리에서 기체에 피탄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견뎌내면서 상대방의 기체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체 왼쪽 팔도 기관포에 맞아 작동불능이 되었다.
크라우프는 반파된 자신의 기체에서 권총을 빼들고 내렸다. 쓰러져 있는 상대방의 파일럿이 누구인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나 이미 상대방 기체의 콕핏이 열려져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 당황했다. 성급하게 나선 것이 후회되었다. 바로 그때 자신의 기체의 콕핏 왼쪽을 누군가가 팔로 잡고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젠장할!”
자신이 느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쏠 생각이었다면 벌써 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오른손에 든 권총을 버리면서 손을 드는 척을 함과 동시에 상대의 팔목을 휘잡아 안쪽으로 끌어 당겼다. 상대 파일럿은 의외로 손쉽게 끌려왔다. 상대는 시트의 옆에 처박혔고 순간 그가 들고있던 권총이 발사되어 모니터가 한 개 깨졌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크라우프는 상대의 손을 비틀어 권총을 떨어뜨리게 했고 오른손으로 강제로 상대의 헬멧을 벗겨 버리려 했다. 질식사 시켜버리면 되는 것이다.
상대는 벗겨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팔꿈치로 자신의 복부를 몇 번 후려치고 있었다. 세번째와 네번째 후려쳤을 때 팔에 들어가는 힘이 조금 약해졌다. 그것과 동시에 상대 파일럿은 몸을 뒤집으면서 자신의 헬멧을 무릎을 후려쳤다. 꽤나 큰 충격이었다. 크라우프가 뒤로 밀려나 콕핏벽에 부딪칠 때 헬멧을 고쳐 쓰더니 재빨리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발사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이미 그 위치에 없었다.
거센 주먹이 복부를 후려쳤고, 상대는 비틀거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상대방이 떨어뜨린 권총을 재빨리 집어든 다음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그는 다른 손으로 콕핏을 닫았다. 잠깐 사이에 공기가 주입되었고 무중력상태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작에 불편함이 없도록 몸에 꼭 맞게 설계된 파일럿슈트의 몸매로 볼 때 상대방이 여성이라는 것을 크?프는 지금에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체구는 아니었고 갸날픈 몸매에 무엇보다 앞가슴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투항 안 해! 쏴!”
헬멧을 통해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순간 크라우프의 권총이 그 여성의 머리에 겨누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권총탄이 발사되었지만 헬멧의 유리만 부수어 버렸다. 간단하게 금이 가버린 유리였다.
“벗어! 얼굴이나 좀 보자!”
그는 어떤 상대인가 한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호기심일 뿐이었다.
“함부로 하지마! 죽일테면 빨리 죽여!”
하지만 그녀는 낮게 소리쳤다. 크라우프는 이대로 죽여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의외로 순순히 상대가 헬멧을 벗었다. 거기에 드러난 얼굴은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17, 8세 정도 되었을까 싶었다. 옅은 크림색 단발 머리칼, 하얗고 갸날픈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고, 공포심과 모욕감이 가득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권총의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것에 깜짝 놀랐다.
…복구합니다…^_^;;;
전투는 크게 밀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숫자에서 밀리고 있었다. 토마 중령과 몇몇의 주요한 에이스 파일럿들만이 지형을 이용해서 결사적으로 항전을 벌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빔과 미사일들이 교차하고 있었고 양측은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이 녀석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 중령으로서는 낭패감이 먼저 들었다. 이렇게 이대로 끝나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암석들의 사이를 비행해 가면서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을 피해내고는 전선을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젠장!”
토마 중령은 자신이 타고있는 기체의 연료가 거의 다 소진되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무기도 바닥을 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부대가 전멸을 당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중령님!”
근거리 통신기가 열리고 그의 뒤쪽으로 잔류기체들이 움직여 왔다. 전선이 축소되면서 아군들끼리 뭉쳐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