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5
“남은 기체는 이정도 뿐인가?”
피아 식별에서 아군으로 구별된 것은 5기뿐이었다. 아마 더 있을 것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토마 중령이었다. 적들은 보급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전선의 병력을 교체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은 후퇴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자칫하다가는 작전이 완전히 틀어져버려 규네이크를 적에게 내어주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서로 등을 맞대고 서서 사방에서 몰려올 적들을 상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체는 미끄러지듯 움직이면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자신이 오즘을 쌌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겁이 나서 아래에 힘이다 빠져 버렸던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일시적인 전선의 후퇴에서 적이 다시 병력을 교체해서 공격을 가해 들어오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탄약도 연료도 모조리 고갈되어 버린 자신들은 이대로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만이 먼저 들었다.
“중령님!”
그때 통신기를 통해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토마 중령은 EWACS기로부터 고속 열원체가 다수 접근중에 있다는 보고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는 곧 이어진 보고에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그것은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모니터상으로는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우주공간을 가르면서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미사일들이 공격을 가해들어오고 있던 적 함대의 측면을 강타하고 있었다.
수많은 적의 전함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적들은 적지않게 당황하면서 다시금 병력을 후퇴시키고 있었다. 일단은 퇴각을 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먼저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세!”
디네스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한채 울면서 크게 소리쳤다.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 자신이 이렇게 기뻤던 적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측면을 공격해서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을 때 미하엘 페코 중장의 함대가 적극적인 공세를 가해 적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기습을 받은 적은 적지않게 당황하면서 대응하려 했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21일 10시 전함 슈레델호를 비롯한 수송함들이 잔여 병력들을 수용하고 있었고 생존자에 대한 탐색작업에 들어갔다.
작전은 성공했다. 파츠 베이스군들은 아군의 집요한 공세에 프로스베인에서 후퇴를 했다. 약 500척이나 되는 함정들을 잃고서 파츠 베이스군은 후퇴했고, 에이센군은 행성계를 수비했던 것이다.
지휘관 미하엘 페코 중장의 훈시가 방송되는 가운데 경계병력들이 파견되었고 전투에 지친 병사들은 귀환하고 있었다.
디네스는 자신이 오줌을 싸 버렸다는 생각에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살아 남았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었다. 지쳐있는 디네스였지만 아직 쉴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아래쪽만 바라보고 있는 시에나는 매우 초조해 하고 있었다.
격납고의 캣워크에서 시에나는 헬멧을 왼손에 들고 초조하게 귀환하고 있는 기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사할꺼에요!”
디네스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불안해하는 시에나였다. 거의 울것 같은 얼굴로 겨우겨우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네스는 자신이 이곳에 끼어들어 있는다고 해도 나쁠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야지!”
그렇게 대답하던 시에나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에어로크를 통해서 크라우프의 기체가 들어왔던 것이다. 와이어로 기체가 고정되고 여러군데 손상을 입기는 했어도 자력을 귀환해 왔던 것이다. 여러군에 긁힌 상처가 있었지만 그래도 콕핏이 열리고 파일럿이 밖으로 나왔다.
“다행이야!”
시에나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디네스는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시에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걱정했냐! 나는 무사해!”
크라우프도 시에나를 발견하고 씽긋 웃어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보자!”
손을 한번 들어보여 준 다음 크라우프는 사관들의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 사관이니 일단 작전후 미팅에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기뻐하는 시에나를 보던 디네스는 문득 자신의 아래쪽이 축축함을 느꼈다. 빨리 갈아입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시 25분 토마 중령은 크라우프와 다른 5명의 소대장들과 함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좌석의 상당수는 비어진 채 였다. 간부들도 반수 이상이 전사했던 것이다.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자네들만이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네!”
그는 전투를 마치고 귀환한 소대장들에게 그렇게 서두를 떼었다.
“이번에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간 것 같다.”
일단 승리를 한 것이지만 중령으로서는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대기 명령을 위반하고 공격을 한 사태에 대해서 그것을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었다. 이들 때문에 아까운 병사들만 수없이 전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기 명령을 위반하고 적에게 달려나간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간에 명령을 어기게 된 것은 무척이나 좋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서 쉬도록 하게! 다들 수고들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제 충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소대장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경례를 했고 토마 중령은 쉬도록 하라고 하면서 이들을 돌려보냈다. 크라우프는 탈의실에 가서 파일럿슈트를 벗고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매우 북적이고 있었다. 남녀 모두 뒤섞여서 전투에서 살아 남았다고 하는 것을 자축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 사이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온수가 쏟아져 나왔고 크라우프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때 뒤쪽에서 병사들이 이번 전투가 정말로 대단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도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병사들은 승리의 기쁨에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술취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마 살아 남아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고 전장에서의 일을 자랑삼아 이렇게 떠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함내의 병사들이 승리의 기쁨으로 자축하고 있을 때 그는 내무실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시에나가 일어나서 그의 목을 끌어안아 주었다.
“걱정끼치게 하지 말아요!”
그들은 서로 얼굴을 부벼주고 있었다. 뒤쪽에서 멋적게 서 있던 디네스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꼭 붙어 있는 두사람을 보면서 디네스는 시에나가 크라우프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부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을 방해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식당으로 모두 몰려가서 같이 축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크라우프에 의해 그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네! 가요!”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식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고 특별히 배급된 맥주캔이 뿌려지고 있었다.
“와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그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빙긋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복구합니다…^_^;;;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3월 29일 화요일. 그렇게 중요한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스베인에서 승리를 거둔 에이센군들은 귀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승리를 한 것이지만 많은 병사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은 전사자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중위로 승진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세운 전공으로 중위가 될 것은 확실했다. 전투에 참가했고 격추기록을 남겨 놓았다. 당연한 결과의 포상인 것이다.
“돌아가면 결혼할 꺼에요?”
크라우프가 공중전대 전대장인 토마 중령에게 불려가 버렸기 때문에 방에는 시에나와 디네스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디네스는 시에나에게 그렇게 물었고 시에나는 피식 웃기만 할뿐이었다.
“디네스는 근무연수를 채우면 전역할 꺼니?”
시에나의 물음에 디네스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에이센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와야할 군대였다. 바르디아인들은 여성은 군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에이센은 의무적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16세에서부터 군대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있었다.
에이센은 바르디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7년간의 전쟁초기에 입은 수많은 병력손실을 극복할 수 없어 국민 징병제를 실시했다. 이에 힘입어 에이센은 거의 10년에 동안 바르디아를 두번에 걸쳐 역침공해 바르디아를 변방으로 몰아내었고, 결국 발바이스가 성립되게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에이센의 내부에서 아이크를 중심으로 한 신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파츠 베이스로 독립을 했다. 현 에이센 황제인 게르트 하우츠 황제는 바르디아를 손에 넣었으나 전 국토의 1/3을 잃어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전력을 기울여 파츠 베이스에 싸움을 걸었으나 그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고, 파츠 베이스의 수도인 아이크를 점령한 이후 양측은 싸움을 계속할 기력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평화가 10여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서 서로 예전처럼 광적으로 수많은 함정들로 우주공간을 가득채워 버리던 식의 낭비는 더 이상 벌일 수 없게 되었다. 각 국가들이 지칠대로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디네스는 군대를 전역하면 아버지가 계시는 곳에서 바리스타를 타고 일을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와야할 군대라고 한다면 기술을 배워서 사회에 나와서도 좋게 살고 싶었다. 디네스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시에나는 피식 웃기만 했다. 아직 서로간에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다시 말을 이어 보려 했을 때 문이 열리면서 크라우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려지자 적지 않게 당황한 것 같았지만 별로 내색을 하지 않고 묵묵히 테이블에 앉았다.
“신입들을 받게 되었어!”
그의 말투에는 그렇게 썩 좋지가 못한 기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코프. 몇 명이죠?”
시에나의 물음에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다 폈다.
5명이었다. 1개 소대의 구성이 소대장 1명과 다른 7명의 소대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기 보통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평시에는 3명 정도로 간편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전시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에 완편되는 것인가 싶었다.
“국경 경비대니까 당연한 것이죠!”
그녀들의 말에 비록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기는 했지만 썩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아 보이는 그였기에 그녀들은 의아해 했다.
“문제아들이니까 그렇지!”
얼굴에 궁금함을 담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매우 불쾌한 어투로 대답했다.
“문제아들?”
“응……”
그는 가볍게 고개를 세 번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팔장을 낀채로 있다가
“일단은 우리들은 하만 바이파의 고비엘트리턴으로 귀환할 것 같아. 그곳에서 다시금 함대를 재편하고 나서 국경으로 배치될 것이라고 하더군!”
하만 바이파는 파츠 베이스가 독립 전쟁을 일으켰을 당시 토리만 벤플리트 중장이라고 하는 걸출한 지휘관이 에이센의 대공세를 3번에 걸쳐 막아 낸 곳이었다. 지형이 방어자에게 매우 유리했기 때문에 벤플리트 중장은 로이드 행성계에 거점을 둔 에이센군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냈고, 두 번에 걸친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 사이의 강화 조약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게 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는 파츠 베이스의 군사력의 실질적인 지도자였던 백효연 대원수가 전선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야전군을 실제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백효연 대원수는 신족 출신으로서 에이센의 초임장교로부터 시작해 입지전적으로 40세에 원수로 승진을 한 걸출한 인재였다. 군부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크고작은 전쟁을 수도 없이 겪었으며, 그 때마다 성공을 거둔 인재였다. 지휘관이 된 대령 시절부터 패배를 몰랐으며, 특히 제 1차 에이센의 바르디아 침공때 본군이 바르디아의 듀얼 가스펠에 가로막혀 옴싹달싹도 못하고 있는 사이, 적의 후방을 휩쓸어 승리를 이끌어낸 인물이었다. 에이센 역사상 기네스 엘드린 대원수 이후 최고의 군인이라는 평을 들었던 그녀였고, 고향인 아이크 총독으로 부임하게 된후 에이센에 대해서 반란을 일으켜 파츠 베이스를 성립하게 한 주요한 인물이었다. 백효연의 전사 이후 파츠 베이스는 급속히 쇠퇴하게 되었고, 결국은 수도인 아이크를 내주고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크의 공업지대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그 국가 생산력에는 별 다른 지장에 없었다.
백효연 대원수는 35살에 스티피 윌슨과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딸이 하나 태어나 있었다. 그리고 40살에 윌슨과 이혼하고 아이크 총독으로 부임했다가 반란을 일으켰고, 거기에서 로이드 디제라는 남자와 재혼해서 아들도 하나 두었다고 했었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다. 현 황제인 게르트 하우츠의 오랜 친구였다고 하지만, 에이센 최대의 반역자로 이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에이센 군인이었을 때 이룬 업적이 매우 거대했기 때문에 역사에서도 그 이름을 듣게 되는 것이다. 45살 때 에이센군과의 전쟁에서 기함과 함께 전사한 이후로 다른 기록들은 없었다.
그녀는 공인과 사인으로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것이고 수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신족들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서 헌신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자들과 사람들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만 바이파라……”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쓴웃음을 짓고있는 시에나였다. 별다르게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크라우프에게는 잘 보이려 애쓰는 것 같았다. 디네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친구들이기에요?”
“아! 규네이크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간 녀석들!”
그의 대답에 동시에 그녀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기명령을 무시하고 전진해 적의 공세를 유도한 녀석들이었다. 5명이라는 생각에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다.
“남자 셋에 여자 둘이다.”
소대장의 입장에 있는 크라우프로서는 지시를 위반한 이들이 마음에 들지않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다섯 명 모두 준위들이고.”
그가 덧붙여 설명을 해 주자 순간 두 여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준위들이라고 한다면 사관후보생들일 것이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나왔다가 전쟁에 투입되었다는 말이 된다.
“준위들이라……”
디네스는 어쨌든 그들이 시에나나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겠다는 생각을 조금 하면서도 어쨌든 일단 겪어 보자 싶었다. 막연하게 궁금함이 앞섰던 것이다.
“어때?”
크라우프가 시에나를 돌아보며 물었고 상관없다는 대답이 나오자 디네스에게도 물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는 디네스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격납고에 좀 갔다 올게!”
그는 잠깐 앉았다가 곧바로 일어섰다.
그가 다시 나가고 시에나도 땀이 많이 난다고 하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샤워나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고, 디네스는 침대에 몸을 누이면서 양손을 모아 잡고 뒷머리를 받쳤다. 이상한 두 사람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적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함께 했다. 그리고 첫 전투에서 이렇게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자카운의 정비가 끝났다는 말에 격납고에 내려갔다. 자신의 바리스타는 진열되어 있는 바리스타들의 가운데 서 있었다.
“그나마 중요한 부분은 파괴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정비병은 그가 다가오자 그렇게 말했고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중력의 공간을 몸을 날려 올라갔다. 크라우프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콕핏에 올라가 앉았고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격납고를 죽 둘러보던 그의 시선은 5명의 남녀들에 고정되었다. 그들은 서로 무엇인가 즐거운 듯이 떠들고 있었다. 5명 모두 어께에 준위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 친구들이었다.
크라우프는 콕핏 안에서 계기점검을 하려 했다가 그만두고는 바리스타를 올려 보면서 감탄하고 있는 이들 쪽으로 내려갔다. 남자 세 명에 여자 두 명이었다. 20세 전후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상대는 소위가 내려앉자 경례를 했다.
“이 바리스타를 조종하십니까?”
5명중에서 약간 키가 큰 회색 머리의 백인청년이 물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다소 긴 편인데 광대뼈가 좀 나와 있어서 마른 체격이라는 인상을 주는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꽤 운동을 한 듯 보였다.
“그러네!”
크라우프의 대답에 이들은 대단하다는 말을 해 주면서
“저희들도 이번 작전에 참가했습니다. 이번에 소위진급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군 중에서 키가 좀 큰 흑인이 그렇게 말했고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축하하네! 이번에 선두에 나섰던 자들이 자네들이지? 나라고 한다면 모두 영창에 처넣어 버렸을 텐데 말이야!”
그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이들 모두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지만 크라우프는 개의치 않았다. 이들이 뛰쳐나간 덕분에 수많은 병사들이 전사했던 것이고 자칫했으면 전체적인 작전이 모두 붕괴될 뻔했던 것이다.
“반갑네. 내가 자네들의 소대장이 될 크라우프 페트릴이라고 하네!”
그가 손을 내밀자 모두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악수를 했다. 새로운 소대로 배속된다는 말에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었겠지만, 이렇게 소대장이라는 사람이 자신들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말을 하지않으니 당연하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