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35
271년 6월 9일 수요일 에르바 행성계의 임시 사령부로 사용되고 있는 판타로드 호의 복도를 키트릿지와 함께 걷고 있다가 카레나는 문득 같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 09시 30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곳에서는 더 할 수 없이 평범한 일상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고 한창 바쁜 곳에서 일할 사람들은 정말로 한창 바쁘게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나베 행성계 외각에서는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죽고 죽이는 일로 바쁠 것이다.
카레나는 자신의 뒤쪽으로 조용히 따라 걷고 있는 키트릿지를 한 번 돌아 본 후 판타로드 호의 안쪽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로 함께 들어섰다.
간단한 책상과 소파 몇 개만 있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카레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아 책상위에 놓인 몇 가지 서류들을 키트릿지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키트릿지가 곧 바로 카레나에게 이제 전장에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도착했으니 에이센군이 압도적인 수적인 우세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안도했다. 듣고 있던 카레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대로 기뻐했다.
“그렇겠지. 코프 녀석이······. 크게 탈이 없게 된 것 같으니 다행스러운 일이고 말이야.”
듣고 있던 키트릿지는 피식 웃음을 지은 후 곧 정색을 하고는 바로 네슬런 행성계에서 다크 크라이드와 아펜 매드클라이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에이센군을 저지할 활동을 계속하고 있음을 걱정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카레나는 완전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것이 우리 에이센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지금 아나베 행성계 에서는 이미 그 산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제 아무리 다크 크라이드와 아펜 매드클라이가 애써봐야 결국에는 나베 카투라 때문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질 것이라는 카레나의 설명을 듣고 키트릿지는 나베 카투라 하나만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고 걱정했다.
“만일의 경우 다크 크라이드와 아펜 매드클라이 같은 녀석들이 나베 카투라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칫······.”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는 키트릿지는 나베 카투라 한 사람에게만 너무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걱정하니 카레나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아 넘겼다.
“뭐 굳이 나베 카투라가 이중 첩자라는 것을 알아도 상관없다. 만약에 나베 카투라가 제거 된다면 함대를 움직일 자금도 떨어지게 될 것이고 더욱이 바리스타도 크누트 이외에는 가지게 되지 못할 것이니 말이야.”
순간 키트릿지는 현재 발바이스군이 운영하고 있는 베르터와 아라크니드 그리고 라피니온 같은 기체들이 전부 나베 카투라의 근거지인 나우베 행성계에서만 생산되고 있고 아울러 베르터와 아라크니드 그리고 라피니온 같은 기체들이 전부 에이센에서 제공된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적들이 최대한 힘을 끌어내어 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마울 뿐이야. 예정에는 없었던 일이지만 다시 에이센을 에르바 행성계에서 몰아내고 성지를 탈환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만들어 주어야 하니 말이야. 앞으로는 위해서 말이지.”
슬쩍 웃고 있는 카레나를 보고 키트릿지는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지은 후 이내 화제를 아나베 행성계에서의 전투로 돌렸다.
10시 10분 호박의 정령호에 있는 지휘 데스크에서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의 총에 맞고 사망한 구드 바렌브룩 준장 대신 임시로 전투 지휘관을 맡게 된 마르코 시어리 준장은 갑자기 격납고에서부터 내선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투 지휘관 대리 마르코 시어리 준장이다. 무슨 일인가?”
시어리 준장이 나름대로 활기에 차 있는 목소리를 흉내 냈다. 하지만 이때 시어리 준장에게 올라온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채가연 상사가 디네스 펜터 호리스 대령의 기체로 남아 있는 스탈리온을 타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억지라는 거야? 원하는 기체에 태워서 내보내!”
전투 지휘관 대리인 시어리 준장은 별 것도 아닌 일 때문에 내선을 사용해 함교에 보고를 올린 정비 반장을 질책하듯 한 소리 한 후 내선을 끊어 버렸다.
내선을 끊고도 스탈리온 같은 고급 기체를 부상당해 출격할 수도 없는 디네스 펜터 호리스 대령의 기체라도 묶어 두려는 모습을 보이는 정비반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썩 그렇기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20분 뒤 채가연 상사가 디네스 펜터 호리스 대령이 타고 있는 스탈리온에 올라 재차 전선으로 출격 했다는 보고가 올라 왔고 그녀의 뒤를 따라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가 자카운으로 기체를 바꿔 타고 출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지만 시어리 준장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쟁은 그들 두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서 전체적으로 승리를 일구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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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오늘은 별로 고칠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ㅠ0ㅠ;
내용이 좀 이상하면 얼른 지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순결당 만쉐이! Next-78…
에궁…
●‘바보아님’님…s(^0^)乃 1타 만쉐이입니다…씨익…순결당도 만쉐이이 이구요…그나저나 너무 무덥군요…전형 적인 가을 날씨 맞네요…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춥고…~-~; 감기 걸리기 딱이겠어요…~,.ㅠ;
●‘xianzheng’님…므흣…^0^; 그나저나 학교에서 악을 치셨다니…무슨 뜻이신지요? 좋지 않으신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에궁…부디 xianzheng님…좋은 일만 많으시기를 빌며…순결당 만쉐이입니다…^__^)乃
●‘bsh2345’님…베실베실…일단 많이 죽을 것입니다…뭐…아나베 행성계에서의 전투는 약과지요…^ㅠ^; 진짜로 죽는 것은 바로…^0^; 네슬런 행성계입니다…막판이니 이제 죽이는 재미가 더 쏠쏠해 질 것 같습니다…씨익…
●‘판타로드’님…저 작가넘도 어제쯤에서 좀 지루해 져서…바리스타 전투를 그만 쓰고 다른 이야기로 전환시키려 했었거든요…~_=;; 뭐 글쿠 이제 남은 것은 네슬런 행성계 전투입니다…베실베실…많이 죽여야지요..므흣…
●‘신나는일상’님…맞습니다…저 작가넘도 간만에 재미있었습니다…하지만 이제는…슬슬 정리를 하고…다시금 다른식의 전투로 되돌아 와야 하겠지요…씨익…
●‘룬마스터’님…쿠울럭…인주가 번져서…잘 보이지 않습니다…ㅠ0ㅠ;; 일단 일교차가 심하니…감기 조심하세요…화팅!
●‘아담스미스’님…넵…이제 슬슬 마지막 전투입지요…^0^; 그리고 이제는 슬슬 정리가 되어지려 하고 있답니다…1,000회 끝을 향해서 말이죠…^0^)乃
●‘당근선인’님…맞습니다…티아라가 이제는 최고 최강이지요…뭐…^_^; 노멀 타입으로서는 티아라 이상의 실력자도 없을 것이랍니다…^0^; 글쿠…코프 넘의 애인들이야…바리스타 파일럿을 해야 활약이 돋보이고…멋져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전부는 아니죠…크세니아 양이 있으니 말입니다…^_^;
●‘내멋대로할꼬야’님…쭈압…FSS의 그…저 작가넘도 보고 경탄스럽답니다…그렇게 극악스러운 연재 속도하며…~ㅁㅜ; 글쿠…은근슬쩍이라니요…일단 1,000회에서 종결입니다…더 이상 쓸 수 없으니…ㅠ0ㅠ; 디나는 통과…카레나는…나중에…한 될 가능성이 농후하게…클로리사는 [······]와 결혼 하기 때문에 통과…글쿠…미유는 확실히 죽었답니다…^_^;
●‘soulschaos’님…^0^; 저 작가넘의 졸작을 이렇게 높게 평가해 주시니 저 작가넘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더욱 열심히 써서…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화팅!!
●‘Mr.Jang’님…자매 덮밥이라…그것도 좋기는 하지만…뭐…반찬은 여러 가지 종류가 좋답니다…이제 영원히 함께 해야 할 디네스가 있으니 나머지는 다 반찬이지요…씨익…
●‘underworld’님…^_^; 디네스는 전투 참모 보다는 아직 파일럿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답나다…왜냐면…네슬런 행성계 전투에서 열라 싸워대야 하거든요…씨익…
●‘스킬팝’님…에궁…티아라의 활약이 약했나요? 긁적…~-^a 글쿠…뭐…애초부터 전쟁을 하지 않으려 해도…어쩔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_^;
●‘kasanova’님…핫핫핫…뭐…섹스가 너무 남성 위주다…여자는 눈요깃 거리냐(?) 등등의 말씀이 있기는 합니다…ㅠ0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저 작가넘이 여자가 아니니…쭈압…
●‘라이네케’님…흐음…북구신화에 나오는 숫여우라…쭈압…뭐 어떻습니까? 그냥 써도 괜찮겠지요?(부비부비) 어쨌거나 네슬런 행성계 전투에서 죽을 것인데요…뭐…(슥슥)(부비부비)…
●‘호박의정령’님…하지만 1,000회 쯤에서 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답니다…그 이상은 사실 불가능하지요…너무 길게 늘여 쓰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긁적…
●‘메두’님…비열하다기 보다는 좀 멋지게 나올 것입니다…예정은요…므흐흐흐…뭐…어쨌든 간에…황실 근위 함대 총사령관이니까요…씨익…
●‘이루려는자’님…씨익…겨우 3명 죽었을 뿐입니다…3명요…ㅠ0ㅠ; 글쿠 뭐…막판에 다 죽이면 어떻습니까? 쥔공과 그 여자들만 죽지 않으면 되겠죠? 에헤헤헤…^0^)乃
●‘사막의고양이’님…조언 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이 깊이 새겨듣고…주의하겠습니다…m(_ _)m…그나저나 짜장이는…간식을 먹지 않습니다…물론 하나도 주지 않고 키웠더니 먹을 줄도 모르더군요…그·런·데…오늘 약과를 만들려고…엄니께서 반죽을 쭈욱 펴니…그것의 위로…발자국을…~0=;;
●‘勇者’님…(슥슥)(부비부비)…잇힝…므흐흐…그나저나 11월에 1,000회라…저 작가넘이 더욱 분발하겠습니다…베실베실…勇者 님도화팅!!
●‘테르미도르’님…엣헷헷…또 죽여서 죄송합니다…지난 번에는 폭탄으로 이번에는 사이드 스커트에 달린 격투전용 빔포로…ㅠ0ㅠ; 어쨌거나 이해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 드리구요…테르미도르님…일교차가 크니까 감기 조심하세요…화팅!!
●‘시르피드’님…데이터 불명기는…^_^; 에이센군이나 발바이스 측에서 신형기를 내보내면…이 기체에 대한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아 데이터 불명기로 처리 된답니다…^_^; 그리고 2, 3개월 정도면 이름이 나오지요…^_^;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0^; 하지만 저 작가넘은 불필요한 캐릭터를 정리하실 수 있는 그런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_^; 자칫 캐릭터 정리를 실수 하면…ㅠ0ㅠ; 나중에 많이 힘들더라구요…징징…
꺼억…밥이 제법 맛나네요…순결당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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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8
data= 11시 22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자신의 목숨을 다해 에이센 함대를 최대한 소진시키려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현재 발바이스 함대는 전체 전력이 양분되어 있었고 주력 함대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고집 때문에 탈출 시기를 놓쳐 전장에 증원된 에이센 함대에 의해 퇴로가 차단될 지경에 이르른 상태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보급로가 차단되어 보유하고 있는 보급품이 소진되자 더 이상 처음의 공격력을 유지시킬 수 없었다.
포위된 상태에서도 후퇴를 허용하지 않고 에이센 함대를 공격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보다 못한 그의 참모들이 에네르 자드 하페텐에게 더 이상 전투 행위를 지속하지 말고 전력을 후퇴시키는 일을 권했다.
“각하! 지금 이 상황에서는 에이센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더 이상을 기약할 수 없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잠시 주력 함대를 후퇴시켜 전력을 보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참모들의 후퇴 요구는 사실 자신들, 즉 주력 함대만 전장에서 빼내자는 뜻이었다. 물론 현재 에이센 함대에게 완전히 포위된 후속 함대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들은 대부분은 구식함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이곳저곳에서 끌어 모은 잡병들이기 때문에 실제 전력적인 가치는 매우 적었다.
단순히 숫자만 채워 놓기 위해서 끌어 모은 구식함으로 구성된 함대에 비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는 정예 중의 정예 함대로서 이들의 전력이 온존히 지켜진다면 에이센도 섣부르게 네슬런 행성계를 넘보지는 못할 것이라 참모들은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이센 함대를 이곳에서 소진시켜야만 한다는 논리를 고집스레 내세우며 전원 옥쇄의 결의로 싸우려 들고만 있었다.
“······후퇴는 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전력은 바로 에이센의 가용 가능한 전력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들을 최대한 소진시킨다면 네슬런에서는 충분하게 이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후퇴하자는 소리는 그만하고······계속해서 공격하란 말이야!”
참모들의 진언에도 불구하고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고집을 부리며 소리까지 지르자 모두들 목을 움츠렸다. 그렇지만 잠시 목을 움츠렸던 참모들도 이번에는 끈질겼다. 아직 에이센 함대의 완전한 포위망이 구축되지 않은 때 탈출을 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하!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어서 주력 함대를 온존시켜야 합니다.”
참모들은 워낙 강경하게 나서며 지금 이 자리에서 주력 함대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점을 인지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여전히 후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금 이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후퇴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있는 이유는 의외로 자드 하페텐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의 휘하에 있는 에이센 함대가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휘하는 발바이스 함대의 집중된 공격을 받고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후퇴할 수 없다며 참모들의 의견을 물리쳤던 것이다. 하지만 참모들이 보기에는 그가 패전을 상쇗킬만 한 전과를 이루기 위해 고집을 피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참모들이 후퇴하자고 일제히 나선 가운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전력을 후퇴시키는 대신 보다 전력을 집중시켜 에이센 함대를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고 적을 충분하게 소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순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대답을 듣고 있던 참모들은 아연해 졌다. 그들은 곧 바로 지금 현재 발바이스 함대는 전술적으로는 에이센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패배하고 있음을 그가 모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점을 들어 다시 한 번 후퇴를 생각해 줄 것을 부탁했다.
“에이센군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꾸준히 아군에 대한 포위망을 풀지 않고 있고 계속해서 공중전 병력을 지원중에 있습니다. 각하! 지금 이때 주력을 전장에서 빼내 병력을 온존시키지 않는다면 결국에 아군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참모들은 지휘관으로서는 꺼려야 할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어 가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을 설득하려 했고 잔뜩 인상을 쓰던 그는 전술 모니터와 양군의 배치가 대략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또다른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퍼뜩 자신이 처한 위치를 깨달았다.
현재 에이센군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패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현재 에이센 함대가 전력을 두 곳으로 나누어 한쪽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고 나머지 쪽으로 전력을 투입해 발바이스 함대를 절반으로 줄여 놓은 뒤 단숨에 승부를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대로 눈앞의 승리에 집착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휘하 병력들은 물론 자신까지 이곳에서 먼지조차 남지 않고 깨끗이 없어질 것이 자명해 보였다.
퍼뜩 정신을 차린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자신이 정신없이 눈앞의 전투에만 전념했음을 깨닫고는 짐짓 부끄러워 졌다. 잠시 고집을 부리고 싶기도 했지만 이미 자신의 주변에 있는 참모들은 에네르 자드 하페텐에게 현재 자신의 실수를 자존심 상하지 않고 수정할 수 있는 좋은 빌미를 만들어 주고 있었기에 짐짓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는 체 했다.
“좋다. 그럼······탈출로를 찾아라! 에이센 함대의 공격을 피해 전력을 전선에서 빼낸다.”
한참을 고심한 끝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못이긴 척 참모들의 후퇴 요청을 받아 들이자 참모들의 얼굴색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들도 사령관 때문에 이런 곳에서 죽고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일단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전력을 후퇴시키겠다고 결정하자 썩 미덥지 않아 보였던 참모들은 의외로 재빠르게 탈출 준비를 서둘렀고, 짧은 시간 동안 그의 함대는 아직 에이센군의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은 쪽을 따라서 전력을 빼낼 준비를 갖추었다.
14시 33분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가 미처 완성되지 않은 에이센 함대의 포위망을 뚫고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탈출하기 시작했을 때, 크라우프가 도주하는 적의 주력 함대를 상대로 벌일 수 있는 일은 당장 아무 것도 없었다.
“각하! 발바이스 주력 함대의 추격은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과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에게 맡기시고 저희들은 현재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의 나머지를 격멸해 버리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내 크라우프의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다이레아가 현재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 크라우프는 씁쓸한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뭐······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병력이 조금만이라도 더 많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나직이 한숨을 내쉬는 크라우프를 보고 다이레아는 씁쓸하게 웃어 주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크라우프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가 탈출하는 일에 대해서는 사실상 크라우프의 손밖에 나 있는 일이었고, 크라우프를 비롯해 두산 대장의 함대 절반과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 40%25 정도로 구축된 포위망 속에 갇힌 구식함으로 구성된 엉성한 발바이스 함대는 사방에서부터 포위된 에이센 함대에게 심하게 뭇매질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식함으로 구성된 발바이스 함대는 번번이 시도된 탈출이 좌절되자 탈출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구형 진형을 유지한 채로 일방적으로 함포 사격과 바리스타 부대의 포격만으로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적의 주력함대의 대다수를 놓치게 될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사실 이정도 전과만 하더라도 상당한 것이었다.
아쉽지만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진작에 깨닫고 있던 크라우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후 이내 공격을 강화시킬 것을 지시했다.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포격을 감행하고 바리스타 부대를 계속해서 투입시켜! 적을 철저하게 소진시킨다.”
크라우프는 전투 지휘관 대리를 맡고 있는 시어리 준장을 돌아보며 바리스타 부대를 재편성해 발바이스 주력 함대 쪽으로 배치되었던 바리스타 부대를 지금 포위되어 무너지고 있는 발바이스 구식 함대 쪽으로 이동시켜 공격력을 배가시킬 것을 명령했다.
18시 57분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은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에게 허리가 잘리고 두산 대장에게 반포위된 상태에서 용케 탈출로를 열고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도주하고 있는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가 현재 50만 척 이하로 줄어든 상태에서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와 맞서고 있는 발바이스의 조력 함대와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타머란 대장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에는 대형 전함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구축함과 경비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때문에 공격력과 방어력은 비교적 약했지만 대신 기동력이 매우 뛰어났고, 그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의 장점을 살려 소진될 대로 소진되어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가 절반 정도 달아났을 때 재빠르게 공세를 취해 허리를 잘라 버리려 시도했다.
6월 10일 00시 52분까지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은 무려 6만 척이나 되는 예하 함대를 상실하고 17만 척의 전투함이 파손되는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전함과 중순양함, 그리고 미사일 순양함 같은 중대형함으로 구성된 발바이스 주력 함대의 허리를 잘라 버리는데 결국 성공할 수있었다.
01시 20분 부터는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이 현재 완전히 포위되어 제대로 운신하지도 못하고 있는 발바이스군의 구식함 함대에 대한 공격을 로즈위드 중장과 크라우프에게 일임하고, 그녀 자신은 타머란 대장의 집중 공격 때문에 탈출하지 못한 발바이스 주력 함대를 궤멸시키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붓기 위해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03시 38분 타머란 대장은 양측 모두 병력이 모자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두산 대장으로부터 약 15만 척의 순양함 함대를 양보받아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는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를 추격했다.
특히 타머란 대장이 급하게 서두른 것은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가 로즈위드 중장과 맞서고 있던 조력 함대와 합류하는 막기 위해서였다. 타머란 대장은 현재 50만 척 이하로 전력이 소진된 발바이스군의 조력 함대가 보여준 무시무시한 함대 지휘 능력과 공격력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적의 주력함대와 합류하게 된다면 자칫 다 이긴 싸움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상당히 조급해 하고 있었다.
“아군이 200만 척이 넘는 함대를 보유하고도 쉽게 격퇴해 낼 수 없었던 함대다. 탈출한 녀석들과 결코 합류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타머란 대장은 결론을 내리자 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07시 25분 타머란 대장은 후퇴하고 있는 발바이스 주력 함대의 후미를 구축함과 경비함으로 공격해 발목을 잡은 후, 이번에는 직접 두산 대장으로부터 양보를 받은 순양함 함대 15만 척을 직할 함대와 더불어 이끌고 적 함대의 측면으로 고속 전진해 발바이스 함대의 후퇴를 저지해 내는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
보유하고 있는 객관적인 전투함만으로 전력을 평가한다면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휘하고 있는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는 전함과 중순양함, 그리고 미사일함이 주력으로 구성되어 있는 함대로 매우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 대형함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와 비교해 보면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이 지휘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는 순양함도 두산 대장으로부터 양도받은 15만 척을 제외하고도 3만 척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고속 기동을 위해 구축함과 경비함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 소형함 위주의 신속 기동 함대였다.
이런 상황만 본다면 당연하게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가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정상이어야겠지만 전황은 에이센 함대쪽으로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는 계속된 전투로 보급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코넬리우스 타머란 대장의 능숙한 함대 운용 능력은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가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못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타머란 대장은 지휘하고 있는 예하 함대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기동력을 위시로 상대를 향해 일격 이탈 전법과 집중 포화 전술을 사용해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를 상대로 꾸준히 전과를 확대시켰다.
14시 39분 현재 탈출에 성공해 전력을 온존하고 있는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는 대략 60만 척 수준으로 줄어 있었다. 발바이스군의 발목을 붙잡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는 타머란 대장은 대형함이 거의 없는 기동함대이라고는 하지만 130만 척에 가까운 전력을 운용하고 있었고, 보급 수준에서도 발바이스 군의 주력 함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은 상태였기에 활발한 전투행위를 통해 꾸준히 전과를 확대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타머란 대장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가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가로막는데 성공했다.
19시 29분 발바이스군의 주력 함대는 타머란 대장의 집중 공격을 견디지 못해 아나베 행성계 안쪽으로 진입하지도 못하고 다른 발바이스군의 조력 함대와도 합류하지 못한 채 니멜 행성계와 아나베 행성계 사이의 주역으로 후퇴했다.
타머란 대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이 도주하고 있는 발바이스의 주력 함대를 압도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수적으로는 2배가 넘었지만 적들은 대형함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직접 적과 뒤엉켜 전투를 벌인다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적보다 처지는 전투함들을 가지고 모험을 거는 대신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퇴로를 차단하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6월 11일 02시 6월 10일 하루 동안 벌어진 에이센 함대, 정확하게 살펴보자면 로즈위드 중장과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가 벌인 일방적인 발바이스군 구식함 함대를 향한 학살에도 불구하고 발바이스군 구식함 함대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전투함들이 남아 있었고 결코 저항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크라우프가 먼저 로즈위드 중장에게 통고한 후 곧 바로 발바이스군의 구식함 함대에게 투항 권고를 했다. 이것은 조금 빠른 감이 없지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구식함으로 구성된 함대라고 해도 밀집 대형을 취하며 결사적으로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으니 아무리 뭇매질을 해대도 쉽게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에이센 함대가 바리스타 부대와 함포 사격을 적절하게 배합시켜 전과를 올리고 있었고 도미닉 베파누스 중장이 지휘하는 크라우프의 주력 함대가 적의 방어선을 많은 부분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이었기에 조만간 승패, 아니 전멸이냐 항복이냐가 갈릴 것이었지만 에이센 함대도 이곳의 전투를 빨리 종결시키고 적의 주력함대를 쫓아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조급해 하고 있었다.
에이센 함대는 일방적인 우세함 속에서 여러가지 괄목할 만한 전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적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었고, 발바이스군 구식함 함대는 에이센군의 투항권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더욱 잔존 전력을 집중시켜 에이센 함대의 포격과 바리스타 부대의 격렬한 공격을 견뎌 내며 방어선을 굳건하게 유지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