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59
게을러서 차원최강 159화
159 악의 씨앗(1)
“오오, 그런가!”
황제는 나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제국의 공작이 되어 마도 연합을 완전히 병탄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사심도 없었기에 그러자고 한 것이기도 했다.
이제 슬슬 나가 보려 하는데, 척후병이 도착하였다.
“폐하! 중요한 일로 척후병이 보고를 하고자 합니다.”
“들라 하라.”
얼마 지나지 않아 척후병이 도착하였다.
아직 공작 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척후병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해도 충분했다.
척후병이 빠르게 말을 이어 나갔다.
“폐하! 현재 제국 서부로 언데드 군단이 동진 중에 있습니다!”
“언데드 군단이라고? 얼마나?”
“족히 50만은 되어 보인다고 하옵니다!”
“50만이라!”
웅성웅성.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갑자기 언데드 군단 50만이라니?
마신이 나타나 경고를 하기는 했었다. 반드시 제국에 환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설마 지금의 일을 두고 말한 걸까.
에르나가 불안한 듯이 말했다.
-아마 이번에는 인간으로 되살리기 힘들 거예요.
‘어째서?’
-금방 언데드가 된 자들은 되돌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하거든요. 마신이 어떤 장치를 해 두었을 수도 있고요.
“흠.”
나는 매끈한 턱을 매만졌다.
언데드 군단이 50만이라고 하지만, 내 힘으로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사실을 분명히 마신도 알고 있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벌이는 걸까.
어쨌거나 내가 움직여야 하는 건 확실했다.
귀족들은 갑론을박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결국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발렌 후작!”
“예, 폐하.”
“혹시 제국의 환란을 극복할 수 있겠나?”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다소 안심하는 사람들의 표정.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발렌 후작을 보내야 하지만, 약식으로라도 작위를 내려야겠다. 발렌 후작은 앞으로.”
저벅저벅.
나는 붉은 융단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내가 무릎을 꿇었다는 것 자체가 황제에게는 상당한 부담이겠지만, 작위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카렌 영지를 비롯한 몇 개의 영지들이 통합될 것이다. 그리고 공작령으로 묶일 것이다.
“발렌 후작은 지금까지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그가 없었다면 결코 마도 연합을 쓸어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
업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여기서 나를 까 내리면 정치적으로 매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국의 공적으로까지 낙인찍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입을 다무는 것이다.
“발렌 후작에게 공작의 작위를 내리고 주변의 3개 영지와 통합하여 공작령으로 삼는다.”
“황공하옵니다.”
“일어나라, 발렌 공작.”
“예.”
어떻게 하다 보니 공작의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황제와 교황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고, 위대한 업적까지 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전쟁에서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지만, 단 한 번의 전쟁으로 독립적인 작위를 받아 공작까지 올라간 일은 없었다.
마도 연합을 멸망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디 제국을 위해 힘을 써 주게.”
“바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언데드 군단까지 상대하게 해서 미안하군. 부디 제국을 구해 주게!”
“일단 그곳에 가기 전에 아론스 백작을 만나 봐야겠습니다.”
“그리하게. 아론스 백작!”
“예, 폐하.”
“발렌 공작에게 루헨 영지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 주도록 하라.”
“황명을 받드옵니다.”
우리들은 곧장 황제의 궁을 빠져나왔다.
아론스 백작과 독대를 했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이었다.
“처음 각하께서 이곳을 나가셨을 때, 설마 이 정도로 대단한 업적을 세우실지는 몰랐습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벌써 각하를 위로 올려다보게 되었지요.”
“직접 전쟁에 참전하지 그랬나.”
“후후, 어쩌면 논공행상에서 저도 거론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잡담은 빠르게 끝냈다.
아론스 백작은 본론을 이야기했다.
“루헨 영지는 서부 최전선입니다. 총 5만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5만이라.”
“중앙군 3만에 영지군 2만입니다.”
“그마저도 혼성군인가.”
“주변의 영지에서 병력을 편성하면 10만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시간입니다.”
“지금 놈들이 어디까지 진격해 왔지?”
“하루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원은 못 받겠군.”
“일단 지원은 요청해 두겠습니다만, 최소한 일주일은 방어하셔야 할 겁니다.”
“일주일이라.”
그 정도는 방어가 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놈들을 인간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사체가 부패되었고 영혼까지 빠져나갔을 테니까.
하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그건 절대신의 영역이었다.
완전히 업적을 달성하고 영혼의 봉인이 풀려야만 가능했다. 그렇다면 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가능할 것도 같은데.”
“예?”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이다.”
“허허허, 각하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론스 백작은 지도를 비롯한 주변 세력도와 여러 가지 정보들을 건네주었다.
“정보부에서 줄 수 있는 모든 정보입니다.”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50만의 언데드가 동진하고 있다면 아마 세력을 더 불렸을 가능성이 컸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켰겠지.
마신이 제대로 준비를 했던 모양이다.
“이만 가 보도록 하지.”
“게이트까지 모시겠습니다.”
곧바로 마차가 준비되었다.
굳이 신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기에 게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제국 서부까지는 막힘없이 게이트가 뚫려 있었다. 대략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루헨 백작령.
오래 전부터 이곳은 제국 서부의 국경 영지였다.
변경백으로 불리는 루헨은 철통같이 제국을 방어해 왔고, 이번에도 황제는 아무런 걱정 없이 그에게 국경의 방비를 지시하였다.
비록 5만에 불과한 제국군이 지키고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높이의 성벽과 여러 가지 공성 장비들이 있었기에 적들이 감히 제국을 넘보지는 못하였다.
그나마 이번에 제국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어 많은 병력이 빠져나갔다. 원래는 유사시 10만의 병력까지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런 루헨 백작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언데드 군단 50만이라고!?”
“그렇습니다.”
척후의 보고에 그는 기가 막혔다.
언데드가 50만이라니?
마신의 형상이 수도에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었다. 놈이 말하길, 제국에 큰 환란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설마 자신에게 영향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의 영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이미 제국의 주력은 북으로 진군해 있었다.
그쪽에서 병력을 빼 온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진군하는 데에만 한 달은 넘게 걸릴 터였다.
과연 여기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까?
“황실의 지침은?”
“발렌 공작님을 보낸다고 합니다.”
“발렌 공작?”
“방금 작위를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기야, 제국의 숙적인 연합을 해체시켰고 병탄하고 있으니 그만한 작위를 받을 만은 하지. 그런데 발렌 공작 혼자 가능하겠나?”
백작은 고개를 돌려 참모들을 바라봤다.
참모장 에텐스가 말했다.
“그에게는 천군과 천사들이 있습니다. 마신이 이번에 무리를 한 만큼이나 칼도나 여신께서 수를 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흠.”
“어떻게든 가능할 겁니다.”
참모들은 발렌 공작을 믿고 있었다.
제국의 영웅이며 칼도나의 보호를 받는 발렌 공작이라면 이 난리를 수습할 수도 있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막는 것이 가능할지는 공작을 직접 만나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만약 발렌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이곳을 버리고 후퇴해야 할 수도 있었다.
저 멀리서 척후대가 다시 도착했다.
“영주님! 발렌 공작께서 오셨습니다!”
“오! 그런가? 마중을 나가도록 하지!”
영지의 유일한 희망이 도착했다.
게이트를 나와 군영을 살피고 있었다.
군대의 사기는 꽤 높았고, 병장기나 훈련의 질도 좋은 것 같았지만, 숫자가 너무 적었다.
5만으로 50만을 막으라니.
물론 일주일 후에는 5만의 지원군이 도착하고, 거기서 일주일이 더 흐르면 3만 정도는 어떻게든 증원이 될 것이다.
제국 중앙군이 오려면 지금부터 한 달은 버텨야 했다.
그럴 바에는 그냥 빠르게 끝장을 보는 것이 나았다.
“칼도나, 어떻게 보고 있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봐요.
“그런가?”
-천군과 천사들, 발렌 님의 힘이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죠.
“흠.”
그들을 못 막는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피해가 없도록 막는 것이 문제였다.
그냥 막는 것이야 못 할 것도 없었다.
놈들이 뭉쳐 있다면 쉽게 처리가 될 테지만 마신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할까?
산개해서 오면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어차피 마신도 내가 놈들을 막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막는 것은 둘째 치고 많은 피해를 받기 원하는 것이다.
“각하!”
저 멀리서 루헨 백작이 달려왔다.
그의 주변으로 기사단이 호위하고 있었다.
루헨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루헨 백작.”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가능하면 그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적들의 위치는?”
“대략 반나절 거리입니다.”
“꽤 빠른데?”
분명히 하루 정도는 걸린다고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에 도착해서 들어 보니 그보다 빠르게 놈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분명 걸어오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설마 강화 언데드인가.”
“그럼, 어렵지 않겠습니까?”
“죽이는 거야 문제가 아니지만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병사들의 목숨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참 많이 바뀌셨네요.
예전 같았으면 귀찮음이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곧 나도 영혼의 봉인이 풀릴 텐데, 개망나니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놈들을 정찰해 보도록 하지. 직접 봐야겠어.”
“제가 모시겠습니다!”
역시 변경백인가.
루헨 백작은 별다른 두려움 없이 말을 타고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