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94
게을러서 차원최강 094화
094 얼어붙은 대지(1)
다음 날 아침.
밤새 잠을 설치며 고민하다가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 들었다.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나에게 있어 이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그 이유라면 당연히 신격화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번 삶에 완벽한 신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영원히 윤회를 해야 한다. 신좌를 차지할 때까지 말이다.
그건 매우 고달픈 일이다.
빠르게 신좌를 차지하고 마신과 전쟁을 벌여 지긋지긋한 사슬을 끊어 내야 한다. 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영웅님?”
“후우.”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움직이는 경로를 수정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긴 여정을 할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이다.
“이제 갈 때가 됐어요.”
“아침밥은?”
“밥으로 준비했어요.”
쌀밥이 고슬고슬하게 지어졌다.
국은 스프로 대신했고, 반찬 따위는 없었다.
이 정도는 양반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다고 할까.
스프에 밥을 말았다.
느끼함이 전해졌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식사 후에 장비를 착용했다.
이곳 죽음의 신전 안은 바깥 날씨에 비한다면 덥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가려 하는 곳은 극한의 추위가 몰아치는 곳이다. 대충 장비하고 갔다가는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착용하고 중무장을 했다. 물론 부랑자처럼 위장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뭐가요?”
“부랑자로 위장하는 짓거리 말이다.”
“그래야 기습을 당하지 않을 테니까요. 북쪽에는 야만인들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부랑자로 위장을 하다고 해서 안전할까?”
그게 의문이었다.
부랑자로 위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외투를 잘 껴입는 것이 낫다. 찢어진 외투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원래 계획에서 조금 틀어지는 일이었지만, 원래 일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던가. 현장 상황에 맞추게 되어 있었다.
베르체도 동의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차라리 따듯한 것이 낫죠.”
“너는 그렇게 가려고?”
요염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악마가 의뭉스럽게 바라봤다.
그녀의 이름은 샤렐.
대충 그렇게 지어 주었다.
“네, 안 되나요?”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거의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사람들 시선 끌 일 있냐?”
“주인님의 취향을 고려했습니다.”
빠아아악!
“꺄아아악!”
하이 킥을 날려 그녀의 머리통을 쳤다.
어마어마한 힘이 들어가 있었기에 샤렐은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아름다운 반나체의 미녀가 데굴데굴 굴러 벽에 처박히는 모습은 꽤나 안타까운 모습을 자아냈지만, 우리 일행들은 이미 이런 일에 면역이 되어 있었다.
“죽고 싶냐?”
“죄, 죄송해요!”
“뿔도 좀 집어넣고. 지금이 신화의 시대인 줄 착각하나 본데, 지금은 인류가 번성하는 시기다.”
“제 생각이 짧았어요.”
스스스슷!
그녀 역시 두꺼운 외투로 갈아입었다.
이 정도면 여행 준비는 마친 것 같다.
“그럼 출발하자.”
고오오오!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공간.
신화시대에 만들어진 텔레포트 게이트였고, 이 게이트는 북극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밀어 넣었다.
휘이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쳤다.
“크윽!”
“으으윽!”
“미친 날씨네요!”
숨조차 쉬기가 힘들다.
급하게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그야말로 폐가 얼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북극이 춥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눈조차 뜨기 힘들 지경이었다.
실비아가 실드를 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져 나갈 것 같았다.
홀리 실드가 깨져 나갈 정도의 강추위는 지구의 북극보다 추운 듯싶었다.
“아니,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산다고?”
“그렇다고 하네요.”
실비아는 익히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내 질문에 답했다.
도저히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혹한 추위.
말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길어질 것 같았다.
“빌어먹을! 빨리 출발하자!”
게으름 수치가 하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으름 수치가 다소 하락하더라도 일정에 맞춰서 전진해야 한다.
점심 무렵.
전진을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이동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 많은 거리를 이동하지는 못한 것 같다.
발이 푹푹 빠지기도 했고 워낙에 추워서 몸이 굳은 탓이다.
결국 우리들은 이글루를 만들어 잠시 쉬기로 했다.
타닥! 타닥!
그나마 장작을 아공간에 넣어 와서 다행이다.
이글루에 작은 난로를 만들고 연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게 했다.
내부가 순식간에 훈훈해졌다. 이렇게 눈으로 만들고 안쪽에 난로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글루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것만 해도 바깥이 얼마나 추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후루룩!
뜨거운 스프를 배 속에 밀어 넣었다.
속이 뜨끈해지면서 약간은 추위가 풀리는 것도 같다.
실비아는 빨개진 코를 한 번 슥 닦고는 말했다.
“너무 추운데요?”
“나도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어요.”
한 시간에 2킬로미터 전진하는 것도 힘들었다. 물론 강력한 격을 사용한다면 빠르게 전진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나 혼자 이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데스도 있었고, 샤렐도 추가됐다.
혼자 빠르게 이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스프로 점심을 때우고 나가려는데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햐, 이게 얼마 만의 방문객이야? 간만에 회포를 풀겠는데?”
“돈이 좀 많은 놈들이어야 하는데 말이야.”
대충 들어도 강도들이었다.
이런 곳에 강도가 있다니?
물론 강도가 주업은 아닐 것이다.
평소에는 사냥을 하면서 살다가 여행객이나 상인들이 방문하면 강도질을 하는 놈들인 것 같았다.
이글로 밖을 나가 봤다.
총 열댓 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북극인들이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한 손에는 거대한 모닝 스타가 들려 있었다.
하나같이 철퇴 비스무리한 것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저것이 북극 부족 전통 무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오호, 저건 개썰매 아니야?”
“와아! 잘 됐네요. 개썰매가 다섯 대예요. 그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어요!”
실비아는 손뼉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개들에게 먹이만 공급해 주면 이동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먹을 것들이 많았다.
개들이 좋아할 만한 고기들도 많았으니 썰매를 이용해도 될 것 같았다.
“이게 웬 떡이래?”
“이놈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거냐!?”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고함을 쳤다.
나름대로 강도라고 유세를 떠는 모양인데, 저놈들이야 데스에게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았다.
“데스, 처리해.”
-네, 주인님.
파앗!
데스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데스는 강했다. 마스터를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각종 아이템으로 무장까지 했다. 그야말로 템빨이 살아 있는, 강력한 데스 나이트가 된 것이다.
놈들은 데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서걱서걱!
푸하하학!
허공에 피가 뿌려졌다.
하지만 바닥에 피가 떨어질 때에는 피가 얼어서 고체가 되었는데, 지금의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충분히 짐작할 만한 장면이었다.
사실, 피가 그리 많이 뿌려지지도 않았다. 목이 잘리는 즉시 단면이 얼었기 때문이다.
투두둑.
잘린 목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잠깐! 한 명은 남겨야지.
-주인님의 뜻대로.
공교롭게도 처음 우리들에게 고함을 쳤던 우락부락한 사내만 남아 있었다.
남자는 눈을 부릅떴다.
“이런 괴물들! 도대체 정체가……!”
“데스, 일단 좀 다져 놔라. 우리들은 잠시 들어가서 불 좀 쬐고 오겠다.”
데스는 검을 검집에 넣고 그걸 휘둘렀다.
빠아아악!
“커어억!”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데스는 남자를 엎드리게 하여 검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퍽퍽퍽퍽!
“끄아아악! 살려 줘!”
“대화가 가능할 때쯤 부르라고.”
우리들은 이글루로 돌아왔다.
개썰매가 생겼으니 앞으로 여행이 편해질 것 같았다.
“개썰매를 어떻게 이용해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일단 개들과 친해져야죠.”
지금 개들은 묶어 둔 상태다.
주인이 모조리 죽어 버렸기에 광분하고 있었는데, 놈들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먹이를 주면 되나?”
“물론이에요. 먹이를 주면 우리를 따르게 되어 있어요. 원래 개들이 단순한 동물이거든요.”
실비아의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같았다.
바깥에서는 비명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실비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러다가 죽을 것 같은데요?”
“다리가 부러지지는 않았겠지.”
놈을 살려 둔 이유는 길 안내 때문이었다.
우리들은 지도 하나에 의지해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북극의 지도는 너무 오래됐고, 그마저도 제대로 제작됐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시대의 지도라는 것은 기밀로 취급됐다. 그냥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이지 지도를 활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안내인이 필요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안내인이 저절로 굴러 들어왔다.
지도가 없어도 충분히 안내인만으로도 신전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놈을 교화(?)시키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교화가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자 비명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고 그냥 죽여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냥 죽여라! 크흐흑! 이건 전사의 수치다!”
“아직 교육이 덜 된 것 같은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길 안내.”
“빌어먹을! 똥물에 튀겨 죽을!”
“영웅님, 덜 맞은 것 같아요.”
“어쩔 수가 없네. 2단계로 넘어가야지.”
“네? 2단계가 무엇인데요?”
“베르체, 대충 길은 알지?”
“북쪽으로 향하면 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세상 끝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야.”
“물론 그렇습니다만, 도중에 아렌카에 들르기 위해서는 안내인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지도가 워낙에 오래돼서요.”
“그래, 그럼 일단 몇 시간이라도 달리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말입니까?”
“놈을 속옷만 입혀서 개썰매에 매달고 달리도록 하자.”
“헉! 진심입니까?”
“안 될 이유 없잖아.”
“아아악! 차라리 죽이라니까!”
아직도 악과 깡이 살아 있었다.
역시나 놈은 북방의 전사였다. 북방의 전사들은 어마어마한 자존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자존심을 구겨 버리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다져 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스아아아!
개썰매가 아주 매끄럽게 눈길을 가로질렀다.
개썰매 하나당, 총 11마리의 개들이 묶여 있었는데 대장 견을 필두로 뒤쪽에 10마리의 개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을 듣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고기로 유혹을 하니 홀랑 넘어왔다.
원래 개들은 먹이를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하는 법이다.
내 썰매 뒤에는 북방 전사가 속옷 차림으로 매달려 있었다. 양손만 매달아 질질 끌고 왔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했다.
“이런 개새끼들! 악마보다 더한 새끼!”
“생각보다 입이 거치네.”
-와, 너무한 것 아니에요?
“뭐가?”
-이 정도로 사람을 고문하는 것이 천신이 할 일인가요?
“너도 들었잖아. 천신과 마신은 마음먹기에 따른 것이라고. 내가 비록 천신의 위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그 경계는 없었다는 말씀.”
-하!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더니 딱 그 짝이네요.
“오, 에르나도 많이 늘었어. 그냥 지구에서 살았어야 하나.”
걸어서 이동하다가 개썰매를 타게 되자 신세계였다.
이래서 북극에 사는 사람들이 개썰매를 타나 싶었다.
그렇게 북쪽으로 나아가는데, 수많은 개썰매들이 나타났다. 그 숫자가 족히 수십은 되어 보였다.
일단 썰매를 멈추었는데, 뒤쪽에서 북방 전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우리 부족에서 본대를 이끌고 왔다!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다!”
“흐흐흐, 안내인들이 더 늘었잖아? 차라리 잘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