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65
1077장. 냉정과 열정 사이.
퍼버버버벙!
창과 단단한 해골 병사 아사신이 부딪치는 굉음이 사방에 울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화염에도 버티던 괴물 같은 뼈다귀 전사.
빠드드드드득.
독수리처럼 비상해 창을 내리꽂은 다니엘로 인해 박살이 났다.
재생도 불가능했다.
해골부터 시작해 마디마디 연결된 몸통이 수 조각으로 분리됐다.
해골 병사들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방패면 방패, 검이면 검, 몸뚱이면 몸뚱이 모두 창끝이 닿는 순간 바스라졌다.
현재로서는 모든 상황을 압도하는 파괴력이었다.
‘저게 가능해?’
가볍게 떠오른 다니엘의 신형 앞에 루이스는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은 물론 기사단 누구도 다니엘과 같은 힘은 없었다.
무함마드 압둘 하리스라는 자는 그간 수집한 기사단 정보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사신들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고위급 인물임이 확실했다.
그들로서는 적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에서 그 땅의 주인인 야훼를 저주하고 급습에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기사단까지 이곳으로 불러 깡그리 일망타진하려 했던 자다.
생각지 못한 비비안까지 포로로 잡힌 상태다.
모든 상황이 기사단에 불리했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뒷짐 지고 있던 다니엘이 엄청난 괴력을 자랑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새파랗게 빛나는 창날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마다 강한 폭음과 그 뒤의 잔해만 남았다.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뼈다귀 병사들은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다만.
“이……!”
기세등등하던 무함마드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놈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 창이 그렇게 좋은 무기인가?’
도끼는 물론 창까지, 다니엘이 사용한 무기는 매번 대단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마법을 사용하는 게 분명한 듯 허공에서 가볍게 무기를 뽑아 든 다니엘.
어느 정도 수준의 능력자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는 정말 좋은 것임에는 확실했다.
기사단에게 지급되는 성스러운 무기는 그 수량에 한계가 있었다.
망가지거나 고장나면 수리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확인하게 된 다니엘의 무구.
솔직히 욕심이 났다.
과거부터 탐이 났던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에게서 얻어내야 할 무기였다.
아사신의 능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실력과 함께 그에 따른 무기가 겸비돼야 했다.
‘성령의 성수까지 더해진다면…….’
루이스의 마음에서 욕심이 자꾸 커졌다.
이제는 오래된 전설이 되어버린 성령 가득한 성수.
과거 신앙심 깊은 사제들이 조금씩 만들어 사용했다는 얘기만 전해졌다.
작금에는 문헌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설 속의 성수를 오늘 직접 눈으로 보고 또 경험했다.
신에 대한 충성심은 쥐뿔도 없을 것 같아 보였던 다니엘이 귀한 성수를 생수병 건네듯 던져줬다.
효과는 확실했다.
성수를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공격력 차이가 분명했다.
이제는 은탄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아사신이다.
은혜로운 성수와 성령이 깃든 듯 좋은 무기는 필수가 됐다.
퍼버버버벙.
그사이 다니엘의 짧고 화끈한 전투는 끝이 났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새카만 뼈다귀들의 잔해.
꿀꺽.
그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실력에 루이스는 침을 삼켰다.
압도적이다 못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다.
다니엘이 보인 실력을 사람의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성스럽지 못했다.
결단코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실력자.
‘반드시 친구로 두어야 한다!’
중국 실세 중 한 명인 장인 리장창과 불편한 관계인 다니엘이다.
과거 아내와도 인연도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애써 멀리해 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모두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다니엘이었다.
천만다행인지 비비안과는 사이가 좋았다.
‘비비…….’
루이스는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와중에도 포로로 잡힌 비비가 눈에 들어왔다.
오빠로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니엘의 눈치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무함마드라는 자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 같은 위기에서는 다니엘만이 놈과 대적할 수 있었다.
짝짝짝!
무함마드가 되지도 않게 박수를 쳤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하하하하하하.”
돌아가는 상황과 달리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게 웃는 무함마드.
마가 장로와 그만이 남은 상황임에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내가 갈까? 네가 올래?”
창끝을 움직이며 그런 무함마드를 자극하는 다니엘.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로 말을 뱉었다.
그러나 전혀 건방져 보이지 않았다.
강자만이 내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 계집을 살리고 싶으면…… 무기를 버려라. 크크크.”
스르르륵.
무함마드의 어두운 몸과 연결되어 있는 검은 밧줄이 비비안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었다.
“무함마드.”
무심한 시선으로 무함마드를 바라보며 그를 부르는 다니엘.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모두 무기를 버려!”
인간의 나약한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무함마드.
피식.
불안하게 다니엘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쯧.”
급기야 혀까지 차는 다니엘.
“닥쳐! 셋을 셀 동안에 무기를…….”
“너 같으면 무기를 버리겠냐? 어리석은 새끼.”
“뭐, 뭐라고!”
“비비. 복수는 화끈하게 해줄게.”
“그래……. 고마워…….”
그 와중에도 비비가 다니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원망의 빛이 없었다.
묶여 있는 비비도 결코 자신 때문에 다니엘과 루이스가 다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비비!!!”
시간이 지체될수록 속이 타는 루이스.
비비를 위한다면 다니엘이 무기를 버려야 했지만 그 자신도 무기를 버리지 못했다.
여동생을 살리겠다고 기사단을 무장해제 시킬 수는 없었다.
사사로운 정으로 인한 대업의 차질은 기사단 정신에 맞지 않았다.
저벅저벅!
다니엘이 무함마드를 향해 다가갔다.
“멈춰!!!”
스윽.
어느새 새카만 단도를 뽑아든 무함마드가 비비의 목에 검을 들이댔다.
절체절명의 순간.
다니엘이 오른손으로 창을 들어올렸다.
“비비, 내 마음 알지?”
결과를 예견하듯 냉정한 목소리를 다니엘이 비비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망설이지 말고 던져 다니엘!!!”
비비가 다니엘의 들어올린 창을 똑바로 보며 소리쳤다.
그순간.
쇄애애애앳.
다니엘의 창이 번개처럼 비비를 향해 날았다.
***
– 진짜 던지시게요…… 아!
귀신이 당황하며 신음을 흘렸다.
이미 창은 내 손을 떠났다.
쇄애애애앳.
누가 봐도 목표는 비비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놈이라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비비를 향한 내 피는 누구보다 뜨겁다.
창이 날아가는 방향에 있는 비비를 똑바로 바라봤다.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는 그녀.
나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실드!!!”
비비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파아아아앗!
동시에 환하게 빛나는 비비.
가속도가 붙으며 무섭게 날아가는 창.
“!!!”
덩달아 놀라는 무함마드.
찰나의 순간이지만 내 눈에는 모든 장면이 느린 화면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파강!
곧 강렬한 쇳소리가 났다.
푸욱!
실드에 튕겨 나온 창이 바로 옆에 있던 무함마드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헛!”
“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
– 형님……. 이건! 전설의 쿠션 치기!
장립이 당구 용어를 쓰며 감탄했다.
맞다, 당구.
각도까지 모든 걸 철두철미하게 계산해 창을 날렸다.
비비안은 내가 만들어 준 방어 마법진이 각인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비비의 영특함을 믿은 만큼 버금가는 도박을 감행했다.
“사, 사자님!!!”
무함마드의 꼴에 마가 장로가 크게 놀라 외쳤다.
“비비!”
놀라기는 루이스도 마찬가지.
타닷.
머리통이 창에 꿰뚫린 무함마드는 움직이지 못했다.
놈이 사용하던 마력 줄이 끊겼다.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비비를 꿰찼다.
“……아.”
나를 확인하고 눈에 힘이 풀려 버린 비비.
아무리 그녀가 강심장을 갖고 있다 해도 정신적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맥이 풀린 비비를 품에 안았다.
“네, 네놈이…….”
무함마드는 창에 머리가 관통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뻣뻣해진 손으로 날 가리키며 입을 놀렸다.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미가 느껴졌다.
타다닷.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아니나 다를까 무함마드의 몸집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케케케케케케케…….”
놈이 미친 듯 웃는다.
숨이 꺼져가는 자의 눈빛이 아니다.
생생히 살아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악인의 눈동자.
“실드!!!”
마력을 다해 대규모 실드 마법을 펼쳤다.
그 순간.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치이이이이이익.
실드에 부딪치는 육체의 파편들.
지독한 독성이 배어 있는 듯 실드의 벽이 녹아내리려 했다.
실드! 실드!
마력을 돋아 연속 실드를 펼쳤다.
넘치는 마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감당할 수 없는 실드의 벽.
로리아나와 사라에게 쳐 놓은 실드도 계속 운용 중이었다.
푸스스스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연기를 뿌리며 파편이 사라졌다.
검은 성전의 수호자라는 무함마드는 끝내 죽었다.
“크크크크크.”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귀에 들려오는 마가 장로의 웃음소리.
분명 마가 장로였지만 무함마드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네놈을 기억하겠다!”
나를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마가 장로.
멍청한 마가 놈이 멀쩡하게 살아서 제 육신을 빼앗겼다.
팟!
새카만 빛과 함께 마가 장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아아…….”
“이게 무슨…….”
“아!”
사방에서 억눌렸던 숨과 신음이 동시에 터졌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 야훼를 향한 저주가 풀렸습니다.
– 솔로몬 대왕이 당신을 초청했습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