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80
1093장. 뉴딜(3).
“입금됐어?”
“네…….”
“얼마?”
“정확히 25억 달러요.”
“좋았어! 그 돈이면 머저리 같은 연구원들도 눈을 까뒤집고 밤샘 일하겠지.”
“머스크. 우리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지 않아요?”
“뭘 말이야?”
탁! 탁! 탁!
신체 기능을 체크하는 각종 신호장치를 달고 발론 머스크가 런닝머신 위를 천천히 달렸다.
미래 화성 식민지 왕이 되기 위해 머스크는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 썼다.
투자자 다니엘을 만난 뒤부터 좀 더 자신을 관리하는 데 철저하게 시간을 배분했다.
그 옆에 서서 태블릿을 들고 내용을 보며 보고하는 렉시.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보스를 바라봤다.
“지분이 생각보다 많이 넘어간 것 같아요.”
“누구에게?”
“다니엘과 로버트 라이언에게 말이에요.”
“잘됐군.”
“네? 잘됐다고요?”
“돈만 밝히는 벌레 같은 다른 놈들한테 넘어가느니 그 친구가 소유하는 게 나아.”
“머스크! 이러다 우리 경영권까지 넘어간다고요!”
렉시가 인내심을 잃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것도 좋은 일 아냐? 만년 적자투성이 회사 팔아서 넘기자고 그동안 렉시가 입버릇처럼 말했잖아. 이번 기회에 다니엘한테 싹 팔자.”
“농담 아니에요. 지금까지 당신이 노력한 모든 것을 다니엘이 가져갈 수도 있단 말이에요.”
“괜찮아.”
비서 렉시의 불안감 섞인 충고에도 머스크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좋고 괜찮다는 거예요!”
렉시는 머스크의 태도와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렉시 잊지 마.”
“네?”
“난 화성에 가면 당신에게 청혼할 거야. 그리고 우리 애들은 첫 번째로 태어난 화성인이 되겠지. 상상해봐. 우리가 화성인의 시조가 될 수 있단 말이야.”
“하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말을 늘어놓는 천재의 열망에 렉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성에서 청혼하겠다는 남자가 주말에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빤히 알면서도 지구에서는 데면데면하고 화성에 가서 뜨겁게 살겠다 선포하는 발론 머스크.
지금 사업으로는 돈 벌 궁리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들 모두 화성에 정착하기 위한 제물에 지나지 않았다.
한창 벌이고 있는 전기 자동차, 우주 여행 상품, 코스모스 링커 같은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렉시 당신도 알잖아. 내 사업들이 사기라는 걸.”
머스크는 무척 뻔뻔했다.
“사기는 아니잖아요. 가시적인 성과가 얼마나 많은데.”
“흐흐흐. 어차피 화성 정착 비용을 벌기 위한 포장 제품이잖아. 그걸 알고도 멍청한 녀석들이 돈을 싸들고 내 주식을 사가고 있어. 그것 자체가 남는 거 아닌가?”
머스크는 자신이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을 모두를 사기라고 명명했다.
사업에 따라오는 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투자자들이 거액의 자금만 제공해 준다면 그 밖의 모든 것에 만족스러웠다.
특히 다니엘의 투자가 머스크에게는 가장 큰 영향력을 보였다.
두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죽이 척척 맞았다.
하지만 렉시가 보기에 다니엘은 철저한 분석에 의한 투자 전문가였다.
머스크가 광적으로 집착하는 부분을 귀신같이 알고 투자를 감행했다.
그만큼 거대 자금 흐름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았다는 말이었다.
회사에 제공하는 각종 특허 제품도 많았다.
그사이 지금에 와서는 다니엘 없는 테슬라는 굴러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난 모르겠어요. 일단 이번 달 투자금은 입금됐다는 걸 보고 드리는 거예요.”
“적절히 분배해서 나눠줘. 특히 우주 산타할아버지 선물 사업에 좀 더 배분해.”
몇 기의 통신 위성을 한꺼번에 묶어 나르는 사업을 우주 산타할아버지라 말하는 머스크.
“머스크, 자칫 잘못하다가 코스모스 링크 지배권을 다니엘에게 빼앗길 수도 있어요. 그건 미국 국익과도 연결되어 있는…….”
“렉시 그만. 자랑스런 화성 시민은 하찮은 지구 일에는 신경 꺼야 해. 어차피 중요 구동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다니엘 연구팀이 맡고 있잖아.”
“군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FBI가 당신을 법정에 세울 수도 있어요.”
“그 멍청이들이? 푸하하하하하하. 렉시, 나 발론 머스크야!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리고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다니엘이 있어.”
“다니엘은 신이 아니에요.”
“신은 아니지. 그래도 말빨은 먹히잖아. 백악관 보스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자가 바로 내 친구이자 멍청한 투자자 다니엘이야.”
“…….”
머스크의 확신에 찬 말에 렉시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은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했다.
몇몇 사업 문제로 행정부와 부딪힐 때 다니엘이 힘을 써준 것도 사실이다.
결과는 모두 다 무사 통과.
일개 한국인에 불과한 한 개인이 가진 힘치고는 생각지 못한 엄청난 실력 행사였다.
“렉시, 난 지금이 좋아. 골치 아픈 돈 문제는 친구와 당신이 책임지면 되고, 난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되잖아. 그리고 되도록 빨리 화성에 가고 싶어. 그곳에서 렉시 당신과…….”
말과 함께 뜨거운 시선으로 렉시를 바라보는 나쁜 남자.
‘나도 미친 게 확실해.’
머스크의 데일 듯한 시선에 렉시는 그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그의 저런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된 렉시.
“그럼 난 이만!”
타다다닥.
조금 더 빠르게 스피드를 올리는 머스크.
그는 런닝 머신에 설치된 화면을 보며 달리기에 집중했다.
화성을 촬영한 위성이 보내온 따끈따끈한 화성 사진.
머스크의 눈동자는 곰보 자국 가득한 화성의 얼굴을 황홀한 듯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
‘갑자기 인공위성?’
김현재는 뜬금없는 말에 종잡을 수 없었다.
장태산과의 대화는 순간순간 어디로 튈지 몰랐다.
뼈아픈 충고와 조언, 엄청난 거금이 걸린 화투 등 처음 만났음에도 파격적인 자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에 이어 갑자기 뉴딜 정책과 인공위성까지 대화의 주제가 됐다.
그의 눈빛을 보니 농담이 아니다.
말에 담겨 있는 기세 또한 엄청났다.
농담처럼 가볍게 툭툭 던지는 것 같지만 결코 무시할 만한 위세는 아니다.
“회장님 위성은 비쌉니다.”
양우석 의원이 농담에 농담을 섞듯 말을 건넸다.
“아니요. 제 친구가 만드는 녀석은 싸고 실용적입니다.”
“친구요?”
“괴짜 친구가 있습니다. 저 궤도에 1만 개 이상의 통신 위성을 쏘아 올릴 겁니다.”
“1……만 개요?”
“!!!”
김현재와 양우석이 동시에 깜짝 놀랐다.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 한국 위성 사업.
이제 겨우 기초 위성을 쏘아 올리는 단계에 와 있다.
그것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나로호 사업이 실시 중이다.
미국과의 협약으로 위성 사업에 제한을 받고 있었다.
액체 로켓만 발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수가 만 개가 넘는 위성 사업 자체는 상상하기도 벅찼다.
“그게 가능합니까? NASA도 불가능한 사업인데…….”
과거에 비해 위상이 현격히 떨어진 NASA.
먹고 살기 바쁜 러시아도 이 정도 사업에는 선뜻 나설 수 없었다.
중국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서로 눈치 보기 바쁜 유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개인 사업자입니다.”
“네? 개인요? 누구요?”
양우석 의원이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확인하듯 물었다.
“세상은 넓고 쓸 만한 미친놈도 많습니다.”
“…….”
장태산의 말에 김현재와 양우석이 서로를 번갈아 쳐다봤다.
물론 그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인맥은 보통 사람들과 차원이 달랐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1조 원어치 지분이면 경기도 권역 정도 되는 부분은 대표님 겁니다.”
“지금 하시는 말씀이 농담은 아니죠?”
“물론입니다.”
“뉴딜과 관련된 사업입니까?”
“네. 지구촌 전역이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됩니다. 히말라야 골짜기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시청이 가능합니다. 아프리카 초원이나 아마존 밀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하군요…….”
‘그 사업에 낄 수 있다면…….’
김현재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어떤 급의 통신위성인지 아직 모르지만 1만 개 이상이라면 지구를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 사업과 뉴딜이 연결된다면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미국 기업 아닙니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양우석.
“네.”
“미국 권력층이 쉽게 허락지 않을 겁니다.”
양우석은 미국의 욕심쟁이들에 대해 언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정의로운 세계 경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입장이 불리해지면 자국법으로 상대 국가를 가차 없이 휘저어버렸다.
특히 무역이나 안보 쪽에 위협이 된다면 전쟁도 불사하는 국가였다.
“소송이라는 좋은 제도가 미국에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바보가 아니니 그 사업에 티 나게 뛰어들지 않습니다.”
장태산이 산뜻한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뉴딜에 대해 더 듣고 싶습니다.”
김현재는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를 차곡차곡 머릿속에 담았다.
고스톱 치며 나누는 농담 수준의 대화들이 아니었다.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청사진이 오가고 있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간단하게 몇 개 더 설명하겠습니다.”
장태산은 주저하지 않았다.
“수첩 좀 빌려줄 수 있습니까? 급하게 나오느라…….”
“여기 있습니다.”
김현재는 고스톱 점수가 메모 돼 있는 양우석의 수첩을 받아들었다.
“말씀하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듣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김현재였다.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 산업의 방향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비대면 산업이 대세가 됩니다. 지금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아마존의 물품은 즉시 구매 가능합니다. 그런 비대면 서비스가 확장되면 클라우드나 사이버 안정에 관한 관계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장태산 입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줄줄줄 흘러나왔다.
“그러니 빠르게 노후화되어가는 1세대나 2세대 국가 디지털 기반 시설을 교체하고 확충해야 합니다. 이 또한 관련 산업 분야의 파급 효과가 큽니다. 동시에 국가 주도로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뛰어난 벤처 기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기업이 나오는 법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기발한 IT사업은 자동차나 반도체 수출 이상의 부를 국가에 가져다 줄 겁니다.”
사사사삭.
김현재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과거 청춘 시절에 활발하게 쓰였던 뛰어난 두뇌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간략하면서도 정확하게 핵심적인 메모리가 수첩에 기록됐다.
“자금은 상당히 들어가겠군요.”
“꼼꼼히 계획하고 집행한다면 타국이 아닌 국내 기업이 수주하는 성과를 낼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금도 늘어나고 국민들도 만족하는 선순환 경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에 김현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록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 인력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했다.
매번 재교육이 필요했다.
전문 산업이 아닌 일반 노동 산업은 저임금 국가와 경쟁이 되지 못했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 자라나는 세대 교육 문제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일자리가 넘쳐나면 사회 갈등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빈 곳간에서 인심이 나올 수 없었다.
“생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AI 강국이 되고자 하는 목표의 핵심은…….”
장태산이 김현재를 뜨겁게 바라봤다.
“바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자 함입니다!”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장태산.
쿵!
김현재는 빠르게 뛰던 심장이 순간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와 함께 꿈꾸던 진정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까지 선조들이 겪었던 뼈아픈 침공의 역사는 강하지 못한 결과 벌어졌던 사건이다.
강하지 못해서 내 부모와 형제, 자매들이 고통을 당했다.
“앞으로 미래는 AI 강국이 지배하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금융, 농업 등등 전 산업 분야와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태동시킬 겁니다. 미리 준비한 자만이 누구보다 빨리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장태산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겼다.
“국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데이터 제공, 기업과 개인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합쳐진다면 우리 민족이 못 해낼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태산의 말하는 모습은 마치 선지자 같았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홀린 듯 빨려 들어갔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전문 인력 양성, 기초 교육 강화, 관련 법 개정, 그리고 제2의 벤처 붐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일어나야 합니다.”
“으음…….”
김현재가 앓듯 신음을 흘렸다.
이상적인 산업 혁명의 패러다임.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
갑자기 장태산이 김현재에게 물었다.
장태산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통령이 되신다면…… 그 꿈 반드시 이뤄내셔야 합니다!”
“!!!”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