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73
1293장. 이사 가다
– 더, 더러워! 뱉어! 뱉으라고! 너 그거 삼키면 죽을 수 있어!!!
알파닥이 광분했다.
뱉으라고 말했지만…….
“으음.”
내 목을 꽉 붙잡고 뱀처럼 깊숙이 교활하게 들어오는…….
뱉는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다.
– 흐음…… 죽을 수도 있는데…… 용감합니다!
샨트리아의 경외에 찬 음성도 귀를 파고들었다.
나도 용감한 거 잘 안다.
입속은 단단한 피부와 달랐다.
나타샤의 침은 그 자체가 다 엄청난 독이다.
삼키면 식도부터 시작해 위장과 내장이 다 타서 녹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참…… 표현하기 그렇다.
독은 독인데 나쁜 독이 아니다.
이 정도면 죽어도 좋다!
말을 해봐야 뽀뽀도 못 해 본 몽달 드래곤과 연애 잼병 마성녀가 이해할 리 없다.
– 전…… 그래도 뽀뽀는 해봤습니다. 흐흐흐.
– 다, 닥쳐! 더러운 수컷들아!
꿀꺽.
나타샤 그럼 안 돼!
이, 이상은 위험하다고!
“하아아……. 좋아……. 달콤해……. 하아 하아.”
가볍게 시작한 뽀뽀는 어느새 진한 키스가 됐다.
오빠가 아빠가 되는 순리 코스를 따르는 중이다.
나타샤가 숨을 헐떡거렸다.
첫 키스의 기억은 본래 날카롭고 진한 법.
짧지만 진한 키스였다.
입술이 다 얼얼하다.
그래도 목마른 사슴처럼 나타샤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녀가 선택한 순수한 복종 방식.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수하면서도 뜨거운 복종.
거부할 수가 없다.
난 나타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절대 사심이 있거나 따로 계획하지…….
– 음탕하고 사악하며 개 더러운 이계 변태 오빠신!
오빠신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면서 끝에 꼭 변태라고 말하는 알파닥.
눈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눈길을 피했다.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오늘 처음 본 드래고니아가 날 이렇게 좋아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 충분히 신호 보냈잖아! 모르긴 뭘 몰라!
신호? 누가?
시치미를 뗐다.
– 와아아! 나한테는 철벽 쳐놓고 쟤한테는 비무장이네. 그렇게 차별하는 거 아냐!
알파닥이 분개했다.
그런데 철벽?
알파닥 너에게 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살았다.
옆에서 그렇게 욕하고 잔소리 퍼부어도 꿋꿋하게 버텼다.
내가 너한테 한 번이라도 싫은 소리 뱉은 적 있어?
– 그야 물론…….
알파닥이 말꼬리를 흐린다.
그동안 모습도 안 보이던 알파닥이다.
처음에는 여성체인지도 몰랐다.
쓰레기네 변태네 말하며 온갖 구박을 해도 참았다.
어떻게 할 레벨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얼굴도 보이고 다른 것도…….
– 그게 바로 합리적 차별입니다. 누가 봐도 나타샤의 완벽한 승리죠. 미성숙 꼬맹이 같은 마성녀와 어찌 비교가 되겠습니까. 하하하.
샨트리아의 시선이 다시 향하는 알파닥의 가슴.
– 썅! 닥쳐! 이 개 XXX 도마뱀아!!!
알파닥의 욕은 들을수록 찰졌다.
그러고 보니 샨트리아, 의외로 아부꾼이다.
처음 마주할 당시만 해도 세상을 조롱하던 패도적 드래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장립 귀신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말이 많다.
– 이제야 제 정체성을 찾았습니다!
정체성? 뭔데?
드래곤이 죽어서 가죽이 되어 찾았다는 정체성.
– 2인자! 그게 바로 제가 살아갈 운명이었습니다.
낯설다.
세상을 폭파시키고도 남을 레드 드래곤의 문제아가 2인자로서의 운명을 이제야 각성했단다.
– 그동안 1인자로 살아가는 게 힘들었습니다. 정원에서 꽃이나 가꾸고 차 마시며 한가롭게 살고자 했으나 동료 드래곤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레드 드래곤인데 브레스로 빵이라도 구우라고 어찌나 압박하던지……. 드래곤으로 태어난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왜! 레드 일족은 골드 일족처럼 지적으로 살면 안 됩니까?
그걸 나에게 왜 물어?
그리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은 언제 배운 거야?
– ……베커 님이 열 받으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그 말 아닙니까?
습득 능력 한번 무진장 빠르다.
– 어디서 골드 일족하고 비교해! 레드 일족은 가슴 근육만 키우지만 골드 일족은 뇌가 섹시해. 그게 바로 지적 넘사벽이라는 거야!
알파닥도 언어 사용 능력이 풍부해졌다.
지구 유행어를 잘도 이용했다.
“자기~.”
응? 자, 자기???
그때 키스를 끝내고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부르는 나타샤.
“어……. 왜.”
눈빛이 끈적한 수준을 넘어 녹는다 녹아.
“이제 집에 가자.”
“집? 어디 집?”
“어디긴 어디야. 우리가 살 집.”
“!!!”
“설마 집 없는 건 아니지?”
“그게…….”
“나 욕심 많은 여자 아냐. 이것저것 수납할 방들 수십 개하고 넓은 침실, 우리 아이들이 뛰어 다니며 놀 수 있는 호수 딸린 아늑한 정원. 그리고…… 드래곤이 와도 부서트릴 수 없는 9서클 마법진이 가동되는 성이면 돼.”
“…….”
입이 떡 벌어졌다.
말이 안 나왔다.
“왜? 부담돼? 그럼…… 내가 조금 보태줄 수 있어.”
조금? 여기 레어에 있는 황금이면 대륙을 사고도 남을 거다.
그런데도 더 보태준다는 나타샤.
파르르.
한기가 들었다.
도대체 나타샤는 어디서 저런 말도 안 되는 물질 기준을 배운 거야!
– ……큼큼.
듣고 있던 샨트리아가 헛기침을 뱉었다.
–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 가문 출신인데 그 정도는 해야죠. 드래곤 기준에 보면 소소하다 못해 발톱의 때 정도입니다.
이놈의 금수저들 싹 망해라!
나타샤가 말하는 기준에 부합한 곳이 딱 한 곳 있다.
그건 바로 제국 황실!
그리고 키스 한 번 했다고 애들까지 운운하는 건 뭔데?
– ……책임져라. 순진한 애 꼬셔 놓고 버리려고?
알파닥이 으드득 이를 갈며 말을 보탠다.
– 맞습니다. 책임지셔야죠. 나타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마법으로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베르니체 앞에 전혀 부끄럽지 않게 교육시켰습니다.
샨트리아도 맞장구 쳤다.
골치가 지끈 아파왔다.
키스 한 번에 이건 아니다.
그리고 저들은 방금 전까지도 나타샤를 죽이려고 마음까지 먹었었다.
아무리 운명이 폭풍 같다지만…….
“부담되면 말해. 내가 장만할게.”
“응???”
“샨트리아 오빠가 그랬어. 내가 나가서 침 좀 뱉으면 각 종족들이 알아서 장만해줄 거라고 말이야.”
“!!!”
역시 눈눞이가 달랐다.
세상이 아주 만만한 드래곤 시선에서야 쉬운 얘기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옥일 수준의 말들이다.
“나타샤.”
그녀를 불렀다.
“말해 자기~.”
자기라는 말에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내 허락 없이는 함부로 침 뱉으면 안 돼.”
목소리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세상에 나가기 전에 확실히 교육시켜야 한다.
“왜?”
큰 눈을 깜빡이며 묻는 나타샤.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다.
자세히 보니 더 그렇다.
“……나타샤 모든 건 소중하니까.”
“그래? 알았어. 자기가 원한다면 따를게. 난 순수하게 복종하기로 맹세했으니까.”
– 소중? 순수 복종? ……우웩.
알파닥이 헛구역질하는 액션을 취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눈앞에 산처럼 쌓여 있는 황금을 살폈다.
완벽하게 소유권이 나타샤에게 넘어왔다.
황금은 당분간 이곳에 그대로 보관하면 될 것 같다.
– 안 됩니다.
샨트리아가 제동을 걸었다.
왜?
– 유산이 정식으로 상속되었다는 걸 다른 일족들이 알아챘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돼?
– 저와 피붙이인 레드 일족들이 레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나타샤에게 상속됐잖아.
– 나타샤는 일족이 아닙니다. 드래고니아는…… 드래곤들에게 상속권이 없는 사생아 취급을 받습니다. 더욱이 레드 일족 드래고니아가 아니기에 다른 일족들도 노릴 겁니다. 정당한 상속자 없는 드래곤 레어는 강한 자가 모든 걸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 그들이 오기 전에 싹 담아 가셔야 합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샨트리아가 빠짐없이란 말을 강조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도 절대 여기 있는 보물을 빼앗길 생각은 없다.
어떻게 차지한 드래곤 레어란 말인가!
“나타샤. 담자.”
“응?”
“우리 집으로 이사 가자.”
“정말?”
활짝 웃는 나타샤.
“그 전에 직원들 부르자.”
“직원들 누구?”
호기심을 보이는 나타샤.
씨익.
대답 대신 활짝 웃어줬다.
그리고.
“얘들아~ 어서 나오렴~”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