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6
145장. 밑창이 필요한 이유
“조 변호사님.”
“왜, 왜 그래.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마. 장 대표가 그러면 진짜 무섭다.”
전직 차장검사도 내 미소에 약했다.
말까지 더듬는다.
“쫄지 마십시오. 제가 괴물도 아니고.”
“괴물 맞잖아. 난 네가 사람으로 안 보인다.”
목요일 오전 일찍 조 변호사님을 호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판을 벌릴 때가 다가왔다.
학교생활도 이제 안정권에 들어섰다.
온시은에게 받아온 견적서는 조만간 해결해 주기로 약속했다.
나름 슈퍼컴퓨터는 전략 자산급 대우를 받는다.
이것저것 준비가 요구됐다.
“날이 좋습니다.”
“봄이니까 좋지. 여름 되면 서울에서 살기 싫을 거다.”
뭔가 눈치를 채고 반항기를 보이는 조 변호사님.
“금융감독원 조사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 틀어막았다. 합법적인 상황이어서 힘 좀 쓰자 저쪽도 다물었다. 걔들이 눈치는 빠르다.”
안아 그룹 파워 싸움에서 이번에는 비겼다.
삼우 로펌 힘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안아가 지는 해였다.
여론과 금융 상황, 모든 게 안아에 불리했다.
결정적으로 드러날 내 약점은 거의 없었다.
해외자금은 그 누구도 모른다.
이럴 줄 알고 국내 자금은 합법적 테두리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 죄가 되지는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수고는 됐다.”
“그래서 동지죠.”
“그래, 동지. 우리 마누라가 너에게 잘리면 이혼당할 줄 알라고 협박을 한다.”
“사모님이 현명하십니다.”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 표와 스위트룸 제공이 제대로 먹혔다.
“내 말이…… 요즘은 마누라가 아니라 똑똑한 친구처럼 보인다.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할 오랜 친구!”
말속에 은근 뼈가 담겨 있다.
부부생활 무경험으로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러 의미가 내포된 건 짐작 가능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님은 앞으로 부인 덕분에 출셋길이 확 열렸다.
현명한 아내는 남편 가는 길에 비단을 까는 법이다.
“아시는 분들 중에 기업체 경영할 만한 분들 계시죠?”
조 변호사님은 인맥이 나보다 넓다.
한국대 법학과 출신에 강남에 살며 대형 로펌 이사 신분이다.
나름 성공한 출셋길을 달려왔던 분이기에 주변에 다양한 능력자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회귀한 나도 어쩔 수 없는 인생 레벨이었다.
“기업 경영? 왜 본격적으로 사업체 인수할 생각이냐.”
조 변호사님이 호기심을 보였다.
“조만간 한 건 할 것 같습니다.”
“규모가 얼마나 돼? 중소기업이야? 그 정도라면 많지. 내 친구들 중에 대기업 상무, 이사 달았던 애들 많다. 그런데 어디야? 나 아는 곳이야?”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조 변호사님은 정체를 물었다.
중소기업?
날 어떻게 보고.
“아는 사업체입니다.”
“그래? 흐흐흐. 친구들에게 술 좀 얻어 마실 수 있겠다. 지금 있는 자본금이라면 좀 어려운 사업체 하나쯤 인수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룹입니다.”
“그래, 그룹…… 뭐! 그, 그룹!!! 푸웃!”
놀란 조 변호사님이 커피를 힘차게 뿜었다.
뿜지 않으면 그게 이상했다.
그룹 경영자를 뽑는 걸 동네 편의점 알바생 구하듯 묻는 내가 미친놈처럼 보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그룹이라는 간판을 사용할 정도라면 엄청난 사업집단군이라는 의미다.
“켁켁.”
제대로 사레도 들렸다.
“여기 화장지.”
친절하게 화장지를 건넸다.
급히 입을 닦고 조 변호사님은 정색했다.
“설마 동룡이냐?”
조 변호사님이 진지하게 물었다.
변호사님은 과거 어머니 때문에 의뢰했던 외갓집을 떠올리는 건 당연했다.
내가 현재 소유한 자본금으로 구입하기에 적당하다 여기는 것 같다.
“에이, 동룡이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지 않나요? 좀 더 쓰세요.”
“그, 그럼 어디? 설마 10대 그룹에 든 건 아니지?”
조 변호사님은 항상 부정적으로 상황을 인식한다.
그래도 찍긴 잘 찍는다.
“대충 맞습니다.”
“허억…….”
뭐지 이 감정 액션은?
“문제 있습니까?”
“태, 태산아. 그룹 인수는 생각 다시 해봐라.”
조 변호사님이 진지하게 정색을 했다.
놀람도 잠시 표정이 굳었다.
“네?”
“로펌 인수나 경호업체,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내가 봐도 신의 한수다. 네 나이 때 경영해도 별문제가 없다. 나 같은 조력자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사업체를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룹은 다르다.”
“그룹도 사업체일 뿐입니다.”
설득력이 약했다.
“선진국과 다르다. 주식을 소유했다고 그룹의 소유주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그룹은…… 쉽게 설명하면 고려시대 호족들과 같다.”
“호족이요?”
“그래 호족. 단단하게 정재계와 법조계에 뿌리를 박고 흔들리지 않는 귀족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21세기에 호족이라뇨. 너무 나가신 것 같습니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러나 본데. 자본금이 많다고 그룹 경영권을 획득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정교한 카르텔에 의해 그룹들은 지원을 받는다.”
대충 나도 알고는 있던 바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병폐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과의 차이점이 바로 정경유착의 친밀도에 의해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경제 전쟁 시대다.
과거의 체제를 확실히 해체할 때가 왔다.
“대기업들이 쉽게 무너지는 것 봤냐? IMF 당시에도 대웅 그룹 같이 정권에 미운털 박힌 놈들 빼고 다 살아남았다. 정치권이 여론의 힘을 빌려 은행을 옥죄면 대출과 이자 면제, 상환일 변경 같은 특혜가 발생한다. 그것도 안 되면 법정관리라는 법조계 도움을 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담담하게 경험과 지식을 서술하는 조 변호사님 말을 경청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룹들은 조직적으로 대관업무를 본다. 청와대와 국회, 법원과 검찰, 금융감독원 같은 공공기관은 그들이 뿌린 돈으로 술 사 마신다. 그런데 쉽게 삼킬 수 있겠냐?”
변호사님은 대한민국 상류층에서 오래 살았던 풍부한 경험으로 쉽게 설명해줬다.
“제가 그룹을 인수할 뿐 경영은 생각 없습니다.”
경영자가 되면 정치권에서 돈 달라고 사방에서 손을 벌릴 것이다.
그때 돈이라도 잘못 전달하면 바로 뇌물죄다.
그런 위험한 짓을 왜 하겠는가.
그래서 미안하지만 상머슴들이 필요했다.
“없어?”
“그래서 전문 경영자 추천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아니 경영도 안 할 그룹을 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그룹 하나쯤은 깔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룹을…… 깔아?”
내 뜻을 조 변호사님은 정확히 몰랐다.
“변호사님 말씀 들으니 발바닥 밑창으로 깔면 딱일 것 같습니다. 정재계와 법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인생살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난 웃지만 변호사님은 멍해졌다.
세상에 인생 좀 편해지자고 그룹을 밑창에 깔겠다는 또라이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제가 그룹 소유자라는 걸 아무도 모를 겁니다. 동지인 조 변호사님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장 대표, 그건 고맙다만 그룹을 인수하려면 돈이 아니라 주식이 필요하다는 건 잘 알지? 경영자 교체 같은 주주총회 시에는 주권 대결이 필요해.”
“걱정 마십시오. 준비는 대충 끝났습니다.”
“끄응…….”
조 변호사님이 변비 걸린 신음을 흘렸다.
밑도 끝도 없는 무대책 자신감에 할 말을 잃은 것 같다.
딱 일반인 상식 수준이다.
“그래 도대체 어느 그룹을 인수할 생각이야?”
“안아요.”
“안아…… 설마 내가 아는 그 안아 그룹???”
“네. 그 안아요.”
“장 대표! 걔들 건들지 마!”
조 변호사님이 화들짝 놀랐다.
“그건 또 왜요?”
“이번 정권 탄생에 안아 그룹이 얼마나 돈 퍼부었는지 알아? 안아 오 회장이 너 죽이려고 할 거다. 아니 죽일 거야! 그 회장 자식 망나니야!”
이미 몇 번의 접촉사고가 있다는 걸 조 변호사님은 몰랐다.
나도 안다. 그 회장 자식 망나니.
“그것도 걱정 마십시오.”
“차라리 동룡 그룹으로 하자. 그쪽이 재무제표가 엉망이다. 내가 힘써볼게. 안아가 지금 여론 때문에 안 좋지만, 정권과 쉽게 분리될 수 없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빙긋 웃었다.
조 변호사님의 걱정은 고맙지만 이건 내 전문이다.
그리고 이미 안아는 그물에 걸렸다.
“동룡 좋잖아? 엄마에게 선물해도 되고 내수시장 위주라 회사 경영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장 대표 한 번만 더 생각해 봐라.”
“변호사님.”
조용히 흥분한 조 변호사님을 불렀다.
안아 오승혁 회장이 상류층에서 유명하긴 한가 보다.
대형 삼우 로펌 이사가 쫄 정도면 말이다.
“간식이 주식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뭐라고, 간식? 동룡이 간식이고 안아 그룹이 주식이라고?”
“아마도요.”
“허…….”
조 변호사님은 할 말을 잃고 나를 봤다.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다른 조건은 불필요합니다. 조직이 아닌 저에게 개인적으로 충성하고 맹목적으로 따라올 관리 능력자면 됩니다.”
지금까지 자본 축적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웅비(雄飛)의 시간.
이제부터 회귀한 내 삶에 또 다른 2막의 시작이었다.
***
“오늘도 커피 고마웠습니다. 유 팀장님.”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업무랍니다~.”
확실히 유 팀장의 옷 입는 센스는 알아줬다.
강남 오피스룩의 종결자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유 팀장의 차림은 봄에 피는 꽃과 같았다.
누가 보면 직원 얼굴 보고 뽑았다고 말할 게 분명했다.
그 말…… 맞다.
저런 미녀 직원 어디서 구하기 힘들다.
성격도 좋고 기품도 넘쳤다.
커피뿐만 아니라 일처리도 깔끔했다.
요즘 일거리가 많이 늘었다.
경호업체가 독립된 형태로 경영되지만 중요 보고는 유 팀장을 통해 나에게 보고됐다.
워낙 비밀스럽게 사업을 벌이는 까닭에 직원이 많이 필요 없다.
아웃소싱 사업방식을 난 좋아했다.
“저 초콜릿들은 다 뭡니까?”
“저거요? 그러니까…….”
인기도 참 많다.
A.T 씨큐리티 총각 직원들 가슴에 불을 활활 지피는 유 팀장이다.
아침마다 초콜릿과 꽃다발 몇 개가 놓였다.
“좋은 때입니다~.”
“대표님…… 그런 말은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하하.”
넋이 나간 조 변호사님을 보내고 티타임을 가졌다.
가끔 이렇게 유 팀장과 수다를 떨면 머리가 개운해졌다.
이런저런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
회사에서는 대표지만 집에서는 하나뿐인 아들이다.
“아들, 바빠?”
“아닙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무슨 일은~ 아들 학교 잘 다니나 궁금해서 전화했지.”
“궁금하시면 주말에 가족들과 놀러 오세요.”
“호호. 미안한데 이번에는 아들이 와야겠다.”
“네? 제가요? 집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집은 아니고 네 문제.”
“제 문제요? 무슨 일요?”
“너…… 신검 통지서 나왔다.”
“네에에! 시, 신검요!”
# 14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