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8
147장. 룬어 배우다!
“오! 왔는가! 허허허.”
왔는가? 뭐지. 이 위화감은.
“반스데일 님…….”
“그동안 잘 지냈나.”
소환자는 언어학자 크리스 반스데일 신선이었다.
크리스 반스데일 많이 변했다.
처음 조우했을 때는 소협이라 부르며 예의를 차리더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그는 전과 또 달랐다.
뭐랄까. 거만함? 오만함? 그런 게 몸에서 풍겼다.
신들도 인간과 똑같다.
뭔가 잘나가면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다.
물론 난 그걸 눈뜨고 못 봐주는 성격이다.
“잘 지냈죠. 별일 없었습니까? 신수가 훤합니다.”
안부와 동시에 뭐 좀 건졌냐는 미끼를 던졌다.
“흐흐. 자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나?”
물었다.
“네. 뭔가 큰 거 한 건 하신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치고 들어갔다.
“호오! 역시 촉이 남달라.”
감탄을 터트리면서도 자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말투도 변하신 것 같습니다.”
날 무시할 정도로 괜찮은 물건 잡았냐는 이중적 의미의 물음을 던졌다.
“멀리 출장 갔다 왔더니 그쪽 말투가 배었지.”
그런데 생각보다 뭐가 더 있는 것 같다.
출장 이야기를 꺼내며 목에 힘을 더 줬다.
저렇게 고개가 올라갈 정도라면 대박이라는 의미다.
“출장요?”
질문을 던지며 사방을 살폈다.
저택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과거 내가 심어줬던 낙락장송 옆에 키가 훌쩍 큰 이질적 나무가 보였다.
똬리 튼 대형 등나무 같았다.
딱 봐도 포인트 좀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 장식품도 장인의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 추가됐다.
선녀들이 놀러와 ‘좋아요’를 눌러 준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모르는 카르마 포인트 이중 수입이 발생한 게 확실하다.
“차 한 잔 마시며 얘기하지.”
차, 차도 준단다.
처음에는 포인트가 없어 냉수도 안 주던 신선이 인심이 후해졌다.
정자로 향했다.
바닥에 깔린 금잔디 위에 우윳빛 대리석 댓돌이 깔렸다.
이거 진짜 비싼데…….
“앉게.”
정자 위에 고목으로 된 고풍스러운 탁자가 놓였다.
그 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가 준비됐다.
차의 정체는 모르지만 향기가 기똥찼다.
시원한 청량감이 장난 아니다.
그렇게 많은 선계를 들락거렸지만 차 대접은 처음이었다.
격세지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가난에 쩔던 신선이 포인트 벌어 차 대접을 다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또로록.
찻주전자도 황금이다.
잔은 푸른 옥으로 빚어졌고 그 안에 영롱한 하늘색 빛깔의 찻물이 담겼다.
“마시게.”
포인트가 신을 당당하게 만든다.
손님 대접하는 크리스 반스데일의 몸에서 갑부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잘 마시겠습니다.”
차 맛이 궁금했다.
신선들이 마시는 술맛은 봤지만 차는 처음이다.
꿀꺽.
“!!!”
한 모금 입에 들어가는 순간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어떤가? 좋지?”
“네…… 엄청납니다!”
순수하게 감탄했다.
향기만으로도 입이 뻥 뚫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입에서는 태어나 처음 마셔보는 깨끗함과 시원함이 계속 맴돌았다.
세상에 이 차를 팔면 대박 날 것 같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계속 마시고 싶었다.
꿀꺽꿀꺽.
한 잔 다 마셨다.
“천천히 들게. 차는 많아.”
크리스 반스데일이 달라 보였다.
대장금 누님 정도 포스가 났다.
오! 부자 신선을 찬양하라!
포인트가 넉넉한 자의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났다.
두 잔, 세 잔을 마셨다.
마시고 나니 온몸에 기가 꽉 들어찼다.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겸손 모드가 가동됐다.
잘나도 이럴 때는 고개 숙일 줄 알았다.
칭찬에는 신선도 춤을 추게 만드는 법이다.
짧게 난 금발 수염을 매만지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래도 눈에 존경심 팍팍 담았다.
포인트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얻어먹는 날이다.
몇 마디가 아니라 몇 시간 정도는 칭찬을 날릴 준비가 됐다.
“정직한 길을 걸어가는 데는 너무 늦다는 법이 없다고 세네카가 아가멤논에서 말했지.”
“그랬죠.”
맞장구를 쳐줬다.
“내가 이제야 내 정직함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네. 신이 되어서 늦게 받았지만 하늘의 이치는 놀라울 뿐이야.”
크리스 반스데일이 정직한지는 잘 몰랐다.
정직과 이 낯선 상황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말은 안다.
양심에 대한 가책의 시작은 새 생명의 시작이라고 엘리엇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크리스 반스데일…… 님에 대한 평가가 좀 박했죠.”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거야.”
소협에서 이제는 대놓고 자네라 불렀다.
“하하. 저도 신들 중에 반스데일 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오늘 간과 쓸개 확실히 내려놓았다.
집에 가서 깨끗이 빨면 그만이다.
“존경까지야…… 크음.”
포인트 많이 벌면 뭐하나 저리 순진한데 얼마 못 가 다 털릴 것 같다.
겸손의 미덕이 부족했다.
신이 되었을 때 포인트 모자란 이유를 딱 알았다.
이름 좀 날릴 적에 고개를 너무 들고 다녔던 거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포인트를 많이 축적하셨습니까? 대단하십니다!”
본격적으로 비법을 물었다.
“흐흐흐흐. 운이 아주 좋았다.”
“운이요?”
“어느 날 신들의 호수에 놀러 갔다. 찾아주는 이도 없어 자네가 준 포인트를 아껴 차비로 사용했지.”
신들의 호수!
노바 형님이 그곳에서 엘프 여왕을 건졌다는 전설의 호수다.
진이 누님도 그곳을 통해 건너온 드워프에게 일감을 맡겼다.
“신들의 호수가 유명한 유원지인가 봅니다.”
“나도 처음이었다. 포인트가 제법 들어 가보지를 못했다.”
“네…… 그랬군요.”
추임새 한 번 넣어줬다.
“참 좋더라. 노는 물이 달라. 어쩌면 그리…… 야들야들한지.”
“네? 무슨 물요?”
어째 대화가 이상하게 흐른다.
신들 호수니까 물이 맑을 수 있다.
그런데 게슴츠레 뜬 눈과 말투로 보아 그 물이 그 물이(?) 아닌 것 같다.
반스데일에게서 노바 형님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몰라도 된다. 괜히 알면 영혼 망가진다.”
확실히 필이 왔다.
“제가 애도 아니고 알 건 다 압니다. 흐흐.”
“그래?”
공범자가 되면 정보를 획득하는 게 쉽다.
내 주변 물도 좋다는 걸 반스데일은 몰랐다.
아직은 참을 뿐이다.
조만간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나도 전생을 통해 알 건 다 알고 배울 것 다 배웠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혹시…….”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 영감.
“넌 역시 눈치가 빨라서 좋아. 그래 나 거기서 과외 했다.”
“과외요? 누가? 왜요?”
신들은 언어에 아쉬울 것이 없다.
그냥 의식만으로도 다 통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언어학자가 과외를 할 일이 뭐가 있겠나.
“내가 예전에 말했지?”
“뭘요?”
“고대 룬어.”
“루, 룬어요!”
“흐흐흐. 그래 그 룬어 내가 확실히 배웠다.”
“아! 아…… 아!”
세상에 마법 언어 룬어를 배웠단다.
심봉사가 눈도 뜨고 로또 당첨되어 새장가 들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펙터클했다.
“놀랍지? 나 그런 신이다. 에헴.”
“진심 존경 또 존경합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머리까지 깔아야 한다.
엘프 여왕에 드워프까지 나왔다.
룬어까지 있다면 마법이 없으라는 법이 없다.
탁자에 고개 팍 숙였다.
“뭘 그런 걸로 존경씩이나…… 흐흣.”
신이 돼서도 존경과 멀었던 반스데일이 흐뭇하게 웃었다.
“과외로 룬어를 맞바꾸셨습니까?”
“그러기도 하고 언어를 좀 가르쳐줬다.”
“신들은 언어를 굳이 알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엘프 여왕을 봐도 노바 형님과 말이 다 통했다.
“그건 상위급 신들이나 그렇지, 하급들은 차원을 넘으면 배워야 해.”
“네?”
“요즘 차원 저쪽에서 신들이 많이 넘어와. 너도 알지? 드워프, 엘프, 마법사라고 말이야?”
세상에 마법사!
평생 강제 수절 당한 동정 마법사 말고 진짜 마법사를 말하는 것 같다.
“아, 알고 있습니다.”
“걔들이 알바 때문에 많이 온다. 걔들에게 내가 언어 좀 가르쳐줬다.”
“와아아아아! 진짜요?”
“너만 알아라. 걔들 포인트가 의외로 많다. 특히 여자 엘프들은…… 무슨 전생에 복을 많이 쌓았는지 몸매도 쭉쭉 빵빵인데…… 포인트는 더 빵빵해!”
야들야들의 정체를 확실히 알았다.
노바 형님처럼 엘프 여왕급은 아니더라도 엘프를 만난 것 같다.
갑자기 반스데일이 엄청나게 부러웠다.
아직도 가끔 돌려보는 저장되어 있는 노바 형님의 교육 자료.
나도 엘프 보고 싶다.
아주 간절하게 말이다.
“초초 대박입니다! 포인트도 벌고…….”
뒷말은 반스데일의 품위를 위해 생략했다.
어쩐지 얼굴에 때깔이 달랐다.
노바 형님은 누누이 강조했다.
보기 좋은 빵이 맛도 좋다고 말이다.
“그래도 넌 못 간다.”
“왜요?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아직 신이 아니잖아.”
“아니 제가 왜 신이 아닙니까? 몸만 인간 세상에 있지 이렇게 신들과 대화도 하고 거래도 하지 않습니까?”
“그거하고는 달라. 넌 안 돼.”
“…….”
심한 좌절감이 몰려왔다.
미녀들이 주변에 많지만 어찌 엘프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황진이 누님보다 딱 두 배쯤 더 아름다울 게 확실했다.
“그런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라? 이 양반 이제 거래에 대해서 좀 아네?
지금 나에게 판 까는 거 맞지?
“뭔데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쉬운 놈이 우물 파는 법이다.
두 손잡고 적극적으로 물었다.
크리스 반스데일은 내가 과거에 알던 만만한 신이 아니었다.
“그게…… 좀 위험할 수도 있어.”
“위험하다니요. 룬어 배우는 게 위험할 일이 있습니까?”
“뭐 그 정도는 감수해도 될 것 같기는 해. 포인트 많이 벌어놨지?”
기술이 진짜 많이 늘었다.
위험은 살짝 빼고 스리슬쩍 포인트로 넘어가는 저 기술!
“포인트야 충분하죠.”
“예전 계약의 두 배?”
“콜!”
룬어 꼭 배우고 싶었다.
포인트야 또 벌면 되지만 반스데일의 행동으로 보아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도 같았다.
처음에 후려친 것도 있어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계약 성립하는 걸로?”
“룬어 받고 포인트 넘깁니다!”
파아앗!
포인트가 반스데일에게 넘어갔고 그의 지식이 내게 빛과 함께 전수됐다.
가슴이 흐뭇했다.
계약이 완료됐다.
그 순간…….
– 타 차원의 강력한 신이 당신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 14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