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8
157장. 그뤠잇!!!
“장 대표……. 나 버리지 마라. 귀신 돼서도 너 따라 다닐 거다!”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조 변호사님이 변했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존경의 눈빛을 보내왔다.
현직 검사도 밟아버리던 패기가 사라졌다.
오는 동안 비행기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승무원들과 농담을 나누고 와인을 마시던 조 변호사님이 낯설었다.
와이프와 딸도 있는 양반이 눈이 풀렸다.
남자로서 이해하지만 집에 가서도 그럴까 봐 걱정됐다.
지금껏 봉인돼 있던 본능이 깨어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눈살 찌푸릴 정도로 눈이 확 풀리지는 않았다.
욕망과 이성의 균형점을 아는 분이다.
“이 비행기는 좁습니다.”
“무슨 소리야! 게이츠나 타고 다니는 자가용 비행기가 세컨이다. 흐흐흐. 나 진짜 나중에 비행기 사주라.”
배신하지 않는다면 이깟 비행기 한 대가 대수일까.
조 변호사님의 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렇게 좋습니까?”
“흐흐.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여기가…… 지상낙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개인 비행장에는 입국심사를 받을 수 없어 입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갈아탔다.
빌 게이츠가 타고 다닌다는 자가용 비행기는 소소했다.
리무진 타다가 소형차를 탄 것 같았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넓은 포도밭이 딸린 개인 비행장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땅이 진짜 넓은 동네다웠다.
비행장 말고도 포도밭, 대저택, 말이 뛰노는 일반 농장도 보였다.
최소 면 단위 넓이는 되는 것 같다.
“다 왔습니다.”
지이이이잉.
문이 열렸다.
“모시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무슨 행복씩이나.
금발 미녀 둘이 이곳까지 따라왔다.
말로만 듣던 황제 의전이었다.
“수고했습니다.”
말과 함께 로버트를 봤다.
“다들 수고했어요.”
로버트가 이미 작성된 수표를 팁으로 건넸다.
“땡큐~.”
두 금발 미녀들이 활짝 웃었다.
돈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마법이다.
“오늘 저녁?”
뒤에 따라오던 조 변호사님이 금발 미녀에게 간단하게 말을 건넸다.
“오케이~.”
“땡큐! 땡큐!”
이러다 내가 가정파괴범방조범이 될까 두렵다.
인생 착실하게 살아 온 남자를 욕망의 세계로 인도한 것 같다.
말리지 않았다.
인생 얼마나 산다고 저런 중년 낭만에 초를 치겠는가.
다만 큰 사고 치지 말기만 바랄뿐이다.
두 번 살아보니 여자가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사라라라랑.
바람이 불어왔다.
캘리포니아도 봄바람이 불었다.
“차에 타십시오.”
개인 비행장 참 좋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리무진이 대기 중이다.
홍콩에서 타보고 두 번째다.
내가 번 돈이 분명한데 내 돈 같지 않았다.
공짜? 좌우지간 기분이 오졌다.
운전기사가 차문을 열었다.
뒷자리 보스 자리에 앉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모두 당연하게 여겼다.
“저택이 보기보다…… 머네.”
오늘 촌발 날리는 조 변호사님이다.
비행기에서 볼 때와 달리 저택은 걸어가려면 시간 걸릴 것 같았다.
부우우우웅.
차가 이동했다.
“로버트 이곳이 나파 밸리라는 곳입니까?”
“네. 맞습니다. 캘리포니아 포도주 생산지 중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나도 오기 전에 공부 좀 했다.
포도주 농장 구매했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은 사양이다.
“미국 포도주 생산량의 90프로가 캘리포니아 산입니다. 특히 이곳 나파 밸리는 고급 포도주를 생산하는 지역입니다. 땅 밑으로 흐르는 화산의 기운이 붉은 포도주 맛에 가미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랬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취임새를 넣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포도주를 수호하는 요정이 산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요정요?”
21세기에 요정은 무슨…….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내 존재 자체가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생명체다.
“이곳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제 조상들이 미국 초창기 와이너리 오너였습니다.”
“그래요?”
“골드러시 당시 고조부께서 영국에서 이주하셨습니다. 황무지에 포도밭을 개간하셨습니다.”
로버트가 와이너리 딸린 비행장 구입하자고 했을 때부터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와이너리를 소유하셨다면 상당한 부를 축적하셨겠습니다.”
“……증조부 때 플록세라라는 포도나무 역병에 걸려 큰 고난을 겪었습니다.”
플록세라.
포도나무 흑사병이라 불리는 지독한 병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러나 운 좋게 회생하셨는데……. 할아버지 시절에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제대로 망했습니다.”
“아! 금주법!”
1919년 실시된 금주법으로 인해 미국 포도주 공장 쫄딱 망했다는 얘기는 나도 안다.
가문 역사가 참 기구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유언을 남겼습니다. 예전 할아버지들의 와이너리를 찾아 한을 풀어 달라 하셨습니다.”
미국인들도 의외로 조상들 말 무시 안 한다.
뼈대 있는 가문들 줄 세우기도 좋아한다.
“그럼 이곳이?”
“네. 맞습니다.”
로버트가 빙그레 웃었다.
내 돈으로 샀지만 로버트에게 하나 떼어줘도 아깝지 않았다.
“이제부터 다니엘 님 소유입니다.”
로버트의 장점이 바로 저거다.
내 돈을 자기 것처럼 사용하지 않는 철저한 2인자의 모습에 믿음이 갔다.
“장 대표…… 나 진짜 궁금한 점이 있다.”
“뭐가요?”
“내가 영어가 짧아 이해가 부족한데 말이야.”
듣고 있던 조 변호사님이 끼어들었다.
“왜 장 대표 소유래? 미국에도 투자했어? 로버트 정체가 뭐야?”
궁금해 미칠 거다.
그러나 진실은 밝히고 싶지 않았다.
사실 로버트도 진정한 내 재산에 대해 모른다.
“투자 자문으로 지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해외에도 투자한 자본이 있습니다.”
“오! 역시 장 대표야! 투자라면 장 대표지!”
많은 걸 아는 게 때로는 해롭다.
조 변호사님도 대충 넘어가는 것 같다.
“다 왔습니다.”
어느새 리무진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고 밖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문을 열었다.
딸깍.
차에서 내렸다.
그 뒤를 따라 조 변호사님도 따라 나왔다.
그리고 보이는 거대한 건물.
“오…… 지저스!”
조 변호사님이 미국이라고 영어로 신을 찾았다.
“어떠십니까?”
로버트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퍼펙트!”
퍼펙트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거다.
수백 개의 고대 페르시아 풍의 거대한 원기둥이 신전 같은 본관을 둘러 감쌌고, 은은한 황금조명으로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해외 본진으로써 안성맞춤.
오늘 점수는 슈퍼 그뤠잇!!!
***
“화기가 사방에 가득 찼네.”
밤이 주는 야경도 끝내줬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평원은 그 자체로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미국 산이라 더 큰 것 같은 보름달 때문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로버트가 저녁 만찬을 준비해뒀다.
거대한 와이너리에 상주하는 직원이 100명이 넘었다.
주인인 내가 거주할 수 있는 저택 말고 일반 시민들에 개방된 와이너리 시음장도 있었다.
포도원 관리인과 직원들부터 시작해 무장한 경비원 10여 명까지 완벽한 하나의 요새 같은 곳이다.
파티는 환상적이었다.
며칠 전까지 우기였다던 캘리포니아 날씨는 봄기운이 만연했다.
저녁에는 약간 쌀쌀했지만 야외 그릴구이와 포도주는 정말 맛있었다.
조 변호사님은 대기 중이던 여 승무원들과 웃고 떠들고 마셨다.
술이 들어가자 귓속말을 건네는 그 모습…….
사진 증거 자료를 남기고 싶은 어둠의 욕망을 참았다.
의외로 조 변호사님이 넉살이 좋았다.
평소 모습과 달랐다.
노바 형님이 봤다면 동생하고 부를 정도였다.
고개를 저으며 고기와 술을 마셨다.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신선한 야채샐러드와 어린 암소 구이는 끝장이었다.
“다리우스 와이너리라……”
고대 이란 아케메네스 왕조의 1대 왕인 다리우스가 건축한 페르세폴리스 유적과 같은 모양을 참고한 와이너리였다.
전 와이너리 소유자가 이란 출신이라 그리 건축되었다.
과거 로버트 조상들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지하 포도주 창고 정도만 그 잔재였다.
“후우우우웁.”
발코니에 서서 기를 쪽 빨아마셨다.
동양의 기와 맛이 달랐다.
사방에서 솟아나는 화기.
캘리포니아는 대대로 유명한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 곳이다.
지반에서 풍겨져 나오는 화기가 장난 아니었다.
그런 화기를 머금은 붉은 포도주 맛은 환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본래 붉음은 심장을 의미한다.
심장이 화기를 품으면 당연히 피가 뜨거워진다.
화기에 숙성된 자연의 기는 양기를 자극했다.
조 변호사님이 승무원들 가슴에 눈을 못 떼는 또 다른 이유다.
이곳 와이너리 와인을 마시면 남자들은 정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다르지 않았지만 호흡으로 돌렸다.
오염되지 않는 기가 짱짱했다.
중국에서 섞여 들어오는 미세먼지에 대한민국의 기가 혼탁했다.
그러나 이곳 캘리포니아는 달랐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수기와 이곳 화기가 뒤섞여 자연의 기가 풍부했다.
미국 과일 생산량의 상당수를 캘리포니아 주가 감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애잔한 바이올린 한 곡이 그립네…….”
손에 와인잔을 들고 왕의 성을 걸었다.
이 건물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 했다.
조 변호사님도 게스트 하우스로 사라졌다.
일하는 직원들도 없다.
혼자 나체로 다녀도 됐다.
안전도 보장됐다.
성 주변은 무장한 보디가드들과 최첨단 보안시설이 가동된다고 들었다.
로버트 일 처리가 치밀했다.
“부모님 모시고 한번 와야겠어.”
럭셔리라는 말로도 부족한 특별한 장소였다.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장소도 있다하니 아버지가 좋아할 것 같았다.
통! 통!
“응?”
그때 어디선가 나무통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없다는 이 공간에 들려서는 안 될 소음이었다.
통! 토동!
털이 바짝 섰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와이너리 지하 창고 쪽이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내공을 운기했다.
와인잔을 탁자 위에 내려놨다.
긴장한 채 지하로 이동했다.
주인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건물 지하의 와인 창고.
최고급 포도만을 선별해 전통방식으로 숙성시키는 장소이자 보관 장소라 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통! 토도도동! 토도동!
경쾌한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끼이익.
넓은 거실 한 쪽에 위치한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고가의 빈티지 와인들이 들어 있다는 창고 문이 열렸다.
지하에 수백 평 정도 되는 자연과 인공이 가미된 길고 커다란 창고.
조명이 최소화된 창고 중심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어!”
낯선 그림자가 눈에 팍 들어왔다.
# 15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