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5
164장. 사라
“뉴 타깃의 이름은 태산 장. 나이는 한국 나이로 20세입니다. 현재 한국 명문대인 한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며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2년 만에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획득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30억 달러를?”
“정보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의원님.”
“흐음…… 그래서 로버트를 만난 거였나?”
“모종의 M&A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 됐습니다.”
“M&A?”
“투자자로 참여해 한국 그룹을 지배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룹을?”
“작금의 금융위기를 눈치챈 것 같습니다. 그때를 대비하여 외국인 공매도로 작업을 끝냈습니다. 곧 인수 작전이 시작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금융위기를 알아챘단 말이지…….”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동행했던 중년 한국인은 로펌의 변호사였습니다.”
“흐음…….”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가 훤히 보이는 대저택.
은은한 불빛 속에서 두 남자가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
“마지막 정보 파악을 끝으로 그린(Green) 단계로 관찰 레벨을 조절할까 생각중입니다. 자금 파악도 끝났고 위험 요소가 없습니다.”
“그래도 될 것 같군. 어린 친구가 재주가 좋군.”
“투자 기법이 특이해 조직에서 포섭해도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
“그것도 좋지. 위험이 될 만한 능력자들은 언제나 조직에 도움이 된다. 추진해 봐.”
의원이라 불리는 중년 사내는 창밖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가씨 문제로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 있나?”
“뉴 타깃과 급히 접촉하기 위해 근처에 대기 중이던 아가씨를 파견했습니다.”
“그래?”
“정보 취급 마스터 교육 과정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경험할 거라면…… 그래도 되겠지.”
“뉴 타깃의 위험도는 거의 없습니다. 혹시 몰라 특수 요원들을 배치해 놨습니다.”
“수고했네. 코미어. 가문의 부흥도 자네 덕분이야.”
“송구합니다. 의원님.”
“그럼 이제 만찬을 즐기도록 하지. 벤을 오래 기다리도록 하는 것도 아니지.”
“벤은…… 밤이 새더라도 의원님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일개 의장 따위가 주인님께 무례할 수 없습니다.”
“그런가?”
“물론입니다! 의원님은…… 곧 가문의 진정한 주인이 되실 고귀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이들은 미처 몰랐다.
아가씨가 함께 하는 뉴 타깃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짐승이라는 것을…….
***
“후우우…….”
한숨을 쉬며 정신을 차렸다.
긴 밤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두툼한 암막 커튼 사이로 얇은 빛살이 스며들어왔다.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갔다.
해가 중천에 떴다는 걸 알았다.
“하아.”
다시 나오는 짧은 한숨.
지난밤을 되뇌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가슴을 파고드는 따뜻함과 매끄러움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라는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말릴 사이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라면 먹고 갈래? 라는 비밀 대화가 이곳에서는 와인이었다.
저녁을 먹다 말고 사라와 호텔로 왔다.
와인을 마시지도 못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신은 이미 가출 상태가 돼 버렸다.
용암을 삼킨 것 같은 뜨거운 키스가 퍼부어졌다.
사라는 뜨거운 여인이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탔다.
순식간에 침실로 인도되었다.
입고 있던 옷들은 언제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른다.
조절해 왔던 욕망이 미친 듯 터졌다.
사라와 길고 긴 항해를 시작했다.
목적지도 없었다.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육체적 변화는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게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지난밤의 격렬한 여행의 흔적이 남아 있는 침대 옆자리는 비었다.
새벽이 찾아오는 무렵 사라는 롱 키스를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붙잡지 못했다.
술을 마시다 긴급 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봤다.
그 모습조차 완벽했다.
그리고 깨고 나니 아침이었다.
띠링.
침대 옆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 장 대표 아직 자?
조 변호사님의 문자다.
그를 잠시 잊고 있었다.
– 일어났습니다.
– 점심 먹자.
– 씻고 연락하겠습니다.
문자는 짧게 오고 갔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탄탄한 몸에 사라가 남기고 간 흔적이 제법이었다.
어깨와 팔에 자잘한 손톱자국이 남았다.
가슴에는…… 키스 자국이 선명했다.
“아메리칸 여우도 꼬리가…… 아홉 개라니.”
이번 생에서 첫 경험이었다.
지난 생과 버전이 완전 달랐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몇 번의 썸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끝까지 간 적이 없었다.
클라라도 키스가 전부였다.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단 5일 만에 사랑하고 죽음에까지 이른 줄리엣과 로미오 같은 사랑은 이 세상에 극히 드문 예다.
말로만 듣던 그냥 하룻밤.
후회는 되지 않았다.
둘 다 인생을 책임지는 성인이었다.
죄책감이나 의무감을 핑계로 상대를 품기에는 세상이 변했다.
그리고 여기는 아메리카였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셨다.
갈증이 풀렸다.
하지만 환영은 남았다.
즐거운 사라가 남긴 신음이 공간에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찾아가는 것도 쪽팔리는 짓이지.”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흘려보냈다.
오늘 내가 떠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사라도 편하게 나를 대했을 것이다.
핸드폰 번호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은 만남을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다.
샤워실로 향했다.
잊어야 할 하룻밤 추억.
이것도 이번 생의 운명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어차피 뜨거운 강물은 흘러가 버렸다.
***
“보스, 최종 결정 됐습니다. 안아 그룹에 대한 공격과 회장 및 임원 선출 권한이 LOR 투자법인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로버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보스.”
로버트와 짜고 친 고스톱 각본이 완성되어 갔다.
사모펀드 바지 사장들에게 로버트가 전화 한 통 돌리고 모두 끝났다.
한국에 돌아가는 즉시 안아 그룹 인수 작업은 시작될 것이다.
그룹 인수가 돈이 있다고 막 해결되는 게 아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조 변호사님 말대로 한국 그룹들은 호족들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방패를 뚫어야 박살낼 수 있다.
정교한 카르텔은 요새와 같다.
오너의 헛발질도 필수다.
대대로 내려오며 그룹 소유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소설처럼 마음대로 제거할 수 있는 덩어리가 아니다.
이제 팔부 능선은 넘었다.
다가오는 파멸에 오 회장 일가는 극한의 공포를 맛봐야 한다.
여름이 오기 전에 안아의 주인은 바뀔 것이다.
내 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물질과 권력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고통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타인에게 가했던 고통을 몇 달 사이에 다 맛봐야 인생이 공평한 거다.
“다른 지시 사항은 없습니까?”
다단계 회사 회장된 느낌이다.
감춰야 일을 도모하고 유지할 수 있다.
멋모르고 잘난 척하다가는 까인다.
그게 지난 생에 내가 보고 배웠던 세상 법칙이다.
“동룡 그룹 주식은 얼마나 매집했습니까?”
“풀려 있는 주식 매물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내수 위주 사업이 탄탄합니다. 동룡시멘트, 동룡증권, 동룡매직이 순환출자 구조가 안정적입니다. 핵심인 (주) 동룡 주식을 시장에서 최대한 매집해도 40프로를 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너 일가 소유 지분이 많습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몇 년 뒤에 동룡이 헛발질에 무너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룹들의 전매특허인 순환출자로 소유권을 확실히 틀어잡고 있었다.
“방법이 없습니까?”
날 죽이려 했던 외삼촌이다.
이제는 죽고 죽이는 게임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야밤에 찾아가 짱돌로 내리치고 싶지는 않다.
핏줄인 외할아버지가 그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룡 제과와 접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로버트 생각이 나와 같았다.
월가의 전략가답게 전체적 이해도가 빨랐다.
“(주)동룡의 지분 10프로를 동룡 제과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동룡이라는 이름은 같이 사용하지만 엄명히 다른 법인입니다.”
엄마에게 팥쥐 같았던 이모의 소유다.
“동룡 제과…….”
생각했던 부분이다.
주미란이라 불리는 무늬만 이모인 그녀는 욕심이 많았다.
조 변호사님이 제출했던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었다.
동룡 제과가 알짜배기 회사임에도 사업확장에 열을 올렸다.
“동룡도 동룡 제과 지분을 10프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족 그룹들 특성답게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아군으로 삼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많은 걸 파악했다.
월가에서 보면 동룡 그룹은 그렇게 매력적인 먹이는 아니다.
그래도 로버트는 지시에 충실했다.
“공매도로 계속 흔들겠습니다. 러시아 진출로 회사 유보금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제안입니다. 흔드십시오. 그리고 제가 한 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보스. 뜻대로 하십시오.”
안아 그룹 다 끌고 갈 생각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큰 떡으로 보일지라도 필요 없으면 파는 거다.
이모를 꾀일 방법이 생길 것 같다.
욕심 많으면 언제나 탈이 나는 법이다.
“펠튼 호텔에 이사들 파견했습니까?”
경영권은 놔뒀지만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관리인이 필요했다.
회장이라는 작자가 돈을 빼돌릴 수도 있다.
돈은 믿어도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세 명의 이사를 파견했습니다. 외부 감사도 추천해서 밀어 넣었습니다. 앞으로 펠튼 호텔의 모든 경영 사항은 보스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마음에 들었다.
“맨해튼 팰튼 호텔 리모델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불편하셨습니까?”
사용해 보니 불편했다.
“디자인 격이 떨어집니다. 맨해튼에 4성급 호텔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스위트룸 침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음은 개인적 소견이다.
좀 더 튼튼하고 넓었으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주변 호텔에 비해 시설이 낡았다.
주변에서 유일하게 4성급이었다.
다음에 올 때는 럭셔리 호텔에서 머물고 싶었다.
“바로 진행할까요?”
“한 달 이후 예약을 모두 철회하고 공사업체를 선정하십시오. 금액에 맞추기보다는 품격에 신경 써 주십시오. 특히! 스위트룸은 아랍 왕들도 기꺼이 머물 수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서울 펠튼 호텔 총지배인에 대한 인사발령도 진행해 주십시오.”
“어떻게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안창수 지배인을 총지배인으로 승진시키십시오. 그리고 총지배인은 원하는 곳으로 이동조치 하십시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안창수 지배인은 앞으로도 꼭 필요했다.
이때쯤 선물 하나 건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로버트…….”
“네, 보스.”
“올해 연봉은 1억 달러입니다.”
“보…… 보스!”
쓸 때 쓸 줄 아는 남자가 바로 나다.
로버트 눈동자에 활활 충성심이 불타올랐다.
감동 가득한 눈빛이다.
이 맛에 보스 하는 거다. 후훗.
# 16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