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3
182장. 축제 (1)
“태산아. 진짜 부럽다.”
“뭐가 부러워.”
“너 중간고사 안 봤잖아! 와…… 헌법하고 법학개론 개 쩔었다. 세상에…….”
지난 생에 수없이 봤던 헌법을 비롯한 법학 과목이다.
이제 첫 경험한 법학이라는 학문의 방대함에 어린 중생들이 넋이 나갔다.
“엄살부리지마. 이제 시작인 거 몰라? 아마 동기들 중에 방학하자마자 신림동 들어갈 놈들 상당할 거다.”
애들 기 좀 죽였다.
“나도 과외라도 좀 들어야겠다. …… 법학개론에다가 대한민국 만세를 써놓고 왔다.”
“아니 배우지도 않은 걸 시험문제에 내시면 어떡하냐고! 자본 경제와 상속 순위의 도덕적 관계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으으…….”
동기들을 만났다.
조교 사건 이후로 친구가 된 과대표 한대성, 원래 친했던 최준식과 법학과 벤치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지난 생에서는 학교에서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만 주구장창 마셨다.
학교생활복지라고 커피는 엄청 쌌다.
친구들과 인사로 마셨던 커피 맛이 생각났다.
언제 한번 내려가 장학금이라도 기부하고 와야 할 것 같다.
회귀한 인생이지만 친구들과의 지난 추억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살아서 두 번의 삶을 살게 된 것은 행운이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왜 불렀어?”
대성이 문자를 받고 학교에 왔다.
손유리가 떠난 뒤로는 학교 오는 맛이 덜했다.
온시은은 4학년답게 바빴다.
간간이 만날 때마다 슈퍼컴퓨터 견적만 주구장창 말했다.
나중에 결혼도 슈퍼컴퓨터와 할 것 같았다.
“학생회장님이 너 부르라고 했다.”
“학필 선배님이?”
한참 바쁜 시기였다.
4월이 가고 5월이 찾아왔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도 모두 졌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지는 햇살은 이제 여름을 말했다.
그런 만큼 길고 오래 준비했던 안아와의 결전이 가까이 다가왔다.
드라마에서는 주주가 요청하면 바로 주총 열리고 회장 잘리고 난리가 아닌데 그거 다 뻥이다.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특히 대기업은 스스로 망하거나 계열사를 정리하기 전까지는 그런 거 없다.
그 와중에도 한국 10대 그룹 목을 비틀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전례 없이 마음이 흐뭇했다.
여론전은 아직도 계속됐다.
안아의 멸망이 확실시 되자 돈 먹은 언론들이 알아서 물어뜯었다.
손대균 이사에게 입단속을 부탁하자 걱정 말라는 문자가 왔다.
그날 이후 안아 그룹에 우호적인 기사는 거의 사라졌다.
적과의 동침이 생각보다 짜릿했다.
“태산아 이대 무용과 미팅 들어왔는데 어때? 생각 있어?”
대성이가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바쁘다.”
“시간 좀 내라. 저쪽에서 너 콕 찍었다.”
“나? 나를 알아?”
“그쪽 주선자 언니가 우리 학교 음대생이란다.”
이놈의 인기가 이번 생에만 몰렸다.
전생에는 참 미팅과 인연이 없었다.
“시간 없다.”
한 번쯤 나가보고 싶지만 손유리가 남긴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그녀가 가끔 불쑥 생각났다.
학교에 오면 어느 때나 만날 수 있었던 손유리였다.
짧았지만 그녀와의 추억이 생각보다 많았다.
요즘 학교 오는 발걸음이 뜸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특히 법대와 예술대가 핵심이었다.
“어이~. 다들 모여 있었네?”
학생회장 유학필 선배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첫 인상과 달리 성격이 쾌활하고 의리가 넘쳤다.
조교를 씨 발라 버릴 때 끝까지 함께했던 의리맨이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1학년 노릇도 가끔 할만하다.
회사에서는 보스, 회장님 소리 듣지만 학교에서는 신입생일 뿐이다.
애들처럼 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 시절도 금방 지나갈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다들 점심 아직이지?”
“넵!”
“선배님 밥 사주시게요?”
“흐흐. 알바비 받았다. 오늘 학식 거하게 쏘마!”
“와아아아아아!”
소리치고 박수 쳐줬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선배에게 밥 얻어 먹어본다.
지난 생에는 재수로 입학했더니…… 선배들이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별걸 다 원한다고 애초 후배 취급도 안 해줬다.
유학필 선배를 따라 학식을 먹었다.
손유리와 함께했던 그 밥집.
유럽 쪽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빵 먹다 체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육개장 죽였습니다!”
“선배님 밥은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오늘따라 학식 메뉴가 좋았다.”
군대도 안 갔다 온 녀석들이 다나까를 안다.
“태산이 입맛에 맞나 모르겠다.”
부자로 소문이 나면서 선배가 눈치를 봤다.
“공짜는 다 맛있는 법입니다.”
인사치레 정도는 할 줄 아는 싸가지는 탑재하고 살았다.
그래도 회사 식당이 생각났다.
요즘 회사에서는 밥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식당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돈 받고 운영하는 식당 말고 복지 차원에서 무상 지원이었다.
한식 요리 잘하는 주방장 아주머니들이 투입됐다.
황연태 대표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웬만하면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A.T 시큐리티 직원들 식성이 엄청 좋았다.
거기에 대웅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들만 해도 수십 명이 넘어갔다.
도도희와 유세라는 죽이 잘 맞았다.
커피 마니아답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서로 언니 동생하며 사이좋게 지냈다.
“커피도 선배가 쏜다!”
“오오올!”
뭔가 부탁할 일이 있음이 확실했다.
이렇게 풀코스를 쏘는 일은 학생 신분에 쉽지 않았다.
커피까지 빼들고 자하연 연못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법대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선배님 무슨 고민 있습니까?”
밥과 커피까지 얻어 마셨으니 고민을 들어줘야 할 타이밍이다.
“……그게 너희들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부탁요?”
“선배님 말씀만 하십시오! 저희가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준식이와 대성이가 열의를 보였다.
“다음 주부터 축제인 건 알지?”
대학교 축제!
잠시 잊고 있었던 대학교 낭만 리스트 상위권에 자리한 녀석이다.
이번 생에는 졸업하기 전까지 다 즐겨볼 생각이다.
다만 한국대 축제는 얘기가 달랐다.
한국대 축제 구경 가는 놈은 3대 바보 중 하나라 할 정도로 수준이 형편없었다.
“축제에서 뭐 할 일 있습니까?”
핵심을 찔러서 물었다.
“교수님들이 개강 모임 때 엄청 만족하셨단다. 그래서 이번 축제에서도 기대가 많다고 하신다.”
교수님들 참 할 일 없다.
학생회장이 부담을 가질 정도로 압력을 가한 것 같다.
“혹시 경영대와 연관되어 있습니까?”
“오! 장태산 너 진짜 똑똑하다.”
똑똑은 개뿔!
교수들이 또 경영대 교수들과 자존심 싸움 벌이는 게 빤하다.
“올해 축제 하이라이트인 주점이 경영대 바로 옆에 배치된다. 너희들은 모르지만 두 학과 간에는 해마다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학생회장 유학필이 날 봤다.
참 법학과 인물들 없다.
학생회장이 신입생들 불러서 부탁할 정도라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래도 미래의 내 조력자들이다.
그까짓 소원 못 들어줄 것도 없다.
법학과 선후배들에게 선불 땡겨 주는 것이라고 치면 된다.
나 장태산 덕분에 법학과 이름 날리면 그 빚 다 갚아야 인생이 평안할 것이다.
“그 준비…… 제가 동기들과 준비해 보겠습니다!”
“고맙다! 장태산!”
고마워?
그럼 빨리 사법시험에 합격하시라니까요!
***
“장태산이라고…… 그놈 때문이라고?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안아 회장 오승혁은 믿기지 않는 듯 유병석 실장에게 물었다.
“보고서에 제출 된 내용 그대로입니다. 오동성 도련님과 몇 번 악연이 얽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도련님이 한국대에서 만났다 정리했던 이예린이라는 여학생이 장태산의 연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천 해수욕장에서 성희롱 문제로 불화가 있었습니다. FOB라는 걸 그룹 소속 여자아이가 친한 동생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련님이…….”
유병석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 일로 인해 오동성은 지금도 정신병원에 있다.
한때 촉망 받는 후계자에서 폐인이 됐다.
잠시 호전됐다 싶더니 인터넷에 떠도는 악플과 사진을 보고 넋을 놓았다.
유병석은 장태산과 만남 이후 느꼈던 찝찝함에 가진 정보력을 모두 다 동원했다.
그리고 알게 된 장태산과 안아 그룹의 악연.
“뿐만 아니라 오주혁 의원님과도 장주시에서 얽혔습니다.”
“주혁이는 또 왜!”
“장주시에 건설 중인 안아 아파트 부지가 장태산이 후원하는 고아원과 연결 되었습니다.”
“그럼 주혁이 동영상도 장태산 그 개자식이 유포했다는 소리야!!!”
오승혁의 눈동자가 악마처럼 빨갛게 충혈됐다.
경호 2팀이 털릴 때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사방에서 터지는 악재에 잠시 묻어뒀다.
놈은 삼우 로펌 보호를 받았다.
무술 실력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승혁은 미친놈처럼 비명을 질렀다.
콰장창창창창창.
오승혁은 손과 발로 회장실 집기를 때리고 부셨다.
화가 극에 차면 나오는 지랄발광 특기다.
“헉헉…….”
잠시 후 회장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오승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지금 그룹에 대한 공격도?”
“……장태산이 설립한 LOR 투자법인 쪽과 해외 투자자들이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장태산이 입주한 빌딩에 대웅 떨거지들이 안아 인수팀을 가동 중이라고 합니다.”
“당했군…… 너무 나이가 어리다 싶어 방심했어……”
오승혁의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업계에서 냉철한 승부사로 평가 받는 오승혁의 또 다른 면모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었다.
“확실해?”
“주주명부를 확인해 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투자의 귀재로 소문났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선물과 환율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고 합니다.”
“리앤장도 놈이 손을 썼겠군.”
“……리앤장 손대균 이사가 동문 선배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크크크…… 크크크크크크크.”
오승혁이 악마처럼 웃었다.
그리고 눈동자에 깃드는 진한 살기.
“그것도 모르고 사방에 약을 처바르고 다녔어. 원흉은 뒤에 숨어서 수작질을 벌이는데 나만 멍청하게 말이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오승혁의 오른팔 유병석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다른 임원들과 달리 유병석은 오승혁과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그만큼 오승혁도 유병석을 배려했다.
“괜찮아. 살다 보면 이런 위기 한 번쯤 오는 거야.”
분노가 독기로 승화됐다.
오승혁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차분했다.
“주주총회가 이제 일주일 남았지?”
“그렇습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금융권을 비롯해 우호 지분 확보와 매수에 열을 올렸다.
아주 힘들게 주식을 확보해 갔다.
리앤장이 빠지자 바로 법원은 주총 날짜를 확정했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 그 새끼만 없애면 되겠네…….”
실소를 터트리듯 피식 웃는 오승혁.
그 모습에 유병석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과거부터 저런 모습을 보이고 난 뒤에는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과거 어느 때보다 오승혁의 분노가 타깃의 목을 확실하게 노릴 게 분명했다.
# 18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