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41
240장. 장태산! 또 왜 그래!!!
“Why don’t you text me first?”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유학필 선배를 차에서 내려주고 경영대로 왔다.
이번 학기 첫 강의는 경영학과 1학년 2학기 필수전공 과목이다.
고민에 푹 빠진 유학필 선배에게 말했다.
내가 하라는 방식대로 공부하면 반드시 수석 합격할 수 있다고 말이다.
믿지 못하는 유학필 선배.
나라도 못 믿을 말이다.
대신 실패하면 10억을 주겠다고 했다.
그 돈으로 졸업한 후에도 공부하라고 했다.
물론 조건은 있었다.
그것은 합격 후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깊은 고민에 빠진 유학필 선배.
믿거나 말거나 당분간 머리가 터질 것이다.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바보다.
장학금도 알아봐 주겠다고 했으니 미끼는 물 것이다.
돈으로 사람을 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수단으로 삼아 사람을 낚는 일이다.
옳은 일을 위해서 필요한 밑 작업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내 양심 상 거리낌이 없고 돌아보아도 결코 죄가 될 여지는 없다.
그렇게 경영학과 본관에 들어와 캔커피를 뽑고 있었다.
이때 그녀가 나타났다.
경영학과 신입생 아유라.
갑자기 다가오더니 뜬금포를 날린다.
아유라의 미모와 아우라가 남달랐다.
적절한 남녀비율이 유지되는 경영학과에서도 발군이었다.
그렇다고 나까지 감동시킬 정도는 아니다.
왜 먼저 연락하지 않느냐는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화답할 차례.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갑자기 튀어나오는 천상유수와 같은 대꾸에 아유라가 벙쪘다.
귀여운 구석도 보였다.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 한 수를 거하게 읊어줬다.
한마디로 이런저런 일로 많이 바쁘다는 의미다.
사방에서 일이 터졌던 것도 사실이다.
지나가는 아가씨는 연애 사업을 의미하기도 했다.
윤동주 님의 시가 이 순간을 설명하기에 딱 맞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윤동주의 시가 왜 나와!”
“아유라. 너 나랑 친하냐?”
이럴 때는 직구가 최고다.
“어?”
아니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잖아.
경영대에서 만났다고 막 웃음 터트리고 호호깔깔 거릴 사이가 아니었다.
온시은 사건 때문에 얼마 전 잠깐 만났지만 먼저 연락하고 말고 할 인연이랄 것도 없었다.
아유라의 오버다.
“한국대 들어올 지성이니 시가 말하는 의미는 알겠지?”
“뭔데!”
아유라, 독특하게 앙칼진 면도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걸음을 옮기다 돌아봤다.
“쟤 법학과 끝내준다는 신입생 맞지?”
“어머! 장태산 맞아! 법대에서 완전 유명인이래.”
“진짜 잘생겼다…….”
“경영대 수업 듣는 거야?”
“아유라랑 아는 사이야?”
“둘이 사귐? 싸우는 거 아냐?”
1학기를 보내는 동안 날 알아보는 팬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아유라와 경영대 로비에서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바쁘다고~ 나 사업하는 거 몰라? 연애 사업하기도 모자란데 너에게 왜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썸 타는 사이는 아니잖아?”
“치이……. 완전 바람둥이!”
“칭찬으로 듣겠다.”
아유라가 내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건 안다.
경영대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나에게는 어림없다.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소연 언니가 연락처 알려달라고 해서 가르쳐 줬다. 밥 사주기로 했다며?”
“내가?”
“약속했다고 하던데?”
“글쎄다.”
온시은 사건 때 빡 돌아서 뵈는 게 없었다.
소연이라는 여자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 뒤집어 박살내서 찾았을 것이다.
“태산아!”
그때 친구 강현수가 다가왔다.
“넌 군대 안 가냐?”
방학 때 잘 먹고 놀다왔는지 안색이 좋았다.
“어? 군대?”
“형철이 지금쯤이면 총 들고 엄마 찾고 있을 거다.”
“벌써 군대 갔어?”
“애들이 불렀잖아.”
“미안하다. 여름 성경학교 시즌이라 바빴다.”
아버지가 장로님이라 방학 때 바쁜 놈이다.
한국대 다니는 교회 오빠.
안 바쁘면 그게 더 이상한 콘셉트다.
“고시 볼 거 아니면 너도 군대 일찍 다녀와라.”
“……. 나도 고시 볼까?”
진지해진 강현수가 고민스럽게 물어왔다.
“왜 경영학과 힘들어?”
“아무리 봐도 견적이 안 나온다.”
한국대 학생들은 타과생도 사법고시에 많이 도전했다.
게다가 합격률도 높았다.
“로스쿨 들어가.”
“싫다. 시간이 아깝다.”
손익계산이 빠른 경영대생답게 내년에 정식으로 개설되는 로스쿨이 답 없는 걸 알았다.
“그래? 그럼 내가 조만간 스터디 그룹 짤 건데 들어올래?”
“네가? 너 법학과 수업도 안 듣잖아.”
“머리가 비상하잖아. 마음만 먹으면 내년에 동차 합격도 가능해.”
“……믿기 힘들지만 너니까 믿는다.”
“뭐야? 태산이가 그렇게 똑똑해?”
아유라가 강현수에게 물었다.
“우리 고등학교 전설이다.”
“아무리 그대로 1학년이 고시 스터디는 아니잖아?”
“태산이라면 믿을 만하다.”
“그래?”
“아유라 넌 경영학과 다녀라. 그 성격에 판사나 검사는 안 어울려.”
“됐거든!”
“나도 태산이 말에 동의~.”
“와아……. 현수 너 뭐냐? 방학 때 연락도 없다고 하더니……. 여자 친구 생겼지?”
“그, 그게 보여?”
“현수야 축하한다. 아유라는 어장전문 관리사다. 괜히 옆에 있다가는 망가진다.”
“장태산 넌 바람둥이잖아!”
“잘났잖아~돈 많아. 잘생겨~ 거기에 각종 능력도 출중한데 여자들이 군침 안 흘리면 그게 이상하지. 너도 그렇잖아?”
“내, 내가 언제!”
아무리 잘나봐야 도토리 키 재기인 아직 애들이다.
경영학과 퀸카로 불렸지만 아유라는 내 상대가 아니다.
주변에 꼬리가 몇 개씩 달린 여우들 천지다.
1학년짜리 여우는 서열이 보이지도 않았다.
“수업 들어가자. 경영학과 수업 내용이 궁금하다.”
“태산아 괜찮겠냐? 교수님들 너 안 좋아한다.”
현수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학문을 배오고자 하는 학생을 차별하면 교수님 자격이 없지. 아유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F학점의 저주가 임하기를 기도할 거야.”
“안타깝다. 나 지난 학기 4.5 올A+ 찍었다. 이번 학기도 그럴 거 같다.”
“진짜???”
아유라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준 천재들과 괴물들이 사는 한국대에서 올A+이 어떤 의미인지 말 안 해도 다 안다.
“조별 수업하면 붙어라. 이 오빠가 학점 책임져 주마.”
“됐거든! 너 오늘 수업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 국제경영학 이동진 교수님, 인정받는 실력파셔~.”
그 실력파 소문이 진짜인지 판별하러 왔다.
지금 닥치고 있는 금융 위기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건 보면 알겠지.”
“와아……. 장태산 완전 잘났어!”
아유라는 투덜거리면서도 현수와 함께 들어와 내 왼쪽 자리에 앉았다.
다른 여학생들이 앉지 못하도록 강한 방어 호르몬을 뿌리면서 말이다.
강의실 중앙.
뭇 사람들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교양과목이 아니라 경영학과 전공필수 과목.
타과생들이 부전공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들어봐야 피 보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떡하니 경영학과와 척을 지고 있는 법대생이 앉자 모두들 수군거렸다.
때마침 백발의 남자가 강의실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 국제경영학의 담당 교수인 이동진 교수.
그가 강단에 섰다.
“반갑습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이번 학기 국제경영학을 맡게 된 이동진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고 짧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동진 교수.
생각보다 느낌은…….
괜찮다.
***
‘장태산……. 저 녀석 정체가 뭐야?’
아유라는 교수에게 집중하는 장태산을 옆 눈으로 힐끔 살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멋있음과 잘 생김이 진화했다.
온시은을 구하기 위해 보였던 영화 속 남자 주인공 같았던 행동.
그때 보였던 포스는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대그룹 재벌 딸 뺨을 후려칠 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맛봤다.
블랙 카드를 꺼내들고 수리비를 지불하는 모습은…….
백마 탄 왕자님 저리 가라였다.
경호원들이 달려와 장태산을 둘러싸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온시은이라는 여자가 자신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환상에 시달릴 정도였다.
그러나 장태산은 자신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왔던 서양 유업의 안소연이 한 번에 뻑 갔다.
대뜸 연락처를 묻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만나자마자 투덜거렸다.
멋지게 바쁜 인생 산다고 시로 화답하는 장태산은 누가 봐도 바람둥이다.
법대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예술대를 넘어 경영대 여학생들도 팬이 됐다.
지금도 수업에 집중 안 하고 장태산만 보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다.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다.
은은하게 풍기는 당당하면서도 묵직한 기운은 보호막 같았다.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멋졌다.
아빠나 주변 경영인들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카리스마를 느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괜스레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졌다.
‘마약이네……. 인간 마약…….’
남자도 미녀를 사랑하듯 여자는 능력 넘치는 남자에게 끌리는 법이다.
우주가 정한 이치였다.
아름다움은 찬양받아야 하고 강함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듣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을 아유라는 오늘 인정하게 됐다.
장태산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존경 받아도 될 것 같았다.
“휴우.”
짧게 아유라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자신에게 감정 없는 눈길을 보내는 남자는 아유라 인생에 처음이었다.
그래서 괴롭기까지 했다.
미모와 실력으로도 안 되는 철옹성 장막을 친 장태산.
그와 옆에 있는 건만으로도 아유라는……. 좋았다.
“수업은 오픈 수업이 될 겁니다.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물 같은 경영학 교제는 없습니다. 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100분의 1도 쓸모없는 내용들입니다.”
언제나 파격적인 강의 내용으로 학생들을 멘붕에 빠트리는 교수님의 발언에 사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유라도 강의에 집중했다.
앞으로 수업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만큼 경청할 때였다.
“제 수업에서는 언제나 현재 당면한 국제경영에 관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신문, 인터넷, 교과서, 경영 일선에서 싸우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어 실질적 판단과 대응에 대해 공부하고 발표하면 됩니다. 재미있겠죠?”
“…….”
1학년 신입생에게 사실 버거운 수업이다.
전공필수라 빠질 수도 없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모두 멘붕에 빠졌다.
교과서 공부에만 익숙하던 학생들에게는 이런 수업 자체가 공포였다.
아유라야 기업 경영을 맡고 있는 실무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사정이 달랐다.
한국대 경영학과에서 인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학문과 실전에 대한 내용 파악이 되어야 발표 가능했다.
이 수업받다가 영혼이 터져 전과한 선배들도 있다고 했다.
실무 용어까지 난무하는 교수님의 질문에 답변 못 하면…….
겨우 졸업 정도만 가능했다.
‘그런데 A+을 받겠다고?’
장태산이 여러 방면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건 알지만 경영학과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금 이슈화 되고 있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는 아주 좋은 케이스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앞으로 여러분 인생이 달라질 겁니다.”
경영학과 생들이라 타과생보다 서브프라임 문제에 민감했다.
특히 아유라는 피부에 와 닿았다.
당장 아버지가 매일 대책 회의로 늦게 귀가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내에서 강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그때.
스윽 장태산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장태산! 또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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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