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14
514장. Come On!
“베르샤 성이 보입니다!”
“성벽이…….”
“옛 모습 그대로잖아.”
“…….”
대병력을 이끌고 베르샤 성에 도착한 아라돈 후작.
휘하 가문 귀족들과 조우해 베르샤 성 코앞에 당도했다.
행군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져 20일이나 걸린 대이동이었다.
중간 중간 합류하는 귀족들이 늘어날 때마다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미리 승리의 축배를 나누고 그 흥을 즐겼다.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착한 베르샤 성.
하지만 코앞에서 바라본 베르샤 성은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성벽들은 보수를 마치고 옛 모습을 되찾아 굳건하고 단단했다.
성문은 굳게 걸어 놓은 듯 단단하게 닫혀 있고 성벽 위에는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대충 봐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당한 수의 병사들이 보였다.
“마법성문이 가동 중이군요.”
후작성에 머물고 있는 마탑 소속 7서클 마법사 클로얀이 성문의 상태를 알렸다.
정식 귀족은 아니지만 백작급 대우를 받는 자의 말이었다.
“…….”
잠시 예상치 못한 침묵이 주변을 휘돌았다.
성에서 풍겨오는 만만치 않은 저항의 기운을 모두 읽어내고 있었다.
성에 거주는 병사뿐만 아니라 영지민들의 기세까지 더해진 기운이었다.
전투 경험이 있는 귀족들과 기사들은 풍기는 기세에 입맛이 써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이 정도 저항은 있어야 전쟁이 제 맛이지!”
아라돈 후작이 침묵을 털어내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맞습니다! 그래봐야 한 끼 식사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카를 백작님은 잠시 쉬시고 제가 선봉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공격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귀족들이 앞다투어 아라돈 후작의 신임을 얻고자 그 앞에서 재롱을 피웠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은 들겠지만 전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그런데 성문 위의 저 깃발은 뭔가?”
중앙 성문 위로 깃발 두 개가 높은 장대 위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과거 제국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었다.
“매그니파이!!!”
그때 7서클 마법사 클로얀이 마법을 펼쳤다.
공간을 당겨서 볼 수 있는 거리 확대 마법.
마나에 의해 공간이 당겨지며 성문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당겨진 공간 속의 깃발에 향했다.
“허어엇!”
“이, 이건!!!”
순간 귀족들 입이 쩍 벌어졌다.
“크, 크로얀 제국기!”
아라돈 후작이 가장 먼저 깜짝 놀랐다.
포효하는 골드 드래곤이 선명하게 새겨진 채 펄럭였다.
제국이 무너지기 전에는 드래곤 깃발만 보고도 적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놀랍게도 멸망한 크로얀 제국을 상징하는 깃발이 새하얀 호랑이가 그려진 깃발과 더불어 흩날렸다.
그리고…….
깃발이 펄럭이는 성벽 위에서 아라돈 후작을 보고 있던 새카만 머리카락에, 갑옷 입은 남자가 씨익 웃는 모습도 보였다.
성벽 밑의 상황을 아는 듯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브이 자를 그리는 자.
“베커, 베커 그놈입니다!!!”
그에게 호되게 당했던 러셀 남작이 남자의 정체를 알리며 소리쳤다.
“저놈을! 으드득!”
그의 정체가 확인되자 이를 가는 아라돈 후작.
“클로얀 경……. 성문을 부셔버리시오! 지금 당장!”
크로얀 제국 깃발에 아라돈 후작은 이성을 잃고 분노를 일으켰다.
왕국을 꿈꾸는 그에게 과거 크로얀 제국의 망령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옛 역사였다.
“명을 받드옵니다~.”
고개를 숙이는 7서클 마법사 클로얀.
고급 마력석이 박혀 있는 마법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잠자던 마나의 숨결이여. 그대의 친구가 부르노니…….”
그리고 천천히 공격 마법 주문을 읊어 나갔다.
***
“하아암…….”
“으으. 오늘따라 날씨 한 번 오지게 좋다~.”
“공격에 따라갔어야 한몫 건지는 건데…….”
“연줄 있는 놈들만 복 받았지. 베르샤 성이 막을 수 있는 병력이 아니잖아.”
“요즘 배 아파서 잠도 안 온다니까.”
아라돈 드 쥬넨 후작가를 방어하는 중요 요새 중 한 곳인 다인버러 요새.
수백 년 전 건축된 전형적인 방어형 요새였다.
이 요새를 지나치면 바로 후작의 본성과 연결됐다.
현재 주둔하고 있는 병사는 약 1000명.
평소와 달리 요새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 상당수가 베르샤 성 공격에 투입됐다.
그래도 워낙 단단한 성문과 성벽에 의지해 방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 후작가를 공격할 간 큰 귀족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간간이 산에서 내려오는 몬스터 소탕이 주 업무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만 아니었다면 초가을의 어느 좋은 날일 뿐이었다.
“뭐야?”
“……벌써 공격이 끝났나?”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자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대로를 타고 빠른 속도로 몰려오는 엄청난 숫자의 기마병이라는 것만 확인이 가능했다.
성벽 위에서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여유 있게 떼로 몰려오는 기마병들을 바라봤다.
“헛!”
“저, 저게 뭐야???”
그러나 잠시 후 무리가 가까워지면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많이 봐왔던 쥬넨 후작가의 깃발이나 기타 후작가 소속 영지기가 아니었다.
나이 어린 병사들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깃발이 선두에서 펄럭이는 것을 봤다.
골드 드래곤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깃발 속에서 역동적인 춤을 췄다.
“크로얀 제국기!!!”
그때 옆에 있던 나이 많은 고참 병사가 외쳤다.
30년 전에는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크로얀 제국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히이이이이이잉.
수많은 말들이 일제히 요새 성벽 바로 앞에서 멈췄다.
마력 갑옷을 착용한 정예 기사들과 기마병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이 풍겨내는 강렬한 기도에 요새 수비병들은 숨을 죽였다.
요새에 머물고 있는 마력 기사들은 겨우 몇 명.
“그, 그대들은 누군가! 이 요새는 아라돈 드 쥬넨 후작가의 직할 요새다! 속히 정체를 밝혀라!”
기사가 달려 나와 외쳤다.
목소리는 이미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요새 성문은 닫혀 있었지만 저렇게 많은 전력이 한꺼번에 몰아친다면 결국 뚫리고 말 것이다.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기사들의 검에는 성문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게 뻔했다.
성벽 위의 궁수들도 화살을 겨눌 생각도 못했다.
마력 갑옷을 착용한 기사들에게 화살은 무용지물이었다.
“무엄하다!”
그때 화려한 은빛 갑옷을 차려 입은 기사가 무리에서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우리는 대 크로얀 제국 황실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다! 속히 성문을 열고 황실의 명을 받들라!”
“!!!”
기사의 외침이 울리자 요새를 지키던 기사와 병사들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나타난 자들이 이미 망해서 사라져 버린 제국 황실의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었다.
어느새 성벽 위에 합류한 기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자신들이 처리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대들은 지금 황실의 명을 무시하는가?”
그때 로브를 착용한 여자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파아아앗.
들고 있는 마법 지팡이에서 줄기차게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대단한 실력을 갖춘 마법사였다.
“우, 우리는 아라돈 후작 각하의 명령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선임 기사가 결전을 외치려는 그 순간.
여자 마법사의 지팡이가 성문을 가리켰다.
“부서져라!”
마나가 담긴 강력한 외침.
쇄애애애애애애앳.
지팡이 끝에서 폭출 되는 새파란 덩어리가 그대로 성문을 향했다.
마법진에 의해 1차 보호되고 있는 성문이지만 어지간한 마법에 바로 뚫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퍼버버버버벙!
성문에 부딪치는 굉음과 함께 성문이 한순간 걸레짝처럼 찢어지며 터졌다.
콰르르르르르르르.
마법진의 보호를 받던 성문이 부셔지며 그 뒤에 있던 성벽 일부가 함께 부서져 내렸다.
여자 마법사의 엄청난 마법 일격.
“으아아아아아아!”
요새 수비병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기사들과 기마병들이 부셔진 성문을 통과하면 순식간에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꿇어라! 여기 이분은 대 크로얀 제국의 유일한 적통이신 아린 하르케우스 크로얀 황녀님이시다!”
자랑스럽게 외쳐지는 은빛 갑옷 기사의 목소리.
말을 들은 그 누구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크로얀 제국 황녀라는 신분 앞에서 감히 입을 열 수 있는 자는 현재 이 요새에 아무도 없었다.
***
마법사의 실력이 제법이다.
놈은 공간 확장 마법을 사용해 성벽 위를 살폈다.
가볍게 승리의 브이를 날려줬다.
카이루 후작에게 빌려온 수십 명의 기사들이 든든하게 함께 했다.
성벽 위는 자진해서 올라온 병사와 영지민들이 무기를 들고 무장한 채 당당하게 섰다.
루벡 남작성을 털어서 과거처럼 거지꼴로 보이지는 않았다.
위이이이이잉.
나의 브이질에 화가 잔뜩 난 아라돈 후작이 뭐라고 지껄이는 듯했다.
뒤이어 마법사가 빛나는 마법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는 게 보였다.
대기 속 마나들이 진동했다.
대충 봐도 큰 거 한 방 터트리려는 모습이다.
브이질 대신에 손가락 하트를 원했던 것 같았다.
“후우우.”
길게 숨을 쉬웠다.
아린은 이곳에 없었다.
적 본진 털이를 위해 그녀를 보냈다.
단숨에 적 기지를 점령해야 이번 전쟁에 승산이 있었다.
아니 승리할 수 있었다.
계획했던 대로 때맞춰 맞이하게 된 아라돈 후작 무리와 마법사.
7서클 마법사는 역시 대단했다.
카이루 후작이 건넨 정보에 의하면 마법사는 마탑 소속이라고 했다.
아라돈 후작과 합류했다면 마탑 녀석들도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음이 확실했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마나가 마법사 주변에 반응하며 몰려갔다.
움찔 기사들이 놀라는 게 보였다.
기에 예민하다 보니 마나 변화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스윽.
나도 손을 들었다.
마력석이 박혀 있는 검이 마법 지팡이를 대신했다.
마법사의 마법에 대응 마법을 펼쳐야 했다.
저 정도 거리에서 파괴적인 효과를 낼 건 7서클 마법밖에 없었다.
아직 성문이나 성벽이 7서클 마법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고급 마력석을 박아 넣어야 방어가 됐다.
후작성 좀 털면 그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아니 저 앞에 있는 기사들만 조져도 일순간 부자 되는 건 일도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언제나 상대의 모든 걸 정당하게 빼앗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 법.
이계에서 선택한 적극적 M&A가 바로 전쟁이었다.
두 눈을 감았다.
마나가 요란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마법사 주문이 완성된 것 같았다.
놈 주변으로 엄청난 마나가 소용돌이치듯 모여들었다.
벼락이 치기 직전 하늘에서 응축된 자연의 기와 같았다.
눈을 감고 있자 모든 게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드래곤이 허락한 마나 감응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미줄 같던 마나들이 마법사에게 빨려들어 갔다.
마나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린이 펼친 마법과 궤적을 달리했다.
마탑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공격 마법.
콰르르르릉!
마법사의 마법이 펼쳐졌다.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더 거세게 몰려들기 시작하는 거대한 마나의 파도.
마치 거인이 쏘아 올린 불덩어리 같았다.
펑! 하고 마나가 터지며 마치 작은 태양과 같은 불이 성문을 향해 날아왔다.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응축된 마나의 질량은 인간의 상상을 불허했다.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마법에는 마법!
“파이어 볼!”
3서클 공격 마법을 펼쳤다.
빠르고 강력한 불덩어리가 7서클 마법을 향해 날아갔다.
퍼벙!
부셔지는 나의 파이어 볼.
애초에 상대가 안 됐다.
하지만.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멈추지 않고 연달아 터지는 파이어 볼 주문.
간단해서 쉽게 끓여 먹을 수 있는 3분 카레 같은 마법.
퍼엉! 퍼엉! 퍼버벙! 퍼버버버벙!
7서클 마법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태양처럼 무섭게 다가오던 불덩어리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연속되는 마법의 게릴라전에 마나가 대기 속으로 속속 환원됐다.
그리고…….
펑!
성벽 앞에 바짝 이르러서 7서클 마법은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불꽃으로 사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잔뜩 쫄았던 영지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
그에 반해 후작군 진영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전원 대기.”
“명을 받습니다!”
빌려온 기사들이 충성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계획은 하달 됐다.
남은 건.
휘릭.
훌쩍 성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지상에 착지했다.
저벅저벅 당당하게 적진을 향해 걸어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오늘도 난 인싸였다.
적과의 거리 약 200미터 지점에서 멈췄다.
척!
검 끝이 기사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센터 인물에 향했다.
황금 마력 갑옷을 착용한, 누가 봐도 아라돈 후작이다.
“You! Come On!”
# 51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