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1
70장. 보스의 선택
“국장님! 또 나오고 있습니다! 달러와 연동된 마진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친! 오늘도 쏟아져 나오는 거야! 선물 쪽 아닌 거 확실합니까? 도대체 누구야!”
국장이 머리를 붙잡았다.
“선물 쪽 물량 확인했는데 아닙니다. 마진 쪽입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 물량입니다!”
“영국! 홍콩! 미국 등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국장님,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합니까! 방어해야죠! 더 이상 강세로 이어지면 우린 죽습니다!”
지금 몇 달 동안 환율 강세로 캐나다 중앙은행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환율 방어를 담당하는 외환 2국은 전쟁의 한복판이었다.
은행들과 개인들 간의 외환 거래의 최종 승인자는 중앙은행이었다.
대형 FX 마진물들이 쏟아지면 바로 환율에 영향을 끼쳤다.
선물시장과 달리 실시간으로 딜러들에 의해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 연달아 터지는 악재에 불똥이 튀었다.
캐나다도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더 엉망이라 캐나다 달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환율이 오르자 국민들이 곳곳에서 환호성을 터트렸다.
자국 환율이 강세면 이렇다 할 공장이 없는 캐나다 공산품 가격은 저렴해진다.
그에 반해 환율 안정을 취해야 하는 중앙은행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국가 계획이 엉망이 된다.
수출품 단가가 높아져 수출은 줄고 수입만 늘어나면 적자 국가가 된다.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국가의 지출과 계획은 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매입하세요. 보유하고 미국 달러 푸세요!”
“50억 달러 받아주세요!”
“콜!”
“리키, 자네 팀도 받아!”
“오케이! 30억 콜!”
정신없이 캐나다 달러와 미국 달러가 인터넷 세상에서 가열하게 치고받았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전투는 온 정신을 투입할 만큼 치열했다.
캐나다 달러와 미국 달러 환율에 이상이 발생하자 단타 투기자들도 달라붙었다.
“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주문 물량이 꺾였습니다. 더 이상 매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직원이 놀라 소리쳤다.
지옥 같은 환율 방어 전쟁이 끝난 것 같았다.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캐나다 달러 매도 물량도 처리가 됐다.
“휴우…….”
국장 콜먼이 모니터를 확인하고 의자에 쓰러졌다.
평소에는 거래량이 많아 봐야 하루 120억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며칠 사이로 400억 달러 수준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FX 마진 거래 환율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가용 가능한 외환을 상당수 밀어 넣었다.
며칠만 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 중앙은행에서 외환을 끌어들여야 할 판이다.
외환 당국에는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수순이다.
“도대체 누굴까요? 아무리 미국 쪽이 난리라지만 이렇게 무자비하게 환전을 하다니…….”
콜먼이 직원들에게 물었다.
“마진 쪽은 정체 없는 그림자 아닙니까. 누군가 강세를 예상하고 물량을 확보했다 푼 것 같습니다.”
“이익을 봤겠죠?”
“당연하죠. 며칠 등락폭만 해도 7프로가 넘습니다.”
환율 방어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딜러들이 조용히 잡담을 나눴다.
모두들 초주검이 된 상태였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엔화하고도 그러지 않았어?”
“어! 맞아. 그때 엔화 쪽도 비슷했지.”
‘엔화?’
국장 콜먼도 직원들의 말을 듣다가 머리에 번쩍 스치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몇 달 전 캐나다와 엔화에 대한 환율 매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당시에는 단시간에 끝났기에 파장은 없었지만 평상시와는 다른 흐름이었다.
“그때 투자자가 아닐까요?”
나이 어린 신참 직원이 조용히 의견을 개진했다.
“에이 설마~ 신도 아니고 환율 변동을 어떻게 예측해. 그 뒤로 10프로 폭락한 거 몰라? FX 마진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판이잖아.”
“그건 그래. 다이엔, 오늘은 끝나면 술 한잔하자. 진이 다 빠졌다.”
“그래. 단골 펍에 가서 흑맥주나 한잔하자고.”
잔잔한 환율 그래프를 보며 딜러들은 마지막 긴장을 풀었다.
“흐음…….”
직원들과 달리 오랜 시간 캐나다 중앙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국장 콜먼은 찝찝한 기분을 맛봤다.
그리고 머리에 그려지는 상상 하나.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
콜먼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오늘 사건이 계획적이라면…….
단숨에 세계 순위 안에 들 수 있는 초거대 갑부가 탄생하는 순간일 것이다.
***
“변화와 희망이라……, 프레임을 잘 짰네.”
로버트는 밀고 있는 오바마 후보 진영의 표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시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전쟁질에 미국 시민들이 질렸다.
이때 오바마는 전쟁 종식과 의료보험 등을 내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로버트가 지원하는 슈퍼팩의 광고 힘도 무시하지 못했다.
Yes! We Can!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본격적으로 내보냈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는 명백한 신호다.
“우리 보스의 다음 선택은 뭘까.”
로버트는 오바마 후보의 보이지 않는 돌풍에 흥분했다.
보스로 모시고 있는 한국 청년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투자가 모두 파격적이다.
투자자금이 며칠 사이로 확충이 됐다.
미국을 비롯해 홍콩, 영국 등등에서 정식으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운영됐다.
믿을 만한 딜러들을 확충하고 사무실도 몇 개를 얻었다.
대표 딜러들 몇몇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장점이 그대로 반영됐다.
자본 출처에 대해 밝힐 필요가 없다.
조세피난처 법인을 활용하는 건 절세의 기본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로버트가 최근 장만한 아이펀 핸드폰이 조용히 울렸다.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녀석은 신세계였다.
들리는 화음이 맛깔났다.
“보스.”
로버트가 반갑게 보스라 불렀다.
인생을 구제한 영웅에 대한 예의다.
“로버트, 잘 지내시죠?”
보스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에너지가 넘쳤다.
“물론입니다. 보스 덕분에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월가 친구들이 저보고 돌아온 탕자라고 합니다.”
월가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로버트 라이언이 눈먼 봉을 잡아 재기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동안 연락도 없던 친구나 동료들이 로버트와 식사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하는 금융권 태풍 속에 다들 안전한 대피처를 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펼쳤다.
로버트가 잡았다는 튼튼한 동아줄의 정체를 다들 궁금해했다.
“하하.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사실은 아시죠?”
보스는 시원하게 웃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로버트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보스의 말은 듣고 있으면 언제나 묘한 믿음이 갔다.
나이와 상관없는 신뢰가 목소리에 가득 담겼다.
로버트 또한 성격상 절대 은인이자 보스를 무시하지 않았다.
“쓸 만한 딜러들은 모두 확보하셨습니까?”
“지시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요즘 월가에 권고퇴직이 유행이라 인재들이 넘쳐납니다. 제 얼굴 보려고 로비 앞에 줄이 서 있을 정도입니다. 다 보스 덕분입니다.”
로버트는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줄까지는 아니어도 인사 청탁 전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받았다.
“고마워요. 로버트 덕분에 요즘 마음이 아주 편안합니다.”
“아닙니다. 보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버트는 보스의 진심을 느꼈다.
진실로 대범한 보스다.
현 투자금이 1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갔다.
그걸 모두 로버트가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는 헤지펀드 대부들과 자웅을 겨룰 정도는 됐다.
“메일로 투자 의견서를 보냈습니다. 딜러들에게 추진토록 해주세요.”
“확인하고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로버트는 결코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보스로부터 지금껏 받았던 몇 개의 투자 의견서는 모두 대박이었다.
오일, 쌀, 옥수수의 식량 등의 상품 선물시장과 텍사스 경질유나 브렌트유를 다루는 오일 선물, 철이나 금속 같은 광물 선물에 대한 다양한 의견서를 메일로 받았다.
구체적인 투자 지시는 없었다.
단지 매수와 매도 의견만 날짜와 함께 날아왔다.
보스는 선물시장에서도 단기나 초단기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항상 롤오버가 기본인 롱포지션 투자를 선호했다.
딜러들은 처음 입사할 때 비밀 서약으로 내걸었던 내용대로 기계적으로 매입하기만 했다.
물론 어느 정도 개인 자금도 운용하게 만들었다.
딜러들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재료이자 외부 눈속임용이다.
그러나 진정한 메인 투자는 의견서대로 처리됐다.
10개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회사 명의로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창출됐다.
한 달도 안 돼 수익률이 220프로다.
실로 월가에서도 경이로운 수익률이다.
하지만 딜러들은 회사 전반 수익을 몰랐다.
투자가 정산되면 다른 투자를 맡겼다.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투자 법인들이 운영됐다.
로버트를 거쳐 보스만 모든 걸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래요. 수고해요. 겨울 방학에 만나도록 하죠.”
“네? 겨울 방학요?”
갑작스러운 보스의 말에 로버트는 잠시 당황했다.
“한국에서는 겨울 시즌을 대부분 그렇게 부릅니다. 하, 하하하.”
보스가 어색하게 웃었다.
“네~.”
로버트는 보스의 말을 믿었다.
한국에는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정치 쪽은 잘 되고 있습니까?”
“보스의 선택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스는 어린 나이에도 세계 권력이 돌아가는 판을 알았다.
로버트가 보스를 존경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자신보다 훨씬 더 멀리 판을 살피는 보스다.
“12월에 홍콩에서 보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보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보스!”
짧았던 국제 전화가 끊겼다.
“휴우.”
로버트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별 내용 없는 대화 같지만, 로버트는 보스의 말을 최대한 집중했다.
마지막 그와 헤어질 때 보았던 보스의 눈동자.
거대한 욕망의 거인이 그 안에 숨어 있었다.
“항상 긴장된단 말이야.”
로버트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월가에서도 풍경이 좋기로 소문난 건물이다.
로버트 의자 뒤편 창가로 월가가 한눈에 보였다.
시원하게 눈길 한 번 던지고 로버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타다다닥.
암호화되어 있는 메일 투자 의견서를 다운받았다.
보스에게 철저하게 교육받아 보안은 항상 최상을 유지했다.
“헛!”
투자 의견서를 읽어보던 와중에 로버트는 기겁했다.
여러 계좌로 새로운 투자금이 입금됐다.
200억 달러 자금이다.
말이 좋아 200억 달러지 어지간한 대기업 일 년 총 창출액과 맞먹었다.
빠르게 의견서를 읽었다.
“허어.”
로버트는 놀람의 탄성을 터트렸다.
보스 투자기법은 적군을 앞에 두고 무조건 돌격을 외치는 기마병 같았다.
대전차포와 지뢰가 매설되었을지도 모를 평원을 향해 돌진하는 무적의 타이거 탱크다.
“유가와 원자재 선물 이월물까지 롱포지션으로 매수 ……, 레버리지 풀가동……, 수익의 30프로 마진 콜 대비 위탁증거금으로 활용……, 주식 투자 금지……, 유가와 원자재 콜 옵션 투자, 풋옵션 매도.……, 뭐야! 도대체 안전한 투자는 어디 있는 거야! 최소한의 방어도 없이 전원 공격이라니…….”
로버트는 고개를 저었다.
위험 헤지거래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보스 말은 무조건!”
로버트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의문을 싹 지웠다.
처음 약속할 때부터 투자는 전적으로 따르라는 약속을 했다.
이성과 지금껏 금융가에서 살았던 지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보스 말은 법이었다.
“세계 경제 흐름을 모두 꿰고 있는 신이라야 가능한 투자기법이다…….”
한참 동안을 의견서를 바라보던 로버트는 다른 내용도 마저 읽어갔다.
“M&A 팀 준비요망? 세계적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까지? 법무팀과 합병팀도 준비해야겠군…….”
보스의 큰 그림은 몰랐지만 투자 의견서에 따라 로버트는 바삐 다음 계획을 세웠다.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한국 기업 이름 하나가 이상했다.
로버트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 기업이었다.
“동룡 그룹?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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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