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63
764장. 이것들이!!!(2).
“그 새끼……. 어떻게 되고 있어?”
“방금 작업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래? 크크크…… 케에에…… 켁.”
가래가 목에 잔뜩 낀 임동철은 만족해하며 특유의 쇳소리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임동철이 사람 죽이는 방식에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돈과 권력이 주로 동원됐지만 오늘처럼 청부를 통한 살인도 그중의 한 가지 방법이었다.
최근에는 없었지만 과거에는 간간이 써먹었던 수법이다.
공장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중소기업 사장이 고소를 하고 소송을 걸었던 일이 있었다.
복잡한 세상, 조용히 집에 가던 그를 트럭으로 밀어버렸다.
현장에서 즉사.
청부금 1억으로 깔끔하게 해결했다.
이번 장태산 같은 경우에는 좀 더 큰돈이 들어갔다.
전문 작업자들을 연결했다.
조폭들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작업만을 취급하며 먹고 사는 놈들이 있었다.
임윤아의 동선을 따라 주변에 설치해 놓은 도청장치로 파악한 장태산의 움직임.
장주시로 이동한다는 것쯤은 쉽게 알아냈다.
주로 서해안을 이용한다는 걸 파악하고 작업자들이 투입됐다.
실패할 경우의 수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뒤처리는?”
“깔끔하게 진행될 겁니다. 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사고는 언제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케에에에……. 켁켁……. 그래……. 고속도로는 위험하지……. 카아악 퉤.”
생기를 찾아보기 힘든 임동철의 낯빛.
그가 검은 가래를 힘겹게 뱉어내면서 더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삶의 쾌감을 느끼는 악인의 전형적인 모습.
“기대하십시오. 대형 트럭입니다. 거기 깔리면 어떤 차도 버틸 수 없습니다.”
확신에 찬 비서의 말.
두 사람이 계획한 대로 서해안 고속도로에서는 보기 드문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밟아!!! 멈추지 말고! 크하하하하하하하!”
속도 제한장치를 제거한 5톤 트럭이 거칠게 질주했다.
화물이 없는 빈 트럭이다 보니 가속력이 대단했다.
– 롸저! 지옥까지 밟는다. 크크크크크.
나란히 달리던 트럭 운전사 동료가 악마처럼 웃었다.
혹시 모를 수사에 대비해 스마트폰 대신 무전기를 사용했다.
추적조를 비롯해 진로 방해조, 그리고 추돌조까지 세 그룹으로 움직였다.
“멍청한 호구 새끼. 저 따위 좋은 차를 타고 정속주행이라니…….”
파란색 벤틀리를 먹잇감으로 정한 추돌조의 행동대원 조방석.
누런 이를 드러내며 무섭게 웃었다.
후방에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서 이미 차량 두 대가 나란히 달리며 고속도로 통행 흐름을 끊고 있었다.
목격자가 존재할 수 없는 최적의 환경.
“죽어! 죽어어어!”
조방석은 뭔가에 씌인 듯 악을 썼다.
이번 한 건으로 통장에 꽂히는 돈이 무려 3억.
도박 빚을 갚고 정선에 가서 진하게 한판 땡길 수 있는 기회였다.
누군가의 죽음 따위는 관심 없었다.
조방석도 한때 는 대형 트럭을 착실하게 몰던 건실한 가장이었다.
잘못 도박에 발을 들이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와이프와 자식 둘이 살던 집과 부모와 형제, 친한 친구들 재산까지 모조리 도박에 털어 넣었다.
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도박에 중독된 그는 돈만 생기면 정선으로 달려갔다.
이번이 세 번째 맡은 청부사건.
다시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조방석은 미친 듯 내달렸다.
죽기 전에는 끝낼 수 없는 도박 중독.
두 눈에 핏발이 선 조방석은 바짝 가까워진 벤틀리를 노려보며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옆 차로를 달리던 트럭도 마찬가지.
자신이 꼬드겨 같이 도박에 빠진 동료.
반드시 이번 의뢰도 성공해야만 했다.
오늘 일을 실패하면 꽁지를 빌려 쓴 조폭들한테 신장을 넘겨야만 했다.
“가자……. 지옥으로! 크하하하하하하.”
카아아아아아앙.
풀 악셀에 엔진은 격한 신음을 토했고 육중한 차량은 미친 듯이 돌격했다.
***
“태산 씨!!!”
임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오징어 다리를 씹던 장태산이 갑자기 분노했다.
그의 눈길을 따라 룸미러를 확인한 임윤아.
미친 황소처럼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트럭에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누가 봐도 죽자고 달려드는 트럭들.
2차로뿐인 도로 위에서 피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추월도 할 수 없게 전면 역시 트럭 두 대가 나란히 진로를 막았다.
도로 바깥쪽도 경사가 심했다.
속도는 110Km.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었다.
안전운행을 하던 장태산에게 닥친 예기치 못한 상황.
‘설마?’
짧은 순간, 임윤아의 머릿속으로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인물이 스치고 지나갔다.
큰아버지 임동철.
목표한 바를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제 가족도 내칠 수 있는 냉혈한.
장태산이 KI그룹에 선전포고를 던진 직후인 만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모욕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큰아버지가 아니었다.
동생이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데도 구경이나 오던 몹쓸 인간.
사실이라면 장태산과 자신을 죽이려는 게 확실했다.
“후훗.”
하지만 장태산이 웃었다.
처음 들어보는 서늘하고 차가운 음색.
“태, 태산 씨.”
임윤아는 손에 힘을 잔뜩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트럭과 얼마 남지 않은 거리.
그만큼 앞에 달리는 트럭들과의 거리도 좁아졌다.
트럭과 트럭 사이에 끼이는 모습이 상상 속에서 펼쳐졌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이 정도 사고라면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스윽.
장태산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터져!”
짧게 외치는 한마디.
그리고.
퍼버버버버버벙.
귀청을 때리는 타이어 터지는 폭발음.
카가가가가가강.
“!!!”
뒤따라오던 트럭 두 대가 갑자기 중심축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쳤다.
콰다다다다다당.
눈 깜짝할 사이에 균형을 잃고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간 트럭들.
콰당 콰다다다당.
엄청난 속력으로 쫓아오다 튕겨져 나간 트럭들은 서로 엉키며 도로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어떤 비명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 몇 초 만에 벌어진 참사.
끼이이익.
장태산이 급브레이크를 잡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조수석 창밖으로 사고로 뒤엉킨 트럭 두 대가 보였다.
푸스스스스스스스.
삽시간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류.
화르르르르르르.
그리고 갑자기 타오르는 불꽃.
“!!!”
퍼어엉! 퍼어어어엉!
뒤엉킨 트럭에서 연료가 새어나왔는지 순식간에 사고 현장은 화염에 휩싸였다.
영화에서나 연출될 만한 끔찍한 장면.
상황을 지켜보던 장태산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뚜우우우.
그리고 짧게 울리는 연결음.
– 넵 회장님.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우연한(?) 사고가 났습니다. 처리 부탁드립니다.”
–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장한수는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이런 일 처리하는 데는 이미 이골이 난 그였다.
“우리를 왜…….”
임윤아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놀란 눈으로 장태산을 바라봤다.
확인하고 싶었다.
차량에서 누구도 빠져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
연료를 가득 채운 듯한 거대한 트럭들은 폭발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화마에 휩싸였다.
“당신과 나를 끔찍하게 싫어할 사람.”
“큰아버지?”
“아마도.”
“아…….”
사실이 확인되자 신음을 진하게 흘리는 임윤아.
“무서워?”
“…….”
임윤아는 담담한 장태산의 반응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임윤아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오정의 경영권에 뛰어든 만큼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할 일인지도 몰랐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빈번한 재벌가들의 암투.
오늘 이 일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세상에…….”
“119 불러!!!”
뒤늦게 현장에 달리던 차량들이 연달아 멈춰 섰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화염에 휩싸인 사고 현장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때서야 딸깍 차문을 열고 나가는 장태산.
저벅저벅.
뒤에 멈춰선 승용차 쪽으로 다가갔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인상을 쓰고 앉아 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똑똑.
운전석 유리창을 노크했다.
스르르릇.
창문이 내려가자 보이는 험악한 인상의 운전자.
“뭐……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장태산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말을 던졌다.
“쫄렸냐?”
피식 웃으며 장태산이 운전자에게 물었다.
“뭐, 뭔 개소리야!”
당황한 듯 크게 소리를 지르는 운전자.
큰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트럭이 실패했으면…… 너라도 대신 박아야지. 쫄보 새끼.”
가볍게 욕을 내뱉는 장태산.
“…….”
장태산이 뿜어내는 기운에 운전자는 입을 다물었다.
청부 대상자가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가서 전해. 오늘 사건과 관련된 모든 놈들에게……. 이자는 톡톡히 받겠다고.”
무심히 던지는 앞날에 대한 경고.
운전석과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퍼어어어엉! 퍼엉!
그사이 논에 처박힌 트럭은 또 다시 불길과 함께 연달아 폭발을 일으켰다.
“허억…….”
“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구경꾼들.
위애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앵.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고 렉카 차량들이 힘차게 달려왔다.
***
“그러니까 트럭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 둘이 부딪쳤다는 겁니까?”
“네.”
“이상하네. 그것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경찰서에 왔다.
교통사고 참고인 조사.
워낙 사고가 컸다.
운전사들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나와 임윤아.
사건은 지역 경찰서로 넘어갔다.
어지간한 사고라면 따로 날을 잡아 소환 통보가 왔겠지만 사망사고라 바로 참고인 조사가 시작됐다.
블랙박스도 없던 트럭들.
나 또한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나의 급브레이크로 인해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경찰들은 참고인 조서를 작성했다.
“다 됐습니까.”
“그게…….”
“저기 저 새끼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니까요! 그래서 뒤따르던 트럭들이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거라구요.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저도 봤습니다! 브레이크 밟았습니다!”
쫄보 새끼들이 한쪽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나를 걸고넘어진다는 것.
증인이 있는 만큼 경찰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임윤아가 딱딱한 조사인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멍청한 쫄보 놈들 덕분에 그들에게 지시한 자를 역추적하기가 수월해졌다.
타다다닥.
그때 경찰 교통 조사계로 일단의 인물들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입구 책상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깔끔한 슈트 차림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오정그룹 법무팀 소속 이준명 변호사입니다.”
명함을 건네는 중년의 변호사.
“오……정그룹요?”
경찰관이 깜짝 놀라며 그들을 다시 살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놀란 경찰관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준명 변호사는 곧바로 임윤아를 향해 걸음을 옮겨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
순간 조용해진 공간.
“저 자식들 헛소리하는데…….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봐요.”
임윤아 시선이 헛소리를 지껄여 대던 쫄보들에게로 향했다.
“…….”
입을 떡 벌리고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임윤아와 변호사들을 쳐다보는 쫄보들.
녀석들 얼굴이 썩은 돼지 간처럼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