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0
89장. 그래서요?
“이 가방 에르메스 신상 아냐?”
“스페셜 오더 한정판 컬렉션이라 아주 비싼데…….”
“옷은 썅제르망 디자이너 솜씨 아니야? 이건 또 어디서 난 거야?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데.”
엄마가 된장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녀가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테일하게 엄마를 완벽하게 코디했다.
인터넷으로 최근 유행하는 코드와 명품 목록에 대해 열공했다.
패션도 공부다.
엄마 자체도 한때 부자였기에 쇼핑하는 법을 잘 알았다.
메이커는 서로 겹치지 않도록 구입했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한정판 위주로 구매했다.
얼마 전 상당한 액수의 명품 구입으로 백화점 VIP가 됐다.
알아서 한정판을 소개받았다.
한쪽에 서서 조용히 엄마를 경호했다.
물이 똥물인 곳에 나 혼자 청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원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하면 된다.
‘저 아저씨들 눈빛이 왜 저래? 어디 똥마려워?’
엄마를 힐끗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봤다면 아버지 눈이 돌아갔을 것이다.
까마귀 밭의 군계일학이다.
후덕한 뱃살에 성형으로 이상하게 변한 아줌마들 틈에서 순수 자연미인인 엄마는 빛이 났다.
활짝 웃는 엄마는 한 떨기 고귀한 백합 같았다.
순자 아줌마가 멀찍이 떨어져 죽일 듯 엄마를 노려봤다.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면 엄마가 녹아 없어졌을 정도다.
‘건들기만 해봐……, 다 부셔버린다!’
엄마에게 적의를 먼저 표했던 아줌마를 용서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어떤 방법이든 엄마에게 해를 끼친다면 가진 것들 모조리 빼앗을 참이다.
나에게는 충분히 그런 능력과 힘이 있다.
저벅저벅.
깔끔한 블랙 슈트를 착용한 호텔 직원들 세 명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서빙 하던 호텔리어들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보였다.
“총지배인 아냐?”
“에릭 벤슨 총지배인이 무슨 일이야?”
몇몇 사업가들이 들어서는 에릭 벤슨이라는 총지배인을 보고 놀랐다.
이곳 호텔에 관한 무한 책임을 지는 총지배인.
큰 키에 잘생긴 중년 외국 아저씨다.
그가 눈이 마주치는 이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아줌마들 몇몇이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들 주제 파악들 못 하고 너무 큰 욕심을 냈다.
팰튼 호텔 총지배인은 곧 이 호텔 사장을 의미했다.
한국 지사 사장을 저런 몸매와 얼굴로?
양심이 분리배출이 안 되는 분들이다.
고개를 저으며 총지배인의 행로를 지켜봤다.
입가에 영업용 미소로 무장한 채 걸음은 바로 엄마를 향했다.
그 뒤를 따르는 지배인급 인사들이 모두 긴장한 채 따랐다.
“뭐야? 누구 아는 사람 있어?”
“총지배인이 왜?”
아줌마들이 수군거렸다.
왜긴 왜야. 우리 엄마 보러왔지.
“미세스 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호텔 총지배인 에릭 벤슨이라고 합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듯 영어로 인사를 건네는 총지배인이다.
서빙 하던 직원들이 이어 마이크로 보고하더니 바로 엄마를 찾아낸 것 같다.
“네?”
엄마는 아무것도 몰랐다.
갑자기 총지배인이 조용히 나타나 자신을 아는 체하고 인사를 꾸벅했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뭐야? 설란이 아는 분이야?”
“어머머머……, 웬일이니!”
아줌마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오늘을 위해 투자한 돈이 수십억 달러다.
물론 손해나는 장사는 결코 아니다. 어차피 하나 구입하고 싶었던 호텔 체인이다.
1년 후면 멋지게 다시 호텔업은 부활한다.
공매도로 후려치고 로버트가 협박한 덕분에 무사히 45프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아직도 주식을 매입 중이다.
곧 51프로 이상 확보 가능했다.
투자한 자금은 예상보다 적은 25억 달러다.
100억 달러 호텔 그룹을 25억 달러에 삼켰다.
총지배인이 눈치를 깐 거 같다.
지배인급 인사들은 사내 정치를 아는 자들이다.
“오늘 부족한 저희 호텔을 찾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총지배인은 최상의 예를 보였다.
미국인이 저렇게 예를 보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분위기는 마음에 드십니까?”
“그런 것 같아요.”
“미세스 주와 친구분들을 위해 소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요?”
총지배인이 뒤에 서 있는 지배인들에게 눈치로 신호를 줬다.
“준비된 요리들 가져오세요.”
한국계 지배인이 조용히 양복 어깨 깃에 달린 소형 마이크로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륵 조용한 바퀴 소리와 함께 요리를 담은 카트가 물밀 듯 밀려왔다.
뾰족한 요리사 모자를 쓴 외국인이 앞장섰다.
“호텔 총괄 쉐프 알베르트 레오와 그 팀이 직접 완성한 요리입니다.”
“뭐야? 저 복장은……, 총괄 쉐프?”
“총괄 쉐프 알베르트 맞아……, 세상에!”
총지배인에 이어 호텔 요리를 총 책임지는 이사급 총괄 쉐프까지 등장했다.
고개를 짧게 숙였다.
연회장 뒤편에 빠르고 신속하게 요리들이 세팅됐다.
순식간에 작은 뷔페 식단이 차려졌다.
가벼운 샐러드부터 시작해 각종 해산물에 고기들까지 완벽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또 디껨 1992년산 와인입니다. VIP께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엄마는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지배인이 개봉한 와인병을 받아든 총지배인이 왼손을 등 뒤로 하고 오른손으로 와인을 따랐다.
식탁 위에 놓인 새 잔에 와인이 기품 있게 떨어졌다.
캬아! 총지배인이 따라서 그런지 뭔가 있어 보였다.
쪼로로록.
떨어지는 붉은 포도주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저 와인 완전 빈티지인데……, 판매 목적으로 생산되지 않고 선물용으로만 제작됐다는데……, 저 여자 정체가 뭐야? 남편 동기야?”
“나도 처음 봐. 우리 남편 눈 돌아가는 거 보니까 동기 맞네.”
“설란이 정체가 뭐야? 총지배인이 와인 서브를 하다니……, 믿을 수 없어.”
사방에서 아줌마들이 난리가 났다.
“여러분들께 결례가 많았습니다. VIP께서 방문해 주셔서 잠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결례의 의미로 와인과 요리들을 제 이름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총지배인은 연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바, 박수!”
누군가의 박수 외침이 들렸다.
짝짝짝짝짝짝.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아마 총지배인과 총괄 쉐프까지 등장한 연회는 처음일 거다.
외국계 호텔 한국 총지배인의 영접과 서비스를 받으려면 외국 정상급이나 호텔 사주나 가능한 일이다.
그중에서 난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지배인이 뒤에서 대기 중입니다.”
이런 소연회를 위해 지배인이 대기까지 했다.
최상의 서비스가 아닐 수 없었다.
“언제든 다시 찾아주십시오.”
총지배인은 다시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렇게 한바탕 쇼가 끝나자 장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잔잔한 현악 4중주 소리만 배경음으로 깔렸다.
“너, 너 호텔 총지배인 어떻게 알아? 진작 알던 분이야?”
효숙이라는 친구가 엄마에게 물었다.
다른 이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여기 있는 부유한 자들도 이런 인맥은 없을 것이다.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극한의 서비스다.
“모르는 분이야. 오늘 처음 봤어.”
“거짓말 마. 팰튼 호텔 콧대가 얼마나 높은 줄 알아? 서울 총지배인급이면 그룹에서도 상위야. 대기업 회장님들이나 와야 얼굴 볼 수 있을 걸?”
효숙 아줌마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아는 것 같다.
“너 출세했구나. 그동안 뭐 했어?”
“남편 뭐 하니? 과수원은 트릭이고 땅 부자야? 아니면 사업해?”
모든 관심이 엄마에게 쏟아졌다.
“흥! 사업은 무슨……, 바람둥이 아버지가 꽁친 돈 이제 꺼내 쓰나 보네.”
그때 싸가지 없는 순자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다.
외할아버지가 남긴 비자금의 영향력이라고 믿고 싶은 듯했다.
친구들 표정이 그럼 그렇지로 바뀌었다.
엄마가 빈손으로 쫓겨난 걸 모두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 조용한 목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뭐지? 저 당당하고 힘찬 엄마의 목소리는!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순자 아줌마 곁으로 갔다.
손에는 총지배인이 따라준 와인을 들었다.
눈빛과 걸음걸이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그래서라니! 아빠 잘 만난 덕에 잘난 척 그만하라고!”
“순자야. 안타깝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학교 다닐 때부터 네가 날 질투하는 것 알고 있었어. 그래도 난 친구라서 네가 좋았다. 세월이 지나 아이들 키우다 보면 언젠가 내 진심을 알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
엄마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 담겼다.
“닥쳐! 얼굴만 예쁘면 다야! 첩실 주제에!”
촤아아아아악.
그때 엄마가 들고 있던 와인을 순자 아줌마 얼굴에 시원하게 부어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악!”
늙은 아줌마가 소녀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둘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했다.
순자 아줌마 평소 싸가지가 여기서 보였다.
어려울 때 친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왕따 예비생이다.
“나를 질투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아버지와 엄마를 모욕하면……, 용서 못 해.”
와아……, 우리 엄마 쩐다.
저음의 듣기 좋은 분노였다.
순자 아줌마처럼 찢어지는 비명과 악을 쓰지 않았다.
개싸움도 엄마가 개입하면 품위 있는 드라마가 되는 것 같았다.
여주인공과 악녀 캐릭터의 파이팅 장면이다.
“여, 여보!!!”
그때 순자 아줌마를 향해 여보라 부르며 뛰어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이제 도착한 듯 문 쪽에서 뚱뚱한 몸을 흔들며 달려왔다.
“으아아아아아앙! 여보……, 나 억울해! 저 미친년이 나한테 와인을 뿌렸어……, 엉엉.”
아이고 서러워라.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순자 아줌마 표정이 아주 가증스러웠다.
“당신 뭐야! 미쳤어!”
개기름 뚝뚝 흐르는 똥똥한 몸매의 사내는 엄마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두 팔로는 다 안지도 못하는 뚱뚱 아내와 그에 못지않은 남편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 같았다.
“고소할 거야! 우리 남편 삼우 로펌 소속이야!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 삼우 로펌 소속이었어?
남편이 등장하자 순자 아줌마는 기세가 등등해졌다.
와인에 담가진 돼지머리 같았다.
“지금 이 행동이 폭행죄인 거 아십니까!”
폭행죄는 무슨.
저거 세탁비 물어주면 되는 일이다.
술 뿌렸다고 폭행죄라면 대한민국 술집은 매일 경찰들 상주해야 하는 범행 장소가 될 거다.
하지만 순자 아줌마의 말은 범법 행위다.
순자 아줌마 남편의 거친 말에 엄마가 주춤했다.
“그게 무슨 폭행죄입니까!”
짠하고 내가 나설 타이밍이 절묘했다.
내공을 담아 한 번 소리치고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나타나자 엄마가 나를 봤다.
그 순한 눈동자에 서러움의 눈물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니들……, 오늘 다 죽었어!
“너, 너 뭐야! 어디서 어린놈의 새끼가 끼어들어! 이 호텔 안 되겠네. 서빙 하는 놈이 고객들 문제에 감히 끼어들어?”
뭐 서빙? 내가?
부창부수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안과 밖에서 부부의 바가지가 줄줄 샜다.
오랜만에 보는 전형적인 갑질 부부의 전형이다.
“내 아들이에요.”
“아들? 그래서요? 아들이 뭐 어쩌라고요!”
“한국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
한국대 법학과라는 말에 아저씨가 움찔 반응했다.
합격했으니 재학생이다.
이래서 잘나고 봐야 하는 거다.
상대에게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니라 순수한 방어를 위해서다.
이놈의 세상에 가난한 자와 못 배운 이를 위한 인권이 존재하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그, 그래서! 우리 와이프 옷은 어쩔 거야? 이거 엄연히 폭행이라고!”
“옷값 물어들이죠.”
스윽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빳빳한 1,000만 원 짜리 수표를 꺼내 내밀었다.
“세탁하고 남은 건 빵 사드세요. 두 분 다 빵 좋아하게 생기셨네요.”
“뭐야! 이 새끼가! 야! 나 니 선배야!”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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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