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03)
503.
벌떡-
잠에 서 깬 루니아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젯밤.
충격적인 장면에 까무러쳤던 루니아는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으…….”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킨 루니아가 방 한쪽으로 다가가자 메모가 올려져 있었다.
루메른의 수업을 듣고 오겠다고 에이란이 남긴 메모였다.
‘레오나 칼…… 그리고 그 첸 시아라는 아이도 루메른에 갔겠네.’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건.
‘루나님.’
복잡한 심경을 느끼며 루니아가 방을 나와 1층으로 향했다.
밤과는 다르게 아침이라 그런지 1층은 조용했다.
끼익- 끼익-
계단을 내려가면서 낡은 계단 특유의 마찰음이 울렸다.
그리고 1층에 내려간 순간.
“아…….”
루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주점 1층에는 여러 손님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니아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중에서도 창가에 앉은 엘프였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연은빛 머리카락에 총명하게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루니아가 알고 있는 성운의 시조 루나의 모습이었다.
‘역시 어제는 헛것을 본 거였어!’
루니아가 안도의 한숨을 하며 루나에게 다가갈 때였다.
루나는 자신의 잔에 담긴 내용물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끄으- 역시 와인은 비싸기만 하고 내 취향은 아니네. 리시나스랑 드웨노는 대체 이게 뭐가 맛있다고 마셨던 거야?”
어디 막노동판의 일꾼 같은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리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콰당-!
화려한 붉은 머리카락의 엘프가 아침 댓바람부터 혼자 넘어지는 걸 보고 아침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수군거렸다.
“저 엘프 좀 봐.”
“아직 술이 덜 깬 것 같은데.”
“아침부터 술 먹는 저 엘프도 그렇고…… 엘프에 대한 환상이 깨지네.”
고개를 든 루니아가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노려보았다.
그에 뜨끔한 주변 사람들이 획- 고개를 돌렸다.
심호흡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루니아가 루나에게 다가갔다.
루나 앞에 선 루니아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크흠-! 헛기침하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응, 알아. 루니아지?”
깃펜으로 무언가를 써 내려가며 루나가 말했다.
“네?”
“우리 영웅의 세계에서 두 번. 아니다. 한 번 만났었지?”
“그때 일을 기억하세요?”
“응. 함께 에레보스와 싸웠잖아?”
책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을 보며 웃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나가 현세에 온 것도 놀라운 일인데 영웅의 세계의 일을 기억하다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루니아를 보며 루나가 턱을 괴었다.
“그래서? 네가 내 후계자라면서?”
“네? 그, 그게 무슨?”
루니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레오에게 다 들었어.”
쿡쿡-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루나의 뒤를 따르고 싶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루나 본인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계자로 지목된 상황이었기에 루니아는 이 상황이 창피했다.
‘아우! 걔는 왜 그런 말을 해서!’
레오를 떠올리며 루니아가 안절부절못할 때였다.
“든든한걸? 너 같은 후계자가 있어서.”
루니아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제가 후계자인 게 못마땅하지 않으세요?”
“응? 왜 못마땅해야 해?”
“저에 대해 잘 모르시잖아요.”
“응. 잘 알지는 못하지.”
루나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네가 어떤 성향의 엘프인지는 알겠어.”
“네?”
마력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루나의 눈에 비친 루니아는 하얀 불꽃이었다.
“넌 올곧고 재능이 넘치는 아이야. 그러니 염제를 완성한 거겠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루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혼자서만 해낸 일이 아닌걸요? 카타리우님의 도움도 컸어요.”
“그 망할 닭대가리?”
“다, 닭대가리?”
피닉스 킹을 파격적인 단어로 부르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날 잡아서 삶아 먹었어야 했는데.”
쯧- 하고 혀를 차는 루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루니아가 풉-! 하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응? 왜?”
“아, 아뇨. 푸흐흡. 뭐랄까. 어제 모습도 그렇고…… 오늘 모습도 그렇고…… 제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요.”
“네가 상상하는 난. 아니.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이야?”
“아름답고 자애롭고 청초한 이미지셨죠. 완벽한 엘프 그 자체.”
“뭐야. 딱 나잖아?”
루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런 루나를 보며 루니아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반박하면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아르 녀석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루니아는 수인 친구인 아르를 떠올렸다.
겁쟁이인 아르온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르는 굴하지 않고 존경했다.
‘어제 루나님의 모습을 보고 회까닥한 내가 다 부끄럽네.’
심호흡을 한 루니아가 또렷한 눈으로 루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루나님. 아침부터 뭘 하고 계셨나요?”
“마법을 만들고 있었어.”
“마법이요?”
“응! 지금 세계는 굉장해!”
루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5000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마법이 발전했어! 가능성 그 자체야!”
원래는 루나 역시 루메른에서는 교환 학생으로 알려져 있기에 수업을 들어야겠지만 오늘 루나는 이곳에 남아 마법 연구를 하기로 했다.
루나의 말에 루니아가 귀를 쫑긋거리며 경청했다.
그리고 감탄하면서 루나와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 루니아의 태도에 루나도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나누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점심을 훌쩍 지나 있었다.
점심을 시키며 루나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웃었다.
“클로에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마법에 대한 발상이 훌륭한걸!”
“칭찬해주시니 너무 좋아요.”
“베르키아는 은근히 공부를 싫어해서 이렇게 토론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루나를 보며 루니아가 수줍게 웃었다.
“너도. 에이란도, 첼시도 클로에도 아바드도. 그 일리아나라는 애도. 보고 있으면 정말 즐거워. 굉장한 마법사가 될 거야. 아, 그 일리아나라는 애는 조금 베르키아 과 같지만.”
루나는 지금 시대에 만난 전도유망한 마법사들을 떠올렸다.
이미 루메른의 2학년 우등생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리고 이렇게 루니아를 만나니 정말 행복했다.
레오가 자신의 후계자라고 평가한 루니아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법적 영감이 떠오른다.
“아~ 떠나기 싫다.”
그 말에 루니아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달싹였다.
“루나님.”
“응?”
“계속 현세에 계시면 안 될까요?”
루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아르온님은 지난번에 세계를 한 번 더 구해주셨어요.”
에레보스의 조각 토벌.
세계가 그토록 염원했던 위업.
이것으로 세계는 한 걸음 더 완전한 구원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루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루니아는 확신했다.
‘루나님이 현세에 계신다면…… 마법의 역사는 한 번 더 변할 거야.’
“루나님께서 이 세계에 머무르시는 것만으로 세계는 분명 구원받을 수 있을 거예요.”
루나가 만들고 있는 마법이 고유 마법이란 걸 루니아는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루나의 마법 지식과 지금의 마법 지식이 더해진 그 마법은 루니아로 하여금 전율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루나가 이 시대에 존재함으로써 마법은 엄청난 진보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루나님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루니아는 루나가 안타까웠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루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바삐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과 정신없는 거리의 모습.
말 그대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루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굉장한 걸 봤다는 듯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걸 보고 루니아는 깨달았다.
‘이분은……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구나.’
모든 걸 걸고 세상을 구했지만 무엇하나 누리지 못했다.
이야기 속, 역사 속의 고결한 모습만 봐 온 루니아는 결코 알지 못했던 사실.
그녀는 대영웅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신기하네.”
루나가 웃었다.
“내 정체를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날 경외 했는데. 측은하게 바라보는 건 네가 처음이야.”
“죄, 죄송합니다.”
“사과할 거 없어. 그만큼 네가 날 잘 이해해준다는 뜻이니까.”
루나가 손을 뻗어 루니아의 붉은 머리카락을 토닥여주었다.
“고마워.”
루나의 부드러운 손길에 루니아가 얼굴을 붉혔다.
“궁금하다. 네가 어떤 영웅으로 성장할지.”
“전 루나님처럼 되고 싶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루나가 깔깔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 그러면 이 언니랑 같이 외출하자.”
“외출이요?”
“그래. 축제를 즐겨야 하지 않겠어?”
루니아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세운 루나가 당당한 걸음으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 뒤를 따르며 루니아가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멈추시오.”
주점을 나서고 골목을 몇 발자국 걷자마자 한 무리의 엘프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걸 본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루니아가 얼굴을 구겼다.
“순혈회.”
“순혈회? 그게 뭐야?”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프 우월주의들이에요.”
“엘프 우월주의자라면…….”
루니아의 대답에 루나가 미간을 좁혔다.
“하이 엘프 같은 거?”
***
“우리와 연결 고리가 있는 순혈회 엘프들이 모두 섬멸되었습니다.”
장송의 대공, 아트칸의 보고에 사령왕이 턱을 괴고 숨을 내뱉었다.
“오랫동안 탐색을 하는 것 같더니. 역시 베르키아가 나섰군.”
엘프 순혈회.
일전에 레오의 활약으로 사령왕과 연결 고리가 있던 엘프 대다수가 사망하거나 실각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결 고리가 끊긴 건 아니었다.
“엘프들도 참으로 그 종족적 특성이 바뀌지 않아. 그래서 편하지만.”
5000년 전.
재앙의 시대 당시 거대한 엘프 세력을 허무하게 무너트린 것 역시 사령왕의 농간이었다.
종족주의에 빠진 엘프들은 대다수 머리가 굳어 있다.
자신들이 최고라 여기는 그들의 오만함은 그들에게 자신들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선사했다.
그것이 자신들의 목을 죌 타르타로스의 힘이라도.
연결점이 있는 순혈회 엘프들이 모두 죽었더라도 사령왕의 입장에서는 큰 감흥은 없었다.
언젠가 또다시 자신들과 접촉하는 엘프들이 나타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장송의 대공이 사령왕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저는 아직도 페어리 나이트를 되살린 헬 카이저님의 의중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페어리 나이트 베르키아.
그녀는 사령왕 헬 카이저가 권능으로 되살린 가장 강력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사령왕의 측근으로 존속해온 장송의 대공도 이번만큼은 그의 의도를 가늠키 어려웠다.
아무리 에레보스의 힘으로 사령왕의 권능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권능에 한계는 있다.
그리고 베르키아를 언데드로 되살리는 건 막대한 힘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망자로 되살아난 베르키아는 사령왕의 통제를 벗어났다.
“차라리 그 힘으로 다른 군단장님들을 깨우셨다면…….”
“옛 친우들을 깨웠다면 당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
사령왕이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타르타로스는 과거 대영웅들에게 패배했다.”
재앙의 시대 당시.
타르타로스의 세력은 대영웅들에 의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되살아나봤자 살아남는 영웅이 키우는 애송이들의 제물이 될 공산이 크지.”
“하지만 페어리 나이트는 개벽의 영웅들보다 강한 괴물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그녀가 타르타로스에게 칼끝을 겨누기라도 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겠지. 하지만 베르키아는 결코 타르타로스에 칼끝을 겨누지 않을 거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어리석은 제게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그녀가 증오에 휩쓸리게 된 건 우리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지.”
사령왕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는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거다. 지금의 세계를.”
어떤 의미에서는 5000년 전 보다 더 뒤틀리고 추악해진 세계다.
베르키아는 그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폭주한 베르키아에 의해 무수히 많은 세력이 괴멸당할 터였다.
“하지만 살아남는 영웅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을 거다. 그녀가 저지른 죄악이 귀를 막을 테니.”
베르키아를 되살린 사령왕도 베르키아를 통제할 수 없지만.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혼돈.
그것이 지금의 베르키아다.
“궁금하군. 살아남는 영웅이 타락한 자신의 제자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령왕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제자들끼리 칼부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