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29
230화
정신찬은 언럭키의 새로운 지역 콘텐츠를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떠올렸다.
스트리머는 무언가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몇 단계를 건너뛰며 성장한다.
그 계기가 바로 지옥 탐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가 얹혀갈 수 있다면…그건 엄청난 홍보 효과가 될 거야.’
대룡 미디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대룡 미디어는 업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언럭키가 대룡 미디어 소속이니 그걸 광고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극적인 효과는 떨어질 터.
그보다는 빅드래곤 길드가 약간만 얹혀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다만 그냥 부탁하긴 좀 그렇고 뭔가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용승씨라고 하셨죠? 백현님 봐주시는 편집자분.”
“네.”
“제가 그 분이랑 기획을 좀 짜볼게요.”
“그러면 한 명 더 같이 가능할까요? 사정이 있어서 다른 곳에 계시는데 실력 좋은 분 있거든요.”
백현이 실력 좋다고 말할 정도의 사람이라니.
‘원래 기획자인가?’
그러고 보면 지금껏 스트리머 언럭키는 실력도 실력인데 기획도 좋았다.
그건 분명 뒤에서 조언해주는 기획자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겠지.
약간의 방향 조정만으로도 확 달리지는 게 스트리머라는 직업이다.
게다가 여러 현실적인 문제까지.
하루 종일 게임 속에 있는 백현이 다 처리할 수는 없으니, 분명 전문적인 실력자가 있을 터.
정신찬은 박세훈을 몰라도 그의 존재를 얼추 눈치 챘다.
그가 웃었다.
“예. 연락 달라고 해주세요. 같이 굉장한 물건 한 번 만들어보죠.”
* * *
라이브 방송을 통한 콘텐츠 활용.
그걸로 지옥으로 향하는 부담은 좀 적어졌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가 닥쳤다.
‘일단 길부터 찾아야지.’
지옥의 입구는 중립의 신이 점지해줬다.
레벨 220부터 들어갈 수 있는 도시 ‘빌리츠헌’에 있었다.
220레벨이야 거의 도달했기에 금방 찍는다지만, 문제는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도시 내부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직접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숨겨진 던전의 형태일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발견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것도 굉장히 발견하기 어려운 던전일 터.
그러나 언럭키는 자신 있었다.
그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아주 특별한, 행운의 무지개가 있지 않은가.
언제나 길이 막힌 상황에서 한 번씩 보라색 빛이 번쩍이며 해답을 내려주는!
언럭키가 히죽 웃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진짜 행운의 여신이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 주는지, 좋은 일들만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의 인생은 기세라고.
이번 기회에 쭉쭉 밀어붙여볼 생각이었다.
“요즘 아주 럭키하거든.”
자신 있게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럭키는 개뿔.”
언럭키가 한숨울 푹푹 내쉬었다.
지난 2주간 레벨 216이던 그는 220으로 올려 새로운 도시 빌리츠헌에 입성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다.
이번에 리바 델 레이를 털어오며 챙겨온 아이템들은 자원 회복과 스탯 상승에 집중된 장신구들이었다.
드라마틱한 액티브 스킬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느낌.
팔찌 하나 목걸이 하나 반지 두 개를 착용하자 스펙은 한층 더 올라갔고, 동레벨 사냥터는 눈 감고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빠르게 레벨업하고 빌리츠헌으로 들어왔으니.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정말 좋았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콱 막혔지만.
“내가 또 그딴 소리 하면 성 팀장 밑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무리 뒤져도 나타날 생각을 안 하는 던전을 보며 언럭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흠칫 놀랐다.
“아니. 아니지. 사람이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방금은 너무 짜증나서 저도 모르게 나온 실수였다.
아무리 미쳐도 그 지옥으로 다시 발을 향하고 싶겠는가.
그래도 상황이 급박한 건 사실이었다.
외부에서는 정신찬, 박세훈, 이용승이 함께 새로운 라이브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기획을 짜고 있었다.
핵심이 되는 건 언럭키의 능력이었지만 같은 라이브를 두고서도 어떻게 홍보를 하느냐, 후원은 어떻게 받고 유도할 것인가, 추가로 지원을 어디까지 가느냐 등.
논의할 거리는 아주 많았다.
그리고 착착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정작 지옥의 입구를 발견해야 하는 언럭키가 2주씩이나 막혀버린 것이다.
‘여기서 더 늦어지면 진짜 곤란한데.’
아직은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지지부진하면 안 된다.
언럭키가 도시 밖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도시 내부 수색에 집중했으니 오늘은 다시 밖으로 나가볼 생각이었다.
‘일주일만 더 개같이 굴러보자.’
다시 고시원 감옥에 처음 끌려갔을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굴러볼 생각을 했다.
“어!? 언럭키님?”
그때 누군가가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아~네. 언럭키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하하.”
팬이겠거니 싶어서 웃는 얼굴로 돌아봤다.
요즘엔 이런 식으로 알아보는 팬분들이 많았기에 그런 경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코드맷님?”
던전 재벌 코드맷.
얼마 전에 우연히 한 번 마주쳐서 던전 비용이랍시고 5억을 선물해주신 분이었다.
“와. 언럭키님 맞군요. 이렇게 또 뵙게 되네요!”
코드맷은 반갑다는 듯 언럭키의 양 손을 덥석 잡았다.
“지난번에는 못 알아 봬서 죄송했습니다. 알고보니 최근에 엄청 유명하신 분이시더군요.”
언럭키에게 던전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던전을 길드에 팔면서 성공적으로 의뢰를 완수했다.
덕분에 던전 탐색꾼으로서 그의 위상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돈이야 원래도 많았기에 이런 명예욕의 충족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 후 코드맷은 어디서 한 번 들어봤던 언럭키라는 이름을 찾아봤다.
그가 자기 같은 던전 탐색꾼이 아니라 일반 유저라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그때는 완전히 동종 업계라고 오해해버렸어요.”
“하하….”
언럭키가 어색하게 웃었다.
‘혹시 동업자 아니라고 지난번에 줬던 5억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거 아냐?’
그러면 배 째라며 드러 누워야 하는데…
다행히 코드멧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미안해했다.
“동종 업계 사람도 아니고 일반 유저가 먼저 발견한 던전을 빼앗다니. 최고의 던전 탐색꾼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5억을 주고 던전을 산 건 언럭키를 같은 업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일반 유저였으며, 던전은 우연찮게 발견한 거였다니.
하물며 그 던전이 자신이 몇 개월이나 쏟아가며 찾고 있던 던전이라는 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럽습니다. 던전 탐색꾼 중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일반인의 던전을 뺏어버린 거 아닙니까.”
“뺏다니요. 충분히 값을 치르신 건데요.”
그때 받은 5억은 막 빚을 다 갚고 나왔던 언럭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똑같은 상황이 처한다면 무조건 같은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할 만큼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코드맷은 고개를 저었다.
“저한텐 그게 뺏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뭐….
“그래서 말인데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한 번 정도라면 미발견 던전 하나 찾아드릴게요.”
코드맷의 제안은 남들이 들었으면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가 괜히 던전 재벌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던전을 찾는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의 경지.
1티어 길드에서도 번호표 뽑고 의뢰를 기다렸다.
그런 그에게 빚 하나를 지워두는 건 엄청난 일이다.
물론 코드맷은 나중을 생각하고 한 말이었다.
‘언럭키님도 지금은 아니지만 좀 더 고레벨. 랭커 중위권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자신만의 던전이 필요해지겠지. 그때는 내가 생각날 거야.’
언럭키에 대해 찾아보며 그의 레벨업 속도를 봤다.
그 어떤 랭커들도 따라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강해지는 걸 보면 당장 자신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였다.
“오. 잘됐네요. 그럼 던전 하나만 찾아주세요.”
“…지금 바로요? 싫다는 게 아니고 나중에 부탁하시는 게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아뇨. 꼭 지금 필요해서요. 그리고 아마 코드맷님도 찾기 좀 어려우실 겁니다.”
그 말이 코드맷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가 콧김을 내뿜었다.
“하. 어느 타입의 던전을 원하십니까? 레벨 200 초반대의 던전쯤은 금방 발견해다 드리죠.”
* *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코드맷이 식은땀을 흘렸다.
지옥으로 향하는 입구가 뚫린 던전.
그곳의 코빼기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코드맷은 ‘다우징 던전’ 이라는 레전더리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던전의 정보를 자세히 들을수록 원하는 던전을 찾아내는 스킬.
1티어 길드들이 그에게 의뢰를 많이 맡기는 것도 이 스킬 덕분이었다.
그리고 처음 언럭키에게 던전에 대한걸 들었을 때만 해도 쉬울 거라 생각했다.
정확히 ‘지옥’ 이라고 언럭키가 얘기해주지는 않았지만,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는 던전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중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미리 얻은 정보로 이 도시 내부나 외부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것도 들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하하. 가능이요?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데 못 찾아내면 던전 재벌 호칭은 떼어야죠. 오히려 죄송한데요. 그만한 정보면 빠르면 이틀. 길면 이틀 하고 반나절 안에 찾아오겠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보다 못한 언럭키가 같이 돌아다녀보자고 합류했을 때, 차마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 코드맷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바, 방향은 여기가 정말 맞거든요…. 근데 정확한 발견이…하하. 조금 시간이 걸리는군요….”
그는 도시 바깥의 황무지 한 곳을 계속 돌아다녔다.
다우징 스킬이 여길 가리키고 있었다.
문제는 파보기도 하고 특수한 시약을 써보기도 했었는데 도무지 던전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둘 중 하나다. 스킬이 잘못됐거나 던전이 정말 난이도 높은 곳이거나.
‘근데 그런 난이도 높은 던전이 왜 여기 있어.’
위치까지 특정한 상황에서 못 찾고 해맬 정도면 최소 200레벨 후반대의 던전은 되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어쨌거나 코드맷은 자신이 떵떵거리며 한 말이 있었기에 면목 없다는 눈빛으로 언럭키를 바라봤다.
“저…언럭키님.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정말 대단하시군요. 놀랐습니다. 괜히 던전 재벌이라고 불리시는 게 아니네요.”
“네?”
코드맷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나 언럭키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찾아내다니. 역시 명성을 그냥 얻은 게 아니군.’
황무지의 구석 바닥.
-파앗!
거기서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무지갯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보라색을 뛰어넘어 빨주노초파남보로 알록달록하게 빛나는 색깔들의 향연.
자기 혼자 돌아다녔을 때는 그렇게 안보이던 곳이 코드맷이 안내하자 한 번에 발견됐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이제 여기 파죠.”
“…여기를요?”
갑자기 언럭키가 앞장서더니 바닥을 파보자는 말에 의아했다.
그냥 맨 땅을 판다고 던전이 나올리는 없는데…감인가?
평소라면 비전문가의 감은 무시했겠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코드맷은 얌전히 그 말을 따랐다.
그냥 무시하기에는 너무 미안했던 것이다.
같이 삽을 나눠들고 깊숙이 땅을 파고 들어가길 얼마나 되었을까.
“마, 말도 안 돼.”
코드맷이 입을 쩍 벌렸다.
바닥에서 던전의 입구를 뜻하는 포탈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