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83
284화
월드 메시지로 새로운 이벤트에 대한 내용들이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걸 직접 만들어낸 언럭키 일행도 당황했을 정도인데, 다른 유저들은 어떻겠는가?
“어? 이 메시지 뭐야? 월드 이벤트?”
“너도 떴어? 나도 떴는데.”
“아니…월드 사가에서 전체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나?”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야.”
혼란스러워 하던 것도 잠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까…악마들이 도시로 침공해 온다는 거지? 저 밖에서부터?”
“……! 좋은데!??”
이게 게임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악마의 침공이라니.
도시의 NPC들은 월드 메시지를 받지는 않았지만 신전의 신탁으로 악마의 침공을 예고받았다.
그때부터 수심에 젖고 벌벌 떠는 등, 진정으로 걱정하는 판타지 주민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유저들에게는 아니었다.
“축제다!!”
“몬스터가 밖에서 마구 쳐들어온대!!”
“그럼…그럼 나 더 이상 사냥터 줄 서서 안 기다려도 되는 거지?”
“진짜 접속해서 사냥보다 줄 서고 눈치 보는 시간이 더 길었는데…제발 악마들 많이 왔으면 좋겠다.”
“심지어 토벌 여부에 따라 보상도 주어진대! 월드 사가가 이렇게 퍼줄 수가!”
“우리 도시도 오는 거 맞지? 모든 도시에 악마들 다 똑같이 오나? 여기로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유저들은 단체로 환호했다.
이 빌어먹을 게임사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보통 이런 이벤트는 유저 친화적이다.
접속자 수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좋은 보상을 뿌리는 게 보통이었던 것이다.
유저들 중 누군가는 훗 하고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항의 메일을 5500자씩 꾸준히 보낸 보람이 드디어 나왔네. 웹소설로 썼으면 284편은 됐을 거야.”
“와. 광기 장난 아니네.”
“아직 안 끝났어. 이벤트 진행 정도랑 보상 같은 거 보고 계속 보낼지 말지 결정한다!”
월드 사가를 향한 고객 투쟁의 승리!
많은 유저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몇몇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게임사에서 이런 이벤트 하는 게 보통 보상 뿌려서 단기간에 유저 유치하려고 하는 거라며.”
“그렇지.”
“월드 사가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어차피 넘쳐나는 게 유저인데.”
“어…그러게?”
월드 사가는 매일같이 기네스북에 월드 레코드를 갱신한다.
동시 접속자 수 1위 게임, 가입자 가장 많은 게임 1위, 가입자 수 증가 폭이 가장 큰 게임 1위, 000일 이상 연속 유저 숫자 증가 게임 1위…
모든 부분에서 역사 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콧대가 높았던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이 뭐하러 이런 식의 퍼주기 이벤트를 개최하지?
얼마 후, 유저들은 이게 단순히 꿀이 흐르는 이벤트가 아님을 깨달았다.
-콰앙!
“크하핫. 인간들은 듣거라! 이제부터 여기는 이 상급 악마 발콘님께서 접수하겠다. 반항하는 놈들은 전부 목을 꺾어주마!”
불타는 채찍을 휘두르는 거대한 악마가 휘하 군대를 이끌고 어느 도시에 쳐들어왔다.
레벨 125~150 사이의 유저들이 머무는 도시였다.
그리고 발콘의 레벨은 290 언저리.
당연히 유저들은 놈이 콧김만 세게 내뿜어도 HP가 줄어들 정도였다.
“아니 이 미친 월드 사가 새끼들아! 저딴 놈을 보내면 어떡해!! 밸런스가 안 맞잖아!!”
“으아악! 나 죽는다!! 나 진짜 이거 이번에 500주고 산 유니크 아이템…쿠헉…”
성문을 부수고 들어온 악마들은 도시의 유저들을 학살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봤자 악마들과는 상대가 안됐다.
병사 NPC도 마찬가지.
유일하게 영주성 내성의 기사 NPC만이 오러를 뿜어대며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레벨대가 낮은 도시의 지역은 기사의 숫자도 적다.
발콘과 휘하 악마들의 진격을 막아내기에는 기사의 숫자도, 질도 많이 떨어졌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발콘이 영주의 목을 베고 옥좌에 앉았다.
“이제부터 이 곳은 군주 제파르 님의 땅이다!”
-띠링!
[도시 ‘산토비두스’가 악마들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도시 ‘산토비두스’는 악마들의 규칙대로 운영됩니다.] [도시 내에서 PVP를 벌여도 아무런 제제가 없어집니다.] [도시 내에서 각종 범죄를 저질러도 들키지 않으면 아무런 제제가 없어집니다.] [도시 내에서 어둠(暗) 속성 직업군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우대받습니다.] [도시 내에서 …]…
* * *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하루아침에 잘 지내고 있던 도시들이 악마들에 의해 점령된 것이다.
환호했던 유저들의 모습은 짧은 시간에 전부 사라졌다.
그 대신 월드 사가에 대한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악마들이 쳐들어오며 수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강제 죽음을 경험한 것이다.
-얘네 진짜 유저들 다 떠나는 거 보고 싶나? 운영을 이따위로 해?
-도시 내에서 걍 쉬고 있었는데 악마 쳐들어와서 뒤졌음.
쳐들어온 악마들은 감히 유저가 건드려보지도 못할 정도로 레벨이 높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죽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사냥터 걱정 없어지겠다고 좋아한 놈 누구냐? ㅅㅂ 레벨대가 적당히 맞는 놈을 보내야지. 어떻게 사냥하라고 저런 것들을 보내.
-악마가 칼질 한 번 하니깐 유저 십수명이 그대로 죽더라ㅋㅋㅋㅋㅋ. 아이템 드랍 엄청 되서 그거 주으러 가다가 나도 죽었다…ㅠㅠ.
-월드 사가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오늘부터 다시 5500자 항의 메일 재개한다. 아니. 그걸로 부족해. 11000자씩 보낸다. 뒤졌다 진짜.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 이벤트는 월드 사가가 유저들 좋으라고 한 게 아니었다.
제파르가 육체파 군주라지만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레라지에와 싸울 때를 생각해보면 뒷길을 노리는 등, 여러모로 머리를 썼다.
당연히 악마들은 자기들이 손쉽게 점령할 수 있는 도시로 진격했다.
별 피해 없이 점령하면서 방어까지 용이한 곳들.
악마들의 숫자는 인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으니 그런 전략이 필요했다.
나날이 승전보가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다만 모든 유저들의 도시가 이런 건 아니었다.
[속보!] [하이랭커 ‘지존칼’이 이끄는 ‘엑스 길드’가 악마들에게 점령당한 도시 트레부스를 재점령. 지존칼은 영주로 추대!] [최초로 유저가 점령한 도시!]악마들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도시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점령당한 도시를 다시 공격해 재점령하기까지 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지존칼은 촌스러운 닉네임과 달리, 엄청난 유저였다.
전 세계 1000명밖에 안 되는 하이랭커.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무려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월드 사가의 절대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영주까지 된 것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지길, NPC가 아니고 유저가 영주가 된 것은 최초로 벌어진 일이었다.
언럭키가 영주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으나, 그건 특수한 상황과 저레벨이라는 행운이 겹쳐서였다.
그리고 그런 지존칼의 활약에 다른 하이랭커들의 눈이 돌아갔다.
“점령된 도시를 다시 되찾으면…영주가 될 수 있다고?”
“그럼…지금 고착화된 길드간의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길드들은 사냥터 권리나 보유한 하이랭커들의 숫자 등에 따라 세력과 영향력이 결정되었다.
그 순위에 따라 현실 기업들의 후원도 다양하게 받았다.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길드는 대기업들의 광고도 수없이 받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도시의 영주가 될 수 있다니?
그 미래가 얼마나 장밋빛일지는 대충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영주가 되면 도시 벽면에 광고성 기업 이름들 노출도 시킬 수 있을 거고, NPC들을 시켜 홍보 멘트를 날릴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 떠나서 일단 도시의 사냥터 장악이 가능해진다.
영주의 명령이라면 일부 효율 좋은 사냥터 정도는 독점해서 쓸 수 있겠지.
그러면 길드원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건 물론이고, 길드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자체가 많아질 터!
“가자. 악마들 때려잡으러.”
“다른 길드들이 재점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점령한다.”
“빨리 움직이는 자가 영주가 된다!!”
바야흐로 월드 사가에 대전쟁 이벤트까지 함께 찾아왔다.
* * *
“으음….”
유저들이 당황한 것처럼 언럭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며칠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지켜봤는데, 진짜 골때리게 되었다.
그가 생각했던 지옥의 군세들의 침공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도시 하나 정도 점령해서 거기 사냥터 독식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너무 커졌는데.’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제파르는 처음 소환이 완료된 직후부터 제안했다.
-나와 함께 인간들을 정벌하러 가자. 확보한 영토의 절반을 네게 주겠다.
악마들의 편에 서라는 것.
원래는 당연히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고민이 되었다.
‘나도 악마들이 점령한 도시 뒤통수 쳐서 재점령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편인 척 다가가서 슥삭 처리하면, 도시 하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재점령 할 만 하다.
도의적으로 맞진 않지만, 지옥에서 만난 사이에서 무슨 도의를 따지겠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야. 이걸 내가 지킬 수 있나?’
재점령한 도시를 다른 유저들이 또 공격해서 점령할 수도 있지 않나?
지금 첫 영주가 된 지존칼은 워낙 강력한 유저고 길드 세력도 튼튼해서 감히 넘보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언럭키는 아무리 본인이 강하다고 해도 기껏해야 파티 단위.
강력한 길드에서 작정하고 공격한다면 방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빅드래곤 길드와 협력해서 뭘 해도 되겠고.’
빅드래곤 길드 역시 지금 비상이 걸렸다.
어느 도시를 점령하러 가야할지, 온갖 머리 좋은 직원들이 다 모여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언럭키만한 전력이 합류해준다면 좋아할 터.
그 후로 한참동안 고민하고 파티원들과 의견도 나눴다.
사실 의견이랄 것도 없었다.
벨라는 뭘 하든 상관없다는 주의였고, 아세린은 지금 빅드래곤 길드 회의에도 참석하면서 너무 바쁜 상황이었으니까.
“좋아. 제파르.”
“오. 드디어 결정을 내렸나?”
언럭키가 부르자 제파르가 반색하며 그를 쳐다봤다.
제파르는 부상을 입은 상태라 무리하지 않고 뒤에서 악마들의 진격을 보고만 받고 있었다.
나중에 조금 회복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때까지는 구경만 할 생각인 모양.
“그래.”
언럭키가 성검을 빼들었다.
“나도 함께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악마들과 함께 도시를 점령하는 게 나아보였다.
“크하하핫. 잘 생각했다. 그럼 내 첫 출격은 너와 같이 가는 걸로 하자고.”
제파르가 껄껄 웃으며 대검을 챙겨 일어났다.